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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에 이르자 윤정은 기절했다. 침대에 뉘여주려고 부둥켜 안으니 향기로웠다. 키가커서 그런지 무겁기도 했다. 그리고 하나뿐인 침대옆에 같이 누웠다. 그녀는 잠결인지 억불의 가슴에 얼굴을 기댔다. 쌔근쌔근 숨소리는 억불을 잠들수 없게 하였고 그녀의 기다란 등줄기에 손을 얹었다. 그간의 다알수 없는 괴로움을 사뿐히 쓰다듬었다. 알수없는 열기가 두사람의 사이에 불을 지폈고 그날밤은 삶의 애환을 모두 잊을듯 서로를 쓰다듬고 또 쓰다듬으며 마른목에 송편을 머금다가 마시는 물한모금의 매끄러움처럼 그녀의 몸속으로 억불은 자꾸자꾸 미끄러져 들어갔다. 윤정또한 그 깊숙함을 쉬임없이 머금고 머금어 주었다. 아 나의 어린시절이여 왜 우린 외로웠던 이십대에 만나지도 못 하였던가....
다음날 서로의 피부를 느끼며 서로를 않은채 잠에서 깨어났고 누군가가 먼저 말을 꺼내야 했지만 서로 그러기를 꺼리어 한참을 서로 잠에서 깬것을 알고 있었다. 다시금 맑은 정신에 억불은윤정을 안았다. 그녀가 브이라인과 에스라인의 소유자라는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녀도 받아들였다. 단지 술에 의지한 일들이 아님을 서로가 몸으로 말하고 대답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었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었을까 둘은 막 시작하는 연인처럼 수없는 저녁 시간을 보내며 서울거리를 누볐다. 그흔한 인사동 거리를 결혼후에 한번도 오지 못했었다며 삶이 무었인지 되돌아 보게되었다. 그녀가 억불에게 고마워했다.
그녀의 지난 과거는 개의치 않았다. 어린시절 시골동네 마을회관 유치원에서 그녀는 배가 자주 아팠다. 녹색띠가 가운데 무늬새긴 소화제를 먹는 그녀를 가끔보았다. 키가 워낙 억불보다 커서 같은 또래인줄도 모르는 옆동네 여자아이였다. 아니 누나쯤 되리라 생각했었다. 단지 억불은 그 먹음직스러운 소화제가 탐이났고 배가 아픈날이 오기만 기다렸다. 어느날 배가아픈날이 드디어 찾아왔고 유치원 선생에게 소화제를 요구했지만 꽤병이라 오해하고 주질 않았다. 그녀가 먹는 소화제를 유심히 지켜보던것은 선생이 오해했었던듯 싶다.
억불은 많이 화가났고 유치원을 나왔다. 풀숲에서 개구리를 몇마리 잡아다가 유치원 홀바닥에 던져 넣었다. 그녀는 놀라지도 않으며 물끄러미 억불을 바라 보았었다. 얼마후 재정난으로 유치원으로 사용했던 그곳은 문을닫았고 그녀와 소화제를 잊어버렸다. 국민학생 시절에도 그녀가 그녀였는지 모르고 지났다. 일년이상을 그녀는 신장의 심각한 질환으로 죽을고비를 넘겼고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것도 몰랐다. 중학생이되고 여름방학중에 도시로 전학을 갔지만 모두들 말수가없는 윤정은 그냥 이사갔나보다 하는정도로 잊었다.
딱두번 그녀와 만났을법했던 일이 있었는데 고삼시절 억불이 웨이터로 일하던 청주 사창사거리에 브레멘호프집에 억불의 동창생인 정훈이 자기 학원친구중에 너의 고향 출신이 있다고 같이 한번 오겠다고 했다. 다섯명의 일행이 같이왔고 억불의 특혜로 미성년자 임에도 그들은 호프를 마실수 있었다. 잘 기억하지 못했으나 윤정은 반가운 척을했고 억불도 상투적인 인사를 했었다. 무료서비스 팝콘을 잔뜩 선사했을 뿐이다. 그 팝콘의 기억으로 윤정의 친한친구에게 우연히 대화중 억불의 연락처를 알수 있었고 단순한 안부를 물어왔을때 억불과 가까운 군자역 부분에서 마주하게 되었던것이다.
둘의만남은 아름다운 어린 시절로의 여행이었다. 그후 억불이 스믈여섯살 즈음 천안에 일주일에 한번 김치납품을 갔었다. 그리고 현지 농협에 통장을 하나 만들어 거래하느라 은행을 가곤 했는데 CD기를 주로 이용 했으므로 그녀가 그 농협에 근무 했는데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는 천안지역 미인선발대회에 입상하여 특별가산점을 얻어 농협직원이 되었단다. 농협을 드나들적 머리긴 여자직원이 있었는데 너무도 괜찮은 여자여서 츄리닝을 입은 김치장사 억불은 관심도 가지질 못했었고 그녀가 윤정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자의 화장은 과거를 덮는다.
둘의 만남중에 가장 아쉬움을 자아내는 부분이었다. 그리그 용인에 입성했을때 서울 신정동에 지인의 숙소를 한동안 이용했는데 맘속으로 서울에 좋은 여자친구가 하나 있으면 즣을텐데 하고 생각한적이 있었다. 그녀가 이전 살던곳이 화곡동이었으니 꽤 가까운곳에 있었던 것이다. 둘은 나날이 사랑스러운 날들을 보냈고 우연히 교육사업관련일을 하던 그녀가 세미나에가서 철학에 조예가있는 교수에게 억불과 자신의 사주를 의뢰했단다. 그리고 그의 풀이에 둘은 전생에 부부연이라했단다. 그때 사주 풀이하여 받은 데이터 용지에 억불의 것이 있었고 거기에는 문창성이라는 문구가 두개 들어 있었다. 문창성이라는 것이 궁금하여 웹페이지에서 찾아보니 배우지 않고도 가이알며 수려한 문장을 구사할수 있다고 풀이했다. 재미있는 일이다.
부부연에 대한 의구심이 가중되어 윤정은 서울에서 굉장히 용하다는 무속인을 찿아갔단다. 둘의 만남을 이어갈지 그선에서 멈춰야 할지를 결정해야하는 시기이다보니 그런것들에 조금 의지하였나 보다. 억불은 탐탁치 않았지만 이미 갔었다니 결과를 물어보았다. 무속인의 첫마디가 너희 어떻게 만났어? 이것들 전생에 부부네! 그러더란다. 너네 같이 살고싶어! 그렇 게물었단다. 소액을 비용을 받고 축원 해주겠다던 무속인의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그녀는 사실 그때 이미 허락한거였다. 그렇게 둘은 구체적인 미래를 조금씩 이야기했다. 어린시절 동기이다보니 아주 편안하게 서로를 대하였다. 억불아! 하고 부르면 어! 하고 대답했고 아니 그냥 불렀어! 하고 행복해했다. 대륙의 여자들도 그렇게 잊혀져갔다. 그때쯤 채무로 잃어버렸던 억불이 손수 지은 다세대주택 건물을 인수 해간이에게 연락이왔고 사장님 이건물은 아무리 생각해도 사장님것인듯 느껴집니다. 저희는 유지할 능력이 안되는것 같습니다. 하며 인수해갔던 금액 그대로 되찾아 갈수 있는지를 상의해 왔다. 윤정에게 상의 하였더니 사필귀정이라 활짝웃었다. 억불이 마카오에서 마련한금액이 제법 되었으니 맘먹으면 인수할수 있었고 윤정이 어느정도 집을사는데 보태겠다고 했다. 그리고 뜻밖에 작은 건축오더도 하나 형성되었다. 다시 찿아오는 행복인것 같았다.
도둑들이라는 영화를 같이 보았는데 화려한 COD와 특별스런 그랜드 리스보아의 건물들이 대형화면에 보어졌고 저기 데려가줄까! 하그 윤정에게 물었고 정말! 하고 윤정이 좋아했다. 둘은 그렇게 마카오 관광을 왔고 마음껏 누렸다. 나중에는 주인이 바뀌었지만 짧은머리의 당시 밥house의 밥사장이 친절히 맞아 주었고 아파트는 넓고 깨끗하며 조망이 최고였다. 그의 소개로 인터넷 포털카페어 사라라는분과 꽃된장이라는 닉네임의 부부도 만나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다. 즐거웠던 둘은 돌아오던날 블랙잭에 심취하여 비행기를 놓치는 바람에 잠시 가벼운 말 싸움을 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와 빌라를 인수하였고 윤정의 명의로 취등록했다. 믿음을 서로가 가졌다. 몇달간 일주일에 휴일인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새벽까지 둘은 같이 살았다. 둘에게는 정말 좋은 일들만 함께있기를 바랬다. 그리고 그렇게 될것이라 믿었다.
Comments
레온 2014-10-12 00:00:00
눈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