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벌써 고사리를 꺾는 사람들의 차량이 곶자왈 근처 여기저기 서 있는 것이 보이고,
손에 손에 한 줌씩 들려 있는 걸 보면 고사리 꺾는 모습은
제주의 또 하나의 삶의 풍경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듯싶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고사리는 여기저기서 무럭무럭 자라나며
심심찮은 소일거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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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이 봄에 비가 오면 반가운 사람들이 고사리를 꺾는 사람들뿐이랴.
생명을 다한 숲 속의 나무에 충분히 물오르게 비가 내려주면,
겨우내 침잠해 있던 균사체들이 기지개를 켤 것이다.
봄은 식물의 꽃만 피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버섯의 꽃도 피어나게 할 테니,
봄비는 나에게도 기다림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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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목이-
저 멀리 보이는 한라산의 정상 인근엔 아직도 녹지 않은 잔설이 보이지만,
버섯을 찾아 봄이 무르익는 곶자왈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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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목이-
제주의 봄은 해풍에 실려 해안가로부터 들어오는 듯하나,
버섯에게 있어 봄은 곶자왈에서 부터 찾아 든다.
적절한 습도와 균열이 간 바윗돌 사이사이로 스며 나오는 땅 속의 온기가
곶자왈 속의 봄을 재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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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흰목이-
말랑말랑한 젤라틴질의 육질에 습기가 아직 촉촉이 젖어 있다.
탕수육이나 짬뽕 같은 중국요리에서 자주 맛볼 수 있는 거므스름한 버섯인데,
600년경부터 중국에서 재배가 시작되었다고 하는 기록이 남아 있어
인간과 가장 오랜 세월 가까이 해 온,
버섯 재배의 역사가 스며있는 것이 목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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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혓바늘목이-
순백색의 흰목이, 노란빛이 고운 황금목이, 시커먼 외양이 먹을 것 같지 않지만
식용인 좀목이, 오돌토돌 돌기가 돋아있는 혓바늘목이,
붉으죽죽한 붉은목이, 털이 뽀송뽀송한 털목이 등등 목이는 그 종류도 다양하다.
대개의 목이는 식용하며 약용한다.
한국인들에게는 그다지 인기가 높은 버섯은 아니지만
중국인들은 가장 선호하는 식용버섯으로 각종 요리에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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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혓바늘목이 백색형-
목이를 찾아 들어섰던 곶자왈은 이제 머지않아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지역이다.
바위를 밀어 붙이고, 나무를 자르고, 잔디를 덮어 매끈하게 만들어서
그 위에서 골프를 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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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목이-
버섯을 찾는 사람의 눈에는 가장 먼저 목이가 눈에 띄었지만,
사실 곶자왈 속엔 사실 희귀종의 곤충들,
조상 대대로 생활의 근원이 되어져 온 나무들과 온갖 꽃들이 어우러져
함께 살고 있었다.
산벚나무꽃이 흐드러져 있었으며,
까마귀밥여름나무, 큰구슬봉이, 복수초 등이 짙은 봄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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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교좀목이-
봄을 맞이하여 늘 그렇듯이 연초록 새 싹을 피워내고 있는 곶자왈의 나무들을 보면서,
올해 안에 그 곳에 머무는 모든 생명들이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인간이 생존을 위한 해답으로 그 자리에 꼭 골프장만이 있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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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목이-
나무가 자라던 자리에는 이름도 어려운 외제잔디가 덮여 자랄 것이고,
삼삼오오 짝을 이룬 사람들은
곶자왈을 밀어 수십 만 년 세월의 흔적을 묻어버린 그 곳에서 웃음꽃을 피울 것이지만,
버섯의 균사체는 빛을 볼 수 없는 지하세계에 갇혀 다시 숲이 이루어질 그 세월이
언젠가 올 때까지 침묵의 봄을 해마다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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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두려운 건 공존의 법칙을 도외시한 자연의 개발은 결국
함께 자멸할 뿐일 것이라는 그 무서운 경고가 들리는 것 같아서이다.
첫댓글 음...결말이 어둡고 무섭네요... 근데 목이가 정말 종류가 다양해요! 배우는사람이 아니라그런지 어떤게 맛있는 목이버섯일까 그것만 열심히 들여다 봤다는...-- 말린 목이버섯 불려서 몇번 써보기만했는데 살아있는걸 보니 정말 신기해요! 맛있겠다!! ㅎㅎ 아 배고파요..
팽이성님 여기 사진에 있는 목이들 전부 식용가능햄수과? 토다먹으래 가야할건디.....^^;;
희한한 구경하고 감수당
짬뽕속 그 녀석들 아닙니까? ㅎㅎ 사진으로 보니 먹고 싶잖아요 대장님^^
스윽 목을 만지다 갑니다.
목이도 다양 허다예.... 다음부턴 속솜허쿠다... 제가 아는것이 전부라도 생각헤신디.... 부끄럽사옵니다...
헐...종류도 많으네요~~~~~~
늘 그러하듯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고 갑니다...
아! 짬뽕 땡기네...
영허당 중산간은 다 골프장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장님 말씀에 깊게 공감하면서 다시 한주를 시작합니다.
먹음직은 한데 버섯에 대하여는 아는것이 없어서,,,,많이 배우고 갑니다.
목이는 죄다 모아 놓았네요..잘 배우고 갑니다
또다른 느낌. 비온 다음날은 목이의 잔치!!!
정말 종류도 많네요. 근데 목이는 다른 버섯과 모양이 달라서 어떻게 종자를 퍼트리나요? 갑자기 그런 궁금증이..
구경 잘했습니다. ^^
풀꽃들을 살피다보면 풀섶의 작은친구들도 어두운 숲의 친구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이다. 하나씩 하나씩 알고 살피면 재미가 배가 되지만 모르면서 만나게 되는 친구들은 참으로 답답했습니다. 그 중 버섯류도 꽤 어렵더이다. 이렇게 팽이님의 버섯 공부를 어깨 너머로 배우게 되어 참으로 즐겁습니다.
음...사진도 좋지만...글이 넘 좋네요.......덕분에 좋은사진..좋은글...잘 읽고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