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강호 2- ④
딩딩... 디디딩.......
홍선루의 후원 깊은 곳으로부터 한 가닥 은은한 금음(琴音)이 울
렸다.
홍선루는 근래 들어 집마부(集魔府)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
것은 천사교의 마두들이 홍선루를 거점으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홍선루로부터 금음이 흘러나오자 군웅들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금음이 바로 신비의 사나이 마금(魔琴)이 연주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결국 군웅들은 마금이 천사교에 가입했다는 것을 믿지 않을 수 없
게 되었다. 더구나 마금은 얼마 전부터 군웅들의 간담을 써늘하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그는 예고도 없이 칠현금을 안고 나타나 군웅들을 거꾸러 뜨린 후
유유히 사라지곤 했다.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천사교의 표기를
남겨둠으로써 자신이 천사교의 인물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사라지
곤 했다.
홍선루의 후원에 위치한 한 채의 정자.
디딩... 디디딩.......
마금은 칠현금을 탄주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 맞은 편에 앉아있는
한 여인을 위해 우미인곡(憂美人曲)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선율은 가히 신음(神音)
에 가까웠다. 고저장단의 금음이 흘러나올 때마다 연못 속의 물고
기들조차 수면 위로 뛰어 오르며 음에 취한 듯 했다.
이윽고 연주가 끝나자 여인이 손뼉을 짝짝 쳤다.
"정말 훌륭해요! 하선생(河先生)의 탄금 솜씨는 천하제일일 거예
요."
몸매의 굴곡이 고스란히 느껴지도록 얇은 나삼을 휘감고 있는 절
색의 미녀였다. 그녀는 다름아닌 천사교의 금령영주 염화빈이었다.
유천기는 연주를 마치며 고개를 들었다.
"부인께서 보잘 것 없는 솜씨를 극찬하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소이
다."
그는 용모가 달라져 있었다. 역체환비술(易體幻秘術)로 용모를 바
꾼 것이었다. 지금 그의 모습은 비록 준수했으나 빗자루같은 짙은
눈썹에 턱에 각이 져 있어 본래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얼굴이었
다.
"호호! 하선생께서는 겸손하실 필요 없어요. 요즘 저는 하선생의
연주를 하루라도 듣지 못하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니까요."
염화빈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열흘 전 그를 제압한 후로 저
녁이면 이 정자로 청하여 금음을 듣곤 했다. 금음을 들으면 들을
수록 마음이 그지없이 취해만 갔다.
따라서 요즘에는 금음을 듣지 않고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지경
에 이른 것이었다.
한편 유천기는 철로 된 정청에서 남연과 거짓 정사를 벌여 고독에
중독된 것처럼 꾸몄다. 다행히도 그들이 처절한 연극을 벌였다는
사실은 발각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염화빈에게 천사교에 가입하라는 협박을 받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응락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그는 고독에 중독되었으므로(?) 그녀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으므로 천사교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염화빈은 그에게 하루 한 알씩의 해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고독의 발작을 지연시키는 작용이 있는 것이었다.
한편 염화빈은 마금을 완전한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차
례 계교를 부렸다. 그것은 자신의 수하로 하여금 마금의 모습으로
변장케하여 군웅들을 공격한 일이 그것이었다.
결국 마금은 군웅들의 공적(公敵)이 되고 말았다. 물론 유천기는
그 사실을 알았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당분간은 염화
빈의 곁에 머물러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두 가지 일을 해결할 때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첫
번째는 병서생의 고독을 풀 해고(解蠱)를 구해야만 했다. 두번째
는 옥사향을 구해내야만 했다.
그는 옥사향이 이미 염화빈의 시녀가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
다. 다행히도 그녀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위험이 없었으므로 당분
간은 그녀를 구하기보다는 해고를 찾는 일에 주력하기로 했다.
"호호호! 하선생, 무얼 그리 생각 하시나요?"
유천기는 황급히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 아니오. 부인의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잃었소이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자 염화빈은 깔깔거
리며 웃었다. 그녀는 웃을 때마다 고의인지, 아니면 무의식적인지
는 몰라도 온 몸을 흔들어 댔으므로 터질 듯이 풍만한 유방이 출
렁거리곤 했다.
그 때마다 유천기는 짐짓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염화빈은 그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교태로운 음성으로 말했다.
"총단에 하선생에 관한 일을 보고했어요. 만일 하선생이 이곳에서
큰 공(功)을 세운다면 총단에서도 높은 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될
거예요."
그 말에 유천기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 사람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소이다."
"관심이 없다니요?"
"이 하대진(河大眞)은 오직 매력적인 부인의 곁에 있는 것이 좋을
뿐입니다."
"호호호! 하선생은 농담을 즐기시는군요."
그렇게 말하는 염화빈의 전신에서는 교태가 줄줄 흘렀다. 그녀는
선천적으로 남자의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기는 듯 했다.
유천기는 며칠 겪어본 후 그녀가 칭찬에 약할 뿐더러 타고난 요부
기질이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래서 가능한 그녀와 가까워지기
를 시도하고 있었다.
염화빈은 눈을 곱게 흘기면서 말했다.
"정말 대담하시군요. 이 몸이 대봉공 나리의 세번째 첩이라는 사
실을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요?"
유천기는 탄식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일찍이 부인을 만나지 못한
것이 한스러울 뿐이오......."
그는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하선생......."
문득 그녀의 음성이 은근해졌다. 염화빈은 슬며시 그에게 기대왔
다. 그러자 코를 찌르는 방향이 풍겨왔다.
"하선생같은 분이라면 장차 본교의 중임을 맡게 될 거예요......."
그녀는 달착지근하게 말하며 뺨을 그의 어깨에 기댔다. 유천기는
짐짓 홀린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몸은 말이에요."
염화빈은 섬섬옥수를 들어 유천기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유천기는
그만 정신이 분산되는 것을 느꼈다. 그는 과거 그녀의 음욕에 희
생됐던 일을 평생 치욕으로 여기고 있었으나 그만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산란해지고 있었다.
그만큼 염화빈은 타고난 우물(尤物)이었다. 그는 급히 자신을 꾸
짖었다.
'정신 차려라, 유천기! 이 요녀의 유혹에 걸려 들면 어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그는 흔들리는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이때 염화빈
은 그를 바라보며 달콤한 음성으로 말했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요. 대답해 주시겠어요?"
유천기는 그녀의 부드러운 옥지가 자신의 입술을 간지르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몸이 정말 그렇게 매력적인가요?"
유천기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부인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이오. 아니, 그 이
상이오. 내 많은 여인들을 접해 왔지만 아직도 부인만큼 매력적인
미인은 본 적이 없소이다."
"호호! 그럼 남연과 비교하면 어때요? 그 아이도 아름답지 않은가요?"
유천기는 흠칫한 표정을 지으며 더듬거렸다.
"남연낭자는...... 음."
"호호! 그 아이는 저보다 훨씬 젊고 신선하잖아요? 아무려면 나이
든 저보다야 낫지 않을까요?"
유천기는 잠시 생각한 후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지 않소이다. 부인에게는 보다 완숙한 미가 있소. 그런 면에
서는 남연낭자가 아무리 따라가려 해도 모자라오."
염화빈의 얼굴에 한 가닥 득의의 빛이 어렸다.
"그럼 그 아이와의 관계는 어땠죠? 얼마나 즐거웠죠?"
너무나 노골적인 질문이었다. 유천기는 그만 당황한 표정으로 더
듬거렸다.
"그...... 그런 걸 어찌......"
"호호홋, 뭐가 어때서요? 저에게만 살짝 이야기해 주세요. 네?"
염화빈의 눈이 춤추듯 가늘어졌다. 그녀는 묘한 취미를 가지고 있
는 모양이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단내가 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유천기의 가슴에 온 몸을 맡기다시피 하며 손가락을 움직
여 유천기의 가슴 속으로 슬며시 더듬어가고 있었다.
유천기는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는 그녀의 음탕함을 증오하고 있
었다. 따라서 그녀가 음탕하게 나오자 한 주먹으로 때려 죽이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억지로 참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라는 것이오? 남연낭자와는 그저......"
이때였다. 염화빈이 갑자기 뜨거운 입김을 토하며 그의 입술을 덮
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입술 공세를 받게 되고 말았다. 그녀는
입술을 맞추자마자 그의 목에 매끄러운 팔을 두르며 적극적으로
매달려 왔다.
'더러운 계집!'
유천기는 내심 욕을 퍼부었으나 당장 그녀의 육탄공세가 문제였
다. 염화빈의 나긋나긋한 혀가 그의 입술을 열어 젖히며 마치 한
마리의 물고기처럼 파고 든 것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밀쳐 내려다 행동을 멈추었다. 그런 행동
은 필히 의심을 살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심 이를 갈며
손을 뻗어 도리어 그녀의 한 줌밖에 안 되는 허리를 끌어안고 말
았다.
바로 그때였다. 목구멍으로 무엇인가 향긋한 액체가 밀려 들어왔
다.
'......!'
그것은 너무나 창졸지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것을 느꼈을 때는
이미 액체가 목구멍 속으로 삼켜지고만 후였다. 염화빈이 내공력
으로 액체를 흘려 넣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액체를 삼킨 순간 그는 단전 어림이 후끈해 지는
것을 느꼈다.
'이... 이것은!'
그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한 순간의 방심으로 희대의 요녀 염화
빈에게 당한 것이었다. 그녀는 타고난 색녀로 몸에 여러 종류의
미약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욕정을 격발시키는 춘약 성분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는 것을
그는 깜빡했던 것이다. 그는 단전으로부터 한 가닥 뜨거운 기운이
일어나며 전신으로 급속히 번져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참을 수 없는 욕정의 기운이었다. 그로인해 점차 이성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호호, 말해 달라니까요, 그 아이와는 어떻게 즐겼죠? 어떤 자세로?"
염화빈은 이제 노골적으로 그를 자극해 왔다. 그녀는 유천기의 옷
자락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탄탄한 가슴을 더듬어대고 있었다.
'안된다! 결코.......'
유천기는 정신이 혼미해 지는 것을 느끼며 내심 부르짖었다. 그는
염화빈과 병서생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아무리 불가항
력이라 해도 그녀와 이런 짓을 저지를 수는 없는 일이었다.
"흐응, 어서 말해 줘요. 그 아이가 먼저였나요? 아니면......"
바로 그때였다. 문득 음침한 웃음소리가 청천벽력인 양 두 사람의
귓전을 울렸다.
"흐흐흐......!"
"......!"
그 웃음소리에 유천기는 물론 염화빈도 기겁을 할 듯 놀라고 말았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황급히 떨어졌다. 고개를 돌리자
연못에 축조되어 있는 운교(雲橋)를 통해 정자를 향해 걸어오는
인물이 있었다.
"흐흐흐! 정말 좋은 풍경이구려."
그 자는 일신에 화의(華衣)를 걸친 오순 가량의 노인이었다. 얼굴
에는 은은한 자광(紫光)이 감돌고 있었으며, 수중에 하나의 홀
(笏)을 쥐고 머리에는 관을 쓰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음침한 인상
을 풍기는 노인이었다.
그가 나타나자 염화빈의 안색이 기묘하게 변했다. 그녀는 입가에
교태로운 미소를 지으며 웃음을 흘려냈다.
"호호호......! 누군가 했더니 사(巳) 어른께서 오셨군요. 마침
잘 됐군요. 소개시켜 드릴 분이 있어요. 그러지 않아도 사어른께
인사시키려던 참이었지요."
그 말에 화의노인의 눈에서 괴이한 광망이 흘러나왔다. 그의 안광
은 녹색을 띄고 있어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흐흐흐, 이 애송이가 바로 마금(魔琴)이란 자요?"
염화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맞아요. 사어른. 당금 무림에서 위명을 떨치고 있는 신룡, 불인,
마금, 소수 중 한 분으로 신진고수일 뿐 아니라......."
그러나 화의노인의 눈에서는 살기가 번들거렸다. 그는 험한 표정
으로 유천기를 노려볼 뿐이었다.
유천기는 문득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이제보니 이 괴물같은 늙은이가 질투를 하고 있구나.'
그러나 그는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열기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다. 그는 강렬한 춘성을 억제하느라 이를 악물고 있었다.
한편 염화빈도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사용한
미약의 위력을 알고 있었다. 만일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호호호! 두 분은 어차피 한 식구이니 차후 친해질 기회가 올 거
예요."
그녀는 화의노인에게 말하는 한편 유천기에게 급히 눈짓을 했다.
그것은 빨리 이 자리를 떠나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화의노인은 느
물거리며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흐흐흐, 노부는 오랫동안 중원의 영웅들을 존경해 왔지. 이번 기
회에 무림의 일절이라는 금검절기(琴劍絶技)를 한 번 눈요기하는
것도 좋지!"
쏴아아!
그는 능글능글하게 웃으며 갑자기 손을 쭉 뻗었다. 유천기는 그의
장력이 밀려오기도 전에 벌써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을 느
꼈다.
'이 자는 독장(毒掌)을 익혔구나!'
그는 전신의 혈맥이 온통 뒤틀리고 있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
하다가는 혈맥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는 칠현금의 현(絃)을 손가락으로 퉁겼다.
둥!
금음이 울렸다.
"억!"
화의노인은 충격을 받은 듯 비틀거렸다. 금음이 울린 순간 심맥이
진동한 것이었다. 그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하하하하......! 소생은 바빠서 이만 가봐야 겠소. 당신의 가르
침은 나중에 받겠소."
유천기는 비스듬히 신형을 날렸다. 그러나 신형을 날리며 칠현금
의 밑마닥으로부터 묵검을 꺼냈다. 화의노인이 그를 쉽게 놓아주
지 않을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흐흐흐! 아무리 바빠도 그냥 보낼 수야 없지!"
괴노인은 괴소를 흘리며 그를 향해 쌍장을 뻗었다.
위이이이잉!
웅우한 파공성과 함께 시커먼 장영이 날아갔다. 역시 비릿한 냄새
가 코를 찌르는 독고였다.
유천기의 몸은 공중에 떠 있었다. 그는 허공에 뜬 채 뒤로 묵검을
날렸다. 순간 묵광(墨光)이 교룡인 양 뻗어 나갔다.
"헉!"
화의노인은 비명을 질렀다. 자신의 장영을 뚫고 날카로운 검기가
파고 든 것이었다. 그는 손바닥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자
얼른 장력을 회수했다.
그 순간 유천기는 연못 위를 날아 칠 장 밖으로 벗어나고 있었다.
"으으......!"
화의노인은 자신의 손바닥을 들여다 보며 이를 갈고 있었다. 그의
장심(掌心)에는 세 치 가량의 검흔(劍痕)이 깊이 새겨진 채 선혈
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편, 유천기는 달리면서 귀가 쿵쿵, 울리고 전신의 혈맥이란 혈
맥은 온통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렸다. 어느새 홍선루의 담장을 뛰어 넘
었으며, 미친 듯이 앞쪽으로 내달려가고 있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몸에서 일어나는 욕화(慾火)를 꺼야만 했
다. 만일 눈 앞에 여자만 나타나면 상대가 누구이건 상관없이 색
마(色魔)가 되어 짓밟을 것만 같았던 것이다.
그는 인적이 없는 곳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그는 설사 죽을지
언정 여인을 범하고 싶지 않았다.
심장과 고막이 쿵쿵! 울리고 있었다. 그는 두 눈에 핏발이 가득
선 채 전력을 다해 신형을 날리고 있었다.
그런데 언뜻 그의 앞을 가로막는 하나의 날씬한 교영(嬌影)이 있
었다.
"서라, 마금!"
동시에 앙칼진 여인의 음성이 귓전을 울렸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