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화창한 어느봄날 창문을 반쯤열고 하염없이 앉았으니 옛일이 새로워라 안마당에 피는꽃은 지난밤비에 만발하다 아름다운 자태색조 뉘를 위해 반기려나 벌나비 춤을추니 이내심사 참담하여 사랑마당 철축꽃과 동산의 해당화는 방긋방긋 웃는 모양 화려한 목단화는 자태향기 그윽하다 구곡에 맺힌 회포 내심회를 자아내니 하물며 이는춘풍 어이하여 풀어낼꼬 우리인생 초목만도 못하니라 한심하다 고대광실 큰집에서 홀연히 혼자앉아 고진감래 흥진비래 오는일을 상상하니 심중의 무한정수 가는길은 구천이라 자식자손 가득하나 내마음을 어찌알리 가신양반 더듬어서 지난일을 회상하니 텅빈듯한 이내심사 미치는듯 취하는듯 빙청에서 통곡한다 철따라 의복이며 침구등절 손질하나 어느날에 반길까요 생시와 다름없이 조석으로 문안해도 아는기척이 없사오니 내회포를 자아내어 통곡도 하였으나 부질없는 일이로다 남이알까 조심이라 진애세상 하직하고 가신양반 상봉하여 심곡에 쌓인회포 속시원히 자아낼꼬 횡설수설 그렸으니 보는이는 웃지마소 (정축 삼월 순수일 동계 십사대 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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