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미나리작목반은 지난 2000년 결성된 이래 공동 구매·작업·출하·정산을 하는 등 ‘반듯한 모범생’ 활동을 해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농협중앙회가 선정하는 ‘이달의 작목반상’을 받기도 했다. 반원들의 재배경력이 5~10년으로 기술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생산량이 많아 서울 가락시장 외에도 강서시장과 인천 구월·삼산시장, 경기 안산시장 등에 분산출하하고 있다.
◆미나리는 수확 후 3일이 지나면 못먹을 정도로 신선도가 중요하다. 하지만 예냉기는 너무 비싸 엄두가 나지 않는다=예냉방법에 기계를 이용한 차압식 예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처럼 물탱크에 미나리를 담가 씻어내는 것도 수냉식 예냉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미나리의 품온을 낮춰 호흡을 줄이느냐 하는 것이다.
수확한 뒤 2시간 안에 예냉해야 한다. 이보다 늦으면 미나리가 노화하면서 병 저항성이 떨어지고, 밑둥 자른 면에서 에틸렌이 나와 누렇게 색깔이 바랜다. 따라서 많은 양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작업하기보다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조금씩 수확하면서 바로바로 작업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만 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예냉미나리로 출하할 수 있다.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도 신선도 유지기간이 크게 달라진다. 4㎏ 종이상자 안에 비닐을 속포장재로 깔고 미나리를 담는데, 비닐의 종류와 두께가 공기와 수분이 통하는 정도·온도 변화·향 보존을 좌우한다. 단순히 경매할 때 때깔이 좋게 보이라고 비닐을 까는 것이 아니다.
통기가 잘 안되면 고탄산가스 장해를 받아 검게 썩어들어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 병도 쉽게 온다. 반대로 공기가 너무 많이 통하면 말라 시들고 무게가 줄어든다. 수냉식 예냉을 하면 더 쉽게 탈수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미나리 체내의 수분을 빼앗겨서는 안되고 정상적으로 발생하는 습기, 즉 땀나는 정도의 물기만 제거해야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비닐 종류는 저밀도폴리에틸렌필름(LDPE, 하우스에 덮는 비닐 등 쭉쭉 늘어나는 필름)과 폴리프로필렌필름(PP, 양곡포대 등 찢어지는 필름)의 중간쯤 되는 것이 좋다. 바나나 등을 수입할 때 속포장으로 쓰는 비닐이 있는데 0.03㎜로 두께가 얇고, 호흡을 억제하면서도 수분을 잘 지켜 적당할 것으로 보인다.
◆소포장 브랜드화를 하려고 하는데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가=미나리 4㎏ 한상자에 3,000원, 4,000원 받던 것을 300g단 포장을 해서 1,500원, 2,000원 받는 것이 소포장 브랜드화다. 이 지역은 수도권의 여느 미나리꽝과는 달리 청정지역의 계단식 논으로 물이 풍부하고 매우 맑다. 그것도 모자라 집집마다 지하수를 뚫어놓고 있다. 생활하수를 끌어다 미나리를 기르는 곳과는 완전히 차별된다. 또한 5월 말쯤 진딧물을, 7월에는 청벌레 등을 잡기 위해 살균제를 치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무농약재배도 가능하다.
비가림시설을 하고 아래쪽은 망사로 둘러쳐 한랭사를 만든다면 진딧물 등 벌레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촉성재배와 억제재배도 가능해 현재 3~10월인 출하기간을 앞뒤로 각각 한달씩 늘릴 수 있고, 7·8월 장마철에 미나리가 물러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연화재배로 품질향상도 가능하다.
‘청정무농약’ 다음은 깔끔하게 다듬어 비닐 소포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깐대파처럼 꺼내서 바로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청결함을 눈으로 확인시켜줘야 한다. 특히 주부들이 미나리를 다듬다가 기겁을 하는 것이 거머리다. 이것 때문에 미나리를 사지 않는다는 소비자도 있다. ‘거머리 없는 미나리’로 인식만 된다면 아주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이쯤 되면 생산이력제도 가능하다.
◆정교한 소포장 브랜드화 작업을 하기엔 인력이 따라주지 못한다. 여러 시장에 분산출하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만만치가 않다=지금처럼 1만평, 2만평 재배해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우선 전체 생산량의 10분의 1 정도 소규모로 소포장 브랜드화를 시도해보고 자신이 생기면 재배면적을 절반 이하로 과감하게 줄일 필요가 있다. 작업노력과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대신 얻는 시간에 대형 마트 등을 뛰어다니며 마케팅에 신경을 쏟으면 부가가치를 훨씬 더 높일 수 있다.
◆미나리에서 제일 맛있는 부위가 줄기 밑둥이다. 그러나 밑둥을 잘라내지 않고 출하하면 값이 형편없이 나온다. 할 수 없이 먹지도 않는 잎만 무성한 미나리를 내고 있다=잘못된 시장관행인데 시장에서 잎을 보고 신선도를 파악하기 때문이다. 소포장 브랜드화하면서 밑둥을 잘라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도매시장보다는 대형 마트를 먼저 공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