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0.35
한국 정부와 IMF와의 약정서 서명이 있기 6개월 전 프레드릭은 한 남자와 짧게 전화 통화를 했다. 이 남자 B씨는 레바논 출신으로 VVIP들에게 여자를 소개해주는 중개인 이다. 왕정제도 국가의 왕자나 최고위층 정치인이 주요 고객이다. 이들 중개인 그룹은 중동에서는 레바논의 베이루트, 유럽에서는 영국의 런던과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 있다. 일정기간 동안 젊고 예쁜 여자를 고객이 원하는 지역으로 보내서 계약기간이 끝나면 엄청난 돈을 받고 집으로 돌려보낸다. 선택된 여자들은 반드시 비밀유지 각서를 작성해야 한다. 최고위층 인사는 사생활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레바논은 중동에 있지만 기독교 문화도 많이 퍼져있고 여느 이슬람 국가들과는 다르게 자유로운 나라다. 오래전부터 유럽과의 혼혈인이 많았다. 중동에서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나라이기 때문에 중동지역의 고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여자를 찾기가 용이하다. 토탈 회사 입장에서 최기문은 중요한 인물이다. 한국에서 IMF 구제금융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 안보국은 한국의 주요 인물에 대한 사찰을 항상 해오고 있었다. 그들의 정보에 의하면 최기문은 여자에 약하다는 것이다. 대학교수 시절 여 제자와의 스캔들, 국회의원 시절에는 비서와의 스캔들 그리고 해외 출장 시에는 현지에서 호텔방으로 여자를 자주 불렀다. 또한 기문이 선호하는 여자 스타일은 키가 크지 않은 아시아인 또는 혼혈인을 좋아했다. 금발의 키 큰 백인여자는 선호하지 않았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프레드릭은 기문에게 달콤한 제안을 계획했다. 그리고 최기문과 단둘이 저녁 약속을 잡았다. 신라호텔의 일식레스토랑에 예약을 했다. 둘은 예약한 방안에 들어왔다.
“최 장관님 여기 음식 괜찮습니다. 저희 직원들도 회식때 몇 번 왔었습니다.”
“갑자기 저녁 초대를 해주시고 한국에 오래 계시다 보니 일식도 입에 잘 맞으시나 봐요”
“그럼요, 한식, 일식, 중식 다 잘 먹습니다. 대화를 나누기에는 일식집이 좋더군요. 분위기도 깔끔하고 조용해서, 사케 한잔 받으세요.
400백년 역사를 갖고 있는 사케인 주욘다이를 따랐다. 멜론과 복숭아 향이 풍미를 돋게 했다.
“항상 여러 직원, 공무원들과 만났었지만 갑자기 이렇게 연락을 받아서 놀랍습니다만......”
“우리가 뭐 꼭 공식적인 자리에서만 만나야 합니까. 토탈과 한국 정부 특히, 경제부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요”
“그렇긴 하죠, 그간 토탈과 한국정부는 여러 토목건설 건으로 긴밀히 협력을 했던 역사가 있었죠”
“최장관님, 중요한 자리에 계셔서 챙겨야 할 일도 많고 신경 써야 할 일도 많고 고생 많으신데, 저희가 어떻게 잠시 휴가라도 내신다면 좋은 곳으로 모시고 싶습니다만……”
최기문은 ‘좋은 곳’ 이라는 말을 듣고, 어딜 말하는 건지 순간 생각했다. 여행지를 말하는 건지 강남의 룸살롱을 말하는 건지. 그동안 토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에 공식 미팅에서만 프레드릭을 만난 사이어서, 같이 룸살롱이라도 간다고 생각하면 어색할 것 같았다. 그런데 휴가를 내라고 하는 것을 보면, 해외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허허허, 갑자기 휴가씩이나 내라뇨. 어디 좋은 데라도 있나요?”
최장관의 말을 듣고 프레드릭은 역시 최장관이 뭔가를 기대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외국이라도 잠시 다녀오시라고요. 레바논이 어떻겠습니까?”
“레바논...이라구요? 우리 기업들이 레바논, 쿠웨이트등지에서 토목,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죠”
“저희 토탈이 중동에도 여러 곳에 진출해 있고, 중동 지역의 VVIP분들에게는 저희가 특별한 대접도 합니다만, 중동에서는 레바논이 미인이 많기로 유명하거든요. 그래서 겸사겸사 저희가 레바논에 별장을 잡아 놨습니다만, 거기서 맘 편히 계시다 가시라고요. 혼자 계시기가 적적하실 수 있으니. 좀 아담한 스타일의 레바논 미인과 같이 지내시면서……. 비행기 티켓부터 모든 비용은 걱정마시구요”
VVIP들에게 하는 특별한 대접이 여자랑 관계된 것이라는 것을 듣고 기문은 미소가 나왔지만 프레드릭에게 미소를 들키기가 왠지 겸연쩍어 표정을 감추고 있었다.
“…… 허허, 이거 너무 갑작스럽습니다만”
VVIP들에게 소개되는 여자는 어느 정도의 여자인지, 강남 논현 일대의 룸살롱에서 보는 여자들과는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다. 미국, 하와이에는 한국 사람이 많아서 밖에서는 행동을 조심해야 하지만, 레바논이라면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가끔 TV에서 중동의 거부나 왕자들의 부인들의 외모를 보면, 의외로 엄청난 미인들 이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오늘 제가 장관님께 중요하게 말씀 드리고 싶은 사항이 있어서요. 음. 일단 숫자로 말씀 드리자면 0.35입니다.”
“0.35? 0.35가 무슨 뜻이죠?”
“1982년의 멕시코, 칠레, 1994년의 콜롬비아에서 IMF 구제금융을 받았습니다만. 그런 구제금융을 받는데 가장 크게 힘을 써주신 분들에게 지급되는 사례비의 퍼센트 요율입니다. 이번에는 한국과 아르헨티나에게 구제금융정책이 시행될 계획입니다만, 최 장관님께서 적극적으로 힘을 좀 써주시면 어떻겠나 싶어서요. 저희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한국에 공급하게 될 총 구제금융 액수가……. 아직 구체적인 수치는 모릅니다만 대략 550억에서 600억 달러 사이가 될 것으로 저희는 추산합니다.”
계산기가 없으니 숫자를 듣고 기문은 얼른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보았다. 0.35 퍼센트라면 대충 잡아서 1퍼센트의 3분의1에 해당하는 금액이고, 600의 1퍼센트라면 100분의1이니까. 6이 되고, 6의 3분의1이라면 2가 된다. 단위가 억 달러 단위이므로 2억 달러가 된다는 말인데, 2백만 달러, 2천만 달러도 아니고 2억 달러라……. 실감이 가지 않는 액수였다. 사례비가 프레드릭의 말대로 0.35 퍼센트의 요율로 계산을 한다면, 분명 2억 달러다. 2억 달러면 한국 돈으로 1달러에 천원 꼴이라고 계산을 하면 2천억 원이다. 최기문은 앉은 자리에서 손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살짝 꼬집어 봤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한국에서 머리 굴려가며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버는 것보다, 한방에 이렇게 벌어버리면 깔끔하지 않겠는가. 이건희, 정주영이 부럽지 않을 액수이다.
“프레드릭 지사장님, 한잔 더 받으세요. 아시아 지역의 경제 위기로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바닥이 났고, 이대로 가다가는 기업들의 연쇄부도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한국경제를 위해서 긴급 수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통화기금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경제 위기에 처한 국가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장관님, 싱가폴에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 법인 설립을 대행해주고 관리까지 전문으로 해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번 0.35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을 장관님께 자금 추적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전달해드리기 위해서는 조세회피처에 법인이 있어야 합니다.”
프레드릭은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서 기문에게 전달했다.
“이건 무슨 명함이죠?”
“싱가폴에 있는 법인 설립 대행서비스를 하는 B회사명함 입니다. 최 장관님이 직접 연락하셔서 법인을 하나 설립해주세요. 저희도 이 회사를 통해서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설립했었습니다. 제가 B회사한테 연락해서 최 장관님으로부터 곧 연락이 갈 거라고 말 해놓겠습니다.”
“조세회피처라는 말은 들어봤습니다만, 음……. 알겠습니다.”
싱가폴에 있는 B회사와 전화통화와 이메일을 교환한 기문은 조세회피처 법인 설립은 기밀을 요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사람을 시키지 않고 직접 법인 설립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B회사에 팩스를 보냈다. 싱가폴에 있는 B회사는 전 세계에 있는 부자 고객들에게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주는 전문 회사이기 때문에, 서류만 준비되면 5일 안에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설립해준다. 회사를 설립한다고 해서 건물 안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직원을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주소지만 있는 가상의 회사이다. 설립된 법인의 주소지는 파나마 였다.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나라로써 위로는 코스타리카 아래로는 콜롬비아를 접하고 있다. 전 세계 조세회피처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는 총 55개국 이다. 이들 국가는 유럽, 아프리카, 중미, 동아시아에 있고 작은 섬나라들도 있다. 알파벳순으로 55개국을 모두 나열해보겠다.
1.Andora, 2.Anguilla, 3.Antigua and Barbuda, 4.Aruba, 5.Bahamas, 6.Bahrain, 7.Barbados, 8.Belize, 9.Bermuda, 10.British Virgin Islands, 11.Cayman Islands, 12.Cook Islands, 13.Costa Rica, 14.Curacao, 15.Cyprus, 16.Djibouti, 17.Dominica, 18.Gibraltar, 19.Grenada, 20.Guernsey, 21.Hong Kong, 22.Ireland, 23.Isle of Man, 24.Jersey, 25.Jordan, 26.Lebanon, 27.Liberia, 28.Liechtenstein, 29.Luxembourg, 30.Macao, 31.Maldives, 32.Malta, 33.Marchall Islands, 34.Mauritius, 35.Micronesia, 36.Monaco, 37.Montserrat, 38.Nauru, 39.Netherlands Antilles, 40.Niue, 41.Panama, 42.Samoa, 43.San Marino, 44.Seychelles, 45.Singapore, 46.St Kitts and Nevis, 47. St Lucia, 48.St Martin, 49.St Vincent and the Grenadines, 50.Switzerland, 51.Taiwan, 52.Tonga, 53.Turks and Caicos, 54.United Kingdom, 55.Vanuatu.
대부분은 규모가 작고 이름조차도 생소한 국가들이지만, 스위스, 대만, 홍콩, 싱가폴, 영국 같은 누구나 알고 있는 국가 이름도 있다. 실제로 물건을 만들어 팔거나 관광 상품을 파는 것도 아닌 법인의 주소지를 제공하고 회계,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그들만의 또 하나의 사업 아이템이고 더군다나 작은 규모의 국가들에게는 중요한 국가사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회사 설립에 필요한 서류를 보낸 지 정확히 5일 만에 파나마에 법인이 만들어졌다. 회사 이름은 웨스트게이트 인베스트먼트 였다. IMF의 구제금융을 통해 한국으로 550에서 600억 달러가 공급될 때 이 금액의 0.35퍼센트에 해당하는 2억 달러가 파나마에 있는 IMF의 페이퍼 컴퍼니인 아포지 컨설팅에서 최기문의 페이퍼 컴퍼니인 웨스트게이트 인베스트먼트로 이체될 예정이다. 2억 달러는 웨스트게이트 인베스트먼트의 회계서류상 매출로 계상 될 것이다. 분식회계인 것이다. 한편 최기문은 파나마에 회사설립을 마치고 휴가를 냈다. 프레드릭은 기문에게 휴가 중 용돈으로 쓰라며 10만 달러와 1등석 레바논 행 비행기 티켓을 건넸다. 최기문은 카타르 도하를 경유하여 레바논의 베이루트에 19시간 만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기문을 마중 나온 운전기사가 있었다. 비서이자 운전기사였다. 차를 타고 베이루트의 해변가를 달렸다. 유명한 관광명소로 알려진 해변의 비둘기 바위와 가까운 곳에 있는 별장에 도착했다. 별장에는 에티오피아인 가사 도우미 한명이 있었다. 최기문은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레바논의 베이루트까지 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시차도 적응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식사를 마치고 바로 잠에 들었다. 다음날 최기문은 운전기사와 같이 해변을 둘러보고 시내관광을 나갔다. 레바논은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가 합쳐진 나라다. 해변에는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이 많고, 시내에는 반바지를 입은 여자 경찰이 있을 정도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는 중동의 파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야경이 화려하고 자유분방하며 여성들이 히잡을 쓰지 않고 돌아다닌다. 히잡을 쓰는 여성도 있지만 복장은 자신의 종교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시내에 있는 이슬람 사원 바로 옆에 동방정교 교회가 있다. 시내의 번화가에는 길거리 공연을 하는 밴드도 있고 클럽 근처에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레바논 여성을 쉽게 볼 수 있다. 최기문은 중동국가의 이미지와는 너무 다른 레바논의 모습에 놀랐다. 또한 눈에 띄는 것은 베이루트 중심가의 젊은 여성들이 미인이 많다는 것이었다. 중동과 서구의 문화가 섞인 나라답게 중동인과 백인의 혼혈로 보이는 여성이 많았다.
“최 사장님, 베이루트 시내를 돌아보시니 어땠습니까?”
레바논인 수행비서는 최기문이 한국정부 경제부 고위 관료가 아니라 무역회사 사장으로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여기가 중동인지 유럽인지 모를 정도야”
“하하. 그렇죠. 과거 26년 동안 프랑스령 이었던 시절이 있어서, 중동이지만 기독교 문화가 섞였고 많이 서구화가 됐죠”
“레바논에 이렇게 미인이 많다니, 다른 중동 나라들은 여자들이 히잡을 쓰고 다니니 잘 보이질 않아”
“예, 레바논은 미인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어제는 최 사장님이 여독을 푸시느라 일찍 주무셨지만 오늘부터는 좋은 밤을 보내실 수 있게 저희가 준비했습니다. 저녁식사를 별장에서 같이 하시면서 대화도 하시고, 애인이랑 같이 베이루트 별장에 놀러왔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최기문은 레바논인 수행비서의 말을 들으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중동까지 날아와서 이국적인 여자와 애인처럼 지낸 다라. 프레드릭이 여행경비도 두둑이 줬으니 레바논 여자와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밤에는……. 별장에 도착하기까지 30분이 걸렸다. 별장의 출입구에 들어선 순간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거실의 소파에 앉아있던 젊은 여자 Y는 최기문과 비서가 안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서 눈을 마주치며 가볍게 인사를 했다. Y는 160센티가 조금 넘는 아담한 키에 얼굴은 중동과 유럽의 혼혈이어서 묘한 매력을 풍겼고 짧지도 길지도 않은 흰색 프릴 원피스에 핸드백을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이 발랄하고 여성스러웠다. 돈 주고 짧게 즐기는 여자들은 옷차림새라는 것이 대개 사람들의 눈에 확 튀는 도발적인 섹시함을 갖고 있지만, Y는 품위가 느껴지는 여성스러운 섹시함이 있었다. 피부의 색깔은 백인처럼 하얗지도 중동인의 어두운 색깔도 아닌 보통의 한국 여성의 피부톤 이었다. 콜걸의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발랄한 여대생 분위기 였다. 기문은 프레드릭이 자신의 취향에 어쩜 이렇게 딱 맞는 여자를 어떻게 알고 섭외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레바논인 요리사가 동원되어서 식사가 준비했다. 최기문과 여자 Y는 식탁에 앉았다. 레바논 음식인 애피타이저로 토마토, 오이에 드레싱을 한 패토쉬가 나왔고 메인 요리로는 양고기가 들어간 패솔리아 스튜, 레바논 빵인 피타브레드, 디저트로는 견과류와 코코넛이 들어간 움 알리 푸딩이 나왔다. 식사를 마치고 와인을 마시며 얘기를 했다. Y는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교에 다니며 전공은 미술이라고 말했다. 나이는 22세 레바논 남부의 나바티예 출신 이고 대학진학을 위해 고향을 떠나 베이루트에 왔다고 한다. 최기문은 사업차 레바논에 출장 중이라고 했다. 얘기를 잠시 나누니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정말 평범한 여대생과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간단한 대화를 마치고 둘은 메인 룸에 들어갔다. Y가 먼저 씻는다며 샤워실에 들어갔다. 물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닫힌 샤워실 문을 통해서 들렸다. 잠시 후 Y는 살짝 젖은 머리에 커다란 흰 타월을 걸치고 나왔다. 최기문은 당장 타월을 벗기고 침대에 눕히고 싶었지만 꾹 참고 자신도 샤워실에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왔더니 Y는 침대에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그때까지 Y는 흰 타월을 걸친 채 다리를 꼬고 침대의 끝에 앉아 있었는데, 허벅지가 훤히 보였고 얇은 발목이 보였다. 최기문은 아랍어가 들리는 티비의 볼륨을 줄이고 Y의 왼쪽 옆에 앉아서 허리를 감싸며 키스를 했다. 그 순간 Y의 손이 최기문의 중요부위를 향했다. 둘은 걸치던 타월을 벗었다. 최기문은 양손과 입을 사용해 여자의 몸 구석구석을 애무해 주었다. 이미 뻣뻣해진 성기를 여자의 안에 밀어 넣고 힘찬 몸짓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10여분 몸 안의 정기를 빼낸 최기문은 가쁜 숨을 들이쉬며 침대에 바로 누웠다. 얼굴에는 땀이 맺혀있었다. 여자는 수건에 물을 살짝 적셔와서 최기문의 땀 묻은 몸을 정성스럽게 닦아 주었다. 다음날 최기문은 Y와 베이루트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시티몰에 갔다. 시티몰에는 영화관, 백화점, 식당, 대형마트가 있다. 백화점에서 Y에게 고급 옷과 가방을 사줬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쇼핑몰에서 둘은 손을 잡고 데이트를 즐겼다. 일주일 동안 낮에는 비서와 Y양과 같이 쇼핑, 관광을 하고 밤에는 별장에 돌아와 뜨거운 밤을 보내는 일을 반복했다. 최기문은 자기돈 한 푼 나가는 거 없이 토탈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마음껏 즐기니 기분이 아주 좋았다.
6개월 후인 1997년 12월 3일 한국 정부는 IMF로부터 긴급 구제금융 580억 달러 자금을 지원받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일주일 후인 12월 10일에 웨스트게이트 인베스트먼트의 회계장부에는 아포지 컨설팅이라는 회사에 대한 매출로 2억 달러가 계상되었다. 파나마에는 역외 금융,법률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모색 폰세카 라는 로펌이 있었다. 모색 폰세카는 최기문의 주소지에 새로 갱신된 회계 관련 서류를 국제 우편으로 보냈다. 집에서 국제 우편을 받은 최기문은 발신처 국가가 파나마라는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봉투를 뜯었다. 서류를 펼쳐 보고 가장먼저 USD앞에 쓰여 있는 0의 숫자를 세어 보았다. 일, 십, 백, 천만, 앞에 숫자 2. 2라는 숫자 뒤에 0이 정확히 8개 있었다. 분명히 2억 이었다. 직접 숫자를 눈으로 보고 확인도 했지만 믿기지 않았다. 갑자기 입이 바싹 말랐다.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창밖의 구름을 보며 한 컵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