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딸락] 밤반 2차세계대전역사박물관(Bamban History Museum and WWII Exhibit)

[돌상어25]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약 110km 떨어진 곳에는 밤반(Bamban)이라는 작은 도시가 있습니다. 밤반은 2008년 전라남도 강진군과 자매결연을 맺은 곳으로, 인구 7만 정도의 한국으로 따지면 군 정도 규모의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은 마을 밤반에도 전쟁으로 인한 비극과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일본 제국주의 이전에 필리핀은 미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미국 식민지였던 필리핀을 침공한 일본이 이후 미국으로부터 필리핀을 방어하기 위해 여러 기지들을 건설했습니다. 당시 일본은 이러한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대만, 중국 그리고 필리핀에서 많은 인력을 강제로 동원했습니다.

▲그러한 흔적과 기록을 간직한 곳이 바로 밤반 2차세계대전역사박물관(Bamban History Museum and WWII Exhibit)입니다. 넓지 않은 공간이고 사비를 털어서 운영되고 있지만 나름 전시실은 3곳이 있습니다. 문을 열고 박물관에 들어서면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전시실은 사진 왼쪽에 있고, 다른 두 전시실은 사진 오른편에 있습니다.

▲첫 번째 전시실입니다. 입구 앞쪽에는 방명록이 있습니다. 방문객 대부분은 일본인입니다. 이 박물관은 밤반역사회(Banban Historical Society) 창립자 중 한 명인 로니 델라 크루즈(Rhonie C. Dela Cruz)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크루즈 씨는 밤반의 전쟁 유적을 발굴하면서 관련 역사를 추적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논문도 발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전시실 내부입니다. 길다란 복도 형태로 되어 있으며, 당시 항공사진을 포함하여 각종 사진 및 발굴된 전쟁 물자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박물관을 운영 및 유지하는 크루즈 씨는 관람객들과 함께 하면서 다양한 설명을 제공합니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으나 오른편 구석에는 기부함이 있습니다. 박물관 입장료는 별도로 없으며 관람객들이 내는 기부금만 받고 있습니다.

▲실내에는 당시 사진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당시 전쟁에 참여했던 미군과 필리핀군 그리고 무장투쟁을 하던 사람들의 사진입니다. 운영자인 크루즈 씨의 할아버지 및 친척들 사진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당시 밤반 지역에는 크고 작은 언덕이 많아 일본군들은 해당 지역을 요새화 했던 곳입니다. 클락 지역이 미군에게 탈환되면서 일본군은 밤반 지역에서 항전을 결심하고 지역 내에 땅굴을 파기 시작합니다. 크루즈 씨에 따르면 당시 13,000명 이상의 한국인들이 해당 지역의 기지 건설에 동원된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지역에 일본군이 구축한 땅굴은 천 개 이상이었으며, 당시 밤반 지역의 방어시설을 만들기 위해 징용된 사람들은 일본어로 Setsueitai, 영어로는 선발대라는 뜻의 pioneers로 불렸으며, 이들의 다수는 한국인과 대만 고산족으로 구성됐습니다. 끌려온 한국인들은 초기에 일본제국공군 제26항공전단(26 Air Flotilla)으로 배정됐으며, 이들은 제1 항공본부(1st Air Fleet)가 있던 산 니콜라스에서 기지 건설에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당시 건설된 본부 땅굴은 300피트(약 92미터)에 달하는 길이입니다.

▲사진은 1945년 2월 25일, 미군이 밤반언덕을 탈환한 사진입니다. 조작 의혹이 있는 이오지마 사진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해당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는 치열했습니다. 일본군 진지 구축을 위해 이곳에 끌려온 많은 이들은 부족한 식량으로 인해 굶고 병들어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를 이겨낸 생존자 대부분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미군의 치열한 공격과 이후 자폭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징용된 한국인들도 1945년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벌어진 밤반언덕전쟁(Battle of the Bamban Hills)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밤반에 있던 묘지입니다. 현재는 클락 인근의 두 곳 묘지로 분산되거나 본국으로 운구된 시신들도 다수 있다고 합니다.

▲ 밤반 2차세계대전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자료에 따르면, 징용된 한국인을 포함해 42,000명의 일본군이 있었으나, 이후에 미군에 항복한 인원은 1500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사진에 있는 것은 당시 일본 주둔군에 대한 것입니다. 일본군은 마지막 전투에서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실제 당시 미군 자료에도 마지막 전투 전 땅굴에서 다수의 폭발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당시 부상병들과 항복을 거부하는 일본군들이 스스로 폭사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크루즈 씨는 주둔한 병력보다 무기의 수가 적다는 일본군 자료를 근거로 볼 때, 징용된 사람들 다수는 비전투원으로 추정되며, 항복한 인원이 1,500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볼 때 징용된 한인들 대부분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습니다. 크루즈 씨는 자신의 연구에 당시 징용된 한국인들은 무기와 도구 없이 맨손으로 땅굴을 만들었던 것으로 적고 있으며, 이들 다수는 군인이 아닌 농부, 목수나 학생 등으로 전쟁과는 무관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징용된 한국인들은 머나먼 필리핀 땅에서 흔적도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전시실입니다. 크루즈 씨는 자신의 가족 역시 전쟁에 참가했으며, 할아버지를 포함한 가족 역시 일본군에게 살해당했다는 가족사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크루즈 씨의 할아버지는 알프레드 브루스 대위가 이끄는 부대 소속으로 전쟁에 참여했으며, 크루즈 씨의 삼촌들은 알프레드 브루스 대위의 부대와 또 다른 미군 부대에서 전쟁에 참여했습니다. 또한, 크루즈 씨의 외가 역시 필리핀 스카우트로 전쟁 중 활동했습니다. 그는 복수에 대한 기억으로 박물관을 세운 것이 아니라 이들을 추모하고 이곳에서 발생했던 사건에 많은 이들이 귀 기울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박물관을 건립했다고 말했습니다. 박물관의 방문객 다수는 일본인 여행객이라면서 보다 많은 한국인들이 박물관을 찾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시 전투에 참여한 이들에 대한 사진과 기록 등이 있습니다.

▲세 번째 전시실입니다.

▲당시와 관련된 기록들이 있습니다.

▲해당 박물관에는 밤반과 자매결연을 맺은 전남 강진군 관계자들이 밤반을 방문했던 2008년 7월 29일 세워진 한국인 희생자 추모비가 있었으나, 이후 훼손되면서 더 이상 박물관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합니다.(http://jcibamban-bhs.blogspot.com/)

The JCI Bamban Kayabe / Bamban Historical Society

The information blog of the JCI Bamban Kayabe / Bamban Historical Society concerning updates on programs, activities, museum, Aeta study, WWII history, and photography exhibit.

jcibamban-bhs.blogspot.com

▲현재 이곳에서 찾을 수 있는 추모비는 강진군에서 세운 것보다 한참 후인 2017년에 세워진 미국, 필리핀, 일본 추모비만이 남아 있습니다.

▲밤반역사박물관은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지역 중 하나인 클락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지역으로 한국인의 방문과 관심이 필요한 곳으로 보입니다. 해당 박물관은 필리핀정부의 후원 없이 크루즈 씨 개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예약 후 방문해야 합니다. 크루즈 씨의 바람처럼 한국인들을 추모할 수 있는 기념비 혹은 현판의 설치가 절실한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해 크루즈 씨의 협의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박물관 문의는 이메일(rhonie.bamban@yahoo.com.ph) 또는 전화번호(09298000051)로 하시면 됩니다. 주소는 No,06, Bamban Museum Compound, Rizal Ave. Brgy. Lourdes, Bamban, Tarlac C2317 PH이며, 구글 검색 후 찾아가실 수 있습니다.

▼해당 박물관의 동영상이 궁금한 분은 다음을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딸락] 밤반 2차세계대전역사박물관(Bamban History Museum and WWII Exhibit)|작성자 Lak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