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밤 SBS 금토드라마 12부작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소방서 옆 경찰서2’)가 끝났다. 8월 14일 시청률 7.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같음.)로 출발했지만, 그러나 2회에선 5.1%로 뚝 떨어졌다. 이후 6%대를 유지하다 12회 최종회에서 9.3%를 찍어 최고 시청률이 됐다. 전반적으로 시즌 1보다 못한 시청률이다.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는 2022년 11월 12일부터 12월 30일까지 전파를 탄 ‘소방서 옆 경찰서’의 시즌 2다. 최종회에서 2023년 7월 ‘소방서 옆 경찰서’ 시즌 2 방송을 예고하는 자막을 내보낸 바 있는데, 7.6%로 출발해 8%대 시청률을 유지하다 최종회만 딱 한 번 두 자릿 수(10.3%)를 찍었을 뿐인 드라마의 속편이 8개월 만에 돌아온 건 이례적이라 할만하다.
가령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를 생각해볼 수 있다. 최고 시청률 27.6%를 찍었던 20부작 ‘낭만닥터 김사부’(2016.11.7.~2017.1.16.)의 시즌 2가 돌아오는데 3년이 걸렸다. 최고 시청률 27.1%를 찍었던 16부작 ‘낭만닥터 김사부2’(2020.1.6.~2.25)에 이어 시즌 3편이 돌아오는데도 3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16부작 ‘낭만닥터 김사부3’(2023.4.28.~6.17)다.
나는 ‘소방서 옆 경찰서’를 논한 글에서 말한 바 있다. “이렇게 1편에서부터 시즌 2를 예고했던 드라마가 얼마나 있었는지 싶다. 아마 자신감의 표현일 것이다”라고. 그 자신감이 자만감처럼 되고 말았다. ‘소방서 옆 경찰서2’와 같은 날 시작한 MBC 금토드라마 ‘연인’이 두 자릿 수 시청률 등 인기를 끌었다고 하나 전편만 못한 시즌 2가 되어서다.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는 시즌 2라 무조건 본방사수한 경우다. 그러고 보니 지난 번 인기리에 방송된 ‘악귀’(SBS)를 제치고 본 ‘넘버스: 빌딩숲의 감시자들’(MBC)에 이어 이번에도 그렇게 되었다. ‘연인’을 마다하고 그보다 시청률이 낮은 ‘소방서 옆 경찰서2’를 본방사수했으니까. 시청률 낮은 금토드라마만 골라 본 셈이라 할까.
‘소방서 옆 경찰서2’는 경찰과 소방대원 활약상을 그린 시즌 1에 더해 제목에서 드러나듯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 비중을 늘린 게 특징이다. 그만큼 부검 장면이 많이 자주 나온다. ‘꼴통’ 형사 진호개(김래원)의 범인 때려잡기에 ‘과학’이 힘을 실어준 모양새지만, 방송 내내 죽은 사람 배 째고, 장기를 드러내는 장면을 지켜보는 게 썩 편안한 건 아니다.
1편의 이야기 얼개에 주요인물도 대부분 그대로 나온다. 늘어난 비중답게 국과수에 법공학팀 팀장 강도하(오의식)와 한세진(전성우) 부검의가 들어온다. 기분 나쁘게도 나와 이름이 같은 세진은, 그러나 덱스로 불리는 새 빌런이다. 3회에서 주인공중 한 명인 봉도진(손호준)이 순직하면서 그의 동생 안나(지우)가 떠나고, 우삼순(백은혜)이 후임자로 오기도 한다.
‘소방서 옆 경찰서2’는 일단 1편부터 도심 속 많은 인파 속에서 추격전을 펼쳐 혼을 쏙 빼놓는다. 특별출연한 최원영이 화상 흉터와 한쪽 눈만 제대로인 얼굴로 이빨에 성냥을 그어대 불붙이는 등 시즌 1에서처럼 긴박감 쩌는 전개임을 암시하며 보여주기도 한다. 화재현장에 출동한 송설(공승연)이 혼절하는가 하면 도진은 아예 불에 탄 주검이 된다.
3회 내용인데, 먼저 도진을 죽이는 스토리 전개가 희한하다. 도진 역 손호준의 개인적 스케쥴이나 공개 못할 또 다른 이유가 있어 중도하차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주인공의 드라마 초반 죽음은 익숙한 플롯이 아니다. 소방대원의 희생어린 순직을 강조하기 위한 설정인지 몰라도 그로 인해 설의 방황이나 잠시 휴직 등 불필요한 장면들을 많이 대하게 되어서다.
1편에서 “이색적인 서사구조가 의아하면서도 눈길을 끈다”고 했는데, ‘소방서 옆 경찰서2’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더 심화된 모양새다. 가령 화재진압 현장에서 도진이 죽는가하면 설도 이런저런 공격을 당하는 등 그냥 소방대원이 아닌 모습이 도드라진다. 심지어 국과수가 범인들로부터 공격을 당하기까지 한다.
호개가 사건에 엮이는 건 그 이상으로 상상을 초월한다. 먼저 호개 아버지 진철중(조승연)과 문영수(유병훈) 형사가 죽임을 당한다. 심지어 호개 역시 11회에서 철중과 함께 폭사(爆死)한 걸로 그려져 주인공이 또 죽느냐는 탄식을 자아냈다. 알고 보니 덱스를 현행범으로 잡기 위한 ‘작전’이었음이 드러나 ‘후유’ 하며 가슴을 쓸어내렸을 정도다.
상상 안 되는 소재로 바짝 긴장감을 안겨주는 게 ‘소방서 옆 경찰서2’의 강점이긴 하다. 나의 과문(寡聞) 때문인지 몰라도 가령 압력밥솥을 이용한 살인도 있음은 처음 본다. 사람 시신에 폭탄을 심어 국과수를 공격하는데 써먹는 것도 나로선 드라마ㆍ영화 통틀어 처음 보는 장면이다. 더구나 그게 ‘중국집변사사건’의 국과수 자료(증거) 제출을 막으려 조폭이 벌인 일이라니 섬뜩하다.
궁금증과 함께 몰입도를 높이는 드라마이긴 하지만, 좀 아니지 싶은 불만도 있다. 불난 곳에 무슨 범죄가 그리도 많이 똬리를 틀고 있는가 해서다. 강력사건 범인들을 상대하는 형사들이야 그들로부터 생명을 위협받는 공격도 받을 수 있지만, 소방대원들과 국과수 부검의들까지 그렇게 엮여 있는 건 현실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아쉬움은 인물 및 사건의 우연성이다. 가령 윤홍(손지윤)의 잠시 휴가중 국과수 부검의로 등장한 덱스가 마태화(이도엽)를 조종한 빌런으로 나오는데, 왜 그렇게 엮인 것인지 무릎을 탁 칠만한 구체적 당위성이 없다. 납치된 설을 통해 그냥 평범한 사이코패스 범죄자로만 몰고 끝나기엔 그의 범죄가 사형선고 받은 데서 알 수 있듯 너무 잔인하고 끔찍하지 않은가?
사건전개도 좀 산만해 보인다. 1편부터 시작해 2편에서 마무리되는, 친부 살해의 마태화사건이 있는가 하면 회차별로 다른 내용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런데 맺고 끝냄이 회차 중간에 있어 산만하게 다가온다. 가령 3~4회에서 연쇄방화범을 다루다가 4회 중간쯤 느닷없이 고양이 죽은 사건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소방서 옆 경찰서2’가 색다른 드라마인 건 단순 살인사건 해결이나 평범한 화재를 진압하는 경찰과 소방대원의 이야기가 아니어서다. 뭔가 방향을 잃은 서사구조라 할까. 간담을 서늘케하는 너무 극단적인 스토리도 그중 하나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가 뿜어낸 통쾌한 한 방이 오히려 극단적인 스토리로 인해 묻혀버린 느낌이다.
거기에 쓸데없는 로맨스까지 강화해 더욱 방향을 잃은 듯한 모습이다. 1편에서 “일단 설을 둘러싼 호개와 도진의 호감ㆍ관심이 드라마의 흐름을 해칠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했는데, 그게 무너졌다. 마치 로맨스 드라마인 양 도진의 순직과 함께 펼쳐진 설의 그에 대한 추모를 비롯한 연애 모드, 호개와의 키스까지 하는 사이로 발전한 모습이 꼭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단적인 예로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형사들이 범인을 잡는 게 자신의 연인을 구하기 위해서인가라는 의구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한다. 단순하게 소방대원들이 불나면 제 몸 돌보지 않은 채 진화하고, 형사가 나쁜놈들을 열심히 때려잡는데 국과수 부검의들은 과학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그런 단순명쾌한 드라마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배우들의 발음상 오류는 ‘창꼬’(3회)말고 없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다소 의아한 게 있다. 일상의 법칙을 무시하거나 아예 무신경함을 드러낸 셈인데, 도진 순직후 그의 사물함 정리를 동생인 안나가 하지 않고 설이 하는 게 그렇다. 4회 호개의 국가수사본부 수사팀장 승진 임용식장 현수막 맨아래쯤에 있어야 할 일시와 장소 표기가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