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장하드
장만식
나도 무너질 때가 오는구나
아닐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날라가버린 2TB 외장하드
‘이 폴더는 비어있습니다’에
속절없는 눈물이
주르룩 흐르고
주위의 ‘잘 될거야’라는 한가닥 희망에도
이 허망함은 도대체 달래지지 않는다
무진장 애써 왔던 시간들이
한순간 와르르 무너져
온통 삶이 뒤엉켜버린 듯
깜짝 놀라 엉뚱한 클릭도 해보고
선이 잘못 연결됐는지
다시 힘을 주어도 보고
홈에 입김을 불어도 보고
지금 후회한들 변할 수 없다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복구업체에 바치는 간절한 기도로도
텅비어버린 영혼을 채울 수는 없구나
한동안 기억의 조각들을 주워 담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지나간 일들은
아무래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나보다
모든 것이 나의 작품일 뿐
원망도 미움도 부질없는 것
때가 되면 만물이 그렇듯
딛고 있는 그 자리에서 오로지
하나씩 해야할 뿐 살아가야할 뿐
나머지는 거스를 수 없는 하늘의 섭리에
온통 맡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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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장하드
장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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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2 09:1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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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장만식 선생님 영상 25도까지 오른 비내리는 6월 네번째 토요일 좋은글 잘 감상했습니다 오늘은 전국의 비소식이 있사오니 빗길 안전운전 하시고 건강유의 하시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 🧡
네, 선생님, 말씀 감사합니다. ㅎ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