죄와 벌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story 63. # 사랑해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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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끝난 듯 울던 난 웃음도 나왔던 난 넋이 나간 사람처럼
낮과 밤도 잃어버린채 살았지만 다시 생각했죠
그대가 살아있단게 고맙다고 아직은 절망도 이를꺼라고
변한건 없을꺼예요 다만 그대없는 사랑도 난 지켜가죠
어쩌면 그대도 많이 낯설어서 조금씩 내게로 돌아온다고
그렇게 생각할래요 다만 그대 없는 사랑도
홀로 지켜가는거죠 이렇게 시작도 그랬죠 익숙한걸요
아픈것도 내 몫이죠 다만 여전히 그대만을 사랑해요 난
- 옥주현 [난] -
상희가 나간 후로 그 자리에 앉아 눈만 감고 꼼짝 않고 있던 선호의 눈에선
기어이 눈물이 흐르고야 만다. 그렇게 큰 사랑을 줘도 늘 곁에서 지켜주어도
자신을 향해 겨눌 수 없는 그녀의 사랑에 눈물이 난다.
도대체 이민우를 얼마나 사랑하기에 이 사랑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건지..
얼마나 더 많이 사랑해야 눈에 띄기라도 할까? 도대체... 그 얼마큼이 얼마인지...
회사에서 나온 상희는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슈퍼로 들어가 소주 대병과 안주거리로
오징어 두 마리를 사서 집으로 온다. 옷을 벗지도 않고 먼저 오징어를 불에 구어
고추장과 마요네즈를 꺼내놓고 작은 소주잔 대신, 물 컵을 꺼내들고 방으로 향한다.
아직도 어둠이 오려면 한참은 있어야 될 듯싶다. 아니, 이미 어둠이었다.
그 여자의 눈과 마음은 이미 그리운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보는 이 없는 TV는 외로이 켜져 있었고 상희는 오징어 다리를 뜯으며 물 컵에 소주를
부어 마시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회상해 봤다.
민우.. 민우란 이름엔 웃음을 보였고 선호란 이름엔 눈물을 보였다.
똑같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다가온 두 사람..
민우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선호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었다.
세상은 말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사랑하라고.....
그게 말처럼 쉬워야 말이지... 너무 어렵고도 고독한 일이다.
선호를 사랑하려니 남겨진 그리움에 나날이 눈물을 보여야 하고 민우를 사랑하려니
그 곁에 있는 그의 아내와 자신을 사랑해주는 선호에 대한 미안함에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으니 너무 힘들다. 괴롭고 고통스럽고 분하다.
왜.... 가질 수 없는 인연을 이렇게 엮어 놓으셨는지............
어느 샌가 상희의 주변에는 소주병이 나뒹굴었고 상희는 침대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는다.
술에 취해 의식이 흐려질 때쯤,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은 상희......
“민.....우.............”
그 이름은.... 그녀 입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간절하고도 슬픈 이름이었다.
긴 어둠이 찾아왔다. 오랫동안 묻어둔 아픔을 꺼낼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길게 내리비치는 으스름달과 함께 연기처럼 피어오를 그녀의 눈물겨운 고백.
잠시 눈을 감았다 떴을 땐 이미 어둠이 내린 후였다. 아직 술에서 깨지 않은
상희는 그 어둠 속에서 민우의 이름만 애타게 불렀고 타는 그리움으로 그의
목소리라도 들을까 해서 전화를 건다. 아니, 목소리가 아니라 전하지 못한
딱 한마디를 하려 전화를 건다. 그녀의 진심을 담아.... 마지막으로 해야 할 말.
Rrrrrrrrr
- “여보세요?”
- “.. ... .. . . ..”
-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 “.. ... . . ..... . ..”
- “미안하지만.... 아직 니 번호 안 지웠어. 너 인거 다 알아..”
아직 안 지웠다는 말이 어찌나 고맙던지, 또르륵 눈물이 떨어진다.
- “민..우씨........”
- “어...”
- “저기.. 민우씨........”
- “저기 뭐..”
- “나 .. 있잖아요........”
- “너.. 뭐........”
- “보고 싶어요....”
보고 싶다는 말에 민우는 눈을 감는다. 울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오늘 낮에 환상처럼 스쳤던 상희의 입술이 다시 생각났다.
그 입술에 묻은 눈물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 입맞춤이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목소리가 들려주고 있었다. 보고 싶다는 말이 얼마나 서글픈 말인지를....
- “보고 싶어요........”
- “어딘데..?”
- “집...”
- “기다려. 곧..... 갈게...”
- “정.... 정말이요?”
- “끊는다.”
매정하게 끊어진 전화였지만 그 전에 들린 말에 상희는 웃을 수 있었다.
“헤... 기다리래...... 곧.. 온대.......... 헤헤.... 좋다........ 민우씨가 온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고 얼른 일어나 편안한 원피스 차림을 하고서는 얼른 제과점으로
가서 치즈케익 두 조각을 사온다. 집에 돌아온 상희는 잠시 고민하더니 찬장을 뒤져 오랫동안
방치해 놨던 21년산인 발렌타인을 끄집어낸다.
4년전 이 곳으로 이사 올 때 친구가 사다준 위스키.
홀로 위스키를 들이킬 일이 없어 그냥 넣어 두었는데 민우가 온다는 말에 뭐라도 대접해야
할 것 같아 발렌타인을 꺼냈다. 의자위에 올라 찬장을 뒤지던 상희는 위스키를 부어 마실
마땅한 유리컵이 없어 조금만 힘을 줘도 부서질 것 같은 얄팍한 와인잔을 꺼내든다.
분위기를 내려 초를 찾아봤지만 초라고 있어봤자 하얀 양초뿐.. 하지만 이것도 감사하게
여기며 집안 불을 다 꺼놓고 양초하나만을 켜놓았다. 민우의 얼굴을 자세히 보려면
집안에 불이란 불은 다 켜놓고 환하게 만들어야겠지만, 분위기도 잡고 싶었고 무엇보다
이 눈에 가득 찬 눈물을 보이기 싫어, 눈물을 가릴 수 있는 어둠을 만들었다.
상희와 전화를 끊고 그 서글픈 목소리에 무작정 가겠다고는 했지만 집에서 어떻게
빠져나가야할지 고민되는 민우...
가출을 계획하고 집을 탈출하려는 청소년 같았다. 지금 민우의 기분은 그렇다.
부모님과 싸우고 뭐가 어쩌니, 저쩌니 하며 집을 확 뛰쳐나가고 싶지만
아무 죄 없는 하은과 싸우고 나가기엔 그 명분이 너무 약했다.
그냥 모르겠다는 식으로 대충 둘러대고 집을 나서려는 민우...
“어디 가요?”
“어! 방금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오랜만이라고 좀 보자네.”
“늦어요?”
“결혼하고 한번도 본 적 없어서.. 술좀 과하게 할 것 같아.”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일찍 들어와요.”
“그래. 기다리지 마.”
‘기다리지 마’ 라는 말에 하은의 눈빛이 변했다. 왠지 불안한 느낌...
그 친구가 누구냐고 캐묻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자신이 초라해질 것만 같아 참기로 한다.
캐물으면 나올 것 같은 ‘류상희’ 란 이름이 두렵다. 그래서 그냥 아무 말 없이 민우를
보내주는 하은이었다.
그런 하은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우는 재빨리 집에서 나와 상희 집으로 향한다.
민우가 쿵- 하고 문을 닫자 그와 동시에 고개를 숙인 하은을 알지도 못한 채......
쇼파위에 앉아 다리를 새워 그 위에 턱을 괴고 몸을 흔들고 있는 상희..
민우가 언제쯤 올까 하며 입을 삐쭉 내밀었다가, 쇼파에 누웠다가 일어났다가 앉았다가
그 짧은 시간에 별짓을(?) 다한 상희였다.
급하게 차를 몰고 상희 집 앞에 도착한 민우는 불 꺼진 상희의 집을 보고는 의아해 한다.
분명 집이라고 말했는데 불이 꺼져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개를 흔들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민우는 현관 앞에서 크게 한숨을 들이킨 뒤 초인종을 누른다.
딩동 -
“어? 민우씨???”
“불 꺼 놔서 없는 줄 알았더니 있었네....”
“분위기 잡는다고 불 꺼놨어요..”
집안은 어두웠다. 그 어둠을 밝히는 하나의 촛불... 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린 불빛에
상희와 민우의 그림자도 흔들렸다. 그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처럼.....
“불 켜.. 이상하잖아.”
“뭐가 이상해요. 좋기만 한데..”
“흐흠...”
민우는 괜히 어색했다. 이렇게 단 둘이 있어본 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 같이 잠을 잔 것도
한 두 번이 아닌데, 왜 갑자기 목이 마르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일까?
벌써 민우의 감각세포들은 알아챈 듯 하다. 이 어둠 속에서 피워낼 슬픈 고백을 ...
“이거.. 발렌타인 21년산이에요. 마실래요?”
“발렌타인도 오랜만이네..”
상희는 와인잔에 발렌타인을 부어 민우에게 건네준다. 그리고 자신의 잔에도 발렌타인을 따른 뒤
민우의 잔에 살짝 부딪히는 상희.. 상희는 민우를 보며 씽긋- 웃었고 민우는 그 모습에 제대로
웃어주지 못한 채 옅은 미소만 보일 뿐이었다.
“읍.. 좀 쓰다..”
“위스키 처음 마셔봐?”
“많이 마셔봤는데.. 클레어... 뭐라더라??”
“클레어모어?”
“아.. 그거......”
“누구랑 마셨는데...?”
“그냥............. 친구랑...”
선호의 이름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 둘뿐인 이 곳에 다른 사람을 끌어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때 민우도 이런 심정이었을까? 단 둘이 여행 갔던 그날 밤, 다른 세상 사람은 끌어드리지
말라는 민우의 말.....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다시 이어진 침묵에 상희가 먼저 말을 꺼낸다.
“우리.. 춤출래요?”
“뭐?”
“우리 춤춰요.”
난데없이 춤을 추자며 민우의 손을 이끄는 상희는 민우의 목을 감싸 안았고 어이없어 하던
민우의 손은 어느 샌가 상희의 허리를 붙잡고 있었다.
음악도 없이 그저 스텝만 맞추고 있는 두 사람..
“너... 술 마셨지?”
“헤.. 낮에 마셨는데... 아직도 술 냄새 나요?”
“뭣 하러 대낮부터 술을 마셔!!!”
“기분이 좋아서....”
“뭐가 좋은데?”
“오늘... 당신이랑 키스했으니까...”
“별게 다 기분 좋은 일이네...”
상희는 민우의 목에 감겨있던 팔을 풀어 민우 허리사이로 집어넣더니 민우를 조금 더
강하게 끌어안는다. 상희가 이러는 것이 못내 부담스러운 민우였지만 그냥 그대로 뒀다.
피하고 싶진 않다. 진심이.. 그러했다.
“평생.. 이럴 순 없을까요?”
“.. . .. . . ...... .”
“우리.. 끝난 사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까운 것 같지 않아요?”
그 말에 민우는 상희를 밀어내버린다. 더 이상 유혹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어둠 속에 촛불하나에 그녀의 몸짓에 이성을 잃을 것만 같아 멀찌감치 그녀를 멀리한다.
“왜 그래요?”
“보고 싶다며... 얼굴 보여줬으니까 됐잖아. 그만.... 갈게.”
민우는 돌아서 현관을 나서려고 했다. 그때 민우를 붙잡는 상희의 목소리...........
“민우씨.......”
“왜... ....”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 .. ..... .... .”
“아주 오래전부터.. 해주고 싶은 말이었어요...”
민우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런 민우의 야속함에 쓴 웃음을 지으며 상희는 낮은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슬픈 말이었다. 그들 사이에 존재할 수 있었던
슬픔, 아픔, 고통, 비애는 모두 그 한마디에 들어있었다.
“...사..랑...해...요........”
민우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면서도 커져버린 눈동자와 쿵쾅거리는 심장을 제어하지 못했다.
분명, 들었다. 방금 상희의 목소리를... 작은 목소리였지만 분명히 들었다.
사랑이다. 사랑이었다. 분명..... 사랑한다고 했다.
“얼마나 사랑하는지 몰라요.. 언제부터 그랬는지도 몰라요...
당신이 날 버린다고 했을 때.. 모든 게 장난이라고 했을 때... 가슴이 아팠어요..
당신이 없다는 게 내겐 너무 큰 아픔이에요. 당신이 없다는 게........ 너무.. 힘들어요.”
상희는 조용히 민우에게 다가가 뒤에서 민우를 껴안았다. 민우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 어떤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내 사랑이....... 너무 늦었죠...?. ...... .”
“.. ... . ... . .... ..”
“미안해요.. 말할 수가 없었어요...
못난 자존심과 바라면 안 될 사람이란 생각에.. 그냥 묻어두기로 했었요...
하지만....... 그냥 묻기엔 너무 아까워서... 너무 서글퍼서.. 말이라도 해보려구요.......
사랑한다고....... 정말.. 난, 민우씨를 사랑해요...........”
이 말에 가슴이 아프고 욱씬거리고 쓰라렸다.
상희의 손이 닿아있는 민우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쩌자고 이렇게 미친 듯이 발작을 일으키는 건지...
돌아버릴 것 같다. 심장이 터져 죽어버릴 것 같았다. 기다렸던 말인가? 아님 의심했던 말인가?
사랑이라는데.... 이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데.... 아니, 오래전부터 사랑했었고 그 표현이
조금 늦은 것뿐인데....... 이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대로 안아버리면 될까?
그럼 우리 사랑은.. 이제 온전해 지는 것일까?
대답은 ‘천만에...’ 였다.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이었다. 진작 아끼지 못했던 사랑이었기에
이렇게 아픈 것이다. 민우는 두 눈을 감아버린다.
이 두근거림.. 그녀가 느끼기 전에 죽여야만 한다.
너와 나는........ 사랑하면 안 될 사람들이니까.......
“버려진 주제에 질척거리지 마. 역겨우니까.......”
그 말에.. 민우를 감고 있던 상희의 손이 스르륵 풀렸다. 눈에선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나쁜 사람이란 건.. 진작 알고 있었는데..... 이정도 일 줄은 몰랐네..
내 사랑이.. 역겨워요? .. 오랫동안 애태운 사랑인데? 내가 정말.. 당신 사랑하는데?”
“왜 지금껏 아무것도 아닌 척 하다가 사랑이야? 왜 그게 사랑이야? 왜 이제 와서 사랑이 되냐고!!!!”
“말했잖아요.....내 자존심이었다고...... 당신 곁에 다가갈 수 없어서.. 묻어두기로 했다고..”
“그럼 끝까지 묻어. 절대 꺼내지마!”
“싫어요! 이젠 묻어두기 싫어요! 사랑해요. 사랑한다구요!!!!!!! 왜 안 믿는 거예요!!!”
“니가 가지는 건, 미련스런 혼돈일 뿐이야. 물고 있던 사탕을 빼앗긴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것과
같은 거란 말이야!!! 지금 니 꼴이 그래! 이젠 버려지니까 그 현실을 받아드리기 싫어서
매달리는 거야. 현실을 똑 바로 직시해. 너한테는 널 사랑해주는 남자가 있고...
나한테는 내가 사랑해야할 아내가 있어... 우린.. 절대 안 되는 거라고......”
“치........ 메롱 이다... 뭐가 이래? 기껏 사랑한다고 고백했더니.. 너무하네. 진짜... ....”
“더 이상 죄짓지 마. 이미 지나간 바람은.. 다시 불지 않아.”
그 말을 남겨놓고 민우는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상희 집을 나섰다.
민우가 나가버린 후 상희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고 펑펑 눈물을 쏟아낸다.
“사랑한다니까......... 왜.. 말길을 못 알아들어.......”
처량한 독백만이 외로운 촛불과 함께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상희 집에서 나온 민우는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차가운 바람이 몸을 엄습했다.
차라리 고마웠다. 춥다는 느낌보다는 달아오른 자신을 식혀줄 겨울바람에 감사했다.
방금 자신이 내뱉은 말을 후회하면서도 잘했다고 스스로를 다독거리는 민우였다.
그러면서도 속에서 끓어오르는 절규를 멈출 길 없는 민우였다. 소리 내지 않으려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꾹꾹 참아내며 숨을 고르게 쉬려 노력했다. 그럴수록 다가서는 아픔에 그만 단념해버린다.
참을 수가 없었다. 사랑한다는 말에 가슴이 떨렸는데, 기뻤는데, 행복했는데......
혼자 하는 사랑인줄 알았더니 언젠가부터 닿아있던 사랑이었음을 알고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그 모든 설렘을 포기하고 모질게 상희를 떠나야만 했던 자신이 미워서 참을 수가 없다.
죽여 버리고 싶었다. 진심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이 거짓부렁 입술을..
가슴 깊이 껴안지 못하는 이 더러운 손을... 여전히 그녀만 보면 떨려오는 이 심장을...
한줌의 재로 날려버리고 싶다.........
“..바람맞춘지가... 올해로 4년째다....... 왜 이렇게 늦게 온 거니...?
조금만.... 조금만 더 빨리 왔으면 좋았잖아....... 너도.. 나도.. 이렇게 울지 않아도 됐잖아...
이 바보 같은 사람아........... 왜.. 이제야 사랑이라고 말하는 거니.......?”
툭- 툭-
뜨거운 눈물방울이 차가운 시멘트 바닥을 적신다.
그렇게 민우는 그 자리에 서서 한참동안 눈물로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민우가 나가버리고 난 후 공허한 그리움만 남아 상희를 괴롭혔다.
문이 닫히는 순간, 모든 것이 닫혀버렸으면 했는데... 아직 닫히지 않은 것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닫히지 않을 지도 모른다.
사랑.... 끊을 수 없는 사랑.... 그리운 사랑.. 외로운 사랑.......
민우를 향한 그리움이 맴돌아 상희를 아프고 괴롭게 만든다.
모든 것이......... 절망이었다.
낮에도 그랬듯 술기운에 잠이라도 편하게 잘까 해서 와인잔에 발렌타인을 가득 부었다.
부서질 듯 얇은 와인잔.........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일까? 아님 죽고 싶었던 것일까?
상희는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었고 얇디얇은 와인잔은 상희의 손안에서 부서져버렸다.
잔에 담겨있던 발렌타인과 함께 흐르는 붉은 선혈......
산산이 파편으로 남은 와인잔은 상희의 손 깊숙이 파고들었고 그에 따라 쉴 새 없이
선혈이 흘러내렸다. 상희는 그 아픔을 보며 웃고 있었다. 흔들리는 촛불에 비춰진
자신의 손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지금 그녀의 가슴이 이렇다.
수많은 칼날들이 꽂혀 미치도록 아프다. 차라리 죽었으면 하고 바랄만큼의 고통이었다.
손안을 파고들며 엄습하는 고통에 양쪽 미간이 일그러지던 상희였지만 곧 그녀는
민우의 잔을 잡아들어 또다시 힘을 주어 그 잔을 파멸시킨다.
양손모두 피범벅이었다. 바닥은 발렌타인과 함께 쏟아진 피로 붉은 물결이 출렁였다.
이미... 버려진 사랑......
그 후로 남겨진 미련...
그것이 상희를 더욱 아프게 만들었고 미치게 만들었다.
손에 힘을 줄수록 상희의 양 미간은 찌푸려졌고 그럼에도 그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린다면.......... 그것은 정말 괜찮은 일인 듯 했다.
이렇게 아프고 슬픈 .. 쓸데없는 고통은 맛보지 않아도 될테니...
더 이상 아무 미련 없도록,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도록 ..
죽어버리자.... 죽여버리자........
이대로 눈을 감아버리면............ 아픔 없는 곳에서 눈뜰 수 있을 런지...
그녀는 스스로에게 대답없는 물음을 던지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아프기만 하고 죽이진 못한 사랑을 가슴 가득 머금은 채............ .
.. .중독 ... ..
───────────────────────────────── ★작가//주저리
저는 소설을 쓸 때 완결과 에필로그가 내 맘에 들면 그때부터 프롤로그를 써요.
고로 저는 뒤에서 앞으로 간다고 해야하나요? 어찌됐든 완결이랑 에필로그를 항상 먼저 생각한답니다.
죄와 벌도 그런 계기로 쓰게 되었어요. 에필로그에 나올 대사 하나에 올인해서 쓰게 되었지요.
그리고 이 부분... 즉, 63편, 64편을 가장 아름답고 슬프게 쓰고 싶었습니다.
죄와 벌 중에 명장면이라면 명장면이라고 꼽을 수 있도록.....
하지만 능력이 안되는 것이 바라기만 바란다고 뭐가 되겠습니까?
그냥.. 이렇게 만족하고 절망하고 있습니다. ㅠ_ㅠ
옥주현씨의 난... 상희씨에게 가장 어울리는 곡이 아닌가 하네요. ^^;
뉴페이스 이신 BIRDKISS님 반가워요. ^^
거시기민봉님, FeelKyo님, 이민뽕님, 그리워혜성a님, shanon님, 순수한민우님, 팬픽중독자a님
유령독자분들 ......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늘 고마운 그대에게.............
- 실버레인 드림 -
실버레인카페
첫댓글 용기내서 고백했는데,,, 민우는 기다리다 지쳐서,, 포기했내요,,흑흑..(?) 아무튼 더욱더 좋은 소설 써주세요,히힛..
앗,드디어 고백했는데,,민우는 안받아주네 ㅠㅠ 노래까지 슬퍼서 소설이 더욱더 슬퍼요 ㅠㅠ
너무 안타까워요 . 흑 ㅡㅜ
꺄악. 드디어 고백했네요. 근데 민우씨는.. ㅜ_ㅜ. 그럼 이젠 어떻게 되는건가요...
아ㅜㅜ진짜너무재밌어 ㅜㅜ 너무재밌다진짜루 ㅜㅜ
-_-민우군 마음속에만 숨켜두기에는 아깝지않나요? 그냥 고백해요-♪ 하은이는 버려버렷+ㅁ+ㅋ
이거 하나 읽었는데 ㅜ_ㅜ 눈물이 났어요! 오랜만에 듣는 옥주현의 노래라 좋기도하네요.. ㅜ_ㅜ 다음글도기대할께요^_^
아 , 안녕하세요 ^^ 여태까지 유령독자로만 지내다가 처음으로 코멘달아보네요 ~ ^0^ 진짜 너무 안타까워요 ㅠ 빨리 완결이 보고 싶다는 ㅠ 이제 앞으로 저 기억해주세요 ^^~
우와~ 추천방에서 보고 이틀만에 이까지 다 읽어버렸어요 ㅠㅜ 글 너무 잘쓰시는것 아녜요? 너무 재밌다는, , 상희씨가 착한 선호씨 버리지 말기를,, -ㅁ-
으앙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보고 울었어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