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김유정, '동백꽃' 중에서)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내가'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던 것은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는 흐드러진
동백꽃향기보다는 처녀티가 날 나이인 점순이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서럽도록 붉디붉어서 어느 한 순간 별리처럼 떨어져 남도의 땅을 수 놓는 꽃, 동백
그러나 위의 소설에서 동백꽃은 남녘에서 겨울을 지나 봄까지 피어나는
동백이 아닌 노란 동백꽃, 바로 생강나무 꽃이다.
강원도에서나 경상도 일부지방에서는 그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고도 한다는데,
그래서 누군가는 '동백꽃'대신 본디 이름인 '생강나무꽃'이랬대도 그 향기(?)가
알싸하거나 향긋하였을까 딴지를 걸기도 했다.
철이 바뀌어 가면서 보고 싶은 풍경이나 그리고 제 철로 익어가서 먹고 싶은 과일이 있듯이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을 기다리면서 보고 싶은 꽃들도 있다.
그리고 제대로 봄다운 봄의 시작을 설렘처럼 알려주는 꽃이라면.
긴 세월은 아니지만 나는 언제부턴가 생강나무 꽃을 좋아한다.
이른 아침 어둠이 깃든 겨울 숲길을 지나고 노루꼬리만큼씩 날이 길어져
차쯤씩 환해져오는 숲길에서 생강나무꽃피는 봄 날을 기다리기도 하는데
시샘처럼 지나간 눈바람을 떨치고 오늘 아침 새침한 꽃잎을 열고 숲에 향기를 퍼뜨리고 있었다.
산수유와 함께 제일 먼저 봄다운 봄소식을 알려주는 꽃나무이기도 하고.
잎을 문지르면 생강냄새가 난다고 그 이름이 지어졌다는데.
마치 밤 꿀 향처럼 향기가 짙고 꽃과 잎은 차로도 음용할 수 있는,
그리고 가을의 검은 열매는 머릿기름으로도 멋을 냈던 그래서 궁핍했던 시절 '동백기름'이기도 한데.
정선 아리랑'의 한 구절을 옮겨본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 쌓이지/사시상철 임 그리워 나는 못 살겠네." .
산수유와 생강나무 꽃을 구분하지 못하고 숲에서 피는 생강나무꽃을
산수유꽃이라고들도 하는데
산수유는 햇볕을 좋아하고 생강나무는 숲 그늘을 좋아한다.
산수유는 사람사는 곳을 좋아해 벌판의 밭둑, 개울가에서 살고
생강나무는 나처럼 숲을 좋아해 숲에서만 산다.
생강나무는 암꽃피우고 수꽃 피우는 나무가 구별되고
산수유는 줄기의 껍질이 허물처럼 일어나 거친 느낌을 주고 생강나무는 매끄러운 몸을 가졌다.
산수유꽃은 마른 느낌을 주고 생강나무 꽃은 산수유보다 짙은 연두색을 띠며 촉촉히 젖은 느낌을 준다.
산수유는 대개 인위적인 군락을 이루고 생강나무는 숲에서 저 홀로이거나 가끔씩 어우러져도 산다.
몇 해 전 근무했던 국민대학 뒤편 일선사 아래 한갓진 곳
숲 속에 생강나무 이십여 그루가 모여사는 곳이 있다.
생강나무 꽃이 필 이맘때 쯤 저녁나절이면 홀로 그 숲길을 지나 진한 생강나무 꽃향기를
꿀벌처럼 온 몸에 묻혀오곤 했던 호사를 누리기도 했었는데,
올 봄에도 꼭 한번 그 꽃향기를 묻혀와야겠다.
노란 봄빛 같은 꽃술에 청초하면서도 요염한 새악시같이 푸른빛이 성기는 생강나무 꽃과
그 생강나무꽃 피는 이른봄을 나는 좋아한다.
첫댓글 그렇찮아도 어제 저희집 입구 언덕 산자락에 홀로 피어있는 생강나무에 조그맣게 물이올라 잇는 모습을 보곤 주변의 잡목들을 정리해 주었습니다. 봄이 오면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생강나무꽃.... 얼음이 박힌듯 노란꽃은 여리기만 합니다. 그런 생강나무가 저희집 입구에서 새봄을 알립니다. 사랑의 마음으로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
사모하는 님처럼 더디거나 애태우면서도 봄은 그 산촌으로 가나보네요.
이제 철이 들기도 하겠지요. 이제 시작 될 봄의 향연을 넉넉하게
나누어도 주시기 바랍니다.
극락암에서 노랗게 봄을 알려주더군요.
눈비바람이 아직 스산한데 아파트 화단에 서 있는 산수유 가지에는 새싹이 많이 나와 있네요. 오늘은 바람은 찼지만 하늘은 봄 다웠습니다.
처음피는 봄꽃들은 겨우내 뜨겁게 몸을 달궈 티밥터지듯 꽃을 먼저
피워내기도 하지요. 이제는 그 시새움도 지칠 때도 된 것 같지요. 감사합니다.
생강나무 꽃인가요? 개나리보다 예쁜 것 같아요. 그런데 개나리가 먼저 피나요? 아니면 생강나무꽃, 개나리, 산수유 모두 같은 시기에 피나요. 알고 싶네요. 그런데 생강은 그럼 열매인가요? 아니면 뿌리? 애고 네이버 백과사전을 들여다보지 않고 ㅎㅎㅎ 제가 이렇게 둔하답니다. 게으른 할매는 이 방식이 훨씬 공부하기 쉬워서요.^^
저마다 예쁘기나 하지요. 시샘처럼 지난 눈바람도 떨치고 피어내는 꽃들이니,
개화시기는 비슷하지요. 그래도 중부이북지방에서는 제일 먼저 꽃다운 꽃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위에 표현한대로 잎을 문지르면 생강냄새가
나기도 한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래요. 가을에 열매는 보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군요.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비로소 예감만으로 맴돌던 봄의 기운이 가슴으로 스며드는 듯 합니다. 역시 사물을 사랑할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야말로 진정 인간을 감싸줄 수 있는 유일한 덕임을 다시금 깨우칩니다. 봄의 신성한 느낌 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진처럼 어두어져 흔들리기도 하는 세상사이지만 작은 꽃숭어리에라도
마음을 던져두고 싶기도한데, 화사한 봄의 따뜻함을 나눠주셨네요.
생강나무는 언뜻 보았지만 꽃은 기억에 없는데 저도 산수유로 착각하겠네요. 노란 꽃이 참 예쁩니다. 향기도 있다하니 다음엔 유심히 냄세도 맡아봐야겠어요.
숲에 피는 것은 다 생강나무꽃이기도 하지요. 푸른빛이 성기는
이맘때쯤이 제철이어서. 향기까지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