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망각과 기억의 보석함 *^
청향: 정 정숙
십이월이다. 저무는 한해를 아쉬워하면서 송년 파티며 년 말 망년회를 가질 것이다. 눈꽃이 휘날리 는 거리에서,
분위기가 있는 찻집이나 레스토랑에서, 성탄송이 울리는 십자가 앞에서, 사랑의 숨결이 피어나는 가정의 둥지에서.
이런 모임은 한해가 보내는 아쉬움과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모여 서로 따뜻한 정을 나누는 쉼터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한 해 동안 고달프고 우울 했던 일들을 씻어버리고, 서로가 주고받은 상처와 허물을 용서하고 화해함으
로서 불필요한 기억을 잊어버리는데 뜻이 있는 것 ㅡ 하여 새날을 맞이하기 위하여 금년을 마무리하는 모임을
이름 하여 망년회(忘年會)라 하지 않는가.
때때로 우리는 저만치 흘러간 세월과 흐르는 시간 속에 저무는 나이를 탄식한다.
석양에 걸린 자화상을 보며 속절없는 세월에 불안을 느끼고 허망해 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황무지에 희망을 심고, 자신의 눈부신 성장에 대견스러워하며 세월의 흐름에 고마움으로 감사를 한다.
지구에는 하늘과 땅, 남과 여, 선과 악이 공존하듯이 인간에겐 망각과 기억의 창고가 있음이 신이 내린 선물인 보석
함이라 해두자. 우리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좋은 일 궂은일들을 기억하며 살아간다. 그 숱한 저장은 인간만이 간직
하는 능력이요, 또한 탱탱한 젊음의 상징이기도 하다. 허지만 우리의 주위에는 잊어야할 그 무엇을 지우지 못하여
마음 아파하는 사람도 많다. 쓰레기통에 버려도 좋을, 기억하고 싶지 않는 일들이 유독 또렷하게 남아 잠을 설치게
하고, 그것을 기억하는 사실로 하여 우울한 나날 속에 괴로워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네.
서른의 나이에 단명한, 50년대 명동의 시인 박인환님의 시구처럼‘사랑은 가고 세월은 남는 것, 사랑함으로 행복
했노라’ 한 때 열렬하게 사랑했던 사람을 잊지 못하여 슬퍼하는 것도 곁에 없다는 부재(不在)보다 추억에 대한 그
리움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상대적인 감정의 동물이며, 누구에게나 장단점인 허물이 있기 마련이다. 타인의 마
음을 헤아리기보다 먼저 자기감정에 충실한 사람일수록, 때로는 자신의 무의식의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지워버릴
수 없는 상심(傷心)을 남길 수 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린 감성으로 가슴에 밖 킨 상흔은 깊을수록 봄눈 녹듯
씻어 버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피나던 상처가 아물 듯, 어둡고 쓸쓸하던 상심은 인제인 듯
잊어버리게 되지 않던가. 그러기에 세월은 망각을 위한 최상의 양약이라 한다.
J. 하버드는 "좋은 기억력은 놀랍지만 망각(忘却)하는 능력은 더욱 위대하다.“ 고 했다. 헌 것들은 망실(忘失)함으로
서 새로운 기억을 축적하는 것인데, 어찌하여 잊어야 할 것은 잊지 못하고 기억해야할 것은 깜박! 건망증이 심한지.
기상 이변과 깨어진 오존층, 인간의 문명이 내품는 공해로 하여 남녀노소 없이 '까마귀 고기를 먹었느냐
'고 합창
들이다. 가진 것도 얻은 것도 없는 사람들은 망각의 망년회에서 무엇을 기억에서 지우고 잊어야 할까. 버릴 것도
기억할 것도 없는 허무의 빈 잔에 누가 눈물어린 온기를 채워 주든가. 그것은 떠나는 바람이요, 휘날리는 눈꽃인가.
아니면 우정이요, 사랑 같은 것인가. 저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며 깊게 드리운 사연을 토해내기에 늦은
시간인가. 아니다, 아직 12월의 숫자는 점점이 남아 있다. 우리 모두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인연과 용서할 수 있는
자유로 하늘을 우러러 십자가 그늘아래 두 손을 모아보자.
12월의 거리는 온통 밝은 조명이 현란하다. 징글벨 소리에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과 '불우 이웃을 돕자'는 자선냄비
구세군의 종소리가 낮 설지 않다. 화려한 것은 거리 뿐 만이 아니다. 지금 17대 대통령 선거유세로 불꽃이 튄다.
달콤한 언어로 포장된 성명과 메시지가 난무하는 언어의 잔치 속에 ㅡ 한 모퉁이에는 궁핍하고 피폐한 웅크린 영혼
들이 눈먼 장님처럼 포장마차의 부근을 서성인다. "흰 눈이 석탄가루보다 검고 돌팔매보다 아프고... " 슬픈 사람을
두고 눈을 축복의 은혜라고 비유한 사람은 누구인가. 연말에는 때 묻은 마음을 씻고 선을 이루라고 흰 눈이 뿌린다.
성탄절을 앞두고, 또한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의 그믐밤에는 단 한번이라도 한 해의 종점을 향해 마음 맞는 이와
외길 같은 인생길을 걸어볼 만하다. 지나온 일과 추억, 인연된 그리움을 떠올리며 잊어야 할 아프고 슬픈 사연들은
망각의 저 늪으로. 챙기고 가꾸어야 할 것은 새 기억의 보석함으로...
긴 세월 신앙의 높은 연단과 투병으로 인한 녹 쓴 빗장을 열고 새 물건을 받아들일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그동안 기도하며 꿈꾸어 오던 새로 개설한 뉴 스타트 샘터 문학공간에서는 오프라인으로, 인터넷 카페에서는 온라
인으로, 문명과 세상을 등졌던 군중 속으로 돌아가 아픈이웃과 더불어 살아갈 새해를 맞이하련다.
바위를 뚫고나온 생명력 구절초향기로*
작년의 작품 수정하여 올립니다 (07.12,10)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blog.empas.com%2Fhaj805%2F23650983_350x263.gif)
첫댓글 'J. 하버드는 "좋은 기억력은 놀랍지만 망각(忘却)하는 능력은 더욱 위대하다 라고 해다는데 잊지 못하는 것도 있고, 잊고 싶허도 잊혀지지 않는 악몽 같은 것도 있답니다. 부질없는 연민의 정이 그렇고 사랑해서는 안될 사람,邪戀같은 일도 많은 세상입니다. 오로지 망각은 세월이 지나감이 유일한 약인데 어찌 하오리까! 그래서 가슴아푼 정도 사랑도 세월에 묻어야하는 망년회는 그래서 있는 모르는 몸부림일지도 모릅니다.잘 다녀갑니다.
이곳까지 다정한 눈길이 머무셨군요, 언제나 작자에겐 "고통의 미학"인 글쓰기에 힘과 용기를 안겨 주시는 수정님 무자년 새해에도 만수무강 하소서
12월, 트레이드에 맞춘 수필글 잘 보았습니다, 망각할 것과 기억해야 할 것을 현명하게 구별하고 실천하는 삶 ... 작품 속에서 건강하시고 행복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경음악넘멋지네요 기억하고 잊어야할것을 분명하게 행동 하며 살아가는... 수필글 잘보고 갑니다 좋아하는 청향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