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은/ 송태선
사람(人)으로 태어날 때부터 서로 받치고 있다. 아흔아홉 명의 친구가 그대를 불행하게 해도 한 명의 진실한 친구가 그대를 지키듯 서로가 의지하고 버티며 하루가 일생이 만들어진다.
까만 머리에 흰 가루를 뿌려놓은 나이에 노하우를 살려가며 맥을 이어 나가고 있다. 요즘에 와서 무엇으로 보답할 수 없는 고마운 분들이 늘어가고 있다. 손주를 맡겨두고 편하게 글을 쓸 수 있게 마음 편하게 해주는 사랑교회 목사님의 친절에 항상 고마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소통이 안 되는 손주를 의정부 호암초등학교 입학했다. 1학년 4반 일반 학급 이 진경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면 말문이 트일 수도 있으니 맡아보겠다고 하였다. 다행히 적응을 잘하면서 1년이 지나가고 있다. 방과 후 컴퓨터반 수업에 전념할 수 있게 지도해 주시는 박 소연 선생님의 자상한 가르침에 손주는 컴퓨터를 아주 잘하고 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어린이집에서부터 남자다운 패기로 인성을 키우며 사람들과 어울림에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는 호암 태권도 강 선준 관장님과 사범님께서 태권도장으로 데리고 간다. 수련이 끝나면 사랑교회 목사님 계시는 돌봄 교실로 데려다준다.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은 돌봄에서 먹는다. 편식하는 아이들에게 골고루 먹일 요량으로 꼭 챙겨 먹이고 있다.
모두가 끝나면 돌봄 목사님께서 5시 20분쯤이면 집 앞 도로까지 데려다주곤 한다. 시스템이 너무 잘 되어있다. 그런데 2000년 1월에 “수필” 등단을 했으며 2002년 1월에 “시” 등단을 한 나로서 문우들과의 동우지는 10여 권이 있지만 내 이름으로 된 저서가 없는 것에 대해 먼 훗날 손주 자식 탓하지 않고 후회 없는 나를 위해 2021년 3월 문학연수원 국장님의 전화를 받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이것도 큰 인연인 것 같다. 이 틈에 나도 취미생활 하며 속을 풀어놓을 좋은 기회였다. 글로서 힐링 되어 손주 돌봄에 더 충실할 수 있다면 손을 뗄 수 없는 순간이다. 수요일 “시” 반 문효치, 교수님의 강의, 금요일 “수필” 장호병, 교수님의 강의 두 강의 모두 등록하고 문학이란 바다에 작은 돛단배 하나 띄우고 돌아왔다.
기분은 날아갈 듯 좋았지만, 걱정이 앞선다. 쌍문동 집에도 가끔 들리는데 일주일에 두 번을 의정부에서 서대문까지 가면 손주 돌아올 시간과 맞지 않는다. 나는 손주를 곡 돌봐야 할 입장이다. 고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래도 시도는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수업이 끝난 뒤 아무리 일찍 가도 5시 20분까지는 도착을 못 한다.
지하철 안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맘속으로 “미안해”를 외치며 사랑교회 돌봄 센터 앞에 도착했다. 7시가 가까워졌다. 할 말을 잊은 나는 목사님에게 전, 후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목사님께서 괜찮다고 우리가 잘 돌볼 테니 할머니는 글을 열심히 쓰라고 오히려 나를 다독여 주었다. 금요일 날은 목사님께서 돌봄교실 공예반까지 합류하여 주었다. 고사리손의 섬세함에 다시 한번 놀랐다.
조금은 편하게 수요일과 금요일에 작품활동을 하면서 첨삭 강의도 받게 되었다. 문우들과 커피타임 시간은 빠질 때가 많지만, 그래도 이 어찌 고마운 일이 아니겠는가? 2023년 초에는 내 이름으로 “시집”과 “수필집’을 내려고 준비가 되어 있다. 놓을 수 없는 문학세계를 머물게 해준 목사님에게 한 번 더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월, 목요일 저녁에는 동화세상에듀코 이다영 선생님께서 집으로 방문해서 손주가 국어 수학을 배우고 있다. 자식같이 보듬고 가르치는 선생님의 노력에 한 송이 꽃이 피어나길 기원해 본다.
2015년 1월에 태어나 2016년 “인공와우 수술” 후 난청 때문에 2016년 가을부터 화요일 오후 두 타임, 토요일 한 타임, 세 타임을 지금까지 언어치료를 받고 있다. 화요일 담당 전 장숙 선생님은 안타까울 만큼 보기 안쓰러웠다. 어릴 적 귀 울림 관계로 와우” 와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으려고 40분 수업에 30분을 울곤 하였다.
화요일 감각통합” 김 하나 선생님은 손주를 놀이와 공부를 병행하며 언어 치료를 했으며 토요일 하나리 선생님은 글씨 중심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정말 고생 많이 하신 전장숙 선생님은 자식 같은 사랑 없이는 오랜 세월 동안 지금까지 돌봄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세월이 약이었는지 본인의 깨달음인지 손주가 학교 들어가면서 바뀌고 있다. 본인 스스로 ‘와우와 보청기” 착용 하려고 하며 삼성의료원 수술 후 정기검진을 한 번도 제대로 못 했는데 거부반응 없이 올해는 했다. 전장숙 선생님에게도 언어치료를 잘 받으며 본인이 하려고 하는 의지가 보인다.
이렇게 월, 화, 수, 목, 금, 토는 나에게는 족쇄에 묶인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많은 시간이 널려 있으며 움직일 수 있는 기동력의 윤활유를 가족들이 잘 채워주고 있다. 이러한 시간 속에 내가 다듬어 나가는 것은 나 혼자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어두운 터널에서 허덕이는 이들에게 빛이 되어주며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 만들어 주는 고마운 분들이다.
바위 틈새 한 줄기 빛이 얼음 바위를 논아내리듯 손주가 소통이 잘되는 그날까지 엄동설한 따뜻한 옷이 되어 줘야겠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백 번 빛을 발하고 있다. 끈 떨어진 두레박이 되면 누가 나를 잡아줄까? 그래도 세상에는 등불을 밝혀주는 좋은 분이 있다는 것에 감사드리며 영원히 마음속 깊이 간직하리라. 시련 속에서도 버틸 수 있음에 행복을 느끼고 있으며 꼭 이겨야 할 싸움 다섯 가지를 적어본다.
1) 질병 2) 가난 3) 무지 4) 시련 5) 마지막 자신과의 싸움이다.
곁에 받쳐주는 사람(人)이 있는데 외로울 필요가 없다. 이 다섯 가지 싸움과 이겨낼 것이다. 뜻이 있는 길에 손주의 밝은 소통의 등불은 밝혀주리라 믿는다.
첫댓글 손주의 사랑이 구구절절 넘칩니다. 본인의 각오도 글로 날겨주셨네요.
2023년도. 시와 수필집. 기대하겠습니다.응원합니다.
송태선 선생님과 곁에 부모님 사랑 보다 감동적인 글입니다 손자는 분명 장성하면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이 될것입니다 목사님과 담당교사님들께 감사를 드림니다 송선생님 지극한 사랑이 하늘도감동할날이 있지요 인내와 사랑충만 하심 존경과 박수를 보냅니다 새해 괴획하신 꿈을 이루시기 바람니다
손주곁에서 사랑과 가르침을 주시는 목사님 여러담당 선생님들께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기도 드립니다
어린 나이에 큰 장애를 겪고 있는 손주를 위한 할머니의 헌신과 도와주고 있는
여러 명의 선생님들의 모습. 천사가 따로 없습니다. 이 분들이 바로 천사입니다.
훈훈한 사랑의 사연 잘 읽었습니다. 송태선 여사,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