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외--최호림

콩나물                         최   호   림 가난은 생활을 비켜가지 않아단칸방에 열 식구가 오글거리며 산다. 둘로 갈라진 얼굴을 달고자랑도 못 되는 뿌리가 받치고위로 치솟는 대가리의 힘시루에 담긴 날로부터꿈꾸어 온 반란인가이 지옥 같은 곳의 탈출을 꿈꾸고물만 먹고도  각자도생하며 우리로 산다. 이곳 저곳에서 몰려 나오는 나체족들은에덴의 아담과 이브로 돌아가길 원하는데 왜 독재자들은 하나같이피도 눈물도 없이 무자비한가.필요에 따라 한줌씩 쑥쑥 뽑아내어혁명의 깃발 앞에 세우는 소모품으로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에서원한으로 사라진 비명들은지금도 구천의 메아리로 떠도는데?역사는 말이 없고 지구는 여전히 잘 돌아간다. 소품 3 제 1 인간 아무리 고귀해도화장실을 드나들고 아무리 젠체해도배고프면 허겁지겁 아무리 명품을 둘둘 감아도돋보이는 건몸이 아니라 마음 훌훌 벗어던지고욕탕에 뛰어들면비로소 인간이 된다 2 손 덥석 잡아주는따뜻한 손 넘어진 사람일으켜 세워주는고마운 손 궂은 일 마다 않고거칠면 또 어떤가,잡고 싶은 손 마디 굵어반지를 못 껴도가장 아름다운 손이다 3 가족 어이구. 저 웬수 하다가도언제 그랬냐는 듯식탁에 마주 앉아 웃는다. 아무리 밉다 해도거짓으로 다가오는이웃 김씨 같을까 밤 깊도록문 앞에 서성이는 마음 핏줄로 이어진 버팀목에싹이 돋기도 하는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아름다운 동행이여!    간이역 한적한 철길 따라드문드문 기차를 기다리던작은 역사에 긴 목 의자 하나다소곳이 놓인 역기적소리 따라철길에 나가면 고작두세 사람 내리고 타던조그만 시골 역지금은 사진의 명소가 되어이름이 그리운 역망초 꽃 피고토끼풀 무성한 발밑으로나비도 날았던가.먼 산 빛 적막한 둘레로잠시 완행열차가 숨 돌리던 역밤 새워 연서를 쓰던아날로그 사랑처럼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다.  버려진 자전거 지하철역까지 출퇴근 한다주인의 손발이 된지 몇 년이던가나쁜 손길이 집어가기도 해서자물쇠를 채워도 불만은 없지만기다림도 일이라 생각하니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어쩌다 나비가 날아들어 앉았다 가면무슨 좋은 일이 생길까 들떠도항상 귀 곧추 세워 한 눈 팔지 않는다.그런 나날들, 오늘은 해저물고 밤 깊어도귀에 익은 발자국소리 들리지 않는다.이튿날도 그 다음 날도 한주 한 달이 지나도주인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서야속하기도 하고 원망이 치솟다가이제는 걱정이 태산같이 앞선다.지친 바퀴는 바람이 빠져 주저앉고쓸만한 것 다 뜯어가고 녹슨몸통만 덩그렇게 남아 속울음 삼킨다.사고로 죽은 소식을  알 수 없었다. 동시에 별  하나가 유난히 반짝이는 건그대와 내가 동시에 본 그 별에서그리운 눈빛이서로 만났기 때문이다<div class="table-wrap"><table data-ke-type="table" data-ke-align="alignLeft" style="width: 100%;" border="1"><tbody><tr><td>나팔꽃        기댈 곳이 없어도 바닥으로 기며 살 수 있지만 나팔을 불기 위해 더 멀리 울려 펴지도록 나팔꽃은 버팀목을 찾아 줄기를 뻗어 기어오른다. 오르면서 길목마다 나팔을 단다 작고 미미한 나팔소리가 어느 귀에 들리까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이뿐 세상엔 나팔을 불어 일깨워야 할 슬픔도 많고 억울함도 많고 더구나 위험한 일이 닥칠지 몰라서 언제나 깨어서 준비하라고 나팔을 분다. 듣는 귀가 있다면 그래서 느닷없이 닥치는 재난을 피하라고 올곧게 가지 못하는 길이라면 방향을 바꾸어 새 길을 찾으라고 거짓에 속아 춤추지 말고 눈 바로 뜨고 세상을 보라고 높이 오를수록 더 멀리까지 나팔소리로 알리는 것이다 </td></tr></tbody></table></div> <div class="table-wrap"><table data-ke-type="table" data-ke-align="alignLeft" style="width: 100%;" border="1"><tbody><tr><td> </td></tr></tbody></table></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