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이제 하루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2019년 5월 이후 주 1회는 글을 올리겠다는 다짐을 4년째 이어가고 있는데, 제가 퇴근이 늦은 직장에 다니는데다 그 직장 생활마저 갈수록 타이트해지다보니 주 1회 포스팅이 점점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 되어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글 하나 올리려면, 어떤 글을 작성해야할지 생각해야 하고, 글의 주제가 정해지면 이에 맞는 자료 수집에 들어가야되며, 자료가 수집되면 이를 가공하고 글을 작성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직장 생활이 점점 더 바빠지니 그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네요.
그러나 아직도 제 글을 읽고 격려 말씀 아끼시지 않는 분들이 계셔주셔서 제가 힘을 얻고 글을 쓰게 됩니다. 올해 마지막 글은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제 나름대로 2023년을 되돌아보고 그 이후를 전망해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 2023년 서울 부동산 결산 (KB부동산 아파트 기준)
- 매매 지수 상승률 : -6.19%
- 전세 지수 상승률 : -8.79%
2022년은 그렇다치고 2023년도 하락한 것으로 나오는 KB부동산 데이터에 위화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분기마다 서울에서 가장 세대수가 많은 20개 단지들의 전용면적 84㎡ 평균 실거래가를 업데이트하고 있는데요, 12월 25일까지 등재된 올해 4분기 평균 거래가를 작년 4분기 평균 거래가와 비교해보면 3개 단지는 하락, 2개 단지는 한자리수 상승, 15개 단지는 두자리수 상승을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물론 20개 단지 대부분이 올해 상승을 견인한 동남권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 전체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2023년 연간을 통틀어서 상승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거 같습니다.
작년 이맘쯤 2023년 서울 부동산을 전망했던 내용을 복기해보면, 규제 완화로 인한 매수 심리 회복으로 매매가가 어느 정도 반등하더라도 데드캣 바운스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였고 전고점까지 회복은 쉽지 않다는 말씀도 드렸었는데요, 그렇게 본 가장 큰 이유가 당시 주택구입부담지수와 전세가율로 판단컨대 시장에 남아있는 체력으로는 전고점을 돌파하기 쉽지 않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각론으로 들어가서, 현재 상황을 보면 서울 부동산은 전고점을 돌파하지 못한채 상승을 멈춘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 상황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고 최근 평가받고 있는 지수가 한국부동산원의 실거래가격지수인데요, 이 지수에 따르면 서울 부동산의 고점은 2022년 4월(183.7)이었고 저점은 2022년 12월(142.4)이었으며 2023년 9월(161.5)까지 오른 후 하락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서울 대형 20개 단지의 12월 25일까지 등재된 2023년 4분기 전용면적 84㎡ 평균 실거래가를 20개 단지들의 가격이 가장 높았던 2021년 4분기 평균 실거래가와 비교해보면 은마(-1%), 리센츠(-2%), 마포래미안푸르지오(-5%), 트리지움(-7%),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9%)가 한자리수, 나머지 15개 단지는 아직도 두자리수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특례자리보금론 및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자격 제한 또는 중단되자마자 시장이 상승을 멈춘 것은 역시 부양책 없이 상승을 이어나가기에는 시장의 기초 체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제 2023년 전망에서 가장 크게 틀린 부분은 바로 "역전세 가능성"입니다.
국토교통부의 "서울시 자금조달계획서 현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갭투자 비율은 2018년 26% → 2019년 25% → 2020년 26%에서 2021년 40%로 크게 올랐기 때문에 2023년에 만기로 돌아오는 전세 물량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부동산원ㆍ부동산R114가 공동 발표한 2023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23.1만호로 예정될 정도로 굉장히 큰 물량이었기 때문에 과다 물량 공급에 따른 역전세 가능성이 예상되었고 이것이 매매가 상승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로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원자재 및 인건비 인상으로 건설비 갈등이 심화되면서 입주 지연 사업장이 다수 발생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실제 2023년 10월말까지 수도권 아파트 준공 물량은 불과 11.7만호(서울 1.2만호, 인천 2.5만호, 경기 8.1만호)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실제 계획대로 입주가 이뤄졌다면 2023년 전세가 상승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어쨌든 11~12월 입주 물량이 어느 정도 늘어난다고 해도 2023년 연간 입주 계획 대비 대폭적인 감소는 확정적인 상황입니다.
복기가 길어졌는데요, 이와 맞물려서 2024년과 그 이후 전망을 해보고자 합니다.
많은 기관에서 2024년 서울 입주 물량이 역대급으로 적은 것을 이유로 2024년 전세 대란에 따른 전세가 급등을 전망하고 있는데요, 저는 생각을 조금 달리 하고 있습니다. 서울 전세가는 서울보다 수도권 입주 물량과 상관관계가 깊다고 여러 차례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수도권 아파트 착공 물량은 2018년 17.9만호 → 2019년 21.9만호 → 2020년 21.9만호 → 2021년 23.6만호로 늘어가고 있었는데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2023년 10월까지 준공 물량이 11.7만호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상당한 물량이 2024년으로 이월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2024년의 전세가 상승 가능성은 높으나 전세 대란에 준할 정도의 시장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둔촌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이 2025년초에서 2024년 11월로 입주 시기를 당기기로 하였는데 1.2만호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도 2024년 전세 대란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입니다.
전세가 이야기를 자주 하는 이유는 또다시 소환되는 주택구입부담지수와 전세가율 때문입니다.
다음주에 소개드릴 주택구입부담지수를 미리 간단히 보면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23년 3분기 기준 161.4로 오랜만에 전고점(2008년 2분기 164.8)보다 내려갔습니다만 중장기 평균(129.8)보다는 아직도 +24% 높은 상황입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의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서울 중위 소득 가구가 지불해야 할 가구 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수준을 의미하는 주택구입부담지수는 비록 완전한 가늠자는 아니더라도 주택 구매력과 버블 수준을 확인하는데 이만한 지표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주택구입부담지수, 즉 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수준이 과거보다 높다보니 집값이 올라가려면 또 하나의 요소, "전세가"가 중요해집니다. 앞서 2021년의 서울 갭투자 비율이 급증한 것도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전고점을 돌파하면서 서울 아파트를 매매하기가 더 어려워졌으나 전세가 역시 급등하면서 이를 활용한 갭투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전히 주택구입부담지수가 높은 상황에서 집값의 대세 상승 가능성을 타진하려면 전세가가 얼마나 뒷받침해주는지 여부, 즉 전세가율이 중요합니다. 2024년의 전세가율은 지금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높으나 서울 기준으로 전세가율이 60%에 가까워져야 매매가의 대세 상승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2010년대 중장기 하락장때도 2013년 9월에 전세가율이 60%를 상향 돌파하자 매매가도 상승 전환한 사례를 참고했습니다) 현재의 전세가율(2023년 12월 기준 51.9%)은 대세 상승을 뒷받침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수준이라 판단됩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수도권 아파트 착공 물량은 2021년 23.6만호에서 정점을 찍고 2022년 14.0만호, 2023년 10월까지 5.2만호로 급감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2021년 착공 물량이 많았고 공기 지연으로 일부 물량이 이월되는걸 감안해도 2025년 입주 물량은 감소가 불가피하고 2026년 입주 물량은 더 크게 줄어들 것이 확실시됩니다.
작년 이맘쯤에 2023년 전망을 하면서 3기 신도시 착공 여부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고 말씀도 드렸는데, 3기 신도시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를 비껴가지 못했습니다. 2023년초에 대부분 지역의 토지보상이 완료되었고 일부 지역은 지장물보상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2023년에 착공을 시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으나, 현재는 인천 계양의 공공주택지구 일부가 착공에 들어갔을 뿐 전체적으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고양 창릉 지구에서 첫 필지 매각을 진행하였으나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설사가 한 군데도 청약에 임하지 않아 매각에 실패하였던 것에서 보듯, 공급 급감의 간극을 메워줘야할 3기 신도시 진행도 지연될 것이 확실시됩니다.
따라서 공급 감소는 "일시적"으로 끝날 성질의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물론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가 반드시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 글의 상단에 있는 그래프에서 보셨다시피 수도권 중장기 하락장인 2010~13년은 연 평균 입주 물량이 11.8만호에 불과할 정도로 적었습니다만(2005~22년 연 평균 입주 물량 15.1만호) 매매가는 하락을 지속했습니다.
1999년부터 2009년까지(중간인 2004년에 잠시 하락했지만) 무려 11년 가까이 상승하면서 매매가의 버블이 커질대로 커졌는데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지표가 바로 전세가율이었습니다. 2009년 1월 서울 전세가율은 38.2%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데요, 2008년 9월부터 2009년 2월까지 기준금리를 5.25%에서 2.00%로 인하시키고 위례신도시 토지보상금까지 풀리면서 유동성이 대폭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매가와 전세가의 벌어진 간극은 더이상 매매가의 상승을 용인하지 않으면서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매매가는 하락을 거듭했습니다. (대신 전세가는 상승을 거듭하면서 매매가와 전세가 사이의 갭이 정상화되는 기간을 거쳤습니다.)
그런데 2023년 12월 기준 서울 전세가율은 51.9%입니다. 그리고 2024년의 전세가율은 이보다 오를 것이 예상되는데다 2025년, 2026년으로 갈수록 공급 감소가 확실시되기에 전세가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09년 1월 38.2%를 기록한 서울 전세가율은 그 이후 계속 상승하다가 5년 가까이 지난 2013년 9월에 60%가 되서야 매매가를 상승 반전시켰는데요, 현재의 전세가율이 60%를 상향 돌파하는 것은 2025년 이후 펼쳐질 공급 급감을 감안하면 이전보다 많이 줄어든 기간내에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2024년 매매가가 다시 상승으로 전환되더라도 전고점을 돌파하면서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여지지만 한 가지 확실한건 위에서 보시듯 상방 압력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점입니다.
국고채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당연히 동조화 경향이 뚜렷한데 11월에 국고채 금리가 -0.26%(3년물) ~ -0.38%(10년물)까지 하락한 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08% (신규취급액 기준)만 하락하여 추가 하락의 여지가 있고, 시기의 문제일 뿐 2024년중 기준금리도 하락할 것이 예상되는 점도 상방 압력에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총선 이후 PF 부실 여파가 심각해질 경우 기준 금리와 별개로 신용 경색에 따른 시중 금리 상승 가능성도 있습니다.)
2025년 이후부터 심화될 공급 급감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3기 신도시를 포함하여 본격적인 착공 증가를 확인하고 입주 시기를 가늠하면 되므로 대비할 시간이 있습니다.
인구 감소를 이야기하는 분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금융 자산이 10억을 상회하는 현금 부자수가 연 10% 가깝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 전체 파이의 넓이는 줄어들겠지만, 양극화의 심화로 파이의 가장 맛있는 부위를 먹으려는 수요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저수지 가장자리의 수심은 낮아지겠으나 중심지에는 더 많은 물고기들이 몰릴 것입니다. 결국 상급지로의 이동은 선택의 문제에서 생존의 문제로 점차 그 절박함을 더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2024년에 매매가가 급등하기에는 여전히 주택구입부담지수가 높고 매매가를 뒷받침할 전세가율도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2023년에서 2024년으로 이월되는 입주 물량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2024년 전세 대란은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그러나 금리가 고점을 찍고 내려갈 것이 예상되는데다 2025년, 2026년으로 갈수록 입주 물량 감소가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전세가율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것이 매매가를 밀어올리는 시기도 점차 다가올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중장기 관점에서 2024년은 조정폭이 깊을 수록(전세가율이 높아질 수록) 주택 매수 기회를 제공하는 타이밍의 해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전세가율이 충분히 높아지지 않는다면 상승 동력이 축적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어 대세 상승의 시기는 아직 오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봅니다.)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년 마무리 잘하시고 2024년 갑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