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다 사랑이다 / 성백군
봄이라고
산에도 들에도
나목, 담벼락 밑, 잔디밭에도
꽃들이 만개했다
작은 꽃, 큰 꽃, 오만 색깔들
저것들이 다 사랑에 환장했다
벌 나비 사족을 못 쓴다
아무 놈이나 붙잡고 같이 살잔다
봄이 가기 전에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사랑에 열심인 꽃들
다 곱다. 곱기에 차등이 없다
사랑은
피조물을 향한 창조주의 충만이고
꽃에는
모든 허물을 가리는 하나님의 거룩함이 있다
1388 – 0430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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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 알레르기 / 성백군
꽃은
바람 불면
연애에 환장을 한다
꽃가루가
내가 꽃인 줄 아나 봐
눈에도 들어오고 코에도 들어와
눈물로, 콧물로 사랑 고백을 하는데
기침에, 어지럼증에
감당이 안 된다
어설프게 굴면 당한 후
버림받는다
색기(色氣), 조심해라
없으면 살맛이 안 난다지만
넘치면 몸 상하고 신세(身世) 망친다
1390 - 0514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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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 성백군
오랜만에
동네 공원 어린이 놀이터에 들러
그네에 앉아 봅니다
흔들리네요
흔들리니까 저절로 흔들게 됩니다
올라갔다가 내려가고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가고
이걸 ‘호사스럽다.’ 하나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아이, 청년, 장년, 노년이
좋기만 했겠어요
그넷줄이 출렁일 때는
삶이 죽을 만큼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만
원심력은 구심력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그걸 몰라서
내 인생 헛되이 골몰했네요
인제 그만 내릴 때가 되었는데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궁둥이가 발판에 딱 들어붙어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눈치 보기가
민망스럽습니다
1386 – 0423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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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끝 나뭇잎 하나 / 성백군
혼자가 아니다
정신없이 나부대지만
거센 바람에도 떨어지지 않는 걸 보면
뒷배가 있는 게 분명하다
작다고 괄시하지 말라
끝자리라고 무시하지 말라
그 자리는 그 만의 자리가 아니다
작은 가지, 큰 가지, 둥치, 뿌리가
이리저리 굽이치며 쌓아 올린
고난의 자리, 성공의 상아탑이다
당신도 실패했다고
살기가 힘들다고 기죽지 말라
혼자가 아니다
혈연, 지연, 학연, 오만가지 인연이
얽히고설키면서 맺힌 열매가 당신이다
흔들어라
바람이 불면 더 세게 흔들어
근심, 걱정, 초조, 불안을 다 털어내라
시험에 들지 말고, 마귀의 권세를 몰아내라
그 자리가 은혜의 자리임을 알 때까지
하나님의 나라가 임할 때까지
1395 - 0609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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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꺽지 말라 / 성백군
아프다
좋다고 꺾으면
한 번 좋고 만다
영원히 그 꽃은 멸종이다
네 집 화병에 꽂아 놓았다고
네 것이 되나
길어야 일주일
사탄에게 팔린 세상 꽃이다
네 인생 네가 꺾는 것이다
천국, 함께 가야지
하나님 나라는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
꺾지 말라,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