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글에는 저의 사적인 견해, 혹은 주관이나 단정적 추론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또한 저의 기억력에 한계가 있어서T.T 정확성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T.T
아카데미 상... 미국의 수많은 영화 관련 상들 중 최고의 권위를 자
랑하는 상입니다. 미국의 제작자, 감독, 배우 대다수 사람들에게 있
어서 영화 인생의 꿈 중 하나가 오스카 트로피를 받고 소감을 말하
는 것... 참고로 아카데미 상은 오스카 트로피 외에는 아무 것도 주
지 않습니다. 한 푼의 상금도 받지 못하죠. 아카데미 상은 받는 것
자체가 영광이므로 더 이상 아무 것도 기대하지 말라는 뜻임과 아
울러 이 상이 어느 정도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제발 우리의 대종상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습니다만... 더욱 많은
발전이 있기를T.T)
지금으로부터 수십년 전에는 특히 배우들에게 있어서는 이 상을 받
는 것이 거의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피터 오툴(아라비아의 로렌
스에서 로렌스), 리처드 버튼 등 수많은 명배우들을 끝까지 거부한
상... 헨리 폰다가 이 상을 받고 싶어서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거의
애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70대 중반에 죽기 직전에야 선심을 쓰듯
수상을 허락한 상... 그 명랑한 줄리아 로버츠가 울면서 시상식장에
서 뛰쳐나가게 만든 상(귀여운 여인으로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을 때)... 그런 상이 바로 아카데미입니다. 반면... 캐서린 헵번
(오드리 헵번이 아닙니다...)처럼 여우주연상을 네 번 차지한 사람도
있죠(현재까지 남, 녀 주연상 공히 최고 수상 기록입니다. 정말 위
대한 연기자에요. 화난 연기를 할 때는 정말 눈이 머리에 닿을 듯
합니다).
그래도 요즘은 사정이 한결 나아진 편입니다. 열심히 훌륭한 연기를
펼친다면 평생에 한 번 정도는-_-;; 받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죠.
줄리아 로버츠도 2년 전에 에린 브로코비치로 여우주연상을 받으면
서 울며 뛰쳐나갔을 때의 서러움을 완전히 씻었고... 그럼에도 여전
히 수상 예측이 힘들고 또 수상이 어렵다는 평판이 자자한 것이 아
카데미의 가장 큰 특성이라면 특성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역대 수상작품들을 보면 아카데미 시상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
지... 그리고 어떤 스타일의 영화를 선호하거나 싫어하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그것들을 반지의 제왕과 연관지어 간략하게 살펴
보면...
1. 아카데미는 보수적이다.
미국 사람들은... 아카데미 회원들이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인 나이 많
은 분들이라는 표현을 많이 합니다. 나이 많은 분들을 일괄적으로
보수적이라고 몰아붙일 수는 당연히 없겠지만 지금까지의 수상 내
역들을 보면 상당히 보수적인 경향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따
라서... 뭔가 혁신적인 기법을 사용한 영화들, 지나치게 '과격한' 내
용의 영화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경원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아카데미가 변화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습
니다. 특히 연기상 부문에서 그 점이 많이 눈에 띄죠.
이 점에서 반지의 제왕은... 약간의 플러스가 있습니다. 그것은 영화
자체보다도 원작에 기인하는데... 아카데미 회원들은 반지의 제왕 원
작자가 대학 교수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좋았던 옛날에 대한 톨킨
의 회고가 원작에 투영되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보수적
성향과 확실히 맞닿을 수 있는 부분이죠.
2. 1류상과 2류상?
아무도 겉으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모두들 인정하는, 그리
고 그것이 전세계의 다른 영화상에까지 파급된 것이 바로 1류상과
2류상의 구분입니다.
작년에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는 13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되
어서 뷰티플 마인드와 더불어 4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겉으로 보
기에는 공동 최다 부문 수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
다. 반지 원정대는 1류상을 하나도 받지 못했지 때문이죠. 반지 원
정대가 받은 촬영상, 분장상, 음악상(스코어), 시각효과상은 모두 기
술 관련 부문상, 그러니까 2류상입니다(상을 받는 데 있어서도 1, 2
류를 구분하다니...T.T 촬영을 잘 하지 못하면 훌륭한 영화가 나올
수 없을텐데요...)
1류상에 해당하는 상은 총 6개입니다. 작품상(Best Picture)이 그 중
에서도 가장 정점에 서 있고... 감독상(Best Director), 여우와 남우
주연상(Best Actress and Actor), 각본 관련 두 가지 상(원작이 없
는 경우에는 각본상(Best Original Screenplay)에 노미네이트되고
원작이 있는 경우에는 각색상(Best Adapted Screenplay)에 노미네
이트됩니다. 따라서 반지의 제왕은 각색상에 노미네이트되죠.)이 이
어집니다. 각본상과 각색상을 동일한 영화가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한 영화가 받을 수 있는 1류상의 최대 갯수는 5개가 됩
니다(1류상 5개를 모두 쓸어간 영화는 1991년 양들의 침묵 이후로
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로 작년에 뷰티플 마인드는 작
품상, 감독상, 각색상 등 1류상 3개를 쓸어갔습니다.
3. 아카데미는 '극복'을 주제로 하는 휴먼 드라마를 좋아한다.
태어나면서부터 혹은 어떤 계기에 의해 육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으
로 결점을 가지게 된 사람이 스스로의 노력과 주위 사람들의 격려
등을 통해 자신의 결점들을 극복해 나가는, 나아가 어떤 큰 일을 성
취하는 스타일의 휴먼 드라마는 아카데미 회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입니다. 따라서 이런 영화들이 많은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1류
상들을 가져갈 확률이 상당히 높죠. 특히 그런 역을 맡은 배우들이
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될 경우 상을 받을 확률은 50%에 육박합니다.
어떤 평론간가 기잔가가 역대 아카데미 주연상은 병자들의 배역으
로 가득 차 있다고 한 것은 그 말의 정도가 심하기는 하지만 일리
가 있는 말입니다.
물론 예외들도 있습니다. 멀리까지 갈 것도 없이 작년 뷰티플 마인
드의 러셀 크로가 대표격이죠. 그는 전형적인 휴먼 드라마의 주인공
역을 탁월하게 소화해 내서 작년 남우주연상의 강력한 후보로 떠올
랐습니다. 그러나 미국 출신의 배우도 아니고(아마 호주인 듯 싶은
데...), 더구나 그 전 해에 글래디에이터로 이미 남우주연상을 수상
한 전력이 있는지라 다시 수상하면 2년 연속 주연상 수상이 되는데
그러기엔 너무 젊고... 하던 차에 결정적으로 '불손한' 일을 벌임으로
써 아카데미 회원들의 표정을 찡그리게 했죠. 이러한 괘씸죄에다가
테러로 인한 흑백 화합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결국 트레이닝 데이의
덴젤 워싱턴에게 상이 돌아간 바 있습니다. 아마... 러셀 크로가 앞
으로 노미네이트는 몰라도 주연상을 다시 수상하려면 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가야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점에서 반지의 제왕은... 전체적으로 볼 때 확실히 감동적인 영화
기는 합니다만 전형적인 휴먼 드라마와는 많은 거리가 있죠(물론
프로도의 반지 운반을 내적인 싸움과 극복이라는 명제로 풀어낼 수
는 있습니다만). 따라서 휴먼 드라마로서의 플러스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4. 아카데미는 스케일이 큰 영화를 좋아한다.
아카데미 회원들이 휴먼 드라마에 버금가게 좋아하는 영화가 바로
스케일이 큰 영홥니다. 물론 무작정 스케일만 커서는 안되고 작품성
이 그 뒤를 받쳐 줘야죠. 또한 CG를 쓰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절대로 화면 속에서 실사와 따로 놀면 절대 안 됩니다. 블록
버스터는 많지만 그런 여건들을 모두 구비한 블록버스터는 많지 않
죠.
이것은 회원들의 복고주의적, 회고주의적인 관점과도 맞물려 있습니
다. 아카데미 회원들은 어렸을 때 십계, 벤허, 아라비아의 로렌스 등
을 보고 열광하며 자라난 세대입니다. 자연스럽게 그런 영화들을 선
호하는 관점이 생기게 된 것으로 보여집니다(그러나 뮤지컬은 예욉
니다). 요즘 만들어진 스케일 큰 영화들이 회원들의 옛날에 대한 추
억들을 자극시키는 셈이죠...
이 점에서 반지의 제왕은... 타이타닉 이래로 이런 범주에 가장 근접
한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상에 무척 커다란 장점이 될 것입니
다.
5. 아카데미는 코미디 영화를 싫어한다.
아카데미가 가장 싫어하는 장르가 코미디 영화입니다. 화장실 코미
디나 행동, 욕설 등으로 웃기는 영화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연인들
간의 사랑을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게 그려내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
에도 차가운 눈길을 보냅니다. 코미디가 보여줄 수 있는 궁극의 경
지라고 할 수 있는 페이소스와 눈물 가득한 코미디(위대한 천재 찰
리 채플린의 영화들이 이런 부류에 속하죠.)도 싫어하지까지는 않더
라도 썩 호의적이지도 않죠. 이러한 성향이 심화되어... 대부분의 '가
벼운 영화(Light Movie)' 역시 아카데미의 취향이 아닙니다.
문제는... 아카데미가 이런 코미디 영화를 주로 만드는 감독들과 출
연 배우들에게도 눈총을 준다는 점입니다. 이런 현상은 그들이 코미
디 이외의 장르에 손을 뻗어도 계속되는 경우가 많죠. 코미디 분야
에서 훌륭한 성격 배우로 거듭남과 동시에 아카데미의 사랑도 한껏
받는 톰 행크스가 오히려 예외적인 존재이고... 이제는 코미디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장르의 배역들을 잘 소화해내고 있는 짐 캐리가
아카데미로부터는 여전히 문전박대당하고 있다는 점을 대표적인 사
례로 꼽을 수 있겠네요. 그는 수상은 고사하고 아직까지 노미네이트
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오스카에 한이 맺힌 배우들 중 하나죠...
이 점에서 반지의 제왕은... 비록 코미디 영화는 아니지만 판타지 영
화입니다. 문제는 아카데미 회원들이... 판타지 장르에 속하는 대부
분의 영화들을 가벼운 영화로 보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
다(도대체 왜 그런 생각들을 갖게 되었는지T.T). 위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아카데미는 그들이 가벼운 영화라고 보는 작품(내지는 그런
선입견을 가진 장르)에는 큰 관심이 없고... 수상에 조금이나마 악재
로 작용할 만한 요소입니다.
6. (현재의) 아카데미는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 옛날 아카데미 회원들은 뮤지컬 장르의 영화들을 선호했었습
니다. 그런 요소도 한 몫을 해내면서 2차 대전 이후에 대대적인 뮤
지컬 영화 러쉬가 일어났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왕과 나, 마이
페어 레이디 등 주옥같은 작품들이 수없이 쏟아졌고 그러한 조류의
마지막이자 정점을 이뤘던 작품이 바로 60년대 중반의 사운드 오브
뮤직이었죠. 개중 많은 영화들이 아카데미의 1류상들을 쓸어간 바
있습니다.
60년대 후반에 들어가면서 그러한 뮤지컬 영화 러쉬가 썰물 빠지듯
이 사그라들게 됩니다. 빅터 빅토리아, 지붕 위의 바이올린 등 간간
이 좋은 작품들이 나왔지만 대중도, 아카데미 회원들도 뮤지컬 영화
를 외면하는 풍조가 생기고... 분명 현 아카데미 회원들이 어렸을 때
가 뮤지컬 영화의 전성기였는데 스케일 큰 영화와는 다른 현상이
생기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네요.
뮤지컬 영화의 암흑기였던 1980-1990년대를 거쳐(그 시대에는 미녀
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등 디즈니 만화영화들이 뮤지컬 영화를
대체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요근래 서서히 뮤지컬 영화
들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 오스카의 다크 호
스였던 뮤지컬 영화 물랑루즈 역시 아카데미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고... 올해 아카데미 1류상 수상의 가장 확실한 후보인 영화 시
카고의 배급사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 역시 시카고가 뮤지컬 영화
라는 점입니다(그러나 지금까지의 판세로 볼 때 여전히 시카고가
가장 강력한 1류상 수상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보이네요...).
이 점에서 반지의 제왕은... 뮤지컬과는 전혀 관련이 없죠^^;;
7. 작품상과 감독상과의 관계
영화를 훌륭한 작품으로 만드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
독이 어떤 식으로 영화를 빚어내느냐하는 점이죠. 아카데미에는...
어떤 영화에 작품상을 줄 때 그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감독상을 주
는, 즉 작품상과 감독상을 일치시키는 법칙이 오랫동안 있어 왔는데
그러한 법칙도 위와 같은 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아카데미 시상식 후반부의 맥이 빠졌던 것은 필연적인 현상
이었습니다. 일단 감독상을 누가 가져가느냐만 보면 작품상을 어떤
영화가 가져갈지는 뻔했으니까요...
그러다가... 그러한 법칙이 1980년대 이후의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깨
지게 됩니다. 물론 여전히 작품상과 감독상의 일치가 대세이긴 합니
다만 더 이상 법칙이라고는 말할 수 없게 되었죠. 특히 아카데미 회
원들의 입장에서 두 영화가 똑같이 훌륭하여 어느 한 영화에 작품
상과 감독상을 몰아주기가 뭣할 때, 또는 영화는 훌륭한데 감독의
함량이 미달이라고 여겨질 때(감독의 능력이 미달이라는 소리는 아
닙니다. 감독이 너무 어리다던가, 이른바 '주류 영화'들을 만들어본
지 얼마 안 되었다던가, 전체적인 감독 경력이 일천하다던가, 상대
적으로 다른 영화의 감독이 너무 지명도가 높은 사람이라던가...) 작
품상과 감독상의 분리는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반부를 스릴 넘치게 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가
져왔습니다.
단, 작품상과 감독상의 관계에 있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어그러지지
않은 '절대 법칙'이 하나 있는데...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된 영화가 감
독상에 노미네이트되지 못할 경우 그 영화는 절대 작품상을 타지
못합니다. 반대로... 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된 영화가 작품상에 노미네
이트되지 못할 경우 그 영화 역시 절대 감독상을 타지 못합니다. 작
년에 물랑루즈는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었지만 정작 감독 바즈 루
어만이 감독상의 노미네이트를 받지 못했었고 절대 법칙 역시 어그
러지지 않았습니다.
이 점에서 반지의 제왕은... 약간의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피터 잭
슨에게 이번 영화는 사실상 첫 본격적인 주류(여기서의 주류는 아
카데미 회원들 입장에서의 주류입니다.) 영화죠(좀비 영화들은 물론
주류 영화가 아니고... 천상의 피조물들은 분명 아카데미 회원들의
비위에 크게 거슬렸을 것이고... 굳이 말하자면 포가튼 실버를 들 수
있겠는데 이것도 본격적인 주류 영화라고 하기에는 좀 거리가 있
고...). 수상에 있어서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8. 아카데미에서 그 해 최다 노미네이션된 작품의 운명
아카데미에서 최다 노미네이션된 영화는 대부분 작품상이나 감독상
중 하나 이상을 가져가면서 수상에 있어서도 최다 수상을 기록합니
다. 물론 여기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작년의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입니다T.T 작년에 반지 원정대는 최다
노미네이션을 기록했음에도 작품상, 감독상 중 하나 이상은 커녕 1
류상 하나도 받지 못하는 비운을 맞았었죠. 아카데미의 역대 시상
내역으로 볼 때 이는 참 이례적인 경우에 속합니다. 그러나... 일단
4개 부문을 차지하여 뷰티플 마인드와 더불어 공동 최다 수상이라
는 딱지를 붙이는 데에는 성공했습니다. 이로써 최다 노미네이션은
최소한 공동 최다 수상이 가능하다는 관례는 어그러지지 않았네요.
단, 이는 단독 최다 노미네이션일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공동 최다
노미네이션의 경우는 얘기가 달라지지요. 다시 말해서... 작년에 반
지 원정대와 뷰티플 마인드가 똑같이 10개 부문, 혹은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면 분명히 뷰티플 마인드가 더 많은 상을 가져갔
을 겁니다.
9. 아카데미는 상을 많이 받은 영화를 좋아한다.
아카데미 노미네이션과 시상이 있기 전에 여러 중요한 영화상들이
주어지게 되며 이는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
됩니다.
우선... 아카데미 예측에 있어서 가장 신뢰도가 높아서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고까지 불리는 골든 글러브가 있습니다. 그리고 비평가들
이 수여하는 수많은 비평가 협회상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LA 비평
가 협회상, 뉴욕 비평가 협회상,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 전미 비평가
협회상, 보스턴 비평가 협회상, AFI 영화상은 그 하나하나가 아카데
미로 가는 길목이라고 여겨질 만큼 중요한 상들입니다. 더불어... 연
말에서 연초에 걸쳐 미국의 거의 모든 영화 비평가들은 자신들이 1
년간 관람한 모든 영화들중에서 자신만의 베스트 10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게 되는데 얼마나 많은 비평가들에게서 베스트 10 안에 들었
느냐하는 것도 비중 있는 참고자료로 사용됩니다. 또한 미국 아카데
미보다 일정을 앞으로 옮긴 영국 아카데미(BAFTA)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그러나 그러한 영화상들과는 전혀 다른 시상 결과가 나
오곤 하는 것 역시 아카데미의 묘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작년에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는 AFI 영화상의 작품상
을 받았었고 영국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한 최다 부문
단독 수상을 했었습니다. 단, 여기에는 자국의 교수가 지은 책을 원
작으로 한 영화라는 영국의 자존심이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정
녕 그랬다면 그로 인해 미국 아카데미가 반지의 제왕 수상에 대해
거부감을 가졌을 가능성 역시 존재합니다...
10. 아카데미는 가을 시즌 이후에 개봉한 영화들을 잘 기억한다.
오래 전... 영화 트루먼 쇼가 여름 시즌에 개봉했을 때 수많은 비평
가들이 올해 최고의 영화가 나타났다고 법석을 떨었었습니다. 아카
데미 1류상 수상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말도 많았구요... 그리고 결과
는... 작품상에는 노미네이트되지 못하고 감독상에만 노미네이트되어
절대 법칙에 의해 감독상도 타지 못했고... 노미네이트 수도 빈약하
게 지명된 데다가 1류상은 하나도 받지 못했습니다.
역대 아카데미 1류상 수상작들을 보면 많은 영화들이 가을 시즌 이
후에 개봉한 영화들입니다. 가장 많이 개봉한 시점은 추수감사절 이
후의 겨울 시즌이지요. 심지어 아카데미 회원들은 늙어서 최근에 본
영화들 빼놓고는 기억을 못한다는 심한 말이 나온 이유가 바로 여
기에 있습니다.
여기에도 예외가 있는데... 아카데미 회원들이 생각할 때 연말에 개
봉한 영화들중에서 탐탁한 영화의 수가 예상보다 부족할 때... 여름
영화들이 노미네이트 대열에 합류하여 운 좋게 수상까지 하는 경우
가 있고 근래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브레이브하트와 글래디에이터
입니다.
이 점에서 반지의 제왕은...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죠. 1-3부
모두 크리스마스 바로 전 주 수요일에 개봉하니까요^^
11. 아카데미는 흥행작들을 좋아한다.
1997년... 요람을 흔드는 손을 만든 바 있는 커티스 핸슨 감독(에미
넴이 나오는 신작인 8마일의 감독이기도 하죠.)은 그의 일생일대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LA 컨피덴셜을 마무리지었습니다. 거의 대
부분의 비평가 협회들이 일치단결해서 그 앞에 작품상을 갖다 바치
고... 객관적인 비평가들이 열광하는 등 난리도 아니었지요. 그 화려
한 상복으로 미루어 볼 때 아카데미 최다 부문 노미네이트와 수상
은 더없이 확정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결과 그 해의 최다 부문 노미네이트의 영광(이브의 모든 것과 함께
아카데미 사상 최다부문 노미네이트)은 타이타닉에게 돌아갔고... 시
상 결과 타이타닉이 자그마치 11개 부문을 쓸어 가면서(벤허와 함
께 아카데미 사상 최다 부문 수상) 90년대 최고의 작품성을 자랑하
는 영화 중 하나인 LA 컨피덴셜은 단 2개 부문 수상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위의 예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아카데미는 흥행작들을 좋아합니
다. 단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또 반드시 아카
데미 회원들의 입맛에 맞아야 합니다. 1982년 당시 타이타닉 못지
않은 어마어마한 흥행을 이룬 바 있는 ET(가벼운 영화라는 딱지가
붙었고... 무엇보다도 당시 스티븐 스필버그는 아카데미에서 블랙 리
스트의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해 있었습니다.)가 아카데미에서는 완
벽하게 왕따가 되어버린 전례가 이를 증명합니다.
이 점에서 반지의 제왕은... 비록 ET나 타이타닉 차원의 기적적인
흥행은 아니어도 분명 대박 행진을 계속하고 있죠. 아마도 2부 두
개의 탑은 역대 세번째로 빨리 미국 내 수입 3억달러를 돌파하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두 개의 탑이 타이타닉에 이어 사상 두 번
째로 전세계 흥행 10억달러를 돌파할 가능성 역시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9억달러 이상은 확실해 보이네요(참고로 1부 반지 원정대
는 8억 6천만달러 정도에서 끝났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개봉한 외
국 영화들중 최고 관객을 동원한 영화 역시 타이타닉인데 아마도
전국 관객 520만명 선에서 끝난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맞다면... 현재까지 두 개의 탑이 동원한 전국 관객 수가
460여만명에 달하고 있으니 타이타닉의 기록을 깰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아카데미에 있어서 엄청난 플러스 요인입니다^^;;
참고로... 아카데미를 노리는 휴먼 드라마나 이와 유사한 스타일의
영화들은 저 위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연말에 집중적으로 개봉합니
다. 연말에는 돈 많이 들인 대작 블록버스터들도 같이 개봉을 하는
만큼 그런 영화들 사이에서의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 작은
수의 극장에서 개봉을 시켜 극장당 수입을 높게 올리는 방향을 잡
습니다(아카데미 노미네이트의 대상이 될 영화들은 시상 전년도 12
월 31일 안에 개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개봉 자체는 반드시 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다음 해 1월 중-하순경 대작들의 기운이 떨어질 무
렵부터 슬슬 확대 개봉을 단행합니다. 미국에서 1월 말-3월은 아카
데미 시즌이라고 할 만큼 작품성 위주의 영화들에 사람들의 발길이
잦으므로 흥행에 있어서 순풍을 만나게 되죠. 따라서 휴먼 드라마나
그와 비슷한 부류의 영화들은 반대로 아카데미에 의해서 흥행작으
로 거듭나는 케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12. 아카데미는 미국과 미국인의 손길이 많이 들어갈수록 더 좋아한
다.
수십년 전에... 영국 영화 톰 존스가 미국 아카데미의 1류상들을 거
머쥐었을 때 미국 영화인들을 필두로 하여 아카데미에 빗발치는 항
의를 집어넣은 적이 있습니다. 영국에는 그들만의 독자적인 아카데
미가 따로 존재하는데 왜 이 영화에 주된 상들을 주어야 하느냐는
것이 그 이유였죠...
지금은 훨씬 더 개방적이 되었지만... 아카데미는 근본적으로 미국
영화와 미국 영화인들을 1차적으로 고려하는 상입니다. 아카데미는
엄연한 미국 내 영화 시상식이라는 점에서 이는 당연합니다. 다만
아카데미가 국제적으로 하도 유명해서 마치 국제 영화제처럼 보일
때가 있긴 하죠.
외국어로 된 영화로서 영어 자막을 따로 집어넣어야 하는 영화는
아카데미에서 주요 부문들에 노미네이트될지라도 아직까지는 수상
이 굉장히 힘든 것으로 보여집니다. 인생은 아름다워나 와호장룡같
은 엄청난 작품들이 작품상, 감독상 등에 노미네이트되었지만 외국
어영화상 수상에 만족해야 했죠. 그러나 인생은 아름다워는 감독 겸
주연이었던 로베르토 베니니가 남우주연상을 가져가는 쾌거를 이뤄
내면서 아카데미가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 주었습니
다(정말... 인생은 아름다워를 처음 봤을 때의 그 충격이란... 앞으로
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네요). 아카데미 회원들이 꾸준히, 그
리고 끈기 있게 보여주고 있는 점진적인 변화가 곧 크나큰 결실을
맺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 점에서 반지의 제왕은... 아시다시피 약점이 있습니다. 비록 이탈
리아어나 중국어로 된 영화는 아니지만... 뉴질랜드 감독에다가 주요
배역진 중에도 미국인이 아닌 사람들이 많고... 로케이션과 특수효과
(WETA)도 전부 미국이 아닌 뉴질랜드와 관련이 있고... 이 영화가
헐리우드 영화의 '탈'을 쓴 뉴질랜드 영화나 다름없다는 점을 아카
데미 회원들이 망각해 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13. 아카데미 홍보전에 밝은 영화사들이 존재한다.
골든 글러브 시상식이 끝난 지금부터 미국 영화가는 본격적인 오스
카 레이스에 돌입합니다. 각 영화사들과 배우들이 아카데미 관련 홍
보전에 뛰어들게 되죠.
예로부터 아카데미 홍보전에 특별히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는 영화
사들이 존재해 왔습니다. 현재 이 방면에서는 드림웍스가 의심의 여
지 없이 챔피언이구요... 하나 더 들라면 미라맥스를 들어야 할 것으
로 보입니다. 단, 홍보전이라고 해서 뒷돈이 막 오가는 그런 홍보전
은 아닙니다. 그랬다면 자금이 많은 메이저 영화사들이 훨씬 유리했
겠죠...
이 점에서 반지의 제왕은...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지 못합니다. 뉴
라인 시네마의 큰 단점 중 하나로 아카데미 홍보전략이 미숙하다는
점이 꼽힐 정도입니다-_-;; 더구나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이 처
음도 끝도 아닌 중간 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올해에는 일단 어
바웃 슈미트(About Schmidt)를 밀고 있는 중이라는 점까지 염두에
둔다면...
14. 올해와 내년 아카데미는...
이상 아카데미의 가장 큰 특징들만 제 나름대로 정리해서 빈약하게
나마 말씀드렸습니다. 조그마한 특징들은 훨씬 더 많죠. 각 영화들
을 아카데미의 갖가지 특징들에 대입했을 때 제각각의 장단점이 나
오고... 미국 내의 분위기(정치, 경제 등), 안배(按配) 문제 등이 여기
에 상당히 중요한 비중으로 덧붙여지는 데다가... 아직까지 드물기는
하지만 아카데미도 모든 예상을 무너뜨리는 깜짝쇼를 벌일 때가 있
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그야말로 모든 영화 관련 시상식 중 가장
예측이 어려운 시상식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됩니다. 어쩌면 오
스카 레이스 특유의 재미야말로 그런 데서 나온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올해 아카데미 1류상에 노미네이트될 것으로 그동안 거론되어
온 영화들을 죽 언급하면...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The Lord of
the Rings : The Two Towers), 시카고(Chicago), 세월(The
Hours), 파 프롬 헤븐(Far From Heaven), 뉴욕의 갱(Gangs Of
New York), 어바웃 슈미트, 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 어댑테
이션(Adaptation), 피아니스트(The Pianist)를 들 수 있습니다. 골든
글러브 수상작 발표 전까지 비평가들은... 이 영화들중 시카고와 세
월의 두 작품만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노미네이션이 확실시
되며 남은 세 자리를 가지고 다른 영화들이 혼전을 벌일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골든 글러브에서 두 영화가 각각 뮤지컬/코미
디 부문과 드라마 부문의 작품상을 차지한 것을 보면 일단 그 예측
이 맞아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골든 글러브를 가만히 보면... 가장 큰 화두는 안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한 영화가 확 휘어잡지를 못했어요... 시카고가 3개의
상을... 세월, 어바웃 슈미트, 어댑테이션, 뉴욕의 갱이 각각 2개의
상을 가져가면서 결국 큰 격차 없는 고만고만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안배가 보여줄 수 있는 미학이죠^^;; 지금쯤 아카데미 관련 도박사
들이 골머리 꽤나 앓을 것으로 보이네요. 다만, 시카고에 한 개의
상을 더 부여하면서 세월과의 경쟁에서 은근슬쩍 시카고의 손을 들
어준 것이 눈에 띕니다.
작품상들은 예상대로 나왔고... 감독상은 뉴욕의 갱의 감독인 마틴
스콜세지에게 돌아갔습니다. 위에서도 말씀 드린 것처럼 시카고의
감독인 롭 마셜이나 세월의 감독인 스티븐 달드리는 감독으로서의
경험이 일천한 축에 속하여 함량 미달로 분류됩니다. 감독이 함량
미달인 것은 다른 영화들도 대부분 다르지 않구요. 그러나 뉴욕의
갱의 감독인 마틴 스콜세지만큼은 엄청난 무게감을 지닌 감독이죠.
미국의 현역 감독들 중 위대한 거장으로 꼽히는... 스콜세지 홀로 여
러 감독들 중 우뚝 솟아 있는 형국이 되어 버렸고... 결국 그의 감독
상 수상으로 인하여 이번 아카데미는 시카고-세월-뉴욕의 갱 3파전
으로 치뤄질 확률이 높아진 듯 합니다. 아카데미 홍보전에 탁월한
드림웍스가 훌륭한 수완을 보여 로드 투 퍼디션(Road To
Perdition)이나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을 주요
부문들에 올릴 가능성 역시 희박하긴 해도 전혀 현실성 없는 얘기
는 아닙니다... 주연상들을 보면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파 프롬
헤븐의 줄리안 무어가 아닌 세월의 니콜 키드먼이 가져간 것이 눈
에 띄네요. 이로써 올해 아카데미의 돋보이는 다크 호스였던 파 프
롬 헤븐의 입지가 약간 흔들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이 전반적으로 평론가들에게서 반지 원정
대보다 더 좋은 평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중간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리고 평론가들이나 아카데미 회원들이나 그 점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해에는 작년같은 최다 노미네이션 기록을 세우지 못할
것임이 확실합니다. 솔직히 작품상과 감독상의 노미네이션도 아주
낙관적이지만은 않네요. 어차피 노미네이트되도 수상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쳐도... 그렇더라도 아카데미에는 기술 관련
상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할 때 양적으로 꽤 많은 수에 노미네이션
될 것임은 틀림없습니다. 올해에는 작년에 수상하지 않은 부문을 위
주로 하여 네 개 이하의 부문에서 수상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작년
에는 최다 부문 노미네이트라는 요소가 영화 후반부 흥행에도 커다
란 잇점으로 작용했는데 올해에는 그렇질 못하겠군요...
이야기의 마무리가 완전히 지어지는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은 내
년 오스카의 스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해봅니다. 평론가들이 왕의
귀환을 주시하고 있다는 소문도 많고... 우선 영화 2부까지의 작품성
을 3부에서도 유지시켜 주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지만 이 점에 관
해서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습니다. 피터 잭슨의 능력을 새삼 실감
했기에... 큰 스케일과 흥행 대박은 쉽게 예상할 수 있고... 일단 특
정 영화에 빠지고 나면 그 영화가 누구의 영화인지, 어느 나라 영화
인지, 어떤 장르의 영화인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죠. 올 겨울,
왕의 귀환을 보는 평론가들과 아카데미 회원들에게도 이와 같은 일
이 벌어지길 간절하게 바랍니다^^ 반지의 제왕의 1류상 수상을 위
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죠...
주변의 여건들을 살펴본다면... 우선 올해 아카데미의 작품상을 어느
영화가 가져가는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일단 현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아카데미 후보인 시카고가 뮤지컬 영화라는 핸디캡을 극복
할 수 있다면 올해의 작품상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
한다면 세월이나 뉴욕의 갱에 작품상이 돌아가겠죠. 시카고가 뮤지
컬 영화라는 점, 뉴욕의 갱의 감독이 단연 돋보이는 필모그래피를
갖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올해 작품상과 감독상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떠나서 반지의 제왕의
내년 1류상 수상에 있어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올해의 작품상 수
상이 아닐까 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올해 시카고가 작품상을 수상하는 것이
라 생각됩니다. 아카데미가 뮤지컬 영화를 결코 좋아하지는 않지만
코미디 영화처럼 아주 싫어하지도 않기 때문에 오랜만에 뮤지컬 영
화에 작품상을 주자는 쪽으로 대세가 기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작년
의 물랑루즈는 뛰어난 영화였지만 골든 글러브에서도, 아카데미에서
도 좋은 결과를 갖지 못했죠. 제가 보지는 않았지만 올해의 시카고
는 물랑루즈보다 더 뛰어난 영화라고 하더군요. 골든 글러브에서도
이미 최다 부문 수상을 했고... 아카데미의 성향이 아직 바뀌지 않았
기에 일단 올해 시카고가 작품상을 가져가면 내년에 설령 시카고보
다 더 뛰어난 뮤지컬 영화가 나와도 절대 작품상을 수상하지 못할
겁니다. 2년 연속으로 뮤지컬 영화에 작품상을 주지는 않을 것이므
로...
여기에다가... 재작년 아카데미에서는 스케일 큰 영화(글래디에이터)
가 작품상을, 작년 아카데미에서는 휴먼 드라마(뷰티플 마인드)가
작품상을 가져갔으니... 올해 뮤지컬 영화(시카고)가 작품상을 가져
간다면 한 바퀴를 돌아서 내년에는 다시 스케일 큰 영화가 작품상
을 가져갈 확률이 높아집니다. 올해 시카고가 상을 탄다면 내년 반
지의 제왕 : 왕의 귀환은 좋은 타이밍을 잡게 되죠.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스타일을 가진 세월이 작품상을 탄다고 해서
나쁠 것은 전혀 없지만 내년에 아주 훌륭한 뮤지컬 영화가 나올 가
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므로... 만약 뉴욕의 갱이 작품상을 탄다면 내
년 반지의 제왕의 수상에는 약간(아주 약간^^)의 그림자가 드리워집
니다. 뉴욕의 갱도 스케일 큰 영화의 범주에 속하고, 아카데미는 2
년 연속 같은 성향의 영화에 작품상을 주는 것을 안배의 차원에서
조금 꺼려하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요즘 스케일 큰 영화가 많이 제작중에 있다는
점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Daredevil, 헐크, 엑스맨 2 등은 돈
많이 들인 블록버스터일 것임이, 그리고 흥행에도 성공할 것임이 분
명하지만 그 원작이 모두 만화이기 때문에 아카데미는 깊은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고... 매트릭스 2, 3과 터미네이터 3, 툼레이더 2,
나쁜 녀석들 2 등은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이겠지만 전편들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거대한 스케일과는 거리가 좀 멀 것이고... 결국
올해 스케일 큰 영화로서 반지의 제왕 3부와 적수가 될 만한 영화
로는 여름 시즌에 개봉하는 마스터 앤 커맨더(나폴레옹 시대를 배
경으로 하여 대규모 해상 전투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러셀
크로가 나오고... 피핀 역의 빌리 보이드가 이 영화에도 출연하는 것
같더군요.)와 겨울 시즌에 개봉하는 라스트 사무라이(일본 막부 시
대 말기를 배경으로 하여 거대한 전투가 벌어질 것이라 합니다. 1억
달러 수입 보증 스타인 톰 크루즈가 주역으로 나올 것이고... 반지의
제왕의 풍광이 헐리우드의 영화사들을 매혹시켰는지 뉴질랜드에서
도 촬영이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여러 면으로 볼 때 스케일에 있어
서 반지의 제왕의 가장 큰 적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도가 될
겁니다. 물론 이 영화들도 뚜껑을 열어 봐야...
내년에는 바즈 루어만과 올리버 스톤이 제각각 만들 것으로 보이는
알렉산더 대왕(이것도 최소한 둘 중 하나는 반지의 제왕의 영향을
받아서 3부작으로 될 것 같던데... 바즈 루어만 쪽의 알렉산더는 레
오나르도 디카프리도가 맡습니다.), 트로이(그리스 신화 관련 내용이
드디어 스크린으로 옮겨집니다. 몇 년 만인지... 레골라스 역의 올란
도 블룸이 파리스 역으로 나올 겁니다. 브래드 피트가 주역인 아킬
레스로 등장할 듯), 글래디에이터 2(1부의 끝으로 미루어볼 때 2부
가 만들어지기 힘든 영화인데... 이를 가능하게 한다는군요-_-;;) 등
스케일 큰 영화들이 즐비합니다.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
께는 최상의 한 해가 될 듯...
글이 쓸데없이 너무 길어졌네요. 위에서도 말씀 드린 것처럼 사견,
주관 등이 깊이 들어가 있는 점, 재삼 죄송스럽습니다. 상을 받고
안 받고에 관계 없이 반지의 제왕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왕이면 그 엄청난 노력에 걸맞는 대접을 반드시
받았으면 하네요. 솔직히 제작진들이 기울인 열정의 측면에서 본다
면 최근의 어떤 영화도 이 영화를 따라가기 힘들 겁니다. 이 영화가
당연한 명예로움으로 가득찬 속에서 영화팬, 원작팬들에게 장엄한
이별을 고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