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가 시장에 씨앗을 뿌리고 차분히 키워오는 과정이었다면, 내년부터 열매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파수닷컴 조규곤 대표는 국내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시장에 대해 이처럼 기대감을 표시했다. 조규곤 대표는 4일 인터뷰서 정부기관과 기업들이 DRM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으며, 잠재수요들이 실제 고객으로 옮겨 대거 이동 중임을 강조했다.
파수닷컴 조규곤 대표
실제로 DRM 시장은 기업내 산업기밀유출 사건들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개화기를 맞이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4월 산업기밀유출 방지법 시행에 따라 그 수요는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기술 경쟁도 심해져 DRM 관련 특허가 매년 100건 이상씩 이어질 정도이다.
이 같은 국내 DRM 시장에서 파수닷컴은 500여개(해외포함) 고객사를 지닌 강자로 꼽히고 있다. 2000년 삼성SDS에서 분사한 이 기업은 엔터프라이즈 뿐 아니라 음악이나 영상의 저작권을 지키는 컨소머 DRM까지 아우르고 있다.
다음은 조규곤 대표와의 문답.
올 한해 국내 DRM 시장을 평가한다면?
산업기밀유출방지법 시행에 따라 DRM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파수닷컴의 경우 대법원, 한국철도공사, 아시아나항공 등을 새로 수주하며 공공과 기업 모두에서 고객사를 늘렸다. 전체 시장규모는 지난해 300억원 보다 크게 늘은 500억원 정도로 추정한다. 허나 대부분의 IT 분야가 그렇듯 기술보다 가격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여 우려하고 있다.
올해 실적과 내년도 목표는?
매출 100억원에 순익 20억원을 거뒀다. 작년 매출액 80억원보다 상당히 늘어난 결과다. 내년도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매출액 130억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경쟁사들과의 가장 큰 차별점은?
고객사 규모와 필요에 맞춰 제품 라인업을 세분화한 것이 강점이다. 규모별 라인업에서는 대기업 전용 제품 뿐 아니라 ‘솔리드’와 같은 중소기업 맞춤 솔루션이 호응을 얻고 있다. 또 고객사가 보호하고 싶은 정보 특성에 따라서도 솔루션이 나뉜다. 예를 들어 대표제품 ‘DRM ONE’의 경우 보안 대상을 GIS, 캐드파일, 소스코드 등 여러 종류에 맞출 수 있다.
이는 한 제품을 고객 요구에 따라 변형하는 것보다 업그레이드와 유지보수에 있어서 효과가 월등히 크다.
컨소머 DRM도 병행하기에 사업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컨소머 DRM이라 해도 기본 아키텍처는 엔터프라이즈와 공동으로 쓰이기 때문에 연구자원 분산이 미미하다. 또 지금은 상대적으로 시장이 큰 엔터프라이즈 부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영업과 기술개발에 있어서 큰 지장은 없다.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컨소머 DRM 시장이 어둡다는 전망이 많다.
사실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 잡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고객 요구 형태가 서비스, 솔루션, SI 등으로 나눠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음악 파일은 DRM 프리 운동의 영향으로 전망이 더 어둡다.
하지만 DRM 수요가 일어날 날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DRM이 빠진 콘텐츠 유통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금 당장 이익이 남지 않는다고 컨소머 DRM을 그만둔다면 시장흐름을 못 쫓아간다는 것을 뜻한다고 본다.
중장기 목표를 말해 달라.
글로벌 시장 선두로 나서는 것이 목표이다. 누구나 말하는 식상한 계획일 수 있으나, 실제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DRM 기업들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과 격차가 없다. DRM 역사가 북미나 유럽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DRM 기업으로 올라서는 것도 요원한 길이 아니다. 파수닷컴은 이미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폴 등에 채널을 만들고 공략에 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