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스닥에 데뷔해 투자자들에게 깜짝 수익률을 안겨준 종목들이다. 작년에 상장한 기업들은 그해 말까지 공모가보다 평균 41.47% 상승했다.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에 새로 상장한 종목은 62개에 달한다. 62개 종목의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여기에 공모주 투자의 묘미가 있다. 좋은 기업을 주가가 오르기 전에 미리 담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새해에도 알짜 종목들이 주식 시장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와 ‘4차 산업혁명’이 달군
2017년 공모주 시장
지난해 공모주 시장은 ‘바이오’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될 수 있다. 업종별로도 제약 및 바이오 업종이 8개로 가장 많았다. 이들 종목이 투자자에게 가져다 준 수익률 역시 상당했다.
이들 종목은 이미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과 일반 투자자들이 참여한 공모청약에서도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주식 시장에 반도체와 바이오라는 두 테마가 주도한 장이 펼쳐진 영향이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신라젠이 떠오른 한 해였다. 공모주 투자자들 역시 제2의 셀트리온 찾기에 나섰다.
작년 상장한 종목 중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앱클론이다. 지난해 9월 18일 상장한 앱클론은 이후 4개월 동안 공모가보다 702% 올랐다. 항체신약 개발 전문기업으로 유방암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다. 이밖에도 셀트리온헬스케어, 피씨엘, 티슈진, 덴티움 등 제약·바이오 업종 신규 상장사들이 지난해 보여준 주가 흐름도 단연 눈에 띄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장사업 등 ‘4차 산업혁명’ 수혜주도 공모주 시장을 빛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반도체와 OLED 관련 업종의 강세가 눈에 띄었다. 반도체 웨이퍼 테스터기 생산업체 와이아이케이, 반도체 제조공정용 특수가스 제조업체 하나머티리얼즈, 디스플레이 압흔검사기 전문업체 브이원텍은 지난해 상장 후 연말까지 주가가 두 배로 뛰었다. 하반기에는 자동차 산업과 연관된 기업의 상장이 집중됐다. 엠플러스를 필두로 신흥에스이씨, 세원, 영화테크 등 전기차 관련 기업들이 다수 상장해 공모주 시장에서 전기차 테마를 이끌었다. 앞서 상장한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수혜주로 부각되자 저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전장사업을 미래 진출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공모주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공모가도 치솟았다. 주식 시장이 2분기 이후 상승세를 본격화하면서 더욱 불이 붙었다. 상장 예정 기업이 주당 얼마에 발행할 것인지를 정할 때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거친다. 기관투자가들이 해당 기업이 제시한 희망 공모가 범위를 근거로 신청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상장한 62개 기업 중 56%가 희망한 공모가 범위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 혹은 그 이상에 공모가를 정했다. 6개 기업이 상단을 넘어서 공모가를 정했다. 상단에 정한 기업도 29개다.
일반 투자자들의 청약 경쟁률도 높아졌다. 지난해 코스닥에 입성한 비디아이, 이더블유케이, 에스트래픽, 비즈니스온커뮤니케이션, 알에스오토메이션 등 9개 기업은 청약 경쟁률 1000 대 1을 돌파하기도 했다. 청약 증거금으로 1000만원을 내도 1만원어치 주식도 받기 힘들었다는 의미다. 업종별로는 신재생에너지 업체가 선전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 영향으로 해석된다.
화력발전 환경설비를 제조하는 비디아이가 청약경쟁률 1239 대 1로 가장 높았다. 지열발전설비 전문기업 이더블유케이가 1160 대 1로 뒤를 이었다. 청약경쟁률 3~5위 기업은 모두 4차 산업혁명 신기술 업체였다.
▶올해 공모주 시장도 기대감 상승
코스피에서는 현대오일뱅크, SK루브리컨츠 등 대기업 계열사가 출격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올해 알짜 자회사를 상장하기로 한 기업이 많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공모주 시장 최대어로 손꼽힌다. 예상 공모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도 연내 상장을 마칠 계획이다. SK루브리컨츠는 엔진오일 브랜드 ‘지크(ZIC)’를 보유한 세계 3위 윤활유 제조 기업이다. 예상 공모 규모는 1조원이다. 이밖에도 조단위 대어로는 애경산업이 있다. 생활용품과 화장품 제품 생산으로 잘 알려진 업체다.
애경산업은 이미 지난해 말 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심사가 무난하게 통과되면 올해 상반기 중 상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애경산업 공모자금도 1조원 규모다. 이들만으로도 공모규모가 4조원에 달한다.
롯데그룹 계열사들도 상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롯데정보통신(IT서비스), 롯네시네마(영화관), 롯데지알에스(외식), 코리아세븐(편의점), 호텔롯데 등이 대상이다. 호텔롯데는 공모 규모가 6조원으로 추정되는 공모주 시장 잠재 최대어다. 하지만 롯데 측이 상장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만큼 이들 기업의 연내 상장이 가능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아울러 IT서비스 업체 현대유앤아이, 안마의자 브랜드 1위 바디프랜드, 저가항공사 티웨이항공,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 이디야커피가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교보생명과 아시아나 DT도 기업공개를 추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코스닥 공모주 시장도 코스닥 랠리 분위기에 여전히 뜨겁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 공모 규모는 3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전년도 공모 규모(2조원)를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올해 코스닥이 900선을 넘나들면서 기업공개에 나서는 기업들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비교 대상 기업 주가가 높으면 덩달아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게임 유통업체 카카오게임즈가 올해 코스닥 최대 기대주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국내 판매를 맡았다. 예상 시가 총액은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밖에 현대사료, 이원다이애그노믹스, 파워넷과 일본기업인 JTC 등도 코스닥 상장 계획을 밝힌 상태다.
아울러 정부가 정책적으로 코스닥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점 역시 코스닥 신규 상장을 노리는 기업 입장에서는 호재다.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에게 상장 문턱이 낮아졌다.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투자 기회를, 기업에는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한 창구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번 상장제도 개편을 통해 상장요건을 충족하게 된 기업은 총 7246곳으로, 기존(4452곳)보다 크게 늘었다. 과거 기술특례 상장제도 도입이 바이오 기업들의 상장을 유인했듯이 이번 코스닥 상장요건 완화는 다양한 업종 기업들이 상장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전망이다.
올해 처음으로 테슬라 상장이 가능해졌다. 2월에 상장하는 카페24가 첫 테슬라 상장사가 됐다. 테슬라 상장은 적자 상태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성장한 테슬라(Tesla)에서 본뜬 이름이다. 적자 기업이라 할지라도 미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상장을 허락해 주는 제도다. 카페24가 성공적으로 코스닥에 데뷔하면 테슬라 상장에 따라나서는 벤처기업도 늘 전망이다.
상반기 말과 하반기 말에는 상장이 몰리는 특징이 있다. 특히 실적에 자신을 갖는 알짜 기업들이 이 시기에 상장을 택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상장 심사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은 전년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는 3월 이후에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게 된다.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면 4~5월경에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 또는 상반기 반기보고서를 근거로 상장 심사에 나설 경우 9~10월에 증권신고서를 낸다.
반면 전통적으로 1분기는 상장 비수기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에는 코스닥 상승기에 상장을 서두르려는 기업이 늘면서 1~2월에도 전례 없이 많은 기업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달아오른 공모주 투자 열기가 꺼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모주 청약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공모주 청약을 하려면 상장 주간을 맡은 증권사 계좌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공모 청약을 받는 이틀간 청약증거금을 납입하면 청약 경쟁률에 비례해 주식을 배정받는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도 신청할 수 있다. 배정받고 남은 증거금은 청약 기간이 끝나고 며칠 뒤 환불받는다. 통상 공모주 투자자들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규모의 증거금을 납입한다.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달할 경우에도 실제로 배정받을 수 있는 주식은 수십만원어치에 불과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공모주 청약이 어렵다면 공모주 펀드도 대안이다. 공모주는 청약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에 20%를 기관투자가에게 80%를 배정한다. 그 때문에 공모주 펀드는 우량 공모주를 편입하기 쉽다. 또한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복잡한 청약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공모주에 투자할 수 있다. 다수 공모주에 동시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도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공모주 펀드는 계절별로 수익률이 달라지는 특징이 있다. 신규 상장이 5~6월과 11월에 몰리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이 기간에는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한다. 반면 신규 상장이 뜸한 1~4월과 7~9월 수익률은 뜸한 특징을 보인다. 그 때문에 공모주 투자에 있어서는 역발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투자자들은 공모주 펀드 수익률이 이미 높아진 사실이 알려진 3분기에 펀드에 가입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서는 4월 말이나 5월 초에 가입해 12월 초에 환매하는 전략을 추천할 만하다.
다만 공모주 펀드는 안정성에 보다 집중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박 공모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했다간 실망하기 쉽다는 의미다. 대부분 공모주 펀드는 실제로 공모주에 투자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보통 공모주 편입 비중은 30% 이내다. 공모주 편입 비중이 그보다 낮은 펀드도 많다. 아울러 모든 공모주에 투자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공모주를 담았느냐에 따라 수익률도 천차만별이다. 그러므로 투자에 앞서 공모주라는 이름에만 주목하지 말고 편입 자산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공모주 펀드는 대부분 국공채를 비롯한 채권 비중이 높다. 공모주 펀드의 장점은 주가 하락기에도 손실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히는 이유다. 손실은 최소화하고 수익을 위해 단기적인 손실을 수용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 추천하는 상품이다.
공모 청약을 배정받지 못했다고 해서 신규 상장사에 투자할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모 청약으로 받은 주식을 상장 직후 쏟아내는 경향이 있다. 이는 대부분 공모주 투자가 중장기 관점보다는 단기 차익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아직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신규 상장사에 대한 확신을 갖기 쉽지 않아서다.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기관투자가는 상장 후 한 달간 주식을 매도하지 못하도록 보호예수 기간을 설정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자발적으로 이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 때문에 투자 설명서에 안내된 보호예수에 관한 사항을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보호예수 물량이 시장에 풀릴 때 주가가 휘청이기 쉽다.
상장하기 전 주식이라도 거래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상장 예정 주식은 K-OTC나 코넥스에서 거래된다.
이들 종목 역시 HTS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비록 거래는 활발하지 않은 편이지만 공모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잡을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다만 상장 계획이 구체화될 시점에는 장외 주가도 급등세를 탄다. 그만큼 상장 가능성이 있는 주식을 장외에서 담고자 한다면 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