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치유) 33. 건강한 가족 관계와 산림욕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연휴양림 12곳
웰빙(well-being)을 넘어서 내추럴빙(natural-being)이 화두다. 인류의 역사는 숲에서 시작해 숲과 함께 진화 발전해 왔으니, 숲은 인간에게 원천적인 고향이며 모태와 같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내추럴빙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5퍼센트가 산과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숲은 부작용이 없는 치료약이고 보약이며, 모든 사람을 받아주는 종합병원이다. 누구나 가까이 있는 산과 숲을 쉽게 찾아가서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킬 수 있다. |
가족은 가장 작은 규모의 사회이고 이해 집단이 아닌 혈연으로 묶여 있다는 사실은 유치원생들도 알고 있다. 가정이 화목하고 행복해야 그 사회와 국가가 건강하고 생산성도 높다. 그런데 사회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가족의 역할과 기능이 저하되고 있다. 가장인 아버지는 밤늦게 들어와서 새벽 일찍 나가는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자녀들도 학원이나 과외수업 때문에 가족들과 얼굴 맞대고 대화할 틈이 없다. 모처럼 일찍 들어왔더니 딸이 “아빠, 집으로 출장 왔어?” 라고 물어 충격을 받았다는 어느 직장인의 이야기가 특별하지 않을 정도이다.
이러한 사회 현실 때문에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설령 함께 있더라도 고작 TV를 보는 정도다.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할 줄 모른다. 그래서 부모는 자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녀들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 이것은 원래 우리의 가족 모습이 아니다. 손가락이 다섯 개이지만 하나의 손을 만드는 것처럼 가족은 구성원 개체는 서로 달라도 하나인 것이다.
생태학을 뜻하는 단어 ‘에콜로지(ecology)’는 그리스어의 가족을 뜻하는 ‘에코(eco)’와 학문을 뜻하는 ‘로지(logy)’가 결합된 것이다. 왜 생물과 환경, 자연을 연구하는 학문에 가족을 뜻하는 어원이 들어가 있을까? 먼저 생태계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숲을 살펴보자. 숲에는 수많은 생물과 무생물 인자가 서로 어우러져 있다. 이들은 때로는 경쟁하고 서로 협력하며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다. 숲에서는 아주 작은 것도 숲을 이루고 지탱해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덩치 큰 나무든 땅 위를 기어 다니는 작은 지렁이든,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 포자 등도 모두 숲을 이루고 변화시키는 데 필요하다. 몇 백 년간 삶을 영위하다 죽은 나무는 썩어 영양분이 되어 다시 땅으로 돌아온다. 죽은 나무를 썩혀 땅을 기름지게 만드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버섯의 포자나 미생물들이다. 이처럼 숲의 수많은 인자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가족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태학의 어원에 가족이란 뜻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가족의 원래 의미를 깨우치고 진정한 가족 사랑을 회복하는 방법으로는 숲이 최고다. 한국녹색문화재단에서 실시한 소외 계층의 숲 캠프 효과를 평가한 적이 있다. 그 일을 하면서 숲이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주는 사례를 수없이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자면, 알코올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한 숲 치유 캠프에 참여한 부부 이야기다. 잘 알려진 대로 알코올 중독은 본인은 물론 가정까지 파멸시키는 고약한 특성이 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알코올 중독자의 반복되는 육체적/언어적 폭력과 싸워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알코올 중독자들은 결국 가족에게 외면과 냉대를 받고, 그로 인한 심리적인 황폐함 때문에 더욱 알코올에 의존한다. 이 부부도 몇 년을 이런 고통 속에 살아왔기 때문에 말이 부부이지 서로 원수처럼 대할 정도로 증오의 늪이 깊었다. 알코올 상담센터 상담원에게 강력히 추천받아 숲 캠프에 참여한 이들 부부에게 캠프 참가는 몇 년 만에 처음 갖는 둘만의 외출이었다. 그저 부부의 의무로서 참여한 이들의 처음 반응은 무감각 그대로였다. 캠프 오리엔테이션과 자신을 소개하는 첫날은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이튿날, 자기 모습을 닮은 자연물을 찾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것은 자기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냉철히 분석하게 만들기 위해 마련된 시간이었다. 이때 남편은 작고 예쁜 솔방울을 찾아 목걸이로 만들어 아내에게 선물했다. 부인이 남편에게 생전 처음 받은 선물…. 비록 돈으로는 값어치 없는 솔방울 목걸이였지만 부인에게는 다이아몬드보다 더 값비싼 선물이었다. 부부는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고, 다른 참여자들도 모두 울먹거렸다. 부부의 쌓여 있던 몇 년 간의 미움과 반목이 눈물과 함께 말끔히 씻겨 내려갔다. 남편은 아내에게 잘못을 고백했고, 아내 역시 새로운 사랑으로 남편을 받아들이기로 한 감격적인 순간을 숲에서 맞았던 것이다.
미국 오리건 주에 사는 소녀 에린의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에린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래가 없는 문제아였다. 반복된 가출과 알코올 중독, 마약에 탐닉하는 그녀의 앞날을 희망적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그녀가 이젠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지금은 웨스턴오리건대학에 다니고 있으며, 초등학교 교사를 꿈꾸고 있다.
무엇이 그녀를 변하게 했을까? 청소년상담센터에 보내도 그녀의 태도와 행동은 전혀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에린의 아버지는 문제 청소년을 위한 21일 동안의 숲 캠프에 그녀를 보내기에 이른다. “아버지에게서 숲 캠프 이야기를 들었을 때 몹시 화가 났었다.”는 그녀는 결국 분노에 차서 낯선 숲으로 향했다. “처음엔 꽤나 힘들었어요. 화도 무척 났죠. 숲에서 생활하는 동안 대화하면 안 되었거든요. 그래서 온종일 생각만 하고, 또 모든 것을 마음속으로 계획해야 했어요. 그렇게 한 2주일을 보내고 나서야 모든 게 제 잘못이었다는 걸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제 인생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깨달았지요.”
시간이 흐를수록 에린은 주변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무심히 지나치던 이름 모를 야생화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고,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내게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어요. 석양을 바라보는데 눈물이 솟구치고 그동안 미워했던 부모님이 그리워지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그동안 제가 얼마나 가족들에게 못되게 굴었는지도 깨달았어요.”
21일의 숲 캠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에린은 그만두었던 고등학교를 다시 다니기 시작했고, 우등생으로 학교를 졸업하였다.
“숲 캠프에서 돌아온 후에야 비로소 세상에서 올바른 제 위치를 찾은 것 같아요.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진심이에요. 이전의 저처럼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숲이라는 ‘살아 있는 상담소’를 권합니다.”
숲은 이렇게 가족에 대한 사랑과 감정을 변화시킨다. 특히 역경에 처한 사람에게 그것을 극복하고 인생을 다시 설계할 힘을 준다. 지난 외환위기 때, 온 힘을 바쳐 일하던 직장에서 쫓겨나고 또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그 분노와 허망한 마음을 숲에서 달래고 숲에서 다시 희망을 찾았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숲은 인생의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 신비한 곳이다.
숲이 주는 작은 감동은 가족 관계를 회복시키고, 또한 가족 안에서 자기 위치를 다시 확인시킴으로써 가족 구성원들을 변화시킨다. 숲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곳과 확연히 다르다. 인공물이 아닌 자연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느끼고 호기심과 흥미를 갖는다. 약물이나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또는 정신적으로 나약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시간을 제대로 관리하거나 건설적으로 보내지 못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숲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고 발견하게 한다. 숲 자체가 새로운 관심 대상이 되어 그들 스스로를 괴롭히던 갈등과 문제에서 벗어나게 한다.
숲은 가족 사이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감정을 나누고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집에서와 달리 자연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허물고 진솔한 관계를 맺게 한다. 그동안 숨겨 왔던 이야기도 쉽게 터놓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이러한 감정 교류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며, 자신도 이해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숲 캠프를 진행해 보면, 평소와 달리 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매우 적극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쉽게 목격하게 된다.
앞서 소개한 사례와 같이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오늘날 가족들은 대부분 여러 가지 이유로 대화가 부족하고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기회를 갖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가족과 함께 정기적으로 숲 나들이를 하라고 권한다. 주말에 가까운 자연휴양림에 가서 하룻밤을 보내 보자. 자녀 손을 잡고 숲길을 걸어 보고, 밤에는 하늘의 별을 헤아려 보자. 이런 체험은 자녀들이 영원토록 기억할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신원섭. 숲으로 떠나는 건강 여행. 지성사.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연휴양림 12곳
01. 소나무 정기를 듬뿍 받을 수 있는 대관령자연휴양림
02. 이름만큼이나 유명한 유명산자연휴양림
03. 건강도 챙기고 역사 공부도 하는 조령산자연휴양림
04. 진정한 쉼의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산음자연휴양림
05. 사람 손으로 탄생한 아름다운 숲, 전남 장성 축령산편백나무숲
06.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광릉수목원
07. 잣나무의 피톤치드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축령산자연휴양림
08. 지리산의 정기를 흠뻑 받는 지리산자연휴양림
09. 단풍이 아름다운 방장산자연휴양림
10. 소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며 자라나고 있는 안면도자연휴양림
11. 잎 넓은 나무의 진가를 볼 수 있는 방태산자연휴양림
12. 언제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 고장 우리 동네의 마을 산/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