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에 되레 폭탄 맞은 청주 지웰시티 |
중개업자 보유 분양권 쏟아져…계약률 주춤 |
부동산개발업체인 신영이 충북 청주시 복대동에 짓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지웰시티1차 모델하우스. 사업장 부지에 마련된 이 곳은 이달 말 기준으로 7월째 문을 열고 있다.
아파트 분양 물량이 2164가구로 많은 데다 지방 분양시장이 얼어붙었다고 하지만, 반년 이상 모델하우스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신영의 입장도 딱하기 그지없다는 게 주택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복합단지 지웰시티는 신영이 3조원을 투입해 주상복합 아파트와 상업시설, 업무용 빌딩, 공공청사, 학교, 문화ㆍ레저시설 등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인근 행정수도와 하이닉스반도체 공장 이전, 오창과학산업단지, 오송생명과학단지 등 호재가 많아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 3월 선보인 주상복합1차는 고분양가(㎡당 평균 345만원, 평당 1139만원) 논란을 낳은 데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묶여 전매 제한과 담보대출 규제 등 제약조건이 뒤따르면서 분양실적이 극히 저조했다. 투기과열ㆍ투기지구 해제 혜택 못보고 울상 그런데 정부가 지난달 중순 청주지역을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 해제하자 신영 측은 크게 반겼다.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계약 후 곧바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지고, 투기지역까지 풀려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 고전을 면치 못하던 지웰시티 계약률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해제가 되려 지웰시티를 옥죄는 ‘폭탄’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 내막은 뭘까? 지난달 중순 청주지역이 투기과열지구 해제에 이어 투기지역까지 풀리자 지웰시티 모델하우스에는 평소보다 2배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했고, 1일 1건 계약도 힘들었던 것이 서너건으로 증가했다는 게 신영 측 설명이다. 심지어 이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1차 분양률 저조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던 지웰시티 2차도 분양 시기가 앞당겨 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인근 일부 부동산중개업자들은 미분양분을 대거 사들였다. 웃돈(프리미엄)을 붙여 수요자나 투자자에게 되팔 요량이었던 것이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해제 초기 미분양 물건을 평균 2~3건씩 확보한 중개업소가 적지 않았다. 일부 중개업자는 가계약금만 지급하고 분양권을 10개 이상 사들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9월 중순까지는 지웰시티1차 계약률이 다소 높아졌다고 한다. 시장에 분양권 매물 출하…계약률 제고에 악재로 작용
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바꿨다. 지방 분양시장이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해제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청주 복대동 복대공인 임승빈 사장은 “투기과열지구 해제 직후 계약 문의가 반짝 늘기는 했지만 실제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지웰시티의 경우 중개업자들이 보유한 분양권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예상했던 수요가 따라붙지 않자 중개업자들이 보유한 분양권을 대거 다시 내놓으면서 모델하우스와 중개업소에 동시에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웰시티1차 분양권 시세는 분양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웃돈이 아예 붙지 않은 것이다. 30층 이상의 로열층에도 웃돈이 전혀 붙지 않고 있다. 아직도 팔리지 않은 분양물량이 많다보니 프리미엄이 전혀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중개업소가 보유했던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기존 계약자들의 해지 요구도 적지 않다고 한다. 지웰시티 사업장 인근에 있는 B공인 관계자는 “전매 차익 기대감에 미분양분을 대량 보유했던 중개업자와 일부 투자자들 가운데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분양가 이하에 물건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신영 측은 지웰시티 계약률이 현재 50%대까지 올라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택 업계와 현지 중개업계에선 실제 분양률이 이 보다 낮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신영측이 말한 계약률에는 다소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이다. 지웰시티 2차분 내년 상반기 분양될까? 신영은 분양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최근 지웰시티 2차분 주상복합아파트(1772가구) 분양 일정을 전면 재조정했다. 당초 11월 분양예정이었던 2차 물량을 내년 초로 미룬 것이다. 신영이 내년 초로 분양을 미룬 것은 투기과열지구 등 해제 영향으로 연말까지 지웰시티 1차분 계약을 끝마칠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그렇지만 계약률이 여전히 저조한 상태여서 올 연말까지 미분양 물량을 다 털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경우 내년까지 미분양 물량을 안고 가야 한다는 얘기인데, 1차 분양도 다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 초 2차 분양 물량을 내놓는 게 신영 측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워낙 얼어붙어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데다 충청권에서 미분양 물량도 넘쳐 지웰시티 2차의 내년 상반기 분양도 장담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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