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한 풍경
박종선
2008. 9. 25(목) ~ 30(화) / 순천문화예술회관 1, 2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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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 박종선 개인전 팜플릿
당신을 만나러 간다니 얼마나 마음이 설레는지 모릅니다.
첫사랑, 그 가슴 두근거리던 아련한 기억이 아마 이쯤이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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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거름 갈대밭에 살포시 내려앉는 황혼처럼
늘 그렇듯 배경으로 있었기에
당신의 존재를 잊고 살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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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어린 물살들이 먼바다에 나가
해종일 숭어 새끼들과 놀다 돌아올 시간이면
당신은 그곳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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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아마도 깊게 흐르는 심연의 흐름을 생각하고 있었겠지요.
허허로운 웃음 속에
진한 외로움과 눈부신 아름다움을 흘리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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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떼구름
경계를 넘나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당신,
그것은 어쩌면 당신이 만들어낸 시지프스의 바위인지도 모릅니다.
그것들이 당신이 사랑한 풍경이었을 거라는
생각에 머물 때쯤에, 어쩌면, 그것은
그 경계를 넘어서려는
당신의 시도였을 거라는 생각에도 이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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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연
밀려온 물살 따라 흘러온 세월의 무게마저 덧없이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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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갯벌을 비우고 떠난 철새의 유유한 군무 사이로 빈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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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그 기다림의 자리에 당신은 바람처럼 서 있었지요.
물고기를 낚아채는 날렵한 움직임의 물수리가 환영처럼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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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사랑은
'그대의 속마음을 이해하는 따스한 눈길이고 손길이며,
소리 없이 다가가는 발걸음' 이라고 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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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동백
당신이 사랑한 풍경을
당신과의 만남이
이제 설레는 이유를 알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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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선
들 바람 사람들 전, 지역청년작가 동향과 전망전, 빛모듬 전, 만인의 얼굴 전, 광미공 10주년 기념 전
I M F 전, 제 1회 황해미술제, 2004 여수 판화 신물결 전, 여순사건 역사적 재조명 전, 땅울림꽃바람 전...
. . .
조경자 展
자연처럼 푸르른 그윽한 작품의 세계
서종탁(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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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琴浪선생님께서는 지난 40여 년간
맑은 혼과 자연의 푸르름 가운데 서서 그림을 그리는데
자신을 불태워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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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일암반일암
40여 성상을 거슬러
금랑선생님을 처음 만났던 바닷가 어느 학교가 있던 마을은
지금 천지가 개벽이 되어 우리나라 제일의 공장마을로 바뀌고
사람들의 마음도 가파른 세파를 따라 많이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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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그 변화와 격랑의 세월을 살아오면서도
변한 듯 변함없는 모습으로 살아오신 동력은
자연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예술을 창조해 온 금랑선생님의 열정과 예술혼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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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집
은은하고 청아한 거문고 소리와
바람처럼 살랑대는 물결처럼 금랑의 그림에는 자연의 향기가 묻어나고,
수묵의 농담과 색채가 부리는 기교는
자연의 한 구석을 잠시 빌려다 옮겨놓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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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서정
금랑의 그림을 보다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기암괴석의 수려한 풍광에 젖기도 잠시,
어느새 울타리 너머 뒷집의 돌담길을 걷고 있는 듯한
소탈한 감회에 젖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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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단
어머니 그것은 위대한 이름입니다.
사랑과 정성, 희생과 헌신, 희망과 노력 등
어머니라는 이름에는 온갖 아름다움이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어머니의 꿈과 노력이 이제 아들에게 계승되어 함께 피어나고 있음을 봅니다.
금랑선생님의 모자전은 작품 감상의 공간을 넘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보게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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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구곡
모자展은 작품 이전에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움이 아닐까 합니다.
깨끗한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사람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이번 전시회를
마음 속 깊이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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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자님
광주사범학교, 초등학교 교사, 연지회 회원, 우화회 회원,
임고회 전, 전북미술단체연립 전, 아주국제 수묵화 전, 연지회 전, 우화회 창립전...
epilogue
박종선의 線은
산등성이나 지평선,
강줄기처럼 탱탱하진 않다. 그
렇다고 사람들 앞에서 덕석을 깔고 굴비를
엮으며 금줄을 치는 그런 새끼도 잘 꼬지 않는다. 무엇을
묶거나 막거나 퉁기는 선이 대강 조용조용하다. 그의 미소는 호수라
어떻게 저렇게 소금쟁이 파문 같은 평화가 몸 안에 고여 있는지 알 수 없다.
이쪽에서 저쪽을 넘보는 구름다리도, 저쪽에서 이쪽으로 걸친 무지개다리도 잘 보이
지 않는 숲에서 홀로 산지기다. 속을 들여다보면 어찌 없을까만 나는 그가 구슬픈 것이나
그가 뜨거운 것이나 그가 냉정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가 교육장을 지낸 집안에서 자라
스스로 무난하게 교사가 되었으니 나설 것도 숨을 것도 없다. 그러니 뭐 새삼스럽겠는가. 한 삼년
전 개인전을 어머니와 함께 준비한다 하더니 오늘 그 팜플릿이 날아온 것이다. 아니, 한 달 전에 한번
전화가 왔었구나. “형님, 제가 형님 어디 글에서 한 줄 빌어다 팜플릿에 실을까 허는디 괜찮겠어요?” 참
기억도 안 나는 옛 글줄을... ‘사랑은 “그대의 속마음을 이해하는 따스한 눈길이고 손길이며, 소리 없이 다
가가는 발걸음” 이라’... 물을 걸 물어야지... 이렇게 얌전하고 세상에 이렇게 바른? 놈이 어디 산단 말인가!
잊어버릴만 하면 한번 씩 나타나더니 그는 결국 또 이렇다. 그는 순천금당고 미술교사다. 박종선도 교단에
묻혀 살다보니 그 흔한? 개인전 한 번 모르고 산 이십 년을 내달려왔다. 전교조도 잘했고, 미술운동에 가담
하고, 벽화도 곳곳에 펼치면서 교사화가로서 할 짓은 한 셈이지만, 어디 그것만으로 채워질 것 같은 왕년의
양심이던가! 사범학교를 나와 한 때 초등학교 교단에 섰던 그의 어머니도 서예와 수묵화를 잘하셨
는데, 아들이 참 엄마의 재능을 입었다. 급기야 모자는 오순도순 서로의 등줄기를 어루며 늦깎이 거사를
획책한다. 떡장수 어미와 한석봉, 사임당과 아들 이율곡의 호롱불이 이처럼 따뜻하고 환했을까.
이런 전시회도 세상에 있는 것이다. 엄마는 모전에 한지를 펼치고, 아들은 그 옆에서 팔레트와
캔버스를 건다. 실로 고슬고슬하고 출출한 따로국밥이다. 세상에 예술의 성공을 바랬을까
말았을까 신발을 고쳐 신으며 끄윽~ 이쑤시개 트림이다. 오는 27일은 마흔 살
꽃제자들 들꽃 수업! 날이다. 여수행 길을 물어 내 순천문예회관을
걸어나설 생각이다. 2008. 9. 21. 김 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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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비개인 날..푸른 호수같은 맑은 미소를 간직한 박종선선생님.. 십여년전 몇 해동안 순천 교사풍물패에서 함께 활동을 했습니다. ..참교육세상을 만들기 위해 언제나 어디서나..소신을 잃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그 모습으로...설레인 첫사랑을 만나셨군요..
서로가 먼 거리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오늘은 한데 묶인 우아래집 굴비 같아 간간합니다.
..덕분에 그림 손놓지 않았네요! 너무나 맛깔스러워 미소가 절로 머금어지는 좋은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파람이 박화백이었군요...
아, 축하드립니다. 추카추카... 정말 아름다운 풍광입니다. 박종선샘과 저는 담을 이웃에 두고 4년을 살았지만 모르고 지냈네요. 아, 남자도 이렇게 정갈할 수가 있군요. 가장 인상깊은 그림은 감꽃입니다. 지금 휘휘 본 감상으로요. 개인적으로론 조경자님 그림이 좋습니다. 특히 모란의 생동감이 좋군요. 김진수 샘의 글은 언제 읽어도 감동적이구요. 딱 트라이앵글이네요. 모두 축하해요... 화이팅.
인숙샘, 27일 10시 반 경에 순천문예회관에 닿을 생각이니 맞출 수 있으면 그 시각에 전시장에서 봅시다..
그림과 글을 보고 내려 오면서 이번에는 순천문예회관 들렀다 와야지 했는데..와우!~선생님과 숙이와군이도 동행할수 있겠는데요..벌써 신나고 행복합니다..^^
순천에서 만날까? 내가 종군이와 상의를 한번 해야겠다..
남녘에서 불어오는 문화행사들이 반갑습니다. 지역적으로 먼길이라 쉽게 나서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정성스러운 손길을 통해 올리신 덕분에 한껏 즐거운 시간을 보내네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전시회,, 축하드립니다.
파아란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귀한 글과 작품들 보면서 카페 귀가 쫑긋쫑긋합니다.
순천을 떠나온 지 오래라 문예회관도 더듬거리며 찾았답니다. 박종선샘 내외와 아이들, 아버님 어머님, 강인숙 샘, 이성연샘 내외, 차남, 재천 미숙 가족, 창규를 만났지요. 가을은 참 맑았고 말은 참 평화로운 날이었어요.. 이 초지에서 전시회 말고도 보고 싶은 이들이 또 있었지요. 순천의 옛 형들, 광양의 지금 아우들... 내가 나에게 미안해요... 반경 수십킬로 내 포충망에 걸려 대롱거리는 '사랑'들 눈에 못 보여주어...
저희가 울~선생님 빨리 보내드릴수가 없었어요. 박종선선생님 강물선생님께 죄송합니다..^^
일요일 순천 주영갤러리에서 한희원화백님과 긴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답니다. 물론 김진수선생님과 각별하다는 이유에서겠지요? 마치 조금 한가한 시간이었어요. 진수친구에게 일부러 연락을 않하셨다고 하셨어요...문예회관에 들러 박종선선생님과도 오랜만에 마음을 나눈 좋은 날이었답니다. 감사드려요.~.*
붉은 모란이 이 아침 오래도록 나를 이곳에 묶이게 합니다. 문인화풍의 모란 묵포도들이요.
모란도 고왔지만 연꽃도 단풍도 예뻤답니다. 순천만 갈대와 꽃잔디를 그린 아들이 조명 아래 부모님을 세우고 카메라 파인더를 찡긋거리는 장면에서, "저는 모자가 들에 나가 나란히 사생하는 광경을 그려 개인전을 갖고 싶습니다" 하고 함께 웃었지요. 늘사랑샘이 그림을 참 좋아하시는군요.
붉은 모란이 늘사랑님을 오래 묶이게 했듯 저도 그랬습니다. 다른 꽃들도 그렇지만 모란은 피어있는 순간이 아주 짧고 찬란하여 화가들이 그려놓은 그림으로 일반인들은 감상하는 경우가 많지요. 아마 그런 순간을 영원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이 화가들이겠지요. 또한 유한하기 때문에 예술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구요. 암튼 인생이나 자연이 유한하므로 더 애틋하고 소중하고 의미가 있겠지요. 진수샘과는 그런 의미에서 아주 짧게 스치듯 겨우 만나 인사만 하고 헤어졌지만 그 아쉬움이 찐하게 남아 있어요. 여운이랄까...
율동미 넘치는 월주님글과 그림을 보는 안목이 수준급입니다. 마치 춤을 추는 무희를 보는듯 제몸과 맘이 출렁이기까지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