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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우승의 가치는 정말 크다. 장기 레이스에서 꽤 많은 경기를 치르며 증명된 우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시즌을 달려오는 동안 가장 강한 팀이었다는 타이틀이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유효한 것은 아니다.
프로농구 20번의 시즌 중 정규리그 1위 팀이 플레이오프에서도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은 절반이 되지 않는 9번 뿐이다.
분명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정규리그 우승팀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 우승 확률이 50%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지만, 실제로 통합우승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반증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나 최근 이러한 트렌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09-10 시즌 모비스가 통합우승을 거둔 후 14-15 시즌 모비스가 다시 통합우승을 거두기까지 5시즌 동안 통합우승을 거둔 팀이 한 팀도 없었다.
(모비스 너희는 대체 뭐냐..ㅎㄷㄷ)
지난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절대 질 것 같지 않았던 에밋의 KCC는 정규시즌과 다르게 무력한 모습으로 오리온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뺏기고 말았다.
한해 농사를 잘 지어 놓고도 마지막에 웃을 수 없었던 몇몇 팀의 이야기를 한번 꺼내볼까 한다.
3번 연속은 허락 받지 못했던 최초의 통합우승 실패팀, 99-00 대전 현대 걸리버즈
KBL이 출범한 후 대전 현대는 최초로 등장한 최강팀이었다.
KBL 출범 2번째인 97-98 시즌 컴퓨터 가드 이상민의 합류 후 통합우승을 거뒀고, 그 다음 시즌이었던 98-99시즌에도 통합우승을 재현했다.
리그는 이조추 그리고 맥도웰의 시대였다. 어떤 팀도 현대를 막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99-00시즌도 현대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물론 서장훈-조상현의 청주 SK가 젊음을 바탕으로 1경기차 정규리그 2위를 거두며 현대를 위협했지만, 그뿐이라는게 플레이오프 전 평가였다.
하지만 SK의 기세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최강팀 현대를 상대로도 강하게 뻗어 나갔다.
지난 두번의 시즌 압도적이었던 현대는 젊은팀 SK를 상대로 방심했고, 이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SK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듯 오른 후였다.
팀의 주포 맥도웰-이상민은 시리즈 내내 파울 트러블로 고전 했지만, SK의 서장훈-조상현-재키존스-하니발은 시리즈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청주 SK는 리그 출범 후 최초의 정규리그 우승에 실패하고도 챔피언 결정전에서 승리한 팀이 되었다.
잭슨이 너무해, 물거품이 되어버린 연속 통합우승의 꿈, 02-03 대구 동양 오리온스
01-02 시즌의 주인공은 동양 오리온스였다. 신인 김승현과 센세이션한 외국인 선수 마르커스 힉스의 합류는 KBL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거침 없이 달렸고, 그렇게 통합우승을 했다. 김승현은 MVP와 신인상을 차지했고, 힉스는 외국인 선수상과 챔피언 결정전 MVP를 수상했다.
02-03 시즌도 이러한 오리온스의 상승세는 계속 이어지는 듯 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오리온스는 4강에서 코리아텐더를 3:0으로 가볍게 누르고 상대팀을 기다리고 있었다.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오른 원주 TG는 LG와 쉽지 않은 4강을 치렀다.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잭슨-양경민의 활약으로 어렵사리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왔다.
분위기대로라면 동양 오리온스의 2연속 통합우승이 당연한 듯 보였다. 하지만 반전은 챔피언 결정전이 시작하자마자 일어났다.
원주 TG는 잭슨을 앞세워 대구에서 1,2차전을 따냈다. 우승 가능성이 순식간에 올라갔고, 오리온스는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무너질 동양 오리온스는 아니었다. 3차전 대승 후 4차전 승리까지 거두며 시리즈를 동률로 만들었고,
5차전 연장 혈투 끝에 패했지만, 흐름은 다시 오리온스에게 오고 있는 느낌이었다.
6차전 TG는 1쿼터 3점을 넣었고, 일찌감치 점수를 벌린 오리온스의 승리와 7차전은 당연한듯 보였지만,
2쿼터 뜬금없이 신종석이 폭발하며 경기는 박빙으로 가게 되었고,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잭슨이 경기를 마무리하며 TG는 챔피언에 올랐다.
잭슨은 시리즈 평균 20점 이상을 기록했고 챔피언 결정전 MVP가 되었다.
오리온스는 앞서고 있던 5차전 4쿼터에서 사라진 15초에 눈물을 흘리며 2년 연속 통합우승의 꿈을 접어여했다.
강혁의 FA 로이드 스윕으로 끝나버린 시리즈, 05-06 울산 모비스 피버스
04-05 시즌 모비스는 비록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초대 우승팀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나가기 시작한 시즌이었다.
신인 양동근이 합류했고, 아직까지도 모비스 감독을 하고 있는 유재학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05-06 시즌 다재다능한 외국인 선수 크리스 윌리엄스의 합류로 날개를 달았고, 효과는 곧장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하지만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모비스의 부족한 경험이 발목을 잡았다.
공동 MVP의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던 서울 삼성과 울산 모비스의 대결은 생각 이상으로 심심하게 마무리 됐다.
정규리그 2위였지만, 높이와 외곽 모두 모비스를 상대로 우위를 점한 서울 삼성은 시리즈를 4차전만에 끝내버렸다.
이규섭-네이트존슨-서장훈-오예데지로 이어지는 프론트 코트를 모비스는 감당할 힘이 없었다.
거기다 FA 계약을 앞두고 있던 강혁은 정규리그 MVP 양동근을 압도했고, 이정석은 안정적인 골밑의 지원 속에 무리하지 않으며 외곽을 성공시켰다.
크리스 윌리엄스는 평균 30득점 이상에 트리플 더블급 활약을 이어갔지만, 모비스는 결국 높이에 울 수 밖에 없었다.
양동근은 리그 2년차 답지 않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강혁의 활약을 제어하기엔 경험이 부족해 팀의 스윕패를 막지는 못했다.
역대 최고 반전, 무너진 역대 최고 승률, 최다승, 11-12 원주 동부 프로미
11-12 시즌 원주 동부는 정말 Crazy한 팀이었다. 윤호영-김주성-로드 벤승을 바탕으로 한 수비 농구는 정말 숨이 막혔다.
67.9 점, 역대 최소 실점 팀이있다. 0.815, 역대 최고 승률 팀이었다. 44승 역대 최다승 팀이었다.
그런 원주 동부가 챔피언 결정전에서 패배할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전문가와 팬을 통 틀어도 한명도 없었다.
11-12 시즌은 정규리그 우승팀 원주 동부가 무조건 통합우승을 거두는 시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챔피언에 오른 팀은 젊은 팀 안양 KGC였다.
시즌 동안에도 절대 넘지 못했던 원주 동부를 상대로 안양은 강하게 압박하면서 경기 템포를 빠르게 가져갔다.
숨겨졌던 원주 동부의 체력 문제가 들어 났고, 빨라진 경기 템포에 동부는 자신들의 농구를 펼치지 못했다.
물론 시리즈 전체가 안양 KGC의 압도적인 분위기로 흘러가진 않았다.
1차전을 동부가 잡았으며, 2차전을 패하긴 했지만, 3차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1점차 승리를 가져갔다.
6차전까지 모든 경기가 박빙이었고, 역대 최다승팀 동부는 시리즈를 가지고 갈 가능성이 여러번 있었다.
다만, 박빙의 분위기가 된 것만으로도 많은 농구팬들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 충격은 안양 KGC의 우승이라는 현실이 되었다.
당연한 우승을 생각했던 원주 동부는 끝까지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지만, 생각지 못한 양희종의 위닝샷은 가장 강력한 카운트 펀치가 되었다.
신인왕을 차지했던 슈퍼 루키 오세근은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경기당 17.5점을 기록하며 신인 최초로 챔피언 결정전 MVP를 차지했다.
최근 6시즌 통합 우승은 1회뿐.
11-12 시즌에 이어 치러진 12-13 시즌 좋은 멤버에 비해 항상 성적이 좋지 않던 서울 SK는 김선형을 중심으로 환골탈태 했다.
동부의 시즌 최다승 타이를 기록했다. 하지만 로드 벤슨을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한 모비스를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나 스윕패를 당하고 말았다.
그 다음 시즌이었던 13-14 시즌은 창원 LG가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모비스를 이기며 극적인 정규리그 우승을 기록했지만,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모비스를 상대로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지난 시즌 전주 KCC는 시즌 막판 정말 질 것 같지 않은 팀이었지만,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고양 오리온을 만나 패하고 말았다.
이승현이 하승진을 골밑 밖으로 밀어내자 KCC는 에이스 에밋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올라갔고, 팀은 밸런스를 잃어 통합우승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과거보다 전략, 전술이 다양해지면서 단기전 승부는 시즌 경기와는 또 다른 양상으로 매번 흘러가고 있다.
각하의 탄핵을 기념해 플레이오프 전에 꼭 써보고 싶었던 글이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야 쓰네요.ㅎ
통합 우승이란게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 안양 KGC 역시 그런 것 같고요.
1,2차전을 서로 나누어진 안양 KGC와 서울 삼성의 남은 시리즈가 1,2차전 처럼 치열하고 박빙의 승부였으면 좋겠네요.
첫댓글 강혁이 플옵때 더 좋은 활약을 했던건 맞지만 FA로이드 소릴 들을 정도는 아니었던거같은데요..
평균 8~9점 넣던 선수가 챔결에서 17점 넣고 MVP 탔는데, 나름 FA로이드 아닐끼요?ㅎ 강혁의 이름을 제대로 알린 시즌이기도 했고요.ㅎ
글 잘 쓰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ㅎ
사이먼 발목만 멀쩡했어도 재밌는 시리즈가 될 것 같았는데.. 부상이라 너무 아쉽네요..;;
변수가 많지만 그래도 명품 시리즈 됐으면 좋겠네요.ㅎ
03년 기억나네요... 1쿼터 3점으로 묶었는데 신종석 3점이 쏘는대로 들어가면서 2쿼터가 동점으로 끝났었죠
정말 그냥 7차전 가는구나 하고 있었는데, 2쿼터에 신종석이 3점을 다섯갠가 넣었었죠.ㅎㅎ
@76다마 왼쪽 사이드에서 레지밀러 빙의해서 뻥뻥 넣었더군요
아...잃어버린 13초
오리온 팬들에겐 지금도 피꺼솟이죠 ㅠ
05-06 챔결 강혁 정말 엄청났죠..
맨투맨, 투맨게임에 대한 대처 모두 수비에서 탑급이었는데
이상하리만큼 강혁이 양댕을 어린애들 가지고 놀았다는 느낌을 줄 만큼의 느낌이었던지라...
데이비드 잭슨. 결고 잊을 수 없는 그 잽스텝에 이은 점퍼
2222
이상하네요 잭슨도 티지고 정훈도 티지였는데 왜 제 기억속엔 잭슨을 막으려고 2미터 정훈을 매치시킨 기억이 날까요..
@줄리어스랜들 그 당시 3&D로 잘 나가던 박재일
그리고 루키였던 현 동부의 박지현 선수가 주로 매치업 상대였던걸로 기억나네요
11 12시즌은 안양팬으로서는 잊지못할 반전이었죠 올해는 좀 쉽게 우승할거라 생각했는데 두용병 몸상태가 영 아니네요 남은경기 명승부가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오리온스와 티지는 저기 집어넣으면 안되지 오리온스가 승리를 도둑 맞은 케이슨데 kbl 역사에서 지우고픈 개막장 시리즈 잃어버린 15초가 세월 지났다고 우숩나 그저 한때의 헤프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