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제일콜라텍 탐방기
지난주 일요일(2022.11.06.) 부산 동래에 있는 최우석 라틴댄스 전문학원에서 원장샘이하 문하생들이 콜라텍에 현장학습을 간다며 나를 초대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이들과 동행하게 되었다.
오래전에 나는 춤이 너무 고파서 어느 무료한 주말 나 홀로 부산 서면에 있는 무지개 콜라텍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화려하게 번쩍이는 조명 불빛 아래 빵빵 때리는 음악에 맞춰 나름 멋을 내며 쌍쌍이 춤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한 춤 땡기고 싶은 마음 간절했으나, 거기에 아는 사람도 없고 낯모르는 여인에게 춤을 청하자니 부끄럽고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통로에 서서 잠시 구경만 하다가 뻘쭘함을 견디지 못하고 그냥 되돌아 나오고 말았다.
이런 아픈 기억이 있는 나는 콜라텍에 가는 것이 썩 마음 내키지는 않았으나 일행들과 같이 가면 뻘쭘하게 서있다 되돌아 나오는 비극은 없겠다는 생각에 콜라텍 현장학습에 동행하는 용기를 낸 것이다.
오후 3시쯤 일행들과 함께 학원 인근 전통 시장 골목을 지나 제일콜라텍이란 간판이 붙어 있는 어느 건물 지하에 들어서니 입구에서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비었다. 음악과 함께 약간은 어두우면서도 화려한 불빛이 번쩍이는 가운데 플로어에는 멋진 댄스복을 차려입고 리듬을 타며 춤추는 남녀들로 가득하였다.
지금까지 내가 가본 콜라텍에서는 사교댄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댄스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은 플로어 한쪽 모퉁이에서 눈치 보며 춤을 추고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정 반대로 댄스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고 바닥에 테이프로 구분해 놓은 공간도 몇 배 더 넓었다. 이곳 콜라텍의 터줏대감으로 보이는 춤꾼들은 나에게 보란 듯 기교를 부리며 실력을 과시하였다.
내가 입구 카운터에 가방과 겉옷을 맡겨놓는 사이에 함께 간 일행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이리 저리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아도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옷도 비슷하게 입고 있어서 찾기가 어려웠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하니 서있는 나에게 일행 중 예전에 안면이 있어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던 여자분이 다가와 춤을 청하였다.
가볍게 지루박을 시작으로 트롯트 음악에는 왈츠를 추며 플로어를 한 바퀴 돌고나니 긴장이 좀 풀어졌다.
일행들이 안쪽 휴게실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갔더니 테이블에 모두 모여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원장샘과 나를 포함하여 남자는 셋 여자는 여섯이었는데 여자분들 중 1명은 프로이고 다른 여자분들도 선수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이었다.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박장대소하는 미모의 여인들에게 “왜 춤을 추지 않고 앉아 있느냐?”고 물었더니 음악 원음이 나오기를 기다린다고 하였다. 그 시간은 오후4시였다.
드디어 4시가 되자 라틴댄스 원음이 신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플로어로 나가 짝을 지어 춤을 추며 수준 높은 기량을 맘껏 뽐내었다. 나는 일행 중 제일 못하는 편이지만 돌아가며 내 손을 잡은 파트너의 실력이 워낙 대단하다보니 나도 덩달아 신이 나서 힙을 돌리며 몸을 크게 흔들었다. 관중들이 보는데서 보폭을 크게 동작해보라는 원장샘의 학습 지침도 있었다.
최근에 순서를 다듬은 룸바, 삼바, 차차차를 출 땐 텐션이 제대로 걸려 라틴댄스의 춤 맛을 조금은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자이브는 통합루틴 뒷부분의 순서를 많이 까먹어서 자신이 없는데다가 프로와 손을 잡으니 주눅이 들어서 많이 더듬거렸다. 프로와 룸바를 출 때는 프로는 정박에 맞추어 춤을 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음악을 자유자재로 밀고 당기며 액티비티하고 다이내믹한 춤에 익숙한 프로선수가 정박에 맞추어 그냥 밋밋한 춤을 추는 아마추어하고 춤을 추는 것은 그다지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오랜만에 라틴댄스를 즐기며 기쁘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었는데 댄스스포츠에 비하면 춤도 아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역동성이 떨어지고 기교가 단순하지만 언제 어디서든지 누구하고라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춤은 역시 지루박이 최고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지루박으로 만족하기에는 내 나이가 아직은 젊기에 코로나 등으로 인해 그동안 못했던 댄스스포츠를 좀 더 다듬어서 정열적인 미모의 여인들과 손을 잡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열심히 노력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