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밖 탈출기

그저 그런 식상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고 국도변 익어가는 벼 이삭과 손맛에 대한 원초적 갈등과 상쾌하게 뚫어줄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산수가 각별한 양평과 홍천의 경계 메기 전용 양어장을 찾았다. 예로부터 이곳은 산새가 수렴하여 산나물의 고장으로 두릅, 산나물, 취나물, 곤드레, 원추리, 곰치 등이 유명하다. 친구가 없는 사람일 수록 스트레스(stress)에 시달리고 마음고생이 심하고 쉽게 병에 걸리고 노화가 빨라지고 일찍 죽는사람들이 많았다는 놀라운 사실이 입증된 바 있다. 오늘 출조한 3명의 조사는 이미 많은 세월을 함께한 사이라 반쯤만 얘기해도 척하면 척하고 알아듣는 단금지교이다. 양어장에 입장하여 대충 설명을 듣고 낚시 꾸밈을 그곳에 맞추어 실행하고 좌대에 자리를 잡고 앉자 마자  신 조사에 입질이 시작되고 뒤따라 배조사도 팔뚝만한 메기를 잡아 올린다. 자리도 잡기 전 두 조사 입질에 바빠진 뜰채가 이곳에서도 변함없이 한번 뜰채는 영원한 뜰채. 임무에 충실하다 어느덧 자정이 될 무렵 입질이 뜸해지고 3명의 조사가 한데모여 신조사님의 고정팬이 보내온 홍도산 홍어를 펼쳐놓고 소주를 나누어 마시며 낚시의 철학을 저마다 늘어놓는다. 앞산에 소나무 숲이 저수지 물 밑에 비쳐지고 조용하고 삭막한 산골에 이름모를 풀벌레 소리 신선한 공기와 함께 우리의 우정은 깊어만 간다. 새벽 5시쯤 여명을 뚫고 가을비가 한방울씩 내리더니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로 변한다. 간밤에 마신 소주와 쌀쌀해진 날씨 탓에 라면 한그릇씩을 때리고 전직교사의 낚시 강의를 한시간쯤 경청하고 곧바로 철수하기로 했다. 굵어지는 빚줄기를 헤치며 짧지만 1박 2일의 수확도 있었고 먹어치운 소주병 만큼이나 우정도 다져졌으니 마음에 스랏지는 한결 가벼워졌다. 안양에 도착 되어 진사갈비에 가서 총평과 함께 해단식을 마치고 추석이후에 몽산포 출조를 예약하고 이번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