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지구에 무슨 일이 생길까? (20년 후 -100년 후)
-20년 후- 도시의 기능이 마비된지 20년째
자연은 이제 불로 인간의 흔적을 더 빨리 지우려 합니다.
20년이면 피뢰침이 삭아 꺾이기 시작합니다.
무방비 상태가 된 지붕에 번갯불이 떨어지고 건물이 불길에 휩싸입니다.
몇 십년째 수북히 쌓인 마른 낙엽 위로도 번갯불이 떨어집니다.
매년 봄이면 연례행사처럼 도시 곳곳이 불타오릅니다.
멕시코만과 쿠웨이트의 천연가스 유정도 번갯불에 공격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곳에서 한번 불이 붙으면 가스 뚜껑을 닫아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지하에 매장된 가스가 다 없어질 때까지 수십 년 동안 불타오를 수도 있습니다.
석유화학 공장에서 난 불은 가스 유정만큼 오래가진 않겠지만
대신 시안화수소나 납, 크롬, 수은 같은 독성 물질을 대기 중으로 방출합니다.
중금속에 오염된 구름은 무역풍을 타고 전 세계로 흩어집니다.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도시는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불에 탄 단열재와 여러 화합물, 그을린 가로수가 도시의 흙에 양분을 제공합니다.
거리마다 식물이 무성히 자라고, 이끼로 가득한 벽은 담쟁이덩굴이 타고 오릅니다.
불 타고 뼈대만 남은 고층 건물에 붉은 꼬리매와 송골매가 둥지를 틉니다.
거리에는 코요테, 늑대, 붉은 여우, 살쾡이들이 돌아다닙니다.
이 같은 야생 포식자들은 도시에 남겨진 반려견의 후손들을 다 잡아먹습니다.
아스팔트 정글이 진짜 정글로 변해갑니다.
-100년 후- 인간이 사라지면 생태계에도 변화가 찾아옵니다.
아프리카 코끼리들은 더 이상 상아 때문에 죽임을 당하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덕분에 코끼리의 개체수가 100년 만에 20배로 늘었습니다.
코끼리의 수가 상아 거래가 횡행하기 전으로 되돌아간 것입니다.
밀렵꾼에게 희생되던 수많은 멸종 위기종들도 개체수가 늘었습니다.
반면 너구리, 족제비, 여우 같은 작은 포식자들은 개체수가 오히려 줄었습니다.
이들은 인간이 남긴 엄청난 수의 작은 포식자들
즉 고양이들과 생존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입니다.
북아프리카의 소는 한때 야생이었지만
사람과 몇천 년을 살다 보니 몸이 둔해졌습니다.
보호해주는 인간이 없으면 소들은 곧바로 사자와 하이에나의 잔치 음식이 됩니다. 대초원의 풀을 독차지하던 소가 사라지면 또 다른 초식동물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겁니다.
자연은 늘 누군가의 빈자리를 채우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빈자리도 누군가가 채울까요?
인간의 조상들은 한때 다른 영장류들과 경쟁 관계였겠지만
먼저 나무에서 내려오는 바람에 두뇌가 발달해 최상위 포식자 자리에 올랐습니다.
덕분에 개코원숭이 같은 영장류들은
플라이스토세 기간 내내 뇌가 발달할 기회를 빼앗겼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경쟁자가 사라졌으니 잠시 중단되었던 그들의 두뇌발달이 빨라지게 될까요?
먼 미래에 개코원숭이의 후손이 우리의 빈자리를 차지한다면 그들은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아마 지구에서 아주 짧게 번성했던 특이한 포식자쯤으로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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