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13일 일거에 석개재에서 답운재까지의 26.6km를 주파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비와 피로로 성공하지 못하고 석개재에서 삿갓재 까지 약 8km의 거리만 줄여 놓은 상태였습니다.(그림 참조) 이제나 저제나 사정이 좋아지면 나머지 18.5km 구간을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동행해 줄 손용준 형이 눈 수술을 하는 바람에 기약이 없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10월 말경 손 형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눈이 나아서 보충산행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이어서 부랴부랴 계획을 세우고 11월 2일 실행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샘터마을에서 정맥길 시작점인 삿갓재까지 거리가 10km 이상 되고 다시 거기서 남진하여 답운재까지 18km를 걸어야 한다면 총 거리가 28km 이상이 되는 경로라서 샘터마을에서 삿갓재 부근까지는 트럭을 빌려서 접근하는 계획이 수립되었습니다.(계획 수립 중 트럭 소유자에게 연락하니 운임을 20만원이나 요구하는 바람에, 트럭은 버리고 거꾸로 북진하여 답운재에서 시작하여 삿갓재까지 갔다가 샘터마을까지의 경로 28km를 걸음으로만 주파하는 계획을 10월 16일에 실행하려는 찰라 동행해 줄 분이 다리가 고장 나서 미수에 그쳤는데, 이번에 다시 계획을 검토하는 중에 걸음으로만 해결하기에는 너무 멀어서 비싸더라도 트럭을 이용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28km 전체를 도보로만 주파하는 계획을 실행했더라면 꽤 고생했을 것 같고 성공도 보장 못 했을 것 같습니다.)
11월 2일(목) 오후 2시 낙동정맥 5차 구간 보충산행 미션을 완수할 3인이 승용차를 타고 현장으로 출발하였습니다. 김기창님, 손용준님, 그리고 나, 지난 9월 12-3일의 팀, 그대로입니다. 운전은 김기창님이 담당합니다. 양재역을 떠나 서초IC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하여 영동고속도로를 지나 중앙고속도로 치악휴게소에서 잠시 쉰 다음 풍기IC에서 고속도로를 내려와 영주 봉화를 지나서 36번 국도와 31번 국도, 910번 지방도를 이용하여 목적지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의 대머리 식당에 도착한 것은 4시간이 조금 지나 오후 6시가 넘었습니다. 저녁과 아침 식사를 대머리식당에서 하고 숙박도 식당에 달려 있는 대머리민박에서 해결하기로 미리 예약을 하고 왔습니다.
작은 식당인데 우리 3인 말고도 인근 아연제련소에서 일하는 분들 같은데 손님이 두 팀 더 있었습니다. 저녁식사는 정식(8,000원)인데 반찬이 시원치 않았습니다. 식사의 질로 보아 도시와 시골의 문화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푸근한 시골인심과 신선한 재료를 쓴 푸짐한 식사를 기대하고 왔던 손 형은 적이 실망한 듯하였습니다.) 식사 후 2층으로 올라가 빌린 방에 들어갔습니다.
방은 그런대로 3인이 시용하기에 충분히 넓었는데 이불이나 옷을 넣는 반침도 없고 다른 입체적인 아무런 가구가 없었습니다. 화장실엔 세면대가 없이 수도꼭지만 있어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서 쓰게 되어 있었습니다. 더운 물이 나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일 아침 4시를 약속하고 불을 껐습니다. 난방이 안 되어 불을 넣어달라고 부탁하였으나 새벽까지 아주 미미한 온기만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서울의 문명과는 격차가 크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11월 3일, 밤새 잠을 설치다가 아침 4시에 일어났습니다. 세수를 하고 5시에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아침으로 김치찌개를 부탁했는데 역시 시원치 않았습니다. 속으로는 불만이 있었지만 웃는 낯으로 아주머니와 작별했습니다. 어제 트럭 주인과 미리 약속한 만남장소인 석포초교 반야분교 앞으로 승용차를 타고 갔습니다.(05:23-05:34) 트럭이 미리 와서 비상등을 깜박이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만날 김기창님과 작별하고 두 사람은 짐을 트럭 뒤에 싣고 앞자리에 탔습니다. 기사는 지난 번 산행에서 마을로 내려왔을 때 알게 된 사람입니다.
05:36, 트럭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약 4km, 9분을 가니 지난 번 9월 13일 김기창님 승용차를 기다리던 정자를 지나게 됩니다. 길은 여기서 지난 번 내려왔던 길로 직선으로 가지 않고 90도 우측으로 꺾어 하천 위 다리를 건너서 남쪽을 향해서 올라갑니다. 트럭은 어둠을 헤치고 임도를 따라 그르렁거리며 올라갔습니다. 가끔 도로가 굽어지는 곳에서는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06:06, 임도삼거리에 트럭이 서고 내리라고 합니다. 30분 걸려서 약 10km를 올라왔습니다. 기사 말씀이 여기서 더 이상 올라 갈 수가 없다고 합니다.(원래 삿갓재까지 가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러마 하더니 훨씬 못 미친 곳에 내려준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기사는 삿갓재가 어디인지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기사가 내리라고 해서 미심쩍어 하면서도 이곳 지리를 숙지하지 못 한 탓으로 얼결에 내렸는데, 트럭은 왔던 길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삼거리에서 동쪽으로 난 임도로 휑하니 달려가 버렸습니다.(나중에 지도를 통해 이 동쪽으로 난 임도를 살펴보니 동으로 가던 임도는 곧 북으로 방향을 바꾸고 구불구불 돌고 도는데 북에서 다시 동으로 방향을 바꾸다가 다시 남쪽을 향해 내려가서 금강송으로 유명한 소광리의 금강송군락지를 지나서 봉화-울진을 연결하는 36번 국도로 연결되고 있었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휴대폰의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니 이 지점은 우리의 목표였던 삿갓재가 아니고, 거기서 남쪽으로 약 2.5km 내려와서 있는 임도삼거리(불심재)였습니다.(트럭으로 삿갓재로 가려면 임도삼거리 오기 약 500m 전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난 임도를 따라가면 삿갓재까지 갈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기사는 삿갓재가 어딘지 모르는 것 같았고 우리가 가려는 곳이 임도삼거리로 생각한 것 같았는데 우리의 요구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은 듯 했습니다. 지난 9월 13일 산행시 삿갓재에 내려와서 트럭이 하나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기에 트럭으로 그곳에 쉽게 갈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트럭기사에게 삿갓재를 주문했었는데 그가 흘려듣고 우리를 임도삼거리에 내려주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한 것 같았다. 그에게 있어 삿갓재의 위치는 어디가 되든 상관없는 것으로 보였나 봅니다. 우리에게는 상관이 있어 2.5km를 더 가야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날이 거의 다 밝아 오니 동해바다 쪽이 붉게 물들고 있었습니다. 트럭기사를 탓해봐야 소용없는 일이고 이제 지난 번 산행을 끝냈던 삿갓재까지 거슬러 올라갔다가 돌아와야 했습니다. 기념사진을 두어 장 찍고 06:23, 트럭이 사라진 방향으로 임도를 따라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동으로 가던 임도는 곧 북으로 향하고 한참을 진행한 다음 잠시 숲길을 뚫고 좌측으로 나가서 다른 임도를 타고 북진합니다. 임도를 따라서 걷다가 임도와 평행한 산길로 들어가 잠시 진행하다가 다시 임도로 내려와서 조금 가니 지난 9월 13일 산행을 끝냈던 삿갓재에 도착하였습니다.(07:10) GPS로 본 고도는 1,086m였습니다.
이제 원점을 찍었으니 왔던 길로 돌아가야 합니다. 임도를 따라서 계속 내려오다가 잠시 임도와 병행한 산길을 300m 가량 탄 다음 임도로 돌아왔다가 다시 200m 가량 산길로 가다가 임도로 나와 계속 걸어서 출발점인 임도삼거리로 돌아왔습니다.(7:52) 약 5km를 걸었습니다. 이제부터 가보지 않은 길을 남쪽으로 약 16.5km 걸어야 합니다. 아직 시간도 충분하고 힘도 충만해 있었습니다. 세 갈래로 난 임도 중 남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드디어 고대하던 중요한 산행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니 힘이 났습니다.(다가오는 11월 18일 부산의 대티고개에서 몰운대까지 마지막 산행을 하게 되면 제가 못 간 구간은 4차 답운재-통고산-에미랑재 구간만 남게 되는데 그 구간은 약 13km 거리로 크게 힘들지 않은 구간이라서 12월 쯤 시간을 내면 쉽게 주파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늘 삿갓재-답운재 구간이 내게 최대의 난관이었는데 그 난관을 지금 해결하는 중입니다.) 희망이 주는 설렘과 기대감을 안고 걸어가는 내 모습을 동해 위에 솟은 해님이 뒤에서 비추어 주고 있었습니다. 대지도 환하고 마음속도 개였으니 상황이 아주 좋아 보였습니다.(07:56)
여기까지 오던 대로 계속해서 임도를 따라서 편하게 약 800m를 걸어 내려가니 백병산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나타났습니다. 그쪽 길을 알려주는 리본들이 나무에 달려 있어 임도를 버리고 산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눈앞의 우선적 목표는 백병산갈림길인데 경사가 급한 편입니다.(산길을 택하지 않고 계속해서 임도를 따라가면 약 3km 지나서 임도와 산길이 만나는 지점이 나오고 거기까지 가서 산길로 들어서도 됩니다. 그렇게 하면 산을 넘지 않으니 힘이 많이 절약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사길을 힘들게 올라가서 해발 1,145m의 백병산 삼거리에 도착하였습니다.(08:50) 오늘 산행 중 가장 높은 지점입니다. 백병산(해발 1,153.7m)은 여기서 북서쪽으로 5-600m 가량 떨어져 있는데 고도가 여기보다 10m도 더 높지 않은 데에다 나무에 가려서 그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일부러 다녀오기에는 시간과 체력이 낭비될 것 같아 아쉽지만 생략하였습니다.
임도와 산길을 가는 중에 여기저기 이 지방 특산물인 금강송의 개체들이 나타났습니다.(인근의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에는 금강송 군락지가 있고 사람들이 일부러 보러가는 곳입니다.) 백병산 삼거리를 지나니 길이 급하게 하강했습니다. 약 5km 떨어진 934.5봉으로 오르는 안부(해발 823m)까지는 계속해서 수직으로 약 320m를 내려가야 했습니다. 급경사길에 낙엽이 덮여있어 매우 미끄러워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으나 가끔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며 경사길을 내려갔습니다. 능선이 돌로 되어 험한 곳에서는 능선 조금 아래로 길이 나 있었고 이런 곳은 길이 잘 보이지 않아서 길을 잘 찾아서 진행해야 했습니다. 길이 직선에서 좌나 우로 굽어지는 곳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았기에 길이 희미하여 직선에서 꺾어지는 곳을 자주 지나쳐서 더 갈 때가 있었는데 GPS앱(산길샘)의 지도에 받아 온 선답자의 경로를 보며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종이 지도는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어디쯤인가 길이 평평한 곳에서 뒤에서 따라오던 손 형이 나를 앞서더니 빠른 속도로 내달았습니다. 뒤를 좇아가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손 형이 앞장 선 것은 이때 한번 뿐이었고 대개는 내가 앞장을 서고 손 형이 뒤를 좇는 것이 전체 풍경이었습니다. 내가 GPS 트랙을 보며 길을 찾아서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걷다보면 한참 떨어져서 보이지 않을 경우도 많았는데 그럴 때는 서로 “야호”하고 소리를 질러서 다시 만나곤 하였습니다. 길은 전체적으로 보면 내려가고 있지만 부분적으로 오르내림이 있어서 이 작은 봉우리들을 넘어서 진행하는 것이 힘이 들었습니다.
11:22경 안부를 지나고 길은 934.5봉으로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작은 봉우리들을 세 개 쯤 넘으며 12:08, 934.5봉에 도착하였습니다. 가져온 빵과 귤, 주스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다시 고도 753m의 한나무재까지 내려갔다가(13:38), 해발 912m의 진조산으로 올라갔습니다.(14:22) 체력이 많이 소진되어 속도가 느려져 최종 목적지인 답운재 도착시간을 4시에서 4시 반으로 연장하여 김기창님께 통보하였습니다. 진조산 정상에는 묘가 하나 있었고 다른 곳에는 없던 정상석이 서 있었습니다. 다른 곳의 아래위로 길쭉한 정상석과 달리 옆으로 넓은 직사각형 오석의 한 쪽 면에 정상표시를 하고 다른 쪽 면에는 낙동정맥을 종주한 사람들의 명단을 적어 넣은 것으로 보아 사적 그룹에서 만들어서 세운 정상석인 것 같았습니다.(사진 참조) 진조산에서는 여태까지 열리지 않던 시야가 열려서 멀리까지 펼쳐진 경치를 감상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제 진조산에서 답운재까지는 약 4.5km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하강하는 길에서 작은 봉우리들을 몇 개 넘어가면 될 것입니다. 나뭇가지들이 계속 얼굴을 때리고 가끔 키 높이의 산죽이 나타나 산행에 방해를 하곤 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길을 지친 몸을 이끌고 계속 전진했습니다. 오늘 전체 산행거리는 원래대로라면 18km이면 되었을 터인데 출발점을 잘 못 잡는 바람에 2.5km를 더하는 바람에 21.5km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뒤에서 따라오던 손 형이 숲속에 묻혀서 보이지 않게 되어 큰 소리로 불러서 같이 움직였습니다. 저는 어떡하든지 이 구간을 마쳐야만 낙동정맥 전체를 완성할 수 있기에 필사적이 되었고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마지막 봉우리 밖에 안 남았다고 손 형을 위로하며 앞으로 나갔습니다.
답운재를 지나가는 아스팔트길이 보이지 않아 답답했는데 마지막으로 언덕이 아래로 급히 내리 쏟더니 겨우 100m도 안 되는 아래쪽에 나무들 사이로 도로가 보였습니다. 다 온 것입니다. 잠기지 않은 철문을 열고 답운재를 통과하는 도로에 내려서니 김기창님의 승용차가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16:38) 아침 6시 23분에 출발해서 16시 38분까지 휴식시간을 포함해서 10시간 15분 동안 21.5km를 걸은 셈입니다. 평균 시속을 계산해 보니 약 2.1km/hr이었습니다. 산행을 시작해서 중간지점을 걷고 있을 때까지는 16시면 목적지인 답운재에 도착하리라 생각했는데 후반부에 30분 정도 늦으리라고 생각한 것이 거의 들어맞은 셈이었습니다.(8분 지연되었습니다.)
그 동안 노심초사하며 걱정하던 걱정거리 하나를 해결한 순간이었습니다. 악전고투는 아니지만 천신만고라고 표현하고 싶은 모험이 끝났습니다. 차에서 졸고 있던 김기창님이 깨어서 반겨줍니다. 저녁식사를 죽변항에서 횟밥으로 하고 강릉 쪽으로 해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자고 제안하십니다. 그대로 하기로 하고 죽변항의 울산회식당으로 가서 횟밥을 먹고 서울로 출발하였습니다. 영주를 거치는 길보다는 조금 멀지만 길이 좋을 것 같아 7번 국도로 북진하여 삼척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영동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양재역에 오니 밤 10시 반입니다. 차가 밀리지 않고 올라왔으니 양호한 결과였습니다. 새벽 4시부터 시작된 긴 하루가 좋은 결과를 맺고 11시 조금 넘어 집에 도착한 시각에 끝났습니다.
산행을 반추하며 정리하는 시를 하나 써 보았습니다.
삿갓재에서 답운재까지 천신만고 고생하다
2012-11-03
트럭타고 임도삼거리
쉽게 왔지만
진짜 출발점은 삿갓재
2.5km나 뒤에 있어
북으로 갔다가 U턴이다
임도 따라 걷는데
백병산갈림길 가려면
숲길로 가야한다
백병산 갈림길
오늘의 최고점이다
급전직하 길은
낙엽에 덮여 미끄럽다
인적 없는 호젓한 길
안 다니니 희미해져
자주 엇나가니
GPS 켜고 길을 찾는다
벗은 신갈나무들
나목 되니 을씨년스러워
아무도 없는 외로운 길
둘이서만 전진한다
귀한 금강송도
여기저기 나타난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무거운 발걸음
속도는 늦어도
마음은 이미 답운재
회색빛 차도가 그립다
작은 봉우리가 대체 몇 개인가
넘고 넘어도 끝이 없네
지친 몸을 정신이 달래며
언덕을 오른다
한나무재에서 몸을 추슬러
진조산 산정 겨우 올라
휴식시간 즐기는데
웬 묘가 여기에 있나
성묘하기 힘들겠다
굴전고개 다다르니
거의 다 온 기분이나
지도상 거리는
3km나 남아있다
지쳐서 걸음 늦어져도
포기하기엔 늦었다
억지로라도 완주해서
21km 기록을 만들어내자
컴컴해지는 숲길이
아래로 급히 쏠리더니
고대하던 답운재 나오고
승용차가 반갑다
삿갓재에서 답운재까지
구름을 밟은 듯
마음은 붕 떠있다.
악전고투 아니지만
천신만고는 맞는다
큰일 마친 이에게 오는
이 개운함
그 맛에 산행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