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속에 홀로 있으니 그리 마음이 편할 수 없다. 벌거벗고 온몸으로 비도 맞으며 몸하나 겨우가릴 움막에서 지내던.. 월악산에서 홀로 서기가 끝날 즈음.. 어둑어둑 해지는 산길을 내려오니 무척이나 배가 고프다. 인가도 가진 것도 없다.
계곡옆을 따라 한참을 내려오니 텐트 하나가 덩그러니 보였다. 연인들끼리 있는 곳이 아니라면 밥한술 청하려고 다가가니.. 무슨 제사를 드리려는 터였다. 가만히 지켜보다가 물으니 산이 좋고 물이 좋아 재수를 빌러 왔다한다. 음식을 청하였더니 제사전이니 제사가 끝난 후 얼마든지 좋다며 조금만 기다리란다. 굿구경 까지 하게 생겼다..^^
저녁을 거하게 얻어먹고 과일 까지 한 봉지 싸주는걸 들고 내려와서 다시 충주로 들어왔다. 여비를 벌던 일터의 숙소에 찾아가 과일 봉지를 풀어놓고 잠을 청한다. 며칠 동안 내리는 비때문에 모두들 방에 모여 앉아 카드놀이에 열중이다. 비가 오는 동안 꽤 지루했을 터다.
거참.. 이곳에 처음 도착 했던 밤과 헤어지던 날.. 다시 찾아든 지금 모두 느낌이 같지 않은가..? 이게 지난 7 - 8 일간의 여행 이었던가. 출발지가 이곳이고 도착지가 이곳이어 느낌이 똑같으면.. 한숨 자고 일어난듯한 지난 시간은 어디 갔지? 보고들은 것? 지나보니 모두 똑같네? 그런가?.. 삶은.. 지나보면 다 똑같은건가?
5일
다시 원주로 왔다. 다시 기회를 내기가 힘들 것 같아서 내친김에 군시절 소대장을 만나러 간다. 군 시절.. 나하고 많이도 싸웠다. 인연이 닫으려는지 지난번에 만나 하루밤 신세졌던 인표를 다시 만나 술한잔을 했다. 다시 찾은 소대장 형도 반겨했다. 술한잔 또 하고.. 굳이 노자를 건네는 형이 고마웠다.
6일
문경 세제 하늘을 보니 심상치 않고.. 날은 어두워만 간다.. 비가 오려는 듯.. 노자까지 보태어준 소대장 형의 정성을 잠시 하루밤 거취로 거덜내기 싫어서 민박 집을 그냥 지나친다. 문경세제의 길이 원래 이렇게 넓은 길이었나..? 고향에 큰 신작로보다 훨씬 넓은길을 한참을 오르니 계곡 옆에 빈집이 있어 찾아 들었다.
주막이라고 써있는 팻말을 보니 철이 한창 때가 아니어서 낮에는 장사를 하고 밤이되면 철수하는 주점인듯 하다. 꽤 넓은 집이 귀신이라도 거하는 폐가 같은 느낌이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혹시 시체 썩은 물이 나오지 않을까 하여 불안스러운 어두운 우물..
자다깬 "원효" 보다는 맑은 정신이라 자신하며 떠마신 물맛은 시원했다. 내일은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그 빛으로 대답해주는 별하나 없다. 널찍한 대청 마루에 잠자리를 잡는다.
새벽
풀벌레 소리 때문인가.. 그정도로 민감하진 않는데.. 새벽에 잠시 잠을깼다. 밤이슬에 주변공기가 촉촉하다. 가을 이려고 하나보다. 새벽은 쌀쌀하고 풀벌레 소리는 더 맑게 들린다. 초가 아래.. 마루 위의 잠자리는 무척 운치가 있다. 가을은 밤하늘도 푸르나 보다..
첫댓글 상상만 해도 내가 무서워진다
어둠뿐인 폐가 같은 주막에서 홀로 잠을 청하다니
구신이 되려 무서워 할 거 같은디 ㅎㅎ
우물안을 들여다 볼때는
나도 오싹 했어~
거왜 있잖아.. 링~^^;;
그래 머.. 이왕 나오려면
처녀귀신이나 나와라~
연애나 한번하자~ 하는
심정으로~^^;;
조금 젊은날 무전 여행으로 다져져서 지금 오두막에서 나름 행복 만들어서 잘 살아 가는 것 같애. ~~ 앞날에 늘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빌고 또 빌어본다. ^^*
책 한권 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멋져!~~~늘 그랬듯 ㅎ
ㅎ.. 그래..
집한채는 거뜬히 지을정도로
다져졌지.. 고마워~^^
어쩐지 원조세제가 퐁퐁이 아니었던거야 문경세제의 전통과 품격을 따라갈수는 없는게지
...쏘오리 이걸 말이라고
ㅋㅋ.. 맞아~
문경세제가 원조야~ㅎ
그러기에
깨달은 이들이
인생은 一長春夢 이라고 하는거겠지
그러니
즐겁게 살다가면 그뿐인거야
개똥철학 읊어댈 것 없이
ㅋㅋ
그 일장춘몽이 그런 뜻으로
쓰인건 아닌거 같은데?..ㅎ
몰 그리 20대 초반의
젊은애와 대립을 하려하누~ㅎ
@풍경
20대의 눈에는 다르겠지만
50대의 눈에는 똑같이 보인다네 ~~ ㅎ
@파락호 근데.. 왜 20대와 대립하냐구~ 애들같이~ㅎ
@풍경
행동은 20대처럼 ~
난 피터팬 증후군 환자거든
ㅋㅋㅋㅋ
9월이면 아침 저녁으로 선선 할텐데
잠자리가 제일 걱정된다.
가을 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ㅎ
아직은 견딜만해~
난.. 가을을 좋아하거든~^^
어여 집에 가게 젊은이
ㅋ..
아직 갈데가 많이
남았어여~ 아줌마~^^
아직도 무전 여행중이네
위에 아프리카 말대로 이제
집에 갈 때가 된것 같은데 ㅎ
빈 주막집에서 혼자 자기엔
무서웠을것 같아
그나마 저때니까 가능했지
요즘엔 위험해
그때도 그랬는걸?
요즘 시대가 어느시댄데
무전여행이냐구..
내가 40대때.. 저글들 보고
용기내어 다녀왔다며
고맙다고 메일 보내 청년도
있었고~
요즘시대도 사람 사는덴걸~^^
가족들 보고 싶지 않아? 혼자 있음 외롭거나 무섭지 않아? 난 혼자 잠 못자거든 잘때는 빛하나 없게 자지만 혼자 잘때 무서워서 불켜놓고 자는데 산은 더 어두울텐데 난 절대 못 할듯
그게.. 저런 시간엔
그리움도 소중해진단다~^^
아프리카 말 좀 들어~~
다음편에..
이제 집에왔어여~ 하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