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이곳 아프리카에도 물론이겠지만 4계절이 있다. 특히 아프리카 최남단인 남아공은 가끔씩 겨울에 눈도 내리고 얼음이 얼기도 한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져 긴팔 옷을 가끔씩 꺼내 입는다. 가을의 아프리카 하늘은 유난히 더욱 높고 푸르다. 구름은 더욱 위아래로 펼쳐져 있고 공기도 청명해진다.
아프리카에서 비가 올 때면 갑작스럽게 쏟아진다.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며 계란도 익을 듯이 뜨겁게 달구어진 아스팔트는 이런 비를 기다린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보면 이런 갑작스런 소나기를 만날 때가 종종 있다. 땅을 식히는 와중에 아스팔트는 무대 위 드라이아이스처럼 금 새 바닥을 뭉게구름처럼 만든다. 그러면 구름 위를 달리는 기분이 나며 멀리 굽어 치는 언덕으로 이어진 도로들을 보면 마치 흰 용이 바닥을 기는 듯 하는 멋진 장관을 이뤄낸다. 그리고 나면 바로 비가 그치고 언제 비가 왔는지 바로 바닥이 마른다.
그리고 나면 기분이 참 좋다. 더욱 시원해진 공기를 가슴깊이 들이마시면 내 마음이 이 맑은 공기처럼 청정해지는 느낌이 난다. 다시 한 번 큰 숨을 들여 공기를 마신다. 풀잎냄새 나무의 영혼의 향기까지 잔뜩 내 몸속으로 베여 들어온다. 그때 난 역시 이 위대하기를 넘어 경외스러운 한 자연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매일 자동차로 다니는 길이지만 난 언제나 창밖을 바라본다.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 몰랐던 것, 어두움이 싫고 항상 붐비는 환경을 좋아하지 않아 항상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었었다. 난 또한 그러한 것이 그런 생활 속에 모르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라 즐거워했다. 요즘도 차안에선 항상 손에 책을 지니는 버릇이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이곳에서의 창밖 세상은 내게 하얀 종이위에 빽빽이 적혀있는 문자대신 더 넓고 더 푸른 지혜를 알려준다. 매번 보는 풍경이지만 그렇지 않다. 먹이를 환경을 찾아 수만 km를 날아다니며 죽기도 하는 철새를 보면 가슴시린 그들의 방랑이 같은 여행자로써 애절함이 느껴진다. 매번 다른 모습으로 때론 기외함으로 그 모습을 뽐내는 구름을 보면 절로 내 가슴에도 가득 참이 느껴진다. 오늘도 내일도 우뚝 서있는 바오밥 나무는 꺾기지 않는 기상을 준다. 내일도 책을 지니게 되겠지만 분명 읽진 못할 것이다.
아프리카는 정말로 가난한 나라이다. 동남아시아나 인도 어느 나라 대륙을 포함해도 아프리카보다 못사는 나라는 없다. 또한 무엇보다 뽐낼만한 문화유산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인도처럼 명상적인 나라도 아니며 이스라엘처럼 척박한 땅이다 해도 역사 깊은 종교적인 건물이나 유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유럽처럼 고딕풍의 건물이 즐비한 것도 아니며 미국처럼 높은 마천루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프리카엔 있는 것이 정말 없다. 모든 게 부족하며 사람들은 때론 지저분하고 황량한 초원을 보자면 이 버려진 땅으로 넋이 나간다. 하지만 그래서 난 아프리카로 간다. 오히려 없기 때문에 위대하고 순수하기 때문에 지킬만한 가치가 있다. 지구상에서 아직은 인간의 때가 가장 적게 묻은 아프리카라는 그것 하나만으로 다른 모든 것보다 뛰어나고 위대하다. 결코 아프리카의 초원이 버려진 땅이 아니다. 그곳은 지구상에 남은 인류를 위한 최후의 보류지이다. 우리는 모두 유럽으로 떠나려 하지만 유럽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아프리카로 온다.
요즘 한국엔 요가 수행이 유행을 하고 명상과 종교의 나라 인도라는 이름으로 여행 패키지가 나오고 서점 여행코너엔 인도관련 여행책자로 가득한 것을 보았다. 그만큼 한국은 명상과 수행이라는 것이 인기가 될 정도가 되었다. 인도엔 한국여행자들로 가득 차며 인도까지 찾아가며 명상을 하려하고 깨달음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겐 이곳 아프리카가 내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땅이며 이 드넓고 푸른 대지위에서 깨달음을 받기도 한다.
이메일을 확인해 보면 많은 이들이 내게 아프리카에 관한 문의를 해온다. 최근 많은 이들이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을 가진 것이 한편으론 뿌듯하다. 하지만 보통 그들은 내게 어떻게 여행하는지 어디를 가야하는지 묻는다. 순간 장문의 편지를 쓰지만 이내 다시 지워 간략하게 소개해준다. 여행은 가이드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가이드북을 지니고 있음에도 떠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가이드북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더욱 큰 문제이다. 그것은 자신의 여행이 아니다. 남의 뒤를 쫒는 것은 여행자의 본질 즉 자유로움이 아니다. 나는 아프리카를 오는 사람들이 단순한 관광객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또한 나의 말로 그들의 자유로운 사상과 생각들이 조금이라도 협소해질까봐 조심스럽고 걱정스럽다. 그럼으로 난 구체적인 말은 피한다. 정말 아프리카를 오기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말해주기 꺼려진다. 아프리카는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는 곳이라도 아니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 크나큰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찾는 기쁨이 있다. 여행자에게 고하고니 가이드북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지 말라. 그곳에서 기쁨을 찾으려 하지 말라. 아프리카의 지붕 킬리만자로를 오르는 등산로도 각기 다른 경치와 아름다움을 뽐낸다. 서로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루트를 가려고 고집하면 결국 정상까지 가는 길을 망칠 수 있다. 어느 길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장소를 가본사람끼리 만나도 비슷한 경험을 듣기가 힘든 것이다. 최근 아프리카를 절반 이상 종단하고 돌아온 젊은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단순히 그러한 루트로 저렴하게 충분히 종단 할 수 있다는 조언만 받고 떠났다. 돌아오자 그녀는 내게 기대한 것보다 좀 더 요금이 나왔다고 투덜거렸지만 ‘그것보세요. 결국 제 말대로 가이드북 없이 해내셨잖아요.’ 라고 답했다. 그제 서야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사실 얼마에 어느 루트로 어디까지 간 것이 아프리카에선 결코 중요한 게 아니다. 그녀의 7000km가 넘는 아프리카 육로 종단에서 배운 지혜로만 어느 값으로도 칠 수 없는 소중한 보석이 될 것이다.
가끔 몸이 무거울 땐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간다. 끝없는 초원에 누가 해놓았는지 모를 그런 흙길위로 간다. 누군가 뒷사람을 위해 만들어놓은 그곳은 어느 사람의 알뜰하고 정성스런 손길이 느껴진다. 그리고 웃옷을 벗고 신발과 양말도 벗는다. 바지를 걷어 올린 채 맨발로 그렇게 이 대지 위를 한발 한발 걸어 나간다. 신체상의 부끄러운 부분만 가린 체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땅의 보드라운 모래 위를 걷는 느낌은 한국에서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짜릿한 느낌이었으며 뜨거운 일광에 내 거죽이 뜨겁게 달아오름에도 그것 역시 하나의 기쁨이었다. 태양을 피할 나무그늘 하나 없을지라도 그곳에서 그렇게 타서 죽은들 어떠하리. 나는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행복을 누린다. 불경을 외우며 해탈을 수행하는 스님들도 이러한 느낌일까. 나는 이러한 자연위에 가진 것 없이 서있는 것만으로 깃털처럼 가벼워짐을 느낀다. 난 그러한 곳에 나의 옷과 신을 벗은 것뿐만 아니라 나의 걱정과 고민들을 털어놓고 오곤 한다. 이 모든 자연이 나의 치유제이며 활력소이기도 하며 상처받은 영혼을 안아줄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이다. 또한 자연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질문에 답을 해주는 위대한 스승이기도 하다. 하늘과 구름, 꽃과 나무, 바다와 땅 그 모든 것 심지어 길가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이라 해도 유심히 바라보면 그 모든 것들이 기적과도 같은 조화를 이루며 우주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나는 그곳에서 모든 살아있는 생명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에 감동을 받는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그 모양과 향기로써 평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으며 거듭거듭 새롭게 어제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태어나 주위와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죽은 꽃은 아름답지 않다. 꺾인 꽃은 자연의 일부분이 아니게 된다. 꽃은 땅위에 자라야지만 꽃다운 꽃이 된다. 그것이 정말 이름 모를지라도 아름다운 꽃으로써 피어나는 것이다. 가장 지혜롭다던 솔로몬왕도 꽃보다 아름답지 못한 의복을 둘렀다.
그곳에 왜 올랐느냐 라는 사람들의 질문에 ‘그곳에 산이 있기 때문에 오른다.’ 라는 답을 한 에베레스트를 오른 등산가처럼 나도 누군가가 도대체 왜 아프리카에 갔었느냐 라는 질문을 한다면 나는
‘그곳에 아프리카가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
라고 말할 것이다.
첫댓글 문수님 화이팅! 여행할때 뵈었으면 더 좋았을걸..ㅠㅠ 아쉬워용
아프리카 정보 자주자주 올려주세요....박문수님.
어래 허접정보가 막강정보로 -_-;; 그러게요. 아프리카 오시면 저에게 연락좀 주시지 ^^; 아쉬워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저도 남아공 케이프타운 갔을때 비가 내렸는데...아프리카도 춥더라구요..ㅎㅎㅎ 아프리카에 평화를~
여기저기서 많이 활동하시네요.. 정말 정확한 정보 많이 부탁드립니다.. 잘못된정보는 듣고간만 못하니까요.. 젤 좋은건 직접 몸으로 겪어봐야하는거겠지만요..
아프리카의 정확한 정보라는것도 사실 좀 그렇습니다. 아프리카의 특성상 정확한 정보가 어느날 틀려질수 있기 때문이죠. 이게 제가 몸으로 겪고 느끼는 부분입니다. ^^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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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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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너무 잘쓰시네여..마음한구석에 뭔가 느껴지는데요,,,가보면 더 깊이 느낄수 있겠죠.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스크랩 해가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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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속된말이지만 좆나 멋있어요...^^;;
* 더욱 가고 싶어집니다....
가고싶어지네요~~~
아프리카를 어떻게,얼마나 가 아니라 왜 여행해야할지 알것 같습니다. ㅋㅋ 생각하는 여행 느끼는 아프리카 여행하고 오겠습니다^^
좋은 글이긴 하지만 여행정보가 아니라 수필이네요 공지라고 하기에도 그렇구요...
좋은 게시물입니다.스크렙해가도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