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롭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가 보다.
길게는 48시간을 한숨도 자지 않고 쉴세 없이 엉덩이 걸음으로
이곳 저곳을 다니며 참견을 하시는 할머니가 계시다.
누워 계시는 다른 어르신들에게 지랄하고 지금까지 쳐 자냐, 며 이불을 잡아 당기고 꼬집기도 한다.
유동식 식사를(그린비아등을 빨대나 컵으로 드시는) 잘하시던 어르신이 물도 식사도 거부하시며
자꾸 눕기만 하신다. 어디 편찮으신가 염려되어 일을 하면서도 어르신을 눈으로 살핀다.
어르신이 일어나 느린 엉덩이 걸음으로 다른 방에 가시더니 잠시 후에 또다른 방으로 가셔서 바닥에 눕는다.
함께 일하던 보호사샘의 외마디 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하던일을 멈추고 뛰어가 보니 할머니가 토해낸 토사물이 흥건하다.
이미 다른 방으로 가신 어르신이 염려되어 할머니께 가보니 옷과 방 바닥에 아까보다 더한 토사물이 있다.
우리는 토사물을 치우고 어르신을 씻기고 옷을 갈아 입혀 할머니 방에 마련된 에어매트위에 눕혀 드렸다.
어르신이 에어매트위에 또 토하셨다. 그런데 알수 없는 누르스름하고 넙적한 모양의 어떤 토사물이 있다.
도대체 이게 무엇일까? 간호샘과 우리는 불어서 흐물흐물해진 그 물체가 무엇인지를 알아 내고자
어르신 몸 이곳 저곳을 살펴 보다가 드디어 문제의 그 토사물을 알아냈다.
진물나는 상처나 욕창에 붙이는 파스모양의 '메디폼' 이란게 있다.
이 메디폼을 할머니 왼쪽 엉덩이에 붙여 드렸는데 할머니가 그 메디폼을 뜯어서 잡수셨던 것이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던 할머니가 서 너 시간 누워 계시더니 일어 나신다.
기운 없이 앉아계시던 할머니 눈빛이 어느 순간 빛이 난다.
화장실 문에 눈을 고정 시킨 어르신이 힘있게 엉덩이 걸음을 뗀다.
참으로 경이롭다,
첫댓글 아이고 아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