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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寂庵吟咏 己未(1739) 三月 來寓時 ▫ 저자 : 김지익 이자찬 ▫ 시기 : 1739년 3월 30일 ▫ 원문 : 열락재유고 1권 p146-P150 ▫ 내용 : 27首 | |
▫ 명적암으로 이거한(1739.3월 3일) 무렵의 글 ▫ 이자찬은 이자수의 막내 동생인 듯 ▫ 단오날의 풍경과 심정을 표현. |
明寂庵吟咏(명적암음영)
명적암을 노래하다
己未(1739) 三月 來寓時(와서 머물 때) -김지익 p146
林花依古色 임화의고색 / 숲과 꽃들 옛 모습 그대로인데
溪水送新聲 계수송신성 / 개울물 새 울림 보내오네.
如有欣迎意 여유흔영의 / 반갑게 맞아 주는 뜻처럼
風光亦世情 풍광역세정 / 풍광 역시 세상의 정과 같구나.
*명적암 : 덕림서원 강당 부근에 있던 암자로 기록되어 있음. 덕림서원은 현 김천시 남면 초곡리 서원길 부근 *신성 : 새로운 유행. 새로운 소리
李子纘叔姪來訪 因爲同苦(이자찬숙질래방 인위동고)
이자찬 숙질이 방문하여 어려움을 함께 하다.
-김지익 p146-p147
閉戶無人問所思 폐호무인문소사 / 문을 닫았지만 그 뜻을 묻는 사람 없는데
唯君叔侄遇扵斯 유군숙질우어사 / 오직 자네 숙질을 여기서 만나니
如逢伯氏情愈密 여봉백씨정유밀 / 자네는 백씨를 만난 듯 정을 더욱 친밀히 하니
若對元賓喜又悲 약대원빈희우비 / 나는 원빈(옛 친구)을 대하듯이 기쁘고 슬프네.
敢抗吾顔授子業 감항오안수자업 / 내 얼굴 막아서며 자식에게 가르침 받고자
要追舊誼托新知 요추구의탁신지 / 옛 정의 따라서 새로 알게 되기를 부탁하기에
力强年富須相勉 역강년부수상면 / 젊고 기력 있어 모름지기 서로 근면하길 권하며
爲愛英才可興詩 위애영재가흥시 / 영재를 사랑하여 흥이 나서 시를 쓰네.
*유밀 : 친밀하다 *원빈 : 당(唐)나라 이화(李華)의 종자(從子)로서 한퇴지(韓退之)의 벗이었던 이관(李觀)의 자(字)이다. 문장을 지으면서 전인(前人)의 글을 답습하지 않으면서 퇴지와 막상막하의 실력을 겨루었는데, 29세에 타향에서 요절하자 퇴지가 묘지(墓誌)를 지어 슬퍼하였다. 《舊唐書 卷190下》. 여기서는 이자수를 말하는 듯 *신지 : ① 새로 사귄 벗 ② 새로운 지식 새로 맺은 지기라는 뜻으로, 굴원(屈原)의 〈소사명(少司命)〉에 “슬픔 중에 살아서 이별하는 것보다 더 큰 슬픔은 없고, 즐거움 중에 새로 사귀어 아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悲莫悲兮生別離, 樂莫樂兮新相知.〕”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참고로 당나라 이상은(李商隱)의 시 〈풍우(風雨)〉에 “새로운 지기는 박한 세속에서 만났고, 오래된 교분은 좋은 인연과 막혔다오.〔新知遭薄俗, 舊好隔良緣.〕”라고 하였다. 《文選 卷33 騷下 九歌二首 少司命》 《全唐詩 卷539 風雨》 *역강연부 : 연부역강. 젊고 기력이 왕성(旺盛)하다
暮春晦 煮花兼送諸友(모춘회 자화겸송제우)
모춘(3월) 그믐날 화전놀이 하며 여러 친구 송별을 겸하다
-김지익 p147
樽前相舉白 준전상거백 / 술잔을 앞에 두고 서로 백주를 권하며
花下共嘗紅 화하공상홍 / 꽃그늘 아래에서 함께 붉은 꽃 감상하고
友送春兼送 우송춘겸송 / 벗을 전송하며 봄도 함께 보내지만
情深意不窮 정심의불궁 / 정과 깊은 뜻 끝이 없다네.
*자화 : 화전놀이. 봄이 되면 마을 사람들이 들로 나가 진달래꽃으로 전을 부치거나 떡에 넣어 만들어 먹으며 새봄을 즐겼다. 이것을 화전놀이라 한다.
自放詩(자방시)
스스로 호탕하게 부른 시.
使李子纘執筆呼書 / 이자찬에게 붓을 잡고 쓰게 하다
-김지익 p147
世人謂我氣昏弱 세인위아기혼약 / 세인들 내 기운이 혼약하다 말하는데
此言誠是吾所服 차언성시오소복 / 이 말은 참되어 내가 수긍하는 바이네.
世人謂我性踈迃 세인위아성소우 / 세인들 내 성격이 소탈하다 말하는데
其言亦可吾不怒 기언역가오불노 / 그 말 역시 나를 화나게 하지 않네.
自顧吾心無所欺 자고오심무소기 / 나의 마음 돌아보니 속임이 없기에
相彼屋漏亦不愧 상피옥루역불괴 / 저 비새는 집 이라도 부끄럽지 않고
鼎鑊在前尙不怖 정확재전상불포 / 정확이 앞에 있어도 오히려 두렵지 않은데
斧鉞當前亦何懼 부월당전역하구 / 부월을 감당한 들 어찌 두려워하리.
世間是非耳不聞 세간시비이불문 / 세간의 시비는 듣지 않고
人之長短口不言 인지장단구불언 / 사람의 장단은 말 하지 않으니
綠水靑山即吾居 녹수청산즉오거 / 녹수청산이 나의 거처이고
樽酒詩書是吾友 준주시서시오우 / 술잔 앞 시와 글이 나의 벗이네.
富貴榮辱都忘了 부귀영욕도망료 / 부귀영욕 모두 다 잊어버려
秋月春風等閑度 추월춘풍등한도 / 가을 달 봄바람에 세월 가는 줄 몰랐네.
千歲萬歲厭世浚 천세만세염세준 / 천년만년 세상의 높은 벼슬 싫어하니
乘彼白雲何辱有 승피백운하욕유 / 저 백운을 올라탄 들 어찌 욕됨이 있으리오.
*소우 : 疎迂 소탈하다 *옥루 : ‘불괴옥루(不愧屋漏)’는 《시경》 〈대아 탕(蕩)〉에 나오며, ‘존심양성(存心養性)’은 《맹자》 〈진심〉에 나온다. 《시경》 〈억(抑)〉에 “네가 군자를 벗하는 것을 보니 네 얼굴을 온화하게 가지고 ‘어찌 허물이 없겠는가’ 하고 자성하였네. 네가 네 집에 있을 때에 보니 옥루에 있을 때에도 부끄러움이 없었네.[視爾友君子 輯柔爾顔 不遐有愆 相在爾室 尙不愧于屋漏]”라고 하는 구절. 옥루는 ① 신주를 모신 방안의 서북 귀퉁이 ② 지붕이 새다 ③ 집안의 서북쪽 어둡고 구석진 곳 *정확 : 사람을 삶는 가마솥으로 모두 형벌의 도구이다 *부월 : 왕명을 상징하는 큰 도끼 *추월춘풍등한도 : 백거이의 <琵琶行>에 같은 구절 나옴. 세월 가는 줄 몰랐다는 의미 *승피백운 : 《장자》 〈천지(天地)〉에 “저 흰 구름을 타고 제향에 이른다.〔乘彼白雲 至於帝鄕〕” 한 데서 유래하였다
端午日與子纘酬唱(단오일 여자찬수창)
단오일에 이자찬과 수창하다
-謙(김지익) p147
村裏家家酒 촌리가가주 / 마을에는 집집마다 술이 있고
野中處處歌 야중처처가 / 들판에는 곳곳에 노래 소리 들리네.
聖世逢佳節 성세봉가절 / 태평성대에 명절을 맞으니
萬民樂事多 만민락사다 / 만민이 즐길 일 많다네.
端午日與子纘酬唱(단오일 여자찬수창)
단오일에 이자찬과 더불어 수창하다
-纘(이자찬) p147-p148
松聲傳古韻 송성전고운 / 솔바람 소리는 옛 시를 전하고
溪響和鷪歌 계향화앵가 / 개울 물소리는 꾀꼬리 노래에 화답하네.
醉倒禪窓下 취도선창하 / 취하여 절간 창문 아래 넘어지니
風光此地多 풍광차지다 / 풍광은 이곳이 최고네.
李時春送酒(이시춘송주)
이시춘이 술을 보내다
-謙(김지익) p148
天中佳節日 천중가절일 / 아름다운 단오일에
村酒送山亭 촌주송산정 / 막걸리를 산정으로 보내었는데
豈意深谷裡 개의심곡리 / 어찌 깊은 골짜기 속에서 봄을 찾으리오.
春色自洞庭 춘색자동정 / 봄 풍경은 동네 마당에서 비롯되네.
*천중가절 : 음력 5월 5일 단오일(端午日)의 별칭인 천중절(天中節)을 아름답게 일컫는 말
李時春送酒(이시춘송주)
이시춘이 술을 보내다
-纘(이자찬) p148
佳節天中届 가절천중계 / 좋은 명절 단오날
山日午未亭 산일오미정 / 산속은 아직 정오가 되지 않았는데
多情君送酒 다정군송주 / 정 많은 자네가 술을 보내어
醉步綠陰庭 취보녹음정 / 녹음 짙은 마당을 취한 채 걷고 있네.
奇字(기자)
‘기이하다’를 운으로 하다
-謙(김지익) p148
嘉木葱葱茂 가목총총무 / 곧은 나무 빽빽이 무성하고
鳴禽箇箇奇 명금개개기 / 새 소리 저마다 기이한데
酒詩終永夕 주시종영석 / 술과 시로 밤을 새우니
幽興有誰知 유흥유수지 / 그윽한 흥취를 누가 알아주리오.
*총총 : 초목이 짙푸르게 무성한 모양 *개개 : 점점이, 알알이.
奇字(기자)
‘기이하다’를 운으로 하다
-纘(이자찬) p148
景物看看好 경물간간호 / 경물은 보면 볼수록 좋고
詩思出出奇 시사출출기 / 시상은 내면 낼수록 기이하네.
此間淸興味 차간청흥미 / 이 순간의 맑은 흥 느끼는 걸
料得少人知 료득소인지 / 아는 사람 적으리라.
*료득소인지 : 소강절 「淸夜吟」月到天心處 風來水面時 一般淸意味 料得少人知 달은 하늘 한가운데에 떠있고 바람은 불어와 수면 한가운데 머무는데 이런 상쾌한 의미를 아는 사람 적으리라.
柯亭挑戰(가정도전)
가정의 씨름대회
-謙(김지익) p148
力士隨風至 역사수풍지 / 역사들 바람 따라 이르자
分曺若星羅 혜조약성라 / 조를 나누어 별처럼 벌리고서
雌雄方判決 자웅방판결 / 자웅 겨루어 두루 판결하는데
强弱不同何 강약부동하 / 강약이 같지 않음을 어찌 하리오.
柯亭挑戰(가정도전)
가정의 씨름대회
-纘(이자찬) p148
勇士東西立 용사동서립 / 용사가 동서로 서자
村翁左右羅 촌옹좌우라 / 촌중의 늙은이 좌우에 나열하고
勝負元非數 승부원비수 / 승부는 원래 운수가 아니니
都在膂力何 도재려력하 / 모든 게 뚝심 여하에 달렸네.
*여력 : 뚝심
寬字(관자)
‘온화하다’를 운으로 하다.
-謙(김지익) p148
風景樽前好 풍경준전호 / 술잔 앞의 풍경 좋고
乾坤眼底寬 건곤안저관 / 눈 아래 하늘 땅 온화하게 펼쳐있네.
別區無限興 별구무한흥 / 별천지 무한한 흥
浮世有餘歡 부세유여환 / 덧없는 세상에 기쁨을 남기네.
寬字(관자)
‘온화하다’를 운으로 하다.
-纘(이자찬) p149
襟前平野洞 금전평야동 / 바로 앞 평야 환하고
眼底世界寬 안저세계관 / 눈 아래 세상 온화하기만 하네.
好收湖山趣 호수호산취 / 산과 호수 거두는 취향에
詩酒盡日歡 시주서일환 / 시와 술로 하루 종일 즐겁네.
*호수 : 잘 거두다
松簷(송첨)
소나무 처마
-김지익 p149
白日松陰蔽 백일송음폐 / 햇빛 가린 소나무 그늘
簷高與雲齊 첨고여운제 / 지붕위에 높다랗게 구름과 나란하네.
五月淸不熱 오월청불열 / 오월 날씨 시원하여 덥지 않으니
勝坐茂樹堤 승좌무수제 / 방천가 무성한 나무 아래에 앉는 것이 좋겠네.
秋千(추천)
그네
-김지익 p149
飛上還飛下 비상환비하 / 위로 날았다가 돌아와 내려앉고
在東忽在西 재동홀재서 / 동쪽에 있었다가 홀연히 서쪽에 있는데.
向天仙駕鶴 향천선가학 / 신선이 학을 타고 하늘을 향하는 듯하고
穿樹鳥尋栖 천수조심서 / 새들이 둥지 찾아 나무 숲 뚫고 지나는 듯하네.
*추천 : 그네 打秋千은 그네 뛰다 *천수 : 한유의 〈춘설(春雪)〉 시에 “봄이 늦게 오는 것을 백설도 오히려 싫어하여, 일부러 정원의 나무숲 뚫고 꽃잎을 날려 주는구나.[白雪却嫌春色晩 故穿庭樹作飛花]”라는 구절이 나온다. 《韓昌黎集 卷9》
卽事(즉사)
그때 일어난 일(1)
-김지익 p149
綠樹僧歸院 녹수승귀원 / 스님 돌아오는 절은 푸른 숲에 있고
靑山客上樓 청산객상루 / 나그네 오르는 루는 청산에 있는데.
夕陽無限好 석양무한호 / 무한히 좋은 석양 아래
坐占白鷗洲 좌점백구주 / 흰 갈매기 모래섬에 점점이 앉아있네.
卽事(즉사)
그때 일어난 일(2)
-김지익 p149
庵高臨大野 암고림대야 / 높은 암자에서 큰 들을 굽어보니
樹古掛斜陽 수고괘사양 / 오래된 나무에 저녁노을 걸려있네.
時有南風入 시유남풍입 / 때때로 남풍이 불어와
開襟逸興長 개금일흥장 / 흉금을 터 놓으니 흥이 항상 도도하네.
*사양 : 저녁 노을. 해 질 무렵에 비스듬히 비치는 햇빛
卽事(즉사)
즉석에서 일어난 일(3)
-김지익 p149
天中佳節届 천중가절계 / 단오 명절 이르니
江山景物新 강산경물신 / 강산 경물 새롭고
相對樽前客 상대준전객 / 술잔 앞에 마주한 손님
不是世上人 不시세상인 / 세상사람 같지 않네.
卽事(즉사)
즉석에서 일어난 일(4)
-김지익 p149
湖山皆眼底 호산개안저 / 눈 아래 있는 산과 호수에
朝暮自雲烟 조모자운연 / 아침저녁 구름안개 피어나는데
洞庭與巫峡 동정여무협 / 동정호와 무협을
誰移此寺前 수이차사전 / 누가 이 절 앞에 옮겨놓았나.
*조모 : 아침 저녁 *운연 : 구름 연기, 물안개 *무협 : 양자강(揚子江) 상류의 세 협곡으로, 구당협(瞿塘峽), 무협(巫峽), 서릉협(西陵峽)중에 하나
卽事(즉사)
즉석에서 일어난 일(5)
-김지익 p149
對客言無味 대객언무미 / 손님을 대해도 이야기 재미없고
作文句不奇 작문구불기 / 글을 지어도 구절이 기이하지 않네.
莫如蹤迹秘 막여종적비 / 신비한 종적보다 낫지 않으니
勿使世人知 물사세인지 / 세상 사람들 알도록 하지 말아라.
*막여 : ① …하는 것만 못하다 ② …하는 것이 낫다
燈火(등화)
등불
-김지익 p149
古寺三更夜 고사삼경야 / 오래된 절에 한 밤이 되니
明光半壁開 명광반벽개 / 밝은 빛 벽의 반쪽 비추는데
如非山月入 여비산월입 / 산월이 들어 온게 아니라
疑是燭龍來 의시촉룡래 / 촉룡이 와서 있는 듯하네.
*반벽 : 절반. 반쪽 *촉룡 : 촛불을 입에 물고 비춰 주는 용이라는 뜻이다. 전국 시대 초(楚)나라 굴원(屈原)의 〈천문(天問)〉에 “태양이 이르지 않는 곳이 없을 텐데, 촉룡이 어째서 비춰 주는가.〔日安不到 燭龍何照〕”라는 말이 나오는데, 후한(後漢) 왕일(王逸)이 해설하기를 “하늘의 서북쪽에 해가 없는 어둠의 나라가 있는데, 그곳은 용이 촛불을 입에 물고 비춰 준다.〔天之西北有幽冥無日之國 有龍銜燭而照之也〕”라고 하였다.
山大(산대)
산이 크다
-김지익 p149
沉沉夜色幽 침침야색유 / 침침한 밤빛이 그윽해지니
雲際數峯紅 운제수봉홍 / 구름사이 여러 봉우리 붉어지네.
怳看燔柴日 황간번시일 / 불현듯 번시일 살펴보며
追思上世風 추사상세풍 / 옛날의 풍습을 돌이켜 생각하네.
*융융 : ① 무겁다 ② (정도가) 심하다 ③ (초목 따위가) 무성한 모양 ④ 깊다 *번시 : 섶 위에 옥백(玉帛)과 희생(犧牲)을 올려 놓고 이를 태우면서 천제(天祭)를 지내는 일. 《이아(爾雅)》 석천(釋天)의, “祭天曰燔柴”라는 그 소(疏)에 의하면, 하늘에 제사하는 예란 나무를 쌓은 다음 그 위에 생체(牲體)와 옥백(玉帛)을 올려놓고 불로 태워 그 냄새가 하늘에까지 오르게 한 것이므로 하늘에 오르게 한 것이므로 하늘에 제사하는 것을 번시라 한다고 함. *상세 : 윗대, 앞전세대. 상고
登高(등고)
높은 곳에 오르다
-김지익 p149
宿雲漸捲細風來 숙운점권세풍래 / 밤새 구름 점점 개어 산들 바람 불어오니
四面靑山半面開 사면청산반면개 / 사방의 푸른 산 한쪽이 개었네.
風物必加前日好 풍물필가전일호 / 풍물이 더해져 전일보다 좋기에
急穿芒鞋上高臺 급천망혜상고대 / 짚신을 급히 꺼내 높은 대에 오르네.
*숙운 : 밤새의 구름 *점권 : 점점 말려 올라가다. 점점 개다 *망혜 : 짚신
望安陰(망안음)
안음을 바라보며
-김지익 p149-150
父女顔相阻 부녀안상조 / 부녀간 얼굴을 서로 보지 못한지
于今數載間 우금수재간 / 어느 듯 여러 해 되었기에
南雲縹渺外 남운표묘외 / 남쪽 구름 어렴풋이 떨어져기에
無非望子山 무비망자산 / 망자산 아닐 수 없네.
*안음 : 외동딸이 안음에 거주하는 변대중에게 출가하였음. *표묘 : 어렴풋함 *망자산 : ‘아들이 오는 것을 바라보는 산’이라는 의미로, 망부산(望夫山)이나 망부석(望夫石)과 같은 의미로 쓰인 듯하다.
高方寺春遊(고방사춘유)
고방사 봄나들이
-김지익 p150
重來尋古寺 중래심고사 / 고방사 다시 찾아오니
佳節暮春時 가절모춘시 / 좋은 계절 늦은 봄 날
花發明如錦 화발명여금 / 꽃들이 활작피어 비단과 같고
柳垂細若絲 유수세약사 / 가느다란 버들가지 실처럼 드리웠네.
僧歸佛院晩 승귀불원만 / 스님이 절집 돌아오는게 늦어지기에
客上梵樓危 객상범루위 / 객은 범루 높은 곳에 올라
沉咏忘塵廬 침영망진려 / 속세 오두막집 잊고서 나지막이 읊조리다
不知夕日移 부지석일이 / 저녁 해 기우는 걸 알지 못했네.
*고방사 : 김천시 농소면에 소재. 1719년에 현재의 위치에 중창하였음.
逢金陵金學士(봉금릉김학사)
금릉 김학사를 만나다
-김지익 p150
華聲聞己久 화성문기구 / 화려한 명성 들은 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淸範見扵斯 청범견어사 / 청범을 이곳에서 보게되니
氣卓非人下 기탁비인하 / 탁월한 기질은 보통사람 아니고
才高是我師 재고시아사 / 높은 재주는 나보다 스승이네.
論交兼戚分 논교겸척분 / 일가의 정 겸하여 사귐을 논하니
傾盖即心知 경개즉심지 / 잠시의 대화지만 마음을 알겠네.
勞力須勤業 노력수근업 / 노력하여 반드시 학업에 근면하게
靑年不再時 청년부재시 / 청년시절 다시는 오지 않네.
*김학사 : 글 중에 인척이라는 표현으로 미루어 조카사위 金河瑞와 관련된 인물로 추정됨.
*척분 : 성이 다르면서 일가가 되는 관계 *경개 : 경개(傾蓋)는 경개여고(傾蓋如故)의 준말이고, 여신(如新)은 백두여신(白頭如新)의 준말이다. 《사기(史記)》 권83〈추양열전(鄒陽列傳)〉에 “흰머리가 되도록 오래 사귀었어도 처음 본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고, 수레 덮개를 기울이고 잠깐 이야기했지만 오랜 벗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白頭如新 傾蓋如故〕”라는 말이 나온다. *근업 : 학문을 부지런히 하다
朴茂仲有約不來(박무중유약불래)
박무중과 약속하였으나 오지 않음
-김지익 p150
此日携笻意 차일휴공의 / 이날 지팡이 짚고 찾은 뜻은
與君續舊逰 여군속구유 / 자네와 더불어 옛 유람을 잇고자 함인데
鳥鳴山自寂 조명산자적 / 새가 우는데 산은 절로 적막하고
花發水空流 화발수공류 / 꽃이 만발한데 물만 부질없이 흘러가네.
沉咏頻開戶 침영빈개호 / 나지막이 시를 읊다 자주 문을 열고서
徘徊更上樓 배회갱상루 / 배회하다 다시 루에 오르니
鑑湖烟柳色 감호연류색 / 감호가 아스라한 버들가지 푸르름 더하지만
落日使人愁 락일사인수 / 저녁노을 사람을 애타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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