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 장편 소설 무죄, 568번째 최종회

그해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이 계속 남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피난민들이 계속 줄을 잇자서울시민들이 조금씩 동요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용감한 국군이 북한군을 무찌르고 있다며 거짓 담화 방송을 듣고 대부분 서울시민은38선 일대에서 전면전이 일어나 우리 국군이 월등히 우세한 전력으로 인민군을제압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승만의 거짓 담화 방송만 없었더라면 미리피난길에 올라 한순간 빨갱이가 되며 좌익부역자로 낙인찍혔음을 면했던 시민도많았었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이승만을 국부로 아부하는 일본군 장교 출신의 친일국군수뇌급들은 저네들 딴에는용감했단 말을 들으려 했는지 피난민이 줄을 이은 한강 다리를 과감하게 폭파했다.피난민의 발을 묶더니 어쩔 수 없이 머무르게 된 시민을 북한군에 부역자로몰았었으니 천인공노할 일이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단숨에 의주까지 달려가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몽진하려 했던할아버지 선조임금을 존경해선지 하루 만에 대구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대전으로 올라왔으니선조임금보다는 이승만이 몇 배나 민첩했다. 형편없는 전투력으로 북한군과 대항하기는 국군은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수도를 대전으로 옮겼다가 대구로 또다시 부산으로 옮긴 이승만 정부는 낙동강에배수진을 치고 바람 앞의 등불처럼 깜박거리고 있을 때 미군이 인천을 통해 달려왔고유엔 연합군이 달려왔었다.서울을 수복하고 신의주 압록강까지 북한군을 몰아냈었다.뜻밖에 중공군이 인해전술로 공격할 때 미국서 하는 행동에 삼천만 국민은 다시 한번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신탁통치도 반대했었고 남북분단의 흉물인 38선을 그어 철조망을 치고 다시가로막는 것도 반대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아왔던 통일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휴전을 끝까지 반대했으나 미국은 우리의 피 끓는 외침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이휴전을 감행하고 말았다. 남북분단과 휴전에 대한 책임은 미국이 져야 하는데 당사자인 미국은 아직도 깊은 잠에빠져 북한이 남침한다는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으며 어느새 70년이 지나고 7천5백만으로늘어난 민족이 염원하는 남북통일 바람을 아직도 모르는 체 외면하고 있다. 30만 중공군이 인해전술을 펼치자 맥아더 장군은 트루먼 대통령에게 중국본토를 폭격해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겠다고 했다고 한다.중공군을 격파하는 걸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었다고 어느 군 지휘관은 자서전에 썼었다.그러나 트루먼 대통령은 중국 폭격은 불가하다며 맥아더 사령관을 해임하고 말았다. 우리나라 3천만 국민이 연일 휴전 반대시위를 벌였었다.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휴전 반대 운동을 펼쳤지만, 미국은 우리가 신탁 반대를 외쳤지만,강제로 통치했던 것처럼 우리의 피 맺힌 휴전 반대 소리는 끝까지 외면했고 기어이휴전협상을 벌이고 말았다. 그때 휴전 반대는 국민보다 사기가 올라 있었던 50만 국군이 강력히 주장했었다.끝내 이뤄진 휴전협정은 통일기회를 눈앞에서 영영 놓쳐 버린 결과가 되고 말았다.이로 말미암아 70년이 흐른 지금도 생이별한 부모 형제가 재회하지 못하여 편히 눈을감지 못하고 있으니 두고두고 애석한 일이다. 임진강을 건너 서쪽으로 진격한 북한군 6사단장 방호산은 거침이 없었다.군산 이리를 접수하고 광주 목포가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이경안은 야음을 틈타김정원을 비롯한 유치장에 갇혀 있는 좌익혐의자들을 트럭들에 분산해 태우고 어디론가떠났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 밖에도 돌아오지 못한 사람으로 밝혀진 사람은 또 있었다.바로 삽재댁의 남편 이인건이다. 인공기 게양 사건으로 입산했다가 자수하였으나 경찰은무지몽매하게 두들겨 패고 순천교도소에서 목포교도소로 이감했다.두 살배기 아들과 함께 아내 삽재댁이 옥바라지한 고생도 보람이 없었다.방호산부대가 광주에 입성했다는 연락을 받자 수용된 좌익혐의자들은 끌고 나가배에 태우고는 먼바다로 끌고 간 건 확인했지만 이날 배에 탔던 사람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계동댁 부부의 아들 김복주와 칠동댁 부부의 외아들인 영도는 한국전쟁이 끝나고도 돌아오지 않았다. 방호산부대가 광주, 목포, 순천을 큰 저항도 받지 쉬이 접수했다.6사단 주력부대는 광양, 하동을 거쳐 진주로 향할 때 또 다른 예하 부대가 순천에 머물렀다.이경안은 김명채를 체포하려고 계획하다가 방호산사단에 몸담은 박순철부대에 붙잡혀몰매를 맞고 숨지고 만다. 구례 하동방면으로 진격하면서 황전면에 들어온 박순철 부대는 미처 피하지 못한경찰 몇 사람을 사살하고 황전 지서와 면사무소를 완전히 불태웠다.황전면사무소와 지서가 완전히 불타는 걸 확인하면서 순철은 반분이나 풀렸는지 모른다.곧장 발산마을에 돌아와서는 어머니 순천댁과 눈물로 상봉했다. 마을에서 하룻밤을 머문순철이 진주를 공격하기 위한 하동전투에 참여하기 위해 떠나자 아들을 따라나선다.전쟁이 끝나고도 순천댁 모자는 영영 마을로 돌아오지 않았다. 6·25 한국전쟁이 일어난 다음 해 지리산에 숨은 빨치산 일제 소탕 작전을 펼칠 때였다.전투경찰 연대를 이끌던 차일혁 연대장은 화엄사를 불 지르라는 명령을 상부로부터 전달받았다.화엄사는 각황전을 비롯한 국보와 보물로 정해진 보물이 헤아릴 수없이 많다.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다. 조선 19대 임금 숙종 때 지어진 각황전은 숭유억불 정책 속에서도임금이 정사를 보던 근정전 다음으로 큰 규모로 지어졌다. 법당을 비롯한 보물과 국보급인수많은 부속 건물들을 잿더미로 만들 수는 없었다. 이에 고심하다가 문짝 하나만 떼어 내 불사른 것은 참으로 옳은 판단이다.화엄사 아래 자리 잡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풍으로 지어진 김영규의 아내 영산댁 소유인지리산 산장만 불 질렀다가 차일혁 연대장은 영산댁에게 멱살을 잡히며 곤욕을 치러야 했다. 상부의 명령이라며 한강 다리를 끊어 엄청난 인명피해와 아직 다리를 건너지 못한군수 물자들을 고스란히 적에게 안겨준 얼간이 지휘자보다는 전투경찰대 연대장인그의 판단이 옳았다. 이 사람이 바로 이현상을 사살하고 예를 다해 장례를 치러준전투경찰대 연대장 신분이었다가 나중에 경무관으로 승진했던 차일혁이었다. 1950년 6월에서 7월로 옮겨진 역사의 수레바퀴는 숨 가쁘게 굴러가고 있었다.부부를 비롯한 발산마을 사람들은 연일 모내기 품앗이 일을 하느라, 해가 지고 나서야집에 돌아와 쉴 수 있었다. 방호신 부대가 거쳐 간 얼마 후 다시 국군이 순천지역을 수복했다.황전 지서로 돌아오면서 친일경찰이 지역민에게 들고 온 올가미가 여순사건 때보다 더혹독했었을 줄이야 누가 짐작했으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