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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의 희망 지소연 ⓒ이상헌 |
최근 몇 년간 한국 여자축구의 상승세는 매우 가파르다. 2008년 FIFA(국제축구연맹) U-17 여자월드컵 8강 진출을 시작으로 2009년 유니버시아드 금메달과 AFC(아시아축구연맹) U-16 여자챔피언십 우승, AFC U-19 여자챔피언십 준우승 등으로 한국 여자축구의 힘을 보여줬다. 그리고 지금 소개할 지소연(19, 한양여대)은 최근 여자축구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중심 인물이다. U-17 여자월드컵에서 8강 진출에 성공했을 때도, 유니버시아드에서 금메달을 딸 때도, AFC U-19 여자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U-20 월드컵 티켓을 획득할 때도 지소연은 맹활약을 펼치며 키 플레이어 역할을 해냈다. 사실 지소연의 존재는 2006년, 그녀가 만 15세의 나이로 국가대표팀에 선발되었을 때부터 알려졌다. 동산정보고 1학년이었던 지소연은 2006년 10월 브라질과의 피스퀸컵을 통해 깜짝 데뷔했고, 이것은 남녀 통틀어 A매치 최연소 출장이었다. 그리고 그 해 11월 카타르 아시안게임 대만전에서 2골을 몰아넣으며 A매치 최연소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지소연은 각급 연령별 대표팀과 국가대표팀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고, 어느덧 19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자축구를 이끌어가는 중심 축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녀에 대한 평가 역시 극찬이 끊이지 않는다. 지소연을 지도했던 감독들은 한결 같이 그녀의 감각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어찌 보면 지소연은 한국 여자축구가 배출한 첫 '판타지스타'인 것 같다. |
"지소연은 경기를 읽는 센스가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피지컬적인 부분을 강화하고 경험을 더 쌓는다면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이다." - 최인철 U-20 여자대표팀 감독
"스피드와 개인기, 슈팅 등 여자축구 선수로서는 갖춰야할 모든 것을 지녔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 - 이상엽 여자대표팀 감독
"지소연은 상황 인식 능력이 뛰어나고 패싱력과 결정력이 좋다. 덕분에 동료들의 능력이 배가될 수 있다." - 안익수 전 여자대표팀 감독(현 FC서울 수석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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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핑으로 몸을 풀고 있는 지소연 ⓒ이상헌 |
남자들과 어울려 축구..중학교 때부터 여자축구 입문 여러 여자축구 유망주들이 그러하듯 지소연 역시 초등학교 시절에는 남자 축구부에서 공을 찼다. 이문초에 다녔던 지소연은 남자 선수들 틈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뽐냈고, 결국 서울의 유일한 여자 축구부인 오주중에 진학하게 됐다. 이 때부터 지소연의 여자축구 평정기는 시작되었다.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있는데, 감독님이 오셔서 축구부 회원 모집 전단지를 주셨어요. 마침 엄마가 분식집에서 뭘 드시고 계셨는데, 전단지를 들고 가서 보여드렸거든요. 처음에 엄마가 안 된다고 하셨는데, 분식집 아저씨가 축구 멋있다고, 시켜보라고 하셔서 결국 시작하게 됐어요.(웃음)" 당시 오주중 사령탑이었던 최인철 감독(현 U-20 여자대표팀 감독)은 지소연의 잠재력을 처음 발견한 장본인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오주중으로 데려왔고, 이후 동산정보고 감독을 맡으면서 역시 지소연과 함께 했다. "소연이가 초등학생일 때 남자 아이들과 축구를 하더라고요. 그 때 이문초 코치가 남자애들은 빠져도 되지만, 소연이가 빠지면 게임이 안 된다고 겁니다. 보니까 정말 잠재력이 대단했어요. 그래서 오주중으로 데려왔죠." - 최인철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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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당시의 지소연 ⓒKFA 홍석균 |
15세의 나이에 최연소 여자대표 선발 오주중에서 중학 여자축구를 평정한 지소연은 최인철 감독을 따라 동산정보고에 진학했다. 그리고 2006년, 고1의 나이에 여자대표팀에 선발되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여자대표팀에 있던 김유미, 이지은은 지소연과 띠동갑, 진숙희는 띠동갑을 넘어 13년 차이가 났을 정도였다. "대표팀에 선발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냥 얼떨떨했어요. 고1인데 대표팀에 뽑혔다고 하니 저도 놀랐죠. 사실 그 때만 해도 여자대표팀이 어떤 것인지도 잘 몰랐어요. 중학교 시절에는 여자 월드컵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으니까요.(웃음) 대표팀에 들어가서 훈련하고, 첫 A매치를 치르고 난 후에야 감이 잡히고, 새로운 목표를 확실히 세울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언니들이 정말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사실 저는 엄청 부담스러웠거든요. 12살 차이 나는 언니들도 있고 그러니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 지 몰랐죠. 그런데 언니들이 먼저 다가와 편하게 대해주셔서 좋았어요. 부담이 없어졌죠." 그리고 지소연은 2006년 10월 28일, 피스퀸컵 브라질전에서 첫 A매치를 화려하게 치렀다. 이어 11월 30일에는 아시안게임 대만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A매치 데뷔골도 신고했다. 10대 중반을 갓 넘어선 소녀가 성인 무대까지 평정한 셈이었다. |
"첫 A매치가 피스퀸컵 브라질전이었는데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었어요. 제가 꿈에 그리던 무대였죠. 관중들도 많이 오셨고요. A매치 데뷔골은 대만전이었는데, 그렇게 기쁘진 않고 얼떨떨했어요. 만약 일본이나 중국, 북한전에서 골을 넣었으면 더 기뻤을텐데요. 우리보다 약한 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거라 아주 기쁘진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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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U-17 여자월드컵 미국전에서의 지소연 ⓒKFA |
2008년 U-17 월드컵 8강 신화 달성
성인 무대에까지 화려하게 데뷔한 지소연은 동급 연령별 대표팀에서는 더욱 치명적인 무기였다. 2007년 AFC U-16 여자챔피언십에서 중국을 꺾고 3위를 차지해 월드컵 티켓을 따냈다. 그리고 2008년 U-17 여자월드컵에서 지소연은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며 8강 신화를 달성했다. 지소연 개인으로서는 월드컵을 1달여 앞두고 발목 인대 파열 부상을 당하는 등 힘든 과정을 겪었기에 8강 진출은 더욱 뜻깊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발목 인대가 파열됐어요. 처음에는 수술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경태 박사님께 갔더니 재활로 가능하다고 해서 1달 동안 수영 등으로 재활했죠. 그런데 신기하게 뉴질랜드에 가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안 아픈 거예요. 하늘이 도와주셨나봐요.(웃음)"
기적적으로 몸 상태를 회복한 지소연은 나이지리아와의 1차전에서 전반 33분에 교체 출장했다. 그리고 0-1로 뒤지던 후반 40분에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후반 26분에 투입되었던 브라질전(2-1승)에 이어 8강 진출의 운명이 걸린 마지막 잉글랜드전에서는 처음으로 선발 출장해 전반 8분 만에 선제골을 기록하며 팀의 3-0 대승을 이끌었다. 이를 바탕으로 U-17 여자대표팀은 2승 1패를 기록, 조 1위로 8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실 처음에 김용호 감독님이 저를 주장으로 뽑아놓고 잘못 뽑았다고 농담조로 이야기하셨어요. 제가 생각해도 잘못 뽑으신 것 같긴 했어요.(웃음) 제가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까불까불하고 덜렁대고 그런 성격이거든요. 그래도 주장을 하게 되니까 책임감이 더 생기더라고요. 결국 8강까지 갔으니까 성공한 주장 아닐까요?(웃음)"
이후 지소연과 U-17 여자대표팀은 8강에서 최강 미국을 만나 패하긴 했지만, 끝까지 끈질기게 2-4까지 따라붙으며 화력전을 펼치며 세계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U-17 여자월드컵은 세계무대를 처음 경험한 지소연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자신의 기술과 감각이 세계 정상급 팀들에게도 충분히 통한다는 사실은 그녀를 들뜨게 했다.
"나이지리아와의 1차전은 세계무대가 처음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부담감도 크고, 위축된 플레이를 했어요. 어느 정도 뛰다 보니까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 적극적인 공격을 펼칠 수 있었고요. 이후 브라질, 잉글랜드, 미국 같은 강팀들과 경기하면서도 실력 면에서 우리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U-17 여자대표팀 전체가 한 팀과 같은, 가족과 같이 지냈기 때문에 8강이란 성과가 나온 것 같아요. 감독님이 그렇게 만들어주셨는데, 모두의 마음이 잘 맞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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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연맹선수권 일본전에서의 지소연 ⓒKFA 홍석균 |
U-20 여자월드컵에서 뉴질랜드의 신화를 재현하고파 2009년 들어 지소연의 질주는 한층 가속도가 붙었다. 베오그라드 유니버시아드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며, MVP를 수상했다. 이어 2010년 2월에 열린 동아시아연맹(EAFF) 선수권에서도 여자대표팀 미드필드의 핵으로 자리 잡았고, 5월 AFC 여자 아시안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동아시아대회도 그렇고, 특히 아시안컵은 여자월드컵 출전권이 걸린 대회였잖아요. 제가 골대를 여러 번 맞춘 것이 너무 아쉬워요. 그것만 넣었어도 올라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미 한국 여자축구의 중심으로 우뚝 솟은 지소연의 당면 목표는 7월 독일에서 열리는 FIFA U-20 여자월드컵이다. 뉴질랜드 U-17 여자월드컵에서 달성했던 8강은 기본이고, 그 이상을 노린다는 것이 지소연과 U-20 여자대표팀 전체의 생각이다. 그리고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에 넘쳐 있다. "스위스, 가나, 미국과 같은 조인데요. 적어도 예선 통과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8강부터가 진짜 중요해요. 그 전에 조 1위로 올라가야 8강에서 쉬운 상대를 만날 수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스위스와의 1차전부터 잘 치러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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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여자월드컵을 준비 중인 지소연 ⓒ이상헌 |
여자대표팀에서는 다소 공격적인 역할의 중앙 미드필더를 맡고 있는 지소연은 U-20 여자대표팀에서는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뛰고 있다. 어릴 때부터 공격형 미드필더와 스트라이커를 병행했던 그녀이기에 역할에 대한 부담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지소연의 감각과 패싱력, 공격력을 고려해볼 때 최전방에서 약간 처져서 프리롤로 활동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 같다. 지소연도 비슷한 생각이다. "사실 대표팀에서도 중앙 미드필더를 보지만, 좀 더 공격적인 역할이거든요. 그러나 상대가 강하면 수비에도 많이 신경 써야 하잖아요. 그래서 정말 많이 뛰어야 해서 힘들긴 해요.(웃음) 공격적인 역할을 많이 강조해도 어느새 수비에도 많이 가담해야 하죠." "쉐도우 스트라이커는 그런 면에서는 좀 더 편해요. 개인적으로는 동료 발 앞으로 패스가 정확히 떨어질 때나 빈 공간으로 패스를 찔러줄 때 짜릿함을 느끼거든요. 제 패스 하나에 상대 수비가 무너질 때의 느낌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공격형 미드필더나 쉐도우 스트라이커 위치를 좋아하긴 해요." 이제 결전의 날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U-20 여자대표팀은 7월 14일 스위스와의 1차전을 시작으로 월드컵에 도전한다. 대회에 맞춰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지소연은 여유있으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좋은 성과를 다짐했다. "이번 팀은 활기가 넘쳐요. 워낙 오랜 기간 함께 지냈던 선수들이라 호흡이 정말 잘 맞죠. 그리고 20세면 한창 몸 좋고 힘이 넘칠 때잖아요.(웃음) 경기만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자신감에 넘쳐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