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교과서, 위안부-강제징용 흔적 지우고 독도 왜곡”
박성민 기자
동아일보 2022-08-24 14:17
일본 정부가 1905년 독도를 일본령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하는 일본 역사교과서의 한 페이지.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시마네현에 속하는 일본 해상의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도 일본 고유의 영토인데,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으며 일본은 여기에 계속 항의하고 있다.’(일본 도쿄서적의 ‘지리탐구’ 교과서 중)
올 3월 일본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고등학교 교과서의 일부다. 같은 교과서의 2016년 검정본에서는 ‘한국과 사이에서 다케시마를 둘러싼 문제가 있다’라고만 서술돼 있었다. 수정된 교과서는 독도 일본의 영토라는 점을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한국의 불법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 다른 교과서에서는 독도 관련 서술이 거의 2배로 늘었다. ‘17세기 초 일본인이 이용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었다’, ‘현재도 한국의 불법 점거는 계속되고 있다’ 등 기존에 없던 설명이 추가됐다.
24일 동북아역사재단에 따르면 일본 교과서의 이같은 독도 점유권 주장은 올 3월 검정을 통과한 20종의 모든 고교 교과서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 교과서는 당초 2024년부터 학교에서 가르칠 예정이었지만, 일본 정부는 최근 내년부터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위안부에서 ‘일본군’ 흔적 지우기
동북아역사재단은 이같은 일본 교과서의 역사 왜곡 문제를 진단하는 ‘2022년도 일본 고등학교 검정 교과서의 한국 관련 서술 분석’ 학술회의를 25일 개최한다. 일본 교과서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 온 일본 학자들이 직접 나서 일본 교과서가 한일 근·현대사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지 짚을 예정이다.
참석자들은 일본 교과서의 ‘개악’이 일본 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미리 배포된 자료집에서 와타나베 미나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 사무국장은 “지난해 3월 일본 정부가 ‘종군위안부’가 아닌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그 후 출판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여는 등 교과서 개정 과정에 압박을 가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개정 교과서의 종군위안부 관련 기술에서는 ‘일본군’ 표현을 삭제한 경우가 많았다. 야마카와 출판사의 일본사 교과서는 ‘조선인 여성 등 중에는 종군위안부가 되기를 강요된 자도 있었다’는 문구를 ‘일본·조선·중국 등의 여성 중에는 위안부가 되기를 강요된 자도 있었다’고 수정했다. 군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지우고, 피해 여성 중에 일본인도 포함돼 있다는 걸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와타나베 국장은 “(일본 교과서는)위안부 문제가 왜 전시 성폭력 문제인지를 다루지 않고 있다”며 “일본 학생들은 교과서를 통해 위안부 문제의 구체적인 사실을 배울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 ‘강제 연행’ 대신 ‘동원’
일본의 조선인 강제 동원과 관련해서는 ‘강제’라는 표현이 삭제된 교과서가 많았다. 가령 ‘일본으로 연행되었다’를 ‘동원되었다’로 바꾸는 것이다. 짓쿄출판사는 ‘강제적으로 연행해 노동에 종사시켰다’는 문구를 ‘동원하여 일하게 했다’로 수정했다. 반면 중국인에 대해서는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뒀다.
일본 측 참석자들은 이같은 교과서의 역사 왜곡이 식민지의 폭력성을 희석시킨다고 지적했다. 가토 게이키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한국병합’이라는 표현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가토 교수는 “‘한국병합’은 대한제국의 패망, 강제적인 식민지화의 실태를 덮기 위해 일본이 만들어낸 용어”라며 “‘한국이 병합조약을 강요당했다’와 같이 명확하게 기술하지 않으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학술회의를 기획한 동북아역사재단 조윤수 연구위원은 일본의 교과서 기술 문제가 국제사회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만약 독일이 역사교과서에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술을 생략하거나, 폴란드 침공을 ‘진출’로 표현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며 “일본의 교과서는 국제사회에서는 통용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위안부·연행’ 빼고 강제 식민지화는 ‘병합’으로…日 교과서 보니
동아일보 2022-08-24 10:08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 인근 상공에서 바라본 독도 전경. 사진공동취재단
동북아역사재단은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타난 한국사 기술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학술회의를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오는 25일 열리는 학술회의에서 한일 학자들은 일본 문부과학성의 ‘개정 학습지도요령’에 따른 일본 고등학교 검정교과서 발간 실태를 분석할 예정이다. 특히 일본 교과서 내 독도, 일본군 ‘위안부’, 고대 한일관계, 한국근대사 관련 서술 부분을 집중 분석한다.
‘아이들과 교과서전국네트21’에서 일본 교과서 집필 개선 활동을 해 온 스즈키 토시오 대표는 미리 공개한 발표문에서 역사수정주의자들의 교과서 공격과 정부 개입으로 검정제도가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또 문부과학성이 ‘위안부’와 ‘강제연행’ 용어를 기술한 교과서에 수정 요구를 한 것은 국제적인 연구 성과를 짓밟은 행위라고 비판한다.
와타나베 미나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 사무국장은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술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1993년 현대사회와윤리 과목에도 기술됐던 ‘위안부’가 일본사 교과서 기술에서도 사라지고 있다”며 “교과서에서는 ‘위안부’ 문제가 왜 전시 성폭력 문제인지 더 이상 다루지 않고 학계 연구성과도 반영되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조건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과 가토 게이키 일본 히토쓰바시대학 교수는 한국 근대사 서술 부분을 분석한다. 특히 ‘한국병합’은 대한제국의 패망과 강제적인 식민지화 실태를 덮기 위해 일본이 만들어낸 용어라는 지적이다. 가토 교수는 이 같은 ‘한국병합’ 용어 사용은 단순히 교과서만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일본 역사학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학술회의를 기획한 조윤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만약 독일 검정 역사교과서에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술을 생략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본다면 일본 교과서 기술 문제는 국제사회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북아역사재단 관계자는 “이번 학술회의를 통해 한일 양국의 역사인식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 교과서가 어떻게 기술돼야 하는지 그 방향을 모색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