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9. 23.(금) 오후 6시 선린인터넷고 [너의 입술로]
선린인터넷고등학교의 참가작 ‘너의 입술로’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많이 공연하는 ‘데스데이’를 그 근간으로 하여 지도교사가 새롭게 각색한 작품입니다. 극의 내용은 많이 각색되었으나 이야기의 기본 구조가 비슷하여 창작극 부문으로 심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선 공연을 위한 제반 조건들을 충실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연극 전용 공연장이 아닌 소강당을 작은 극장처럼 잘 준비하여 놓았습니다. 종래의 무대를 계단식으로 개조하여 객석으로 바꾸고 강당 바닥에 구조물을 설치하여 필요한 조명들을 준비하여 달아 무대로 활용하여 관객들의 시각을 오히려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상징적인 세트의 활용과 상황을 잘 만들어내는 다양한 조명의 운용, 장면을 도와주거나 이어가는 음향과 음악의 효과적인 준비 등이 더해지니 공연이 많이 살아납니다.
연출력도 뛰어납니다. 이동이 편하고 조합을 통해 장면을 만들기 쉽도록 간단한 구조물에 바퀴를 달아 활용하면서 큐빅 몇 개를 더해 각각의 장면들을 잘 변환하며 연출해 내고 있습니다. 공간을 넓게 잘 활용하면서도 조명을 통한 영역활용으로 진행을 빠르게 가져가고 있고,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상징적인 정지장면으로 재미있게 연출해 낸 점이나 오토바이 족의 폭주 장면과 학생들의 집단 폭행 장면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수법도 뛰어납니다.
연기 면에서도 크게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발성 발음을 비롯하여 몸의 움직임까지 학생들 모두의 기본기가 매우 탄탄하여 배우 자신들의 각각의 약점들을 잘 보완하고 있고, 각각의 인물들의 개성들도 잘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배역 상호간의 호흡도 오랜 연습의 결과인 듯 잘 맞아떨어지고 있으며, 상황에 따른 긴장과 이완도 잘 잡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고등학교 연극반이 배경인데 반해 배우들의 연기 속에서 대학생 혹은 그 이상의 연령층으로 느껴질 만큼 작위적이고 자연스럽지 못한 말과 행동들이 보인다. 심지어 인물의 성격이 지나치게 극단적이기까지 하여 어떻게 보면 정형화된 연기술이 학생들 스스로의 자신의 나이에 맞는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정서의 표현을 방해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도된 구성이나 다소 만들어진 연기가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 선린의 피할 없는 약점이랄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간의 선린의 명성이, 혹은 잘 아는 지도교사의 연출 스타일이 심사하는 사람들의 눈에 익어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선린인터넷고등학교의 연극반은 여타의 연극반에 귀감이 될 수 있는 능력을 언제든 보여줄 수 있는 팀이란 것입니다.
8. 9. 24.(토) 오후 5시 언남중 [땅콩소녀 사랑을 알다]
언남중학교 연극반 ‘마법의 알약’은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뮤지컬을 창작하여 본 축제에 나옵니다. 중학교 여학생들의 사춘기를 바탕으로 이성에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의 학교생활, 정서, 고민 등을 재미있게 엮어 노래극으로 표현했습니다.
공연장소인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소극장은 이러한 언남의 공연을 효과적으로 공연하기에 적합한 장소인 듯합니다. 갖추어진 공연장의 조건만으로 무난하게 공연을 진행할 수 있었으니까요. 무대에 장면을 돕기 위한 대소도구들은 뮤지컬이라는 공연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서인지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무용 접의자만으로 교실이나 집안의 거실 등 그 상황에 맞게 배치하여 운용합니다. 신속한 장면 전환을 위해 그리고 세트 준비에 따른 부담감을 줄이는 데 나름 효과적일 수는 있습니다만 각 장면의 상황을 보다 현실적으로 도와주지 못하고 있고, 자칫 준비 의식의 결여로 보이기 쉽습니다. 교복에 명찰을 달고 있음에도 그 이름이 배역 이름이 아닌 것만 보아도 세심한 준비가 안 된 것을 알 수 있고, 들고 나오는 소품들도 조악한 면이 보이기도 합니다.
뮤지컬답게 음악의 준비가 잘되어 있습니다. 장면마다 반복되는 적절한 테마 음악은 극의 일관성을 높이는데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노래 하나하나가 학생들의 마음을 재미있게 잘 드러내 주고 있으며, 학생들의 노래 실력과 춤으로 표현하는 능력 등은 능란하지는 못하지만 중학생다운 깜찍하고 발랄함이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화술이 극의 내용과 학생들의 정서를 전달하는데 솔직하고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자연스럽다는 말의 이면에는 최근 청소년들의 경제적인 발음의 문제를 포함하고 있기도 합니다. 연극을 보고 있다는 생각보다 학생들의 일상적인 생활의 한 단면을 보고 있는 듯한 사실감을 주는 장점도 있지요.
연기 면에서는 많이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노래와 춤에 연습 시간이 많이 할애되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학생들의 몸의 움직임이 몇몇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어색함이 보입니다. 단적으로 연기 쪽의 연습량이 충분하지 못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눈에 거슬리는 것은 장면마다 리드롤을 제외한 나머지 역할들의 리액션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사가 있는 사람만 연기를 하고 나머지는 구경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상황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서인 듯합니다.
전반적으로 중학생의 발랄하고 신선함을 잘 표현한 상쾌한 느낌을 주는 공연이었습니다.
9. 9. 29.(목) 오후 5시 반 대동정보산업고 [미라클]
미라클은 뇌사자에 대한 기적을 얘기하는 극입니다 소재와 주제를 봤을 땐 다소 무겁고 진지한 극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지만 진지한 주제일수록 가볍게 다가가라는 작법원칙을 훌륭히 보여준 연극으로 예상외로 굉장히 유쾌하고 흥미 있게 끌고 나갑니다.
뇌사상태로 6 개월째 병원침대에 누워있으면서 그의 혼은 오늘도 병실을 지키며 일상을 지루하게 살아가는 희동, 그의 병실엔 매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지요. 작별키스를 빼먹지 않는 그러나 피하고 싶은 엽기 간호사 미저리와 남성들의 영원한 환타지, 하얀 가운의 순수 나이팅게일 이미지인 하니 간호사, 하니 간호사를 짝사랑하지만 변태적인 취향이 특이한 의사 슈렉, 그리고 매일 들러서 희동의 팬레터를 훔쳐 가는 옆 병실 환자 길동 등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에 의해 시종일관 웃음이 터져 나오고 그 웃음에 마음이 가벼워질 때쯤 뇌사와 안락사에 대한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게끔 합니다. 진지한 고민과 가슴 아픈 현실의 고민을 던져 줘 감동을 울리는 깔끔한 감정선이 있어서 더 재미가 있고 아직 논란이 정리 안 된 문제이기에 해답도, 방향제시도 할 수 없지만 우리가 간과하는 문제를 인식하기에 부담 없는 스토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무대를 꽉 채운 세트가 준비의 성실함을 느끼게 합니다. 병실을 나타내기에 충실할 정도로 세트를 두르고 병실에 필요한 대소도구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준비를 했습니다. 희동이의 인기를 느끼게 하기 위한 선물들과 사진들까지.. 인물들의 의상 준비도 좋습니다. 죽은 사람의 영혼을 천사의 날개와 의상으로 표현한 점도 재미있습니다. 다만 빛이 부족하여 전반적으로 어둡게 느껴집니다. 빛이 부족하여 인물들의 얼굴표정이 잘 안보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피로감을 주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잘 보이고 잘 들리는 것. 연극의 기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은 충분한 재미를 가지고 있는 연극이 전체적으로 단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연기의 강조점이 부족합니다. 대본을 정확히 분석하면 연기에 있어서 어떤 점을 강조할 것인가를 알 수 있는데 대본 분석이 미흡해 보입니다. 대사의 템포도 많이 떨어집니다. 무엇보다 희극적 인물과 희극적 상황은 좀더 강조해서 표현해 내야 장면의 효과가 극대화되지요. 성격이 분명하여 그로 인한 자연스러운 웃음이 나올 수 있어야 하는데 설익은 과장된 연기가 보여 억지스러움도 있어 아쉬움을 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