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드와르에 비가 내린다. 도시는 추적추적 비에 젖어있다. 빗속에서 사람들은 강가에 나와 몸을 씻으며 기도를 드린다. 갠지스는 온갖 것을 품고 도도하게 흘러간다. 인간의 모든 욕망이 한데 어울려 씻겨 내려간다. 사람들은 이곳에 찾아와 자기들의 몸을 씻는다. 여기 하리드와르는 힌두교의 거룩한 도시이다. 인도 대륙에서 물밀듯이 사람들이 이 도시로 모여든다. 여기에서 짜르담 순례가 시작되고 여기에서 그들의 순례가 마무리 된다. 여기는 순례의 시작점이요 종착점이다. 사람은 자기가 시작하는 곳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나는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인가? 내가 내 삶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내 삶을 마칠 책임은 나에게 주어져 있다. 내 삶이 주어진 것도 하늘의 은혜요 내 삶을 마치는 것도 하늘의 은혜이다. 이렇게 우리는 매일 하늘의 은혜로 살아가는 것이다. 하리드와르(Haridwar)는 ‘하리를 통하여’라는 뜻이다. 산스크리트어의 ‘드와르’는 통하여(through)라는 말이다. 하리(Hari)는 힌두교의 최고 신을 가리킨다. 그래서 하리를 통하여 하늘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이고 바로 그 도시가 이곳 하리드와르라는 것이다. 진정 이 도시가 하늘로 들어가는 입구인 것인가? 내가 진정한 하늘을 만난 것은 히말라야를 통해서이다. 어느 날 비가 온 후에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들어섰을 때, 그때 어스름한 저녁 무렵 나는 하늘을 보았다. 그 하늘에는 우유빛 하얀 별들이 깨처럼 뿌려있었다. 그 하늘에는 조금의 빈틈도 없는 충만의 세계였다. 그곳에 가득한 별들이 생명의 빛을 내고 있었다. 원래 하늘이 그런 것이었다. 다만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신비의 세계를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그 신비를 알지 못하고 그 환상과 무한의 세계를 잃어버리고 무기력하고 무감동하게 매일을 살아가는 것이다. 야곱은 벧엘에서 하늘까지 닿는 사다리를 보았다. 모세는 호렙산의 가시떨기 불꽃 속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났다. 사도 요한은 파트모스에서 마지막 계시를 받아 요한계시록을 기록했다. 지금 그대는 어디에 서있는가? 지금 그대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