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2토(12월 9일), 3개월마다 개최되는 총산의 정기산행일이다. 이번 산행은 홍천의 공작산으로 결정되어 총산 집행부에서 면밀하게 준비를 해 왔다. 화려한 공작새를 닮았다는 공작산에 직접 가서 올라가면 감흥이 남다를 듯하였다.
“한국의 산하”에서 공작산에 관한 정보를 찾아 보았습니다.
공작산 [孔雀山]
높이 : 887m
위치 : 강원도 홍천군 동면
특징, 볼거리
공작산은 정상에서 바라보면 홍천군 일원이 한눈에 들어오며, 풍치가 아름답고 깎아 세운 듯한 암벽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산세의 아름답기가 공작새와 같다하여 공작산으로 불리는 듯하며, 몇 년 전부터 점차 이 산을 찾는 등산객 수가 증가 추세에 있다.
봄에는 철쭉과 가을철에는 단풍, 눈 덮인 겨울 산 역시 등산객들을 매료시킨다. 정상이 암벽과 암릉으로 되어 있으며, 정상 일대의 철쭉군락지에 철쭉이 필 때면 지리산의 세석평전을 방불케 한다.
정상에서 서남능선 수타사와 노천리에 이르는 약 8km의 수타 계곡은 멋진 암반, 커다란 소, 울창한 수림으로 수량도 풍부하고 기암절벽이 어울려 장관을 이루는 비경 지대다.
수타사
수타사는 홍천군 동면(東面) 덕치리 공작산(孔雀山)에 있는 절로서, 영서지방의 사찰 중 가장 오래된 고찰이다. 공작산을 배경으로 신라 성덕왕 7년(서기 708년)에 원효대사에 의하여 창건되었으며, 당시에는 우적산(牛寂山) 일월사(日月寺)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창건 이후 영서 지방의 유명한 사찰로 꼽히다가 1457년(세조 3)에 현 위치로 옮기면서 수타사(水墮寺)라 칭하였다. 월인석보와 삼층석탑, 홍우당부도 등 지정문화재 이외에도 1364년에 만든 종과 부도거리 등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수타사 계곡
동면 노천리 공작산에서 발원, 신봉리를 거쳐 덕치리로 이어 흐르는 계곡으로 봄에는 철쭉, 가을엔 단풍 이 어우러져 있다. 이곳에서부터 계속 계곡을 따라가 보면, 맑은 물을 끼고 있는 갈대숲이 나온다.
산림청 100대 명산
울창한 산림과 수타계곡 등 경관이 수려한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산의 형세가 마치 한 마리의 공작이 날개를 펼친 듯하다는 데서 산 이름이 유래. 보물 제745호인 월인석보 제17권과 18권이 보존되어 있는 수타사(壽陀寺)와 수타사에서 노천리에 이르는 20리계곡인 수타계곡이 특히 유명하다.
아침 7시 반이 조금 지나 3대의 버스가 잠실벌을 떠났는데 참가자는 약 120명으로 성황을 이루었다. 버스는 가평휴게소에서 잠시 쉰 뒤 계속 달려서, 9시 50분경 공작산 주봉 아래 공작골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다 같이 모여서 기념사진을 찍고 간단한 산행 안내를 들은 다음 정각 10시경 산행을 시작하였다. 하늘엔 구름이 끼어 해가 없으나 날은 춥지 않아서 조금 올라가다가 겉옷을 벗어서 배낭에 넣었다.
완만하게 시작되던 길이 조금 전진하니 급하게 변하며 계속해서 올라가야 했는데, 해발 320m에서 시작해서 해발 640m까지 고도를 320m 올리며 올라오니 능선과 만나게 되었는데(10:55) 길은 왼쪽으로 휘어져 작은 봉우리(해발 745m)에 도착했다.(11:11) 작은봉우리에서 잠시 쉰 뒤 전진하는데 길은 다시 수직으로 50m 가량 내려갔다가 공작산 정상을 향해서 급하게 올라갔다. 수직으로 약 200m 정도 힘들게 올라가서 공작산 정상에 설 수 있었다.(11:58)
공작산에 왔으니 어디선가 공작의 모습을 발견해 보려고 했지만 단편적으로 보이는 경치 속에서는 그것이 쉽지는 않았다. 산행을 계속하면 어떤 단초가 잡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산행을 계속했다. 공작산의 이름을 공작이 날개를 편 모습과 유사해서 그렇게 명명했다고 하는데 정상은 가장 높은 곳이고 산의 동쪽에 치우쳐 있으니 아마도 공작의 머리에 해당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여기서 산을 내려가서 원점회귀하면 B코스를 마치게 된다.
그러나 나는 더 긴 A코스를 갈 예정인지라 공작산 정상에서 돌아 내려와서 갈림길에서 수타사 쪽으로 향하는 삼거리에 오니 이정목이 서있고 수타사까지 6.9km라고 적혀 있었다. 16회 조준희 선배님과 몇몇 선후배를 모시고 험한 길을 개척하며 나아갔다. 내려가는 길이지만 경사가 있어 험한데다 낙엽까지 쌓여 있어서 조심해야 했다.(이후 조심했지만 낙엽 위에서 자주 미끄러졌고 넘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로프가 여기저기 매어있는 험한 경사 길을 수직으로 150m 가량 내려가다가 평평한 곳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 후 내쳐 10여 미터를 더 내려가니 길은 다시 오르막이다. 수평거리로 약 1.3km를 전진하고, 수직거리로는 약 140m를 올라가서 지왕봉(해발 798m)에 도착했다.(13:49) 지왕봉을 통하는 능선은 공작산의 주능선으로 보였는데 공작새로 말하면 등의 한가운데에 해당될 듯 했다. 이제 갈 길의 반 쯤 온 것 같았다. 지왕봉을 내려와 수평으로 500m 가량은 길이 거의 평평하여 걷기에 아주 좋았는데 그 후는 수직으로 250m 가량을 급한 경사로 내려가야 했는데 또 길이 나빠졌기에 낙엽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등 고생을 했다.
길은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더니 다시 150m를 수직으로 내려가서 15:18, 능선이 낮아졌다가 올라가는 고개를 형성하는 해발 380m 정도 되는 높이의 안부에 도착하였는데 마지막 시련인 약수봉(해발 558m)이 눈앞에 버티고 있었다. 수직으로 180m 가량이나 올라가는 힘든 길인데 이제 체력이 바닥나고 지쳐서 더욱 힘이 든 모양새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돌아갈 수도 없는 길이니 마지막 힘까지 짜내어 언덕을 올랐는데 자주 멈추어서 숨을 고르며 올라가야 했다. 8년이나 위이신 조선배님은 나보다도 먼저 올라가셨다.(대단하시다.)
15:43, 해발 558m의 약수봉에 도착했다. 공작새로 보면 꼬리가 시작되는 점인 것 같았다.(공작새의 끝은 수타사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았다.) 약수봉엔 벤치도 마련되어 있어 잠시 쉬면서 물을 마시고 귤을 까먹었다. 기념사진도 찍고 봉우리에 모였던 4인이 마지막 하산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길은 수직으로 370m 가량 급하게 내려와서 수타사를 1km 가량 남겨 둔 덕치천변에 와서야 평탄하게 되었다.(16:22) 강변을 걸어서 수타사를 다리 건너로 넘겨다보고 부지런히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가니 총산 간부들이 반겨주는데 총산에서 부여한 시간인 오후 4시를 훨씬 지난 시간인 오후 4시 47분이었다.(우리 보다 더 늦은 분들도 있어 덜 미안하기는 했다.)
산행을 마치고 즐거운 연회에 참석했다. 홍천에는 큰 음식점이 없어 춘천시 신동면 김유정로(김유정역 인근)의 닭갈비집인 “춘천1번지 닭갈비막국수”로 가야 했기에 버스를 탔다.(17:15) 먼저 음식점에 도착한 동료들과 닭갈비를 안주로 약주를 나누며 환담을 즐겼다. 총산회장과 총동창회장의 인사가 있었고 고참 선배들의 격려사도 있었다. 30회 윤동기 가수의 노래도 몇 곡 들었다.
19:06, 연회가 파한 후 버스를 타고 서울로 출발했다. 고속도로를 달려서 한 시간 조금 더 걸려 편하게 오후 8시 반경 종합운동장역 앞에 도착하여 하루 일정을 모두 마쳤다.
공작산에 과연 공작은 존재하고 있었을까? 답은 Yes이다. 공작산을 종주하며 공작새를 단 한 번에, 한 눈으로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공작의 머리(주봉)에 올랐다가 험한 길로 이루어진 새의 등(주능선)을 밟고 한 가운데 지왕봉을 통과한 다음 꼬리가 시작되는 약수봉을 지나서 공작새 꼬리의 끝이라 할 수 있는 수타사까지 11.2km를 걸어서 체득하였으니 공작새를 눈으로는 못 보았으나 마음속으로는 충분히 그려 볼 수 있었다. 따라서 돌이켜 생각하니 예상외로 험난한 길을 7시간 가까이 길었던 산행이 헛된 고생은 아니었다고 자위하게 되었다. 헐벗은 신갈나무들이 도열해 있고 그 낙엽으로 뒤덮인 산길에 가끔씩 나타나는 소나무 군락, 한국의 평균적 겨울 산의 모습을 하루 종일 감상했고 공작새를 맘속으로 그려내는 생각에 몰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산행 후 시를 한 수 썼다.
공작산 산행에 부쳐서
파랑새를 잡으려 내닫는 인생길
오늘은 화려한 공작새 찾아
공작산을 올랐다
공작골 시작점은 부리이고
주봉은 머리가 된다
험한 주능선은 등과 허리가 되는데
그 가운데에 지왕봉이 있다
약수봉 오르면 꼬리가 시작되고
수타사에 오면 꼬리 끝이다
그러나 이 그림은
창공 10km는 올라가서
내려다보아야만
그려지는 그림이다
땅에서 걷는 사람은
공작골에서 시작하여
수타사까지 걸으며
몸으로 체험하고
맘속으로 그려야한다
험한 비탈길 조심히 내려가고
쌓인 낙엽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균형 잡아야 하며
오르막 올라갈 땐
더 힘을 내야 한다
공작산엔 공작이 있다기에
하루 종일 산길 걸어
결국 커다란 공작새를
만나고 말았다
손에 쥔 공작새
큰 꿈을 실어 하늘로
날려 보내는데
야기서 더 가면 파랑새도
잡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