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도시 위로 낭만이 번지다
크로아티아
여행사진가인 내게 결혼을 앞둔 사람들은 “신혼여행지로 어디가 좋아요?”라고 묻곤 한다. 그럴 때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곳, 나의 신혼 여행지기이기도 했던 크로아티아다. 2010년 6월 19일. 분주한 결혼식을 마치고 우리는 크로아티아로 떠났다. 평소 신혼여행지는 특별해야 한다는 지론이 있던 내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선택한 곳이었다. 직업상 세계 각국을 돌아다녀 봤기에 그간 가보지 못했던 곳,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하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그곳이 바로 크로아티아 였다. 발칸반도에 위치한 크라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는 동유럽 분위기를 띠면서도 현대적인 세련미가 느껴지는 도시다. 시내는 크게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뉘는데 여행자들은 주로 구시가지에 머문다. 성 스테판 성당과 로트르차크 탑, 옐라치차 광장, 자그레브 대성당 등 볼거리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도시가 크지 않고 골목 사이사이 볼거리가 많은 이곳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는 것. 걷다가 지칠 때면 낭만적인 이동 수단, 트램을 잡아타면 된다.
(왼쪽) 배를 타고 두브로브니크에서 흐바르 섬으로 가는 길. 크로아티아에선 배마저도 중세로 돌아간 듯 고풍스럽다.
1,2 흐바르 섬의 올드 빌리지엔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해산물 요리를 내놓는 레스토랑들이 많다.
크로아티아의 보석은 뭐니 뭐니 해도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인 두브로브니크다. 크로아티아 최남단 아드리아 해에 접해 있는 이 작은 항구 도시는 주황색 지붕의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아름다운 지중해 풍경이라는 두 가지 단상으로 기억된다. 구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는 최대 높이 6m에 달하는 견고한 성벽과 그 사이사이의 골목들은 눈으로 봐도 예쁘고, 카메라 앵글로 들여다보면 더 예뻐 자꾸만 셔터를 눌러대게 된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빠질 수 없는 코스 중 하나는 구시가지 성벽 투어다. 도시 전체를 원형으로 감싸고 있는 성벽을 걷는 코스인데, 총길이 1949km 중 2km 정도를 천천히 걸으며 성벽 안과 밖을 볼 수 있다. 성벽 안쪽으로 주황색 지붕이 즐비하고, 밖으로는 푸른 아드리아 해안이 펼쳐진다. 오렌지와 블루, 그 색깔의 대비가 오묘하게 아름다워 두 눈을 시리게 만든다. 걷는 걸 음이 지루하지 않은 건 골목마다 작은 레스토랑이나 선물 가게, 카페, 펍, 오래된 약국, 넥타이 가게 등 구경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아, 참고로 크로아티아는 넥타이가 처음 탄생한 곳이기도 하니 이곳에서 남편을 위한 예쁜 넥타이 하나 사가는 것도 소소한 허니문 추억이 되지 않을까.
3 흐바르 섬은 라벤더와 와인으로 유명한 휴양지다. 여행객들은 해변에 누워 지중해에서의 망중한을 즐긴다.
구시가지에는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많아 어디서 맛있는 음식을 맛볼지, 어느 노천카페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실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 저녁이 되면 가로등 사이로 재즈 음악과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지고,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펍도 다양하다. 굳이 펍을 찾지 않고 그냥 광장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따도 좋다. 어디서든 음악이 들려와 그곳이 바로 노천 펍이 되고 술과 음악, 도시의 낭만에 한껏 취하게 된다. 두브로브니크에서 페리를 타고 6시간 정도 이동하면 아드리아 해상에서 가장 긴 흐바르 섬에 도착한다. 각종 과일, 라벤더, 와인 명소로 한적하고 여유로운 휴양지 풍경이다. 스테판 광장을 중심으로 레스토랑, 마켓, 라벤더 가게, 노천카페와 요트 선착장이 이어지고, 해변에는 유럽인들이 한가로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일광욕을 하거나 선착장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는 것도 운치 있는 경험이다. 좀 더 활동적인 것을 원한다며 흐바르성에 오르거나 페리를 타고 작은 섬들을 구경하는 투어도 재미있다.
4,5 두브로브니크의 상징인 중세풍의 주황색 지붕 건물들. 성벽을 따라 걸으며 위에서 내려다보면 온통 오렌지빛으로 가득하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근처 올드 빌리지에 들러보자. 이곳은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현지인들의 삶을 가깝게 만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마을 입구에 자전거와 스쿠터를 빌려주는 곳이 있으므로 자전
거를 함께 타고 좁은 골목을 돌아보기를. 곳곳에 집을 개조한 레스토랑이 있는데, 어느 곳을 골라도 저렴한 가격에 각종 해산물 요리와 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지금까지 말한 것은 참고만 해도 좋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눈앞이 모두 그림 같은 크로아티아인데 무엇이 더 필요하랴. 발길 닿는 대로 함께 손잡고 걷는 것만으로도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다. 글・사진 오진민
Travel Tip 크로아티아까지 직항편은 없고 오스트리아 빈을 경유하는 것이 편리하다. 인천에서 빈까지 약 12시간, 빈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약 1시간 30분 소요된다.
*글을 쓴 오진민은… 오진민은 프리랜서 사진가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지만 그녀의 감성은 특히 ‘여행 사진’에서 빛을 발한다. 다수의 잡지 여행 칼럼과 관광청 가이드북을 작업하며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다. 취미는
여행지마다 모래를 한 줌 가져와 보관하고, 사진으로도 남겨두는 것. 남편, 두 달 된 ‘귀요미’ 아들과 올해는 또 어디로 여행을 떠날지 행복한 고민 중이다.
천혜의 자연 속에서 순수로의 회귀 호주 태즈메이니아
1 오래된 창고가 상점들로 변모한 살라망카 거리.
2 살라망카 거리를 걷다 보면 자주 만날 수 있는 거리의 악사들.
허니문은 일생에 있어 기념비적인 여행이자 가장 소중한 사람과 함께 시작하는 첫 관문이다. 때문에 누구나 즐겁고 여유로우면서도 조금은 럭셔리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그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여
유와 음식을 즐겼지만 그중에서도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한 번 걷고 싶은 곳은 탁 트인 바다와 자연, 신선한 음식, 오래된 역사, 정겨운 사람들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곳, 바로 호주 남쪽에 위치한 섬 태즈메이
니아의 주도 호바트다.
태즈메이니아는 호주 남쪽에 홀로 떨어진 섬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비슷하다. 제주도가 한국의 일반적인 풍경과 다른 이국적인 모습인 것처럼 태즈메이니아도 일반적인 호주의 풍경과는 다르다. 좀 더 여유롭고 활기차다. 면적은 한국과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의 날씨는 하루에 네 계절을 다 경험할 수 있을 정도로 오묘하다. 밤부터 아침까지는 쌀쌀한 편이고, 오전과 저녁에는 봄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한낮에는 따스하지만 습하지 않은 여름의 화창함을 경험할 수 있다.
3 살라망카 거리에 있는 펍 겸 레스토랑.
이곳의 주도 호바트는 맛있는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항구를 배경으로 연인과 가족들이 담소를 나누 는 풍경을 볼 수 있으며 예술적 풍미마저 가득한 곳이다. 특히 예술과 문화는 그 지역의 분위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호바트에는 예술적 감성이 넘치지만 콕 집어 이곳의 예술 지구로 꼽을 수 있는 곳은 살라 망카 거리다. 과거 고래잡이가 번성했던 시기에 세워진 수많은 창고들이 현재 각종 골동품과 앤티크한 물건을 파는 상점과 갤러리로 변모했다. 이곳들과 함께 거리에는 예쁜 카페도 즐비하며 매주 토요일에는 재래시장이 열려 진귀한 물건을 구경할 수 있다. 빈티지하면서도 예쁜 이 거리를 걷다 보면 어떤 건물 앞에서도 다양한 느낌이 가득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상점이나 마켓에선 쉽게 찾기 힘든 독특한 예술품도 많이 판매하니 두 사람이 함께 어떤 운명적 작품을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도시 곳곳을 구경했다면 호바트 주택가를 따라 여유롭게 산책해보자. 집 외관에서부터 여유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그들이 꾸며놓은 집 주변 환경을 보면 이 나라 사람들이 가정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다. 두사람이 함께 가정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되새겨보는 것도 신혼여행에서 의미 있는 일 아닐까. 호바트에는 먹을거리도 다양하다. 항구 도시라 역시 생선과 관련된 음식이 유명하다. 가장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피시앤칩스(생선과 감자튀김)다. 배 안으로 들어와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쉽게 포장해 갈 수 있도록 마련된 상점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생선 요리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먹은 피시앤칩스의 맛을 잊을 수 없어 계속 먹었던 기억이 난다. 잘 알려진 대로 호주에는 소와 양이 많아 맛있는 스테이크도 제법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 스테이크에 곁들일 음료로 태즈매이니아에서만 생산하는 ‘무브루Moobrew’라는 맥주를 권한다. 지금까지 마셔보지 못한 신선한 맥주 향을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4 요트가 정박해 있는 호바트 선착장의 풍경.
5 호바트 시내를 걷다가 만난 벽화 속 동물들.
만약 12월 말에서 1월 초에 이곳을 찾는다면 5일여 동안 열리는 ‘더 테이스트 페스티벌The Taste Festival’이라는 음식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이 축제에서는 미각을 자극할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화려한 수많은 음식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맛있는 음식은 여행의 묘미이니 이보다 더 반가울 수 있을까. 평소 꽤나 한적한 이곳이 이 시기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은 꼭 음식 축제 때문만은 아니다. 12월 크리스마스 무렵부터 연말까지는 ‘시드니-호바트 요트 경주’가 열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여행 취향에 따라 시기를 참고해 일정을 짜면 좋을 듯하다. 이처럼 멋지고 아름다운 곳에서의 여행은 분명 두 사람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확신한다. 행복한 추억을 쌓고 서로에 대한 다짐을 하며 두 사람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것이 진정한 신혼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천혜의 자연과 유구한 역사가 있고 행복과 예술이 감도는 거리가 있는 태즈메이니아에서 행복한 추억을 쌓는 것은 분명 좋은 시작일 것이다. 글・사진 이경모
Travel Tip 비행기는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퍼스 등에서 모두 가능하다. 멜버른 기준3시간 소요. 배는 멜버른에서 하루 한 번 출발하는 스피릿 오브 태즈메이니아호를 이용해 태즈 매이니아 북서쪽 도시 데본포트에 간 후 비행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 약 10시간 소요.
*글을 쓴 이경모는… 팍팍한 현실에 지쳐 잠시 바람을 쐬고자 시작한 여행이 2년여가 됐다. 그간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 등지를 여행했다. 음악, 예술 축제를 사랑하고 문화 만드는 걸 좋아해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의 기획, 운영, 마케팅 과정에 참여해 문화기획자로 활약했다. 현재는 문화와 연계된 기업 마케팅 일을 하고 있다.
시간이 멈춰버린 지중해의 보석 몰타
1 비비드한 연두색 컬러로 꾸민 호텔 로카는 현대적인 분위기와 저렴한 숙박료로 여행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휴식처가 되어준다.
2 수도 발레타의 시내. 몰타 여행의 시작점이 되는 곳이다.
내게 허니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파란 바다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남쪽으로 93km, 지중해의 진주라 불리는 몰타에서 허니문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바다를 발견했다. 아직 국내에는 생소한 곳이
지만 유럽 사람들에게는 ‘허니문’으로 유명한 연인들의 섬이다. 런던, 파리, 로마, 프랑크푸르트, 취리히, 밀라노 등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에어몰타 직항이 운항되고 있어 유럽과 겸해 허니문 코스를 짜기에도 좋다. 몰타에서의 휴양과 유럽에서의 시티 투어, 허니문에 기대하는 두 가지 즐거움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인구 40만 명, 서울 절반 크기의 작은 나라에는 매해 거주하는 사람의 세 배가 넘는 120만 명의 여행객들이 몰려든다. 뜨겁고, 자유롭고, 설레는 지중해 풍경은 물론이고 고스란히 남아 있는 중세 건축물과 선사시대 유적 때문에 시대를 훌쩍 거슬러 올라간 듯한 기분이 든다. 역사의 흔적이 잘 보존되어 있는 덕분에 지중해의 다른 휴양지보다 분위기가 신비롭다. 고대부터 중세, 현대에 이르는 시간이 공존하는 곳. 그런 이유로 영화 <트로이> <글래디에이터> <다빈치 코드> 등 무수한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3 슬리에마에선 꼭 노을 지는 풍경을 봐야 한다. 몰타의 어떤 지역보다 석양이 예쁜 곳이다.
몰타는 인구 대부분이 모여 있는 몰타 섬, 최북단에 위치한 고조 섬, 해안 풍경이 특히나 아름다운 코미노 섬 등 3개의 유인 섬으로 구성된다. 몰타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몰타 섬 동쪽 해안에 접해 있는 수도 발레타다. 1547년에 축조된 기사단장 궁전에는 생생한 역사가 담겨 있고, 세인트 존 거리의 성 요한 대성당은 고색창연함으로 여행객을 맞는다. 발레타 근처의 슬리에마, 세인트줄리앙, 파처빌은 몰타의 현대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몰타의 다른 지역들이 중세 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반면, 이 세 곳에는 섬에서 가장 현대적인 건물들이 즐비해 있다. 세 지역은 발레타에서 60번대 버스를 타면 슬리에마, 세인트줄리앙, 파처빌 순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싶다면 슬리에마에 내려 천천히 걸으면서 보는 것이 최고다. 걷다가 발견하는 멋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최신식 쇼핑센터를 둘러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4 푸른 지중해와 파란색 파라솔이 그림 같은 조화를 이루는 코미노 섬 풍경.
5 슬리에마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보트 투어를 경험하는 것도 좋다.
슬리에마나 세인트줄리앙에는 고급 호텔과 쇼핑센터, 레스토랑들이 밀집해 있어 허니문 커플들의 여행 거점지가 되는 곳이다. 특히 슬리에마는 가격이 비싸지 않으면서 시설이 좋은 고급 호텔이 많은데 그중 추천하고
싶은 곳은 비비드한 연두색으로 꾸민 모던한 호텔 로카Rocca와 슬리에마 중심에 위치한 더 팰리스The Palace. 특히 더 팰리스는 5성급 호텔 이면서 1박 가격이 10만원 정도로 저렴해 허니문 커플에게 더없이 좋은 곳이다. 세인트줄리앙은 바다 가까이에 모여 있는 예쁜 레스토랑이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든다. 맛있는 음식과 눈에 담기는 지중해 풍경…. 여행자의 마음이 스르르 녹는 순간이다. 몰타에 왔다면 꼭 맛봐야 하는 것은 푸짐한 해산물 요리와 몰타 전통의 토끼 고기 요리. 특히 토끼 고기 요리는 몰타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다. 생소한 음식이라 먹기가 꺼려 진다고 맛보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느끼하지 않은 담백한 맛으로 자꾸만 먹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화려한 밤을 즐기려면 파처빌 지역으로 나가보자. 몰타의 가장 화려한 유흥 거리인 이곳에는 각종 바, 클럽, 펍이 밀집해 있다. 밤이 되면 현지의 젊은이들과 몰타의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러 나온 여행객들로 가득하다. 좀 더 지중해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발레타 서쪽에 자리한 음디나를 찾아가면 된다. 중세 건축물이 즐비한 고풍스러운 골목을 거닐고,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를 즐기며 천천히 여행을 음미하는 느린 여행을 경험해보자.
최북단에 위치한 고조 섬은 몰타에서 두 번째로 크지만 인구는 3만여 명밖에 되지 않는 자그마한 섬. 작지만 볼거리가 많은 고조 섬을 한눈에 보려면 고지대에 위치한 성곽 도시 빅토리아로 향하자. 성곽 내부에 옹기종
기 들어서 있는 성당, 시장, 주택의 사이사이를 거닐다 보면 중세와 현대를 넘나드는 것 같은 신비로운 기분이 든다. 거주하는 주민이 거의 없는 코미노 섬은 지중해의 바다를 만끽하며 수영과 해양스포츠를 즐기기에
최고다. 해변에는 따사로운 햇살에 몸을 드러내고 한가롭게 선탠을 하거나, 잉크를 풀어놓은 듯 짙은 푸른색 바다에서 유유자적 수영을 하고 요트 투어를 즐기는 사람들. 우리가 그려온 지중해의 낙원이 바로 이곳에 있다. 글・사진 유장환
Travel Tip 우리나라에서 몰타의 수도인 발레타까지 가는 직항편은 없다. 보통 독일 프랑크푸르트나 프랑스 파리를 경유해서 몰타로 들어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프랑크푸르트까지 매일 운항하고, 거기에서 발레타까지 루프트한자를 이용하면 2시간 남짓 소요된다.
*글을 쓴 유장환은…아일랜드 전문 유학원 디스커버 아일랜드의 대표로 업무차, 휴식차 일 년에도 수없이 짐을싸 여행을 떠나는 보헤미안이다.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스페인, 독일, 체코, 헝가리, 네델란드등 많은 나라를 돌아봤지만 가장 마음을 사로잡은 곳은 최근 다녀온 몰타라고. 다음 달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기도 한 그가 허니문으로 점찍어놓은 곳도 당연히 몰타이다.
캐나다 로키산맥 중심의 낭만 도시 밴프
1 정면으로 밴프의 상징, 캐스케이드 산이 보이는 밴프타운 전경.
2 야외 온천인 핫 어퍼 스프링스.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허니문. 누구나 그러하듯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곳을 찾아 끝없이 고민하게 된다. 나는 이미 결혼하고허니문을 다녀왔지만, 다시 한 번 그토록 로맨틱한 여행을 떠날 기회가 생긴다면 서슴없이 캐나다 로키산맥을 선택하고 싶다. 세계 10대 자연경관에 꼽힐 만큼 뛰어난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로키산맥은 캐나다 서부에서 중부로 이어지는 산맥을 일컫는다. 그 시작은 보통 밴쿠버나 캘거리에서 시작된다. 산맥을 따라 있는 중심 도시들을 여행 하게 되는데 보통 5박 6일에서 길게는 2주 이상까지 다양한 코스로 여행할 수 있다. 허니문에 걸맞은 곳은 단연 여유와 낭만의 도시 밴프다. 밴프는 도보여행이 가능할 만큼 아주 작은 도시지만 로키산맥을 대표하는 국립공원 중 가장 큰 밴프 국립공원을 보유하고 있다. 로키산맥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야생동물 보호지역이기 때문에 종종 산양 떼나 사슴, 심지어는 곰까지 만나는 이색적인 경험도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색다른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자전거 하이킹을 추천한다. 자전거는 시내 작은 상점에서 쉽게 대여할 수 있다. 호숫가를 따라 하이킹을 하다가 노을 질 무렵에는 한적한 벤치에 앉아 낭만적인 밴프의 저녁노을을 감상해보자. 활동적인 게 싫다면 지친 몸을 녹여줄 핫 어퍼 스프링스(야외 온천)가 있다. 노천 온천인 핫 어퍼 스프링스는 유황이 녹아 흐르는 유황 온천이다. 남녀가 함께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수영복을 입고 입장해야 한다. 만년설로 뒤덮인 산자락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자연 그대로의 유황 온천을 즐기고 있노라면, 그 누가 뭐라 해도 이곳이 천국이란 사실에 절로 몸이 나른해질 것이다.
3,4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의 곤돌라와 호텔 전경.
어느 정도 밴프를 즐겼다면 캐나다산 메이플 시럽을 잔뜩 뿌린 달콤한 와플과 커피 한잔을 맛볼 차례다. 캐나다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전통 메이플 시럽은 허니문의 달콤함을 그대로 담아 지인들을 위한 신혼여행 선물
로도 제격이다. 밴프에서 반드시 해봐야 할 또 하나, 바로 밴프 국립공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곤돌라 타기다. 밴프의 설퍼산 입구에서 2인 탑승이 가능한 소형 곤돌라를 타고 산 정산까지 이동하며 로키산맥의 절정인 경관을 둘러보는 코스인데, 비용은 29달러로 왕복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눈 아래 펼쳐진 장관은 사실 아무 말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자전거 하이킹과 온천으로 노곤해진 몸을 쉬게 해줄 숙소로 밴프 시내에 핫스프링스 호텔이 있고 레이크 루이스에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이 있다. 특히 이곳은 숙소에서 에메랄드 빛 호수 절경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만약 좀 더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낭만을 꿈꾼다면 밴프나 호수 근처의 방갈로를 빌리자. 직접 장작을 때며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면서 와인을 곁들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쏟아지는 별빛 아래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고, 에메랄드 빛 호수를 배경으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허니문의 추억을 사진이 아닌 가슴에 담아보자. 잊히지 않을 그 풍경 앞에서 영원히 기억될 사랑을 기약하며. 글 유정화 사진 협조 앨버타 관광청(02-725-0402)
Travel Tip 직항편을 이용해 캐나다 캘거리 공항으로 입국한 후 차로 밴프까지 이동하면 된다. 캘거리 공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밴프까지 약 2시간 소요. 캐나다의 대표 도시 밴쿠버와 로키산맥을 동시에 여행하고 싶다면 벤쿠버로 입성해 밴쿠버 관광을 마친 후 국내선을 이용해 캘거리로 이동하면 된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캠핑카를 렌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글을 쓴 유정화는… 몰디브, 사이판, 하와이, 태국, 괌, 세부 등 휴양지로 유명한 곳은 안 다녀 본 곳이 없고 유럽, 러시아,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두바이 등등 관광을 위한 여행 역시 가리지 않고 기회가 닿는 대로 다녔다. 여행을 마음껏 다니기 위해 직업까지 바꿔 항공사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진정한 여행 마니아. 앞으로도 ‘여행의, 여행에 의한, 여행을 위한!’ 삶을 즐기고자 한다.
석양의 로맨스가 흐르는 도시 스페인 세비야
1 세비야 골목길 사이로 석양이 지면 거리의 상점이 하나둘 불을 밝힌다.
2 스페인의 묘미는 밤 문화다. 낮에는 텅 빈 이 거리도 밤이면 사람들로 붐빈다.
세비야의 첫 느낌은 석양에 물든 도시였다. 수백 년의 나이테를 지닌 건물들 돌 틈 사이로, 휘장 위로, 문고리와 열쇠 구멍 사이를 놓치지 않고 도시에 스며든 노을의 강렬했던 인상. 아마도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이곳
에 신혼여행을 와도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그 석양이 내 전신을 관통할때 간절했던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손과 그림자였기 때문이다. 도시 하나 하나가 각기 다른 국가와도 같은 스페인. 그중에서도 세비야는 이곳이 아
니면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감성이 있어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더욱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 이 도시는 개인적으로 추천하고픈 장소 몇 군데가 있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세비야 대학교다. 이곳은 본래 왕립 담배공장으로 사용되던 곳이었다. 그 흔적은 스페인 여배우 파스 베가가 출연한 영화 <카르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을 그냥 둘러봤다면 별 감흥이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영화 덕분에 사랑과 유혹의 서사시에 휩싸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는 마카레나 성당으로 이곳에 있는 희망의 성모가 인상적이다. 스페인은 현재 국민의 95% 이상이 로마 가톨릭을 따를 정도로 가톨릭 문화와 건축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대성당은 모든 도시의 대표적인 관광 코스이기 때문인지 어느 순간 모든 성당이 똑같아 보이는 신기루를 경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카레나 성당은 조금 다르다. 대성당의 방 한 칸 같은 느낌을 주는 아담한 교회당으로 시내에서 약간 비껴나 있는 데다가 눈물 흘리는 성모상이 잔잔하고 아득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3 거리를 가로질러 달리는 트램 .
4 독특한 양식의 건물이 이국적인 스페인 대성당 외관.
막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부부라면 꼭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성모상의 눈물을 기억에 품고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카를로스 5세와 포르투갈의 이사벨이 결혼을 올린 알카사르도 찾아볼 만하다. 세비야 알카사르의 뒤뜰에서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오리와 연못에 비친 성벽, 해가 저물면서 가져다주는 고요가 제법 분위기 있다. 이외에도 스페인의 모든 도시에 있는 스페인 광장도 빼놓지 말자. 광장은 모든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그 도시의 특색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념비 이기도 하다. 게다가 뮤지컬 <돈 후안>의 배경 무대였던 이곳에서 사랑에 목숨을 바친 남자 주인공을 회상해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스페인 하면 밤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밤을 위해 낮잠을 즐기는 일명 시에스타라는 문화가 있을 정도니까. 뉘엿뉘엿 해가 지고 세비야에 초승달이 뜨면 대성당 주변 골목길에 빼곡히 들어선 ‘바르’라고 불리는 바에 서서 이베리코 하몽을 안주 삼아 와인 한잔씩 기울여보고, 신혼여행객이라는 타이틀을 이마에 붙이고 온몸을 흔들며 취한 척 춤도 춰보는 것도 좋겠다. 스페인까지 왔으니 이왕이면 레드 와인에 레몬, 오렌지, 탄산수 등을 가미해 맛을 낸 샹그릴라도 꼭 맛볼 것. 이 같은 알찬 일정의 마무리 또한 세비야에서만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야하지 않을까? 영화 <나잇 앤 데이>의 촬영차 세비야에 들렀던 톰 크루즈, 캐머론 디아즈 등의 스타들이 머물렀다는 알퐁소 호텔에서 로맨틱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대성당, 세비야 대학교, 스페인 광장 모두 도보로 15분 이내 거리에 위치해 편리하기까지 하다. 글・사진 한아린
Travel Tip 세비야는 국내에서 가는 직항이 없어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로 간 후 스페인 국내선이나 기차,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바르셀로나에서 세비야까지는 비행기로 약 1시간 30분, 버스로는 약 16시간 소요. 세비야 공항에서는 에스페시알 아에로푸에트로Especial Aeropuerto(EA)라는 공항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시간마다 정시, 15분, 45분에 있다.
*글을 쓴 한아린은… 즉흥 여행과 발품 파는 것을 좋아한다. 아프리카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나라를 여행해봤을 정도로 여행을 다녔고, 앞으로 인생의 목표 중 하나가 여행 작가다. 갓난쟁이부터 여행을 시작했지만 기록이 없으면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은 뒤부터는 여행기를 쓰기 시작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과 대학원을 수료한 후 현재 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