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프록이라곤 하지만 유러피언 파워메탈이나 드림시어터 이후의 프록메탈과는 전혀 다릅니다. 정통 헤비메탈에 가깝죠 (같은 USPM인 크림슨 글로리 정도를 떠올리면 적절하지만 USPM을 듣는 사람에겐 딱히 소개가 필요 없을듯...).
페이츠 워닝의 특징이라면 예측을 불허하는 곡구조와 특유의 신비한 분위기 등을 꼽을 수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역시 존 아치의 보컬이 되겠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약간 콧소리가 강조된 브루스 딕킨슨 정도의, 상당히 고음역대의 목소리인데, "목소리를 악기로 사용한다"라는 말에 정말을 이만큼 실천하는 보컬을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클래식 성악가들은 제외). 보컬 라인에 멜로디가 풍부하고, 필요 이상으로 말을 많이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절대 과도하다는 게 아니라 필요치를 초월한다는 것) - 한 소절이 끝나간다는 느낌을 주다가 새로운 부분으로 바로 연결되버리는데, 이게 약간 놀라우면서 신비한 느낌을 더합니다. 게다가 가사없이 "오우~" "예~" 이러는 것들도 그냥 하는게 아니라 치밀하게 작곡된 멜로디에 맞춰 부릅니다. 보컬없이 기타리프 자체만 봐도 상당히 흥미로운데 (참고로 기타리프는 전반적으로 헤비/스피드메탈기반에 메이든/슬레이어식의 멜로디가 결합된 형태고, 일반적인 P5 파워코드 외의 신비한 느낌의 하모니를 만들기도 합니다), 거기에 리프를 따라가지 않고 전혀 다른 멜로디를 부르는 보컬까지 얹혀져서 거의 카운터포인트를 형성하는 느낌이 들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구조적으로도 절과 후렴이야 물론 있지만 그걸 고지식하게 꼭 3번씩 반복하는게 아니고, 브릿지가 주로 상당히 길면서 다양한 리프들이 곡을 새로운 영역으로 이끌어갑니다. 이러면서도 지능적인 부분만 있는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메탈의 힘을 절대 잃지 않습니다.
결국 필요한 앨범은 두개, 2집과 3집입니다. (1집은 괜찮긴 한데 아직 발전이 덜 됬고, 존 아치 방출 이후는 특유의 분위기가 사라지고 평범해졌습니다. 4집은 그래도 좀 스래쉬적이긴 하지만... 존 아치가 2003년에 솔로 EP를 냈지만 그것도 그냥 평범한 프록입니다.)
The Spectre Within
2집은 스피드메탈적인 면이 많습니다. 진짜 스래쉬 리프는 The Apparition 중간에 나오는 것 하나밖에 없지만, 3집보다 전반적으로 훨씬 더 빠르게 달립니다 (어차피 페이츠 워닝의 스래쉬 리프들은 전부 브레이크다운용 다운피킹 리프들이라 스래쉬 리프가 많으면 오히려 느려지게 되죠). Without a Trace, Kyrie Elesion (이 곡의 제목 때문에 기독교적인 앨범인가 의아해 하실 수 있지만 이 곡이 수록된 데모를 들으면 마지막에 한 남성의 목소리가 나타나서 "이건 악마를 섬기는 앨범이다"라고 하죠) 등이 가장 심하게 달리는데, 그러면서도 앨범 전반에 깔린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는 잃지 않습니다. 특히 마지막 곡 Epitaph는 4개의 파트로 이루어진 에픽으로, 익스트림 메탈을 제외하면 가장 어두운 메탈 곡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곡 하나하나가가 구분하기 쉽고 프로덕션 상태도 펀치가 있어서 3집보다는 접근하기가 더 쉽습니다.
Awaken the Guardian
3집은 분위기가 2집보다는 밝아지고 (특히 보컬라인이 2집의 기괴함에 비해 확실히 더 아름답고 영광스럽습니다), 이에 맞게 가사도 죽음에 대한 걸 다루기 보다는 판타지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그 와중에도 Valley of the Dolls는 글램메탈을 까고 있지만). 프로덕션 상태가 기타와 보컬 모두를 약간 뭉뜽그리는 느낌이 있어서 처음에는 상당히 적응이 어렵습니다 (뭐 이것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어렵다고 불리는 앨범이긴 합니다. 이 앨범 숭배자들 중에 처음부터 좋았다고 한 사람을 못봤을 정도). 하지만 이 프로덕션 상태가 분위기의 신비함을 증가시키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발매년도가 86년이라는 걸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그냥 스래쉬적인 리프들이 아니라, 진짜 스래쉬 리프들이 넘쳐납니다 (그렇다고 앨범의 장르 자체에 스래쉬를 넣긴 좀 그렇지만, 적어도 판테라보다는 훨씬 더 스래쉬에 가깝습니다). Prelude to Ruin은 거의 스래쉬리프가 곡의 반을 차지하고 있고, 발라드인 Guardian도 왠만한 스래쉬밴드는 발라버리는 극악의 스래쉬 브레이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덕션도 기타의 저음역대를 강조하고 작곡상으로도 6번줄 다운피킹하는 스래쉬 리프들이 많기 때문에 하늘로 치솟는 보컬과의 대조가 2집때보다 더 강합니다. 보컬과 리프가 상당한 간격을 사이에 두고 분리되어있는 느낌이지만, 따로 논다기 보다는 육중한 리프가 받쳐주는 가운데 보컬이 위에서 날뛰는 것에 가깝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앨범을 "모비드엔젤, 버줌과 이몰레이션의 팬들을 위한 파워메탈 앨범"이라고 했는데, 상당히 동의합니다.
첫댓글 아 ! fates warning.. 2집은 정말로 좋아했었는데..lp 로 가지고있던...20여년전 멋모르고 샀던 앨범인데 정말좋았던...^^
오 2집부터 들어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