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첫 산행이다.
요 며칠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더니 주말과 일요일에는 숙지막 해졌다.
구포우리들 산악회에 편승하여 경남 거창의 보해산 산행을 했다.
2013년 1월13일. 회색구름이 하늘을 덮었지만 바람이 없고 포근하여 겨울 산행하기에는 딱 알맞은 날씨다.
들머리는 거창군 주상면 양암마을. 날머리는 남하면 둔마리 당동마을이다. 산행코스는 양암교-보해산-하봉-835봉-큰재-666봉-금귀봉-범어치재-괭이봉-당동마을까지 7.5키로 약 5시간30분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
▼ 8시 부산 북구 덕천동을 출발하여 10:00경에 양암마을 버스정류장 공터에 도착했다.
산행준비와 인원파악을 하고. 10:15 주차한 버스 지붕 너머 보이는 산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양암마을 버스정류장. '달밭. 우혜' 무슨 뜻인지 몰라도 마을이름이 낯설지 않고 정겹다.
▼산행은 초입부터 매우 가파르고 미끄럽다. 아이젠과 스패츠는 필수.
▼멀리 의상봉(가운데 작은 봉우리 세 개 중 왼쪽 봉우리)이 보인다.
▼작년 한 해동안 40개 산을 오르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초과한 41개 산을 올랐다는 여성 마니아의 당찬 모습.
1년을 48주라고 하면 거의 매주 산행을 한 셈이다.
▼이름이 있음직한 바윈데도 이름표가 없다. 정면에서 보는 바위의 넓은 면은 바위틈에서 자라기 시작한 작은 나무가 차츰 자라면서 바위틈새를 벌려 결국은 바위를 쪼개고 나무도 죽고 말았다. 나무를 키워준 바위의 은혜도 모르고~
▼보해산 해발 911m 정상에 도착한 시각은 11:39. 산행시작 후 1시간24분 걸렸다. 짧은 거리인데도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린 건 시작부터 정상까지 그만큼 가파르다는 것이다.
▼보해산 정상에서 서남쪽으로 보는 전망. 가까운 곳의 오똑한 봉우리가 금귀봉. 멀리 길게 누운 산이 지리산이다. 지리산의 왼쪽 봉우리가 천왕봉이고 오른쪽 부드러운 봉우리가 반야봉이라고 한다. 보해산에서 지리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건 대단한 볼거리다. 일행은 이곳에서 시산제를 지내고 점심을 먹었다.
▼우리의 산야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산맥에 둘러 쌓인 곳은 거창읍. 그 너머로 백운산과 괘관산 덕유산 그리고 멀리 왼쪽으로 지리산이 뻗어 있다. 눈이 내려 산그리매를 뚜렷하게 볼 수 있어 더욱 실감이 난다.
▶오른쪽 봉우리가 금귀봉.
▼보해산에서 금귀봉에 이르는 능선길은 성벽같은 암릉으로 되어있고, 높낮이가 커서 멋진 볼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체력소모도 심한 구간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자칫 잘못하여 미끄러지면 수백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곳이다.
▼스틱 한 개는 부러지고~. 아직도 까마득한 목적지. 잠시 숨을 돌리며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본다.
▼ 바위 봉우리 위의 소나무. 멀리 덕유산이 흰눈을 덮고 평화롭게 누워있다.
▼여럿이 모여 산행을 하지만 어찌 보면 산행 내내 혼자라는 느낌이 든다. 산이 좋고 산행이 즐거워 산에 오르지만 한편으로는 자신과의 힘든 싸움이기도 하다. 산행 중에는 자연적으로 함께 걷게 되는 인연들이 있다.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자신과의 힘든 싸움을 함께 한다는 동질감으로 맺어진 인연은 작은 것이라도 서로 나누며 상대를 배려하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만들기도 한다.
▼금귀봉. 해발 837m. 선이 굵은 터치로 수묵화를 그린듯, 눈과 산그리매의 조화가 너무도 선명하다.
▼보해산 정상에서 금귀봉으로 가는 길은 험하면서도 볼거리가 많다. 금방 깨어져 떨어질 것 같은 바위
▼예사로 보고 그냥 지나치지만, 이렇게 험한 곳까지 자재를 날라 안전시설을 해준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산간도로가 하얀 눈으로 포장되어 있다. 산맥을 잇긴했지만 별로 이용하지 않는 도로를 꼭 산맥을 자르면서까지 만들어야 할까? 자연의 보존을 위해서는 약간 돌아가는 수고는 감내해야 하는데~
▼뒤에 보이는 봉우리들을 타고 넘었다니! 다시 돌아 보아 진다. 이곳에서부터 금귀봉정상까지는 매우 가파르다. 조금 과장한다면 벽을 기어 오른다고 할까?
▼금귀봉 정상. 힘들게 올라온 봉우리라 감회가 남다르다. 정상에는 뜻밖에도 산불감시원 한 분이 산을 지키고 있었다. 하얀 눈이 온 산을 뒤덮었는데 무슨 산불이냐고 했더니 군청에서는 그래도 산에 올라가서 지키라고 해서 올라왔다고 한다. 융통성과 여유로움이 아쉽다.
▼금귀봉에서 날머리 당동마을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힘든 산행의 끝자락이라는 성취감에 산꾼들의 입가에 밝은 미소가 저절로 번진다.
▼금귀봉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는 조망은 정말 볼 만하다. 황강이 만든 평지에 자리잡은 거창읍이 한 눈에 들어온다.
▼멀리, 왼쪽 천왕봉(가장 높은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지리산이 뻗어 있다.
▼함양 괘관산과 백운산 그리고 거창과 무주의 덕유산이 펼쳐져 있다.
금귀봉 정상에서 지리산과 괘관산 그리고 덕유산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은 가슴 벅찬 감동이 아닐 수 없다. 1986년에 읽었던 '고이병주 선생님의 장편 대하소설 지리산'을 지금 다시 읽고 있다. 이 소설의 장소적 배경이 지리산과 괘관산 그리고 덕유산이다. 1945년 해방 전부터 6.25 한국전쟁이 끝 난 몇 년 후까지 약 10여년 동안, 좌익 우익의 이념갈등과 강대국들의 패권적 제국주의에 휩싸여 수많은 젊은 생명들을 저 산 속에 묻어야 했던 처절한 비극의 역사 현장이 바로 저 곳이다. 어찌 맨눈으로 쳐다 볼 수 있을까? 저 산에서 생명을 바친 고귀한 영령들을 위해 고개를 숙인다.
▼이번 보해산 - 금귀봉 산행은 눈에 덮힌 아름다운 우리 산을 한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작업이지만 만약, 하얀 페인트로 산과 들과 마을에 색칠을 한다면 저처럼 아름답게 보일까? 눈으로 덮힌 아름다운 우리의 산야! 자연만이 할 수 있는 위대한 작업이고 아름다운 예술이다.
보해산 산행에 있어서 유의 할 점 몇 가지를 짚어 본다면, 첫째 산행도중에 먹을 물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하절기 산행에는 충분한 물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두번째, 동절기 산행 때는 꼭 아이젠과 스패츠를 준비해야 한다. 세번째, 산행구간 내내 높낮이가 심하기 때문에 체력안배와 무릎보호를 위해 스틱 두개를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고, 마지막으로 조금만 잘못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구간이 많으므로 가급적 산행 중에 음주나 장난은 삼가해야 할 것 같다.
끝으로 책 속에서만 그려보던 비극의 역사 현장을 한눈으로 살펴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이번 산행의 큰의미로 가슴에 남는다. 아울러 좋은 산을 안내해 주시고 오가는 길에 따뜻한 배려로 환영해주신 구포 우리들 산악회원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