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의 산
봉화 쪼록바위봉(1087m)
올망졸망 쪼로록 바위가 이어진 암봉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에 솟은 쪼록바위봉이 산악인들에게 선을 보인지도 어언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건만, 여전히 옛 모습을 간직한 바위산이다. 바위에 붙은 이끼들이 푸르게 보인다하여 초록바위봉 또는 조록바위봉으로 부르는 이들도 있으나 원래의 이름은 수반 위에 올려놓은 산수경석 같은 암봉들이 올망졸망 쪼로록 연이어져 있다하여 쪼록바위다.
쫄병바위, 줄병바위라는 이름도 이에서 연유한다. 그래서 이 마을 대현청년회에서 세운 정상석(1998.4.25)에도 쪼록바위라 음각되어 있다.
쪼록바위봉 산행들머리는 백천동계곡이다. 백천동계곡은 비결에서 일컫는 삼천 중 한 곳이다. 금천, 평천, 백천이 그것이다. 계곡길이만 약 15km쯤 되는 청정지역으로 백두대간상의 부소봉, 깃대배기봉의 물과 두리봉, 청옥산, 진대봉, 쪼록바위봉, 문수봉 등에서 발원한 물이 백천계곡을 만들었다.
백천계곡은 수달과 열목어서식지로 지금까지 출입을 통제, 보호해 오다가 봉화군에서 태백산 등산로 2곳을 신설하며 백천동계곡을 개방하게 되었다. 천연림이 울울창창하여 사계절 어느 때 찾아도 좋은 곳이다. 대현리에 있는 하늬바람펜션에서 1박하고 장태순(55세, 환경감시원)씨, 펜션주인 안만석(47세)씨와 산행에 나섰다.
35번 국도변에 있는 석포초등학교 대현분교장 옆의 현불사 대형 표석을 뒤로하고, 희끗희끗 눈 덮인 포장길을 따라 백천동계곡으로 들어선다. 개울 건너편에는 산을 등진 서너 채의 농가들이 아직도 새벽잠을 자고 있다. 사행하는 바위협곡은 금강소나무들이 주인이나 햇볕이 들지 않아 어두컴컴하다. 시멘트 다리를 세번쯤 건너 협곡을 빠져나가자 시야가 확보되는 현불사 주차장이다.
현불사로 드는 일승교 앞을 지나 옛 모습을 간직한 허름한 농가를 구경하며 쪼록바위봉을 오른쪽 어깨 위에 두고 한적한 길을 걷는다. 전봇대에 있는 번호를 유심히 읽으며 간다. 80호와 81호 전봇대에 이르니 그 사이에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이정표(조록바위 1.4km)가 있다. 이곳 산지골 입구가 실질적인 산행들머리다. 계곡 건너편 이석천(60세)씨 농가에서 된장찌개와 산나물로 아침식사를 하고, 도시락을 준비했다. 이석천씨와 이곳 주민인 권옥선, 김인숙씨도 함께 산행을 시작한다.
일본이깔나무 군락이 먼저 반긴다. 옛날엔 여기에 집 한 채가 있었는데 수해에 그만 떠내려갔다고 한다. 지형도를 보니 집이 있었던 것으로 나와 있다. 수량 적은 계곡물은 한겨울인데도 얼지 않은 웅덩이도 있다. 계곡을 요리조리 건너기도 하고, 머루, 다래, 오미자, 노박덩굴과 등칡 같은 갈일덩굴나무 아래를 빠져 오르기도 하며 15분만에 계곡 합수점 삼거리에 닿았다.
여기서 왼쪽 게곡길과 오른쪽 계곡으로 오르는 길이 있는데 왼쪽 길은 25분, 오른쪽 길은 35분 후에 평천재에서 서로 만난다. 가랑잎이 쌓여 길이 보이지 않는 계곡으로 오르면 처음엔 계곡 오른쪽으로 길이 이어지다가 된비알이 나타나면 왼편 사면에다 갈 지 자를 쓰며 여유를 부려 평천마을로 넘어가는 평천재에 올라서게 된다. 이렇게 운치있는 옛길이건만 그 흔한 표지기 하나 보이지 않는다.
합수점의 오른쪽 계곡길엔 처음부터 표지기가 길을 알려준다. 울퉁불퉁한 계곡에 낙엽이 쌓여 길이 보이지 않는다. 이리저리 왔다갔다를 반복하더니 계곡을 놓아두고 왼편 사면을 트래버스한다. 공기돌 크기의 돌들이 급사면에 깔려 한발 올리면 두발 미끄럼을 탄다. 이렇게 사면을 20분쯤 트래버스하자 길이 왼편으로 90도 꺾어지며 지금까지 따르던 계곡을 멀리하고 역주행을 한다.
오른편에 두고 오르던 계곡이 왼편에 내려다보인다. 신갈나무 등쌀에 쫓겨온 노송들이 비탈에 뿌리를 내렸다. 그 사이로 토끼길 같은 흙벼랑길이 이어진다. 왼쪽으로 한발만 잘못 딛는 날에는 삼천갑자를 면치 못하겠다. 역주행한지 15분만에 희암봉, 평천골, 산지골, 쪼록바위 정상에 이르는 사거리 안부다.
안부를 뒤로하고 오른쪽(동쪽) 주능선을 따라 오른다. 솔갈비 위에 눈이 살짝 깔려 미끄럽다. 마루금 왼편은 나이어린 신갈나무, 오른편의 척박한 비탈에는 노송들이 자라고 있다. 서서히 고도 높이기를 30분쯤, 능선이 잠시 평탄해지는 짛ㅇ의 아름드리 금강송 아래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권옥선, 김인숙씨가 과일 보따리를 풀었다. 칼바람이 능선을 스쳐가도 과일은 달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바윗길이다. 여기서부터는 알파인스틱을 접고 양손으로 바위와 나무를 잡고 오른다. 문설주처럼 생긴 바위틈으로 올라서자 바위에 뿌리를 박고 몸을 뒤튼 소나무들 사이로 백천동계곡이 내려다보인다. 연이어 오르는 바위틈에는 꼬리진달래(참꽃나무겨우살이) 잎이 푸르다. 세미클라이밍 하기를 35분쯤, 불끈 솟은 암봉으로 발 디딜 곳 없는 바위에 정상 표지석이 있는 쪼록바위봉이다.
사방이 바위절벽이라 비행기를 탄 듯한 조망이다. 북쪽으로 화성재 뒤로 태백의 산들이 첩첩하다. 문암산, 박월산, 우금산, 연화산, 매봉산, 댇억산, 두타산까지 시여에 든다. 동쪽은 연화봉, 삼방산이 시야를 막고, 남쪽은 마이산처럼 생긴 달바위봉, 피라믿으보다 더 멋진 진대봉, 근동에서 제일 덩치 큰 청옥산, 조망 일품인 곳에 자리잡은 솔개발목이봉, 서쪽은 움푹 꺼진 백천동계곡에 코딱지만하게 보이는 농가들, 현불사도 있다.
"저게 내 집이야."
이석천씨가 자기 집을 손으로 집어낸다. 여기서 돌팔매질하면 장독대에 떨어질 것만 같다. 계곡 위로는 백두대간이 백두옹으로 힘찬 웅비를 보여준다. 깃대배기봉, 부소봉, 문수봉은 하늘과 닿아 성스럽게 보인다.
하산은 동쪽 능선으로 한다. 동쪽 바위벼랑 끝으로 나가자 소나무 한그루 비스듬히 누워있다. 그곳에 표지기가 있다. 소나무를 타고 넘자 벼랑이다. 벼랑 아래를 내려다보니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표지기가 나풀댄다. 발 디딜 바위턱을 찾아 조심조심 천천히, 차분하게 내려서자 이번에는 비스듬한 테라스형의 바위를 지난다. 왼발을 옮길 때는 허공이다.
바위에는 석이들이 붙어 있다. 곡예하듯 크랙을 밟으며 바위를 모두 지나자 그제야 긴장이 풀리는 흙길 능선이다. 정상을 떠난지 10분쯤에 능선갈림길이다. 여기서 남쪽 지릉으로 간다. 건너편의 진대봉을 바라보며 신갈나무 급경사길로 15분쯤 구불구불 내려서자 제법 규모가 크게 보이는 무덤 2기가 있다. 계곡을 따라 솔숲을 빠져나가니 넓은 터가 마중하는 현불사주차장이다.
*산행길잡이
대현초교 현불사표석-(50분)-현불사주차장-(15분)-80호 전봇대-(50분)-평천재-(1시간)-정상-(10분)-삼거리-(15분)-무덤-(30분)-현불사주차장-(50분)-대현초교 현불사표석
쪼록바위봉을 바위에 붙은 이끼들이 푸르게 보인다하여 초록바위봉 또는 조록바위봉으로 부르는 이들도 있으나 원래의 이름은 수반 위에 올려놓은 산수경석 같은 암봉들이 올망졸망 쪼로록 연이어져 있다하여 쪼록바위다. 쫄병바위, 줄병바위라는 이름도 이에서 연유한다. 그래서 이 마을 대현청년회에서 세운 정상석(1998.4.25)에도 쪼록바위라 음각되어 있다. 쪼록바위봉 산행에는 보조자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안전시설이 전혀 없어 바위에 잔설이 남아 있을 때는 산행을 피해야 한다. 물론 산행 중 음주 역시 금물이다. 간간히 표지기가 있어 어려움 없이 길을 찾을 수 있다. 다만 정상에서 하산할 때 암벽을 조심해서 내려서야 한다.
*교통
경북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가 원점회귀산행의 기점이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태백시를 지나 35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간다. 시경계 도화동산을 지나 석포초등학교 대현분교에서 우회전하면 백천동계곡이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태백시내버스터미널(033-552-3100)에서 대현행 버스가 1일 10회(07:00, 08:35, 09:40, 10:45, 11:45, 12:45, 14:45, 16:00, 18:15, 19:10) 운행하며 30분 정도 걸린다. 요금은 2,600원이다.
대현버스정류소(054-672-6445)에서 태백행 버스가 1일 11회(09:30, 10:25, 12:25, 13:15, 14:35, 16:15, 17:25, 18:10, 19:10, 20:50, 23:00) 운행한다. 운행시간 전에 미리 기다리는 것이 좋다.
경북봉화버스터미널(054-673-4400)에서 태백행 버스를 타고 대현에서 하차해도 된다. 1일 9회(08:20, 09:15, 12:05, 13:25, 15:05, 16:15, 17:18, 19:40, 21:50) 운행하며 요금은 6,600원이다.
대현버스정류소에선 영주, 대전, 대구, 안동, 의성, 봉화행 버스가 있다. 운행시간은 07:30(영주 대전), 09:05(영주 대구), 10:10(영주 대구), 11:15, 12:15(대전), 13:15(대구), 15;15(대전), 16:25(안동 의성 대구), 17:25(영주 대구), 18:45(안동 의성 대구), 19:40(안동). 대현에서 대구간 요금은 16,700원이다.
*잘 데와 먹을 데
대현 둔지골 입구 진대봉 언덕에 있는 하늬바람펜션(054-672-4750)은 4인실, 6인실, 8인실 등의 원룸이 있으며 예약투숙객을 위해 태백, 석포까지 마중이 가능하며 산행기점까지 태워주기도 한다.
민박 혹은 산행코스 문의는 부래주유소 김용주씨(011-367-6446), 대현 대정회 이석천 회장(011-9076-6602)에게 문의하면 상세히 설명해준다. 인근 식당과 숙박업소로 청옥산기사식당(054-673-4459), 태백고원자연휴양림(033-550-2849), 태백시내의 도시락 주문이 가능한 맛나분식(033-552-2806), 만원식당(553-7885) 등이 있다.
*볼거리
열목어서식지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에 있다. 1962년 천연기념물 제74호로 지정되었다. 열목어는 찬물에 사는 물고기로 한여름에 수온이 20도씨 이상 올라가면 살지 못한다.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량이 풍부한 물에서만 살 수 있다. 석포면 대현리 일대는 세계적 희귀종으로 알려진 열목어가 낙동강에서는 유일하게 서식하고 있다. 열목어 분포 지역 중 세계 최남단이기도 하다.
글쓴이:김부래 태백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