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만 강서, 아파트만 덩그러니 "언제쯤 살기 편해지나"

[핑크빛미래]

# 교육 인프라

- 명지·녹산동 인구·개발 몰려
- 어린이집 1년 새 26곳 급증 불구
- 보육교사들 출퇴근 힘들어 기피
- 구, 교통비 지원 효과 미지수

# 문화생활 인프라

- 영화관 없어 사상·서면가는 등
- 문화시설 부산 최하위 수준
- 종합병원 1곳밖에 없어 '불안'

# 교통 인프라

- 넓은 지역·노선 버스타기 하세월
- 운수업체 "수익 타 지역의 절반"
- 마을버스 연 27억 적자보전 문제

최근 인구 10만 명을 돌파한 부산 강서구(본지 지난달 20일 자 1·3면 보도)가 급속한 인구 증가로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이 지역에 대규모 개발이 잇달아 추진되면서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데 비해 보육 교통 의료 문화 등 주민생활과 직결된 인프라 확충이 뒤따라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9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부산 강서구 명지신도시 전경. 강서구 제공

■보육교사 채용, 하늘의 별 따기

지난해 어린이집 대란(본지 지난해 10월 1일 자 8면 보도)을 겪었던 강서구가 보육교사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는 지난 1년 새 강서구에 어린이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강서구 어린이집이 지난해 4월 60곳에서 지난달 86곳으로 1년 새 26곳(43.3%)이 늘어났다고 9일 밝혔다. 같은 기간 부산지역 전체 어린이집은 1956곳에서 1962곳으로 6곳 느는 데 그쳤다. 대부분 구·군에서 어린이집이 줄어들거나 현상유지를 하는 추세와는 대비된다.

강서구 어린이집의 폭발적 증가는 명지·녹산 지역 인구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강서구 어린이집 86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47곳이 명지동에 있다. 녹산동에도 어린이집 31곳이 운영 중이다. 강서구는 명지국제신도시, 에코델타시티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입주가 시작되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잇따라 구성되면서 어린이집 인가 신청이 급속히 늘어났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전체 세대의 절반 이상 입주해야 구성할 수 있다.

어린이집이 늘어나면서 보육교사 채용난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강서구 명지동 극동스타어린이집은 지난달에야 간신히 보육교사를 채용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충원은 일반적으로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 이전에 이루어진다. 강서구는 시 외곽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통근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보육교사들이 취업을 꺼리고 있다. 강서구는 보육교사들에게 한 달 3만 원의 교통비를 지원해주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부산어린이집연합회 김근옥(여·53) 강서지회장은 "강서구의 보육교사 대부분이 사상·사하구에서 출퇴근하는 것으로 안다"며 "강서구 어린이집은 다른 지역보다 급여도 높고 처우도 좋지만, 보육교사를 제때 구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어린이집이 많다"고 말했다.

■영화관·병원도 없어

명지동 주민 김하나(여·32) 씨는 강서구에 영화관이 없어 불만이다. 더군다나 인근 사하구에도 극장이 없어 김 씨는 영화를 보려면 부산진구 서면이나 사상구까지 찾아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김 씨는 "오는 10월 사하구에 극장이 생긴다고 들었는데, 그때서야 좀 편해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문화 인프라는 지역 최하위 수준이다. 강서구 문화시설 부족은 기존 강서구가 주거 지역보다 농촌과 산업단지(공단) 위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농촌 지역에는 채산성 탓에 문화시설이 잘 들어서지 않는 경향이 있는 데다 그동안 공단 근로자 대부분도 부산 시내에 살았다. 이런 이유로 문화시설을 확충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얘기다.

최근 인구 10만 명을 돌파하면서 상황은 확 바뀌었다. 명지동 녹산동처럼 인구밀집지역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레 문화시설을 확충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다행히 부산시와 강서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2월 명지국제신도시에서 500억 원을 투입해 3만3000㎡ 규모의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강서구에는 종합병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녹산공단에 종합병원 한 곳이 있지만 대저동 가락동 등 멀리 떨어진 주민들에게는 사실상 이용이 곤란하다. 구 관계자는 "대저동 등 강서 원도심 주민들에게 종합병원은 '그림의 떡'"이라며 "사실상 마을 약국이 병원 역할을 하고 있을 정도로 열악하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불편

	부산 강서구 명지신도시의 한 버스정류소에서 주민들이 줄지어 버스에 오르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최근 강서구에는 버스 노선이 추가되는 등 대중교통 인프라가 대폭 확대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버스를 한 번 놓치면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데 너무 오래 걸리고, 노선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강서구 면적이 너무 넓고, 인구 밀집 지역이 없어 버스회사로서는 배차 간격을 조정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시는 부산에 총 140여 개의 버스 노선을 관리한다. 이중 강서구를 운행하는 버스 대부분이 수익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부산 시내권을 운행하는 버스가 하루 60만~70만 원을 벌어들이지만 강서구를 운행하는 버스수입은 하루 30만 원에 그친다.

마을버스도 고전을 면치 못하기는 마찬가지. 현재 강서구에는 마을버스 64대(19개 노선)가 운행 중이다. 강서구와 시는 마을버스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1년에 27억 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강서구가 워낙 넓고, 자연발생 마을이 많아 모든 수요를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시 김광욱 노선관리팀장은 "대중교통 이용 수요가 제한적이고, 수익이 나지 않으니 무조건 노선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서부산 개발 계획에 맞춰 강서구 버스 노선 추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이마트, 건축허가 신청 절차

- 원정 장보기 그만…강서 첫 대형마트 입점 예정 '들썩'

부산 강서구에 대형마트가 처음으로 들어선다. 강서구 인구가 10만 명을 돌파했지만, 대형마트가 없어 주부들은 이웃 도시로 '원정 장보기'에 나서야 하는 실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국내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가 강서구 명지동 명지국제신도시 내 부지 1만7000여㎡를 낙찰받아 건축 허가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이마트는 구체적인 점포 규모를 확정 짓지 않은 상태이지만, 업계는 이마트가 단순한 대형마트보다는 복합쇼핑문화공간인 '이마트타운'을 건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소비자 반응이 좋은 통합형 가전매장 '일렉트로 마트'도 함께 입점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이마트타운에 첫선을 보인 뒤 지난 3월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몰에 일렉트로 마트 2호점 문을 열었다. 또 이달 초 4호점 판교점을 잇달아 개점하는 등 공격적인 출점 전략으로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이처럼 지역 유통시장에서 강서구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강서구에는 명지오션시티에 롯데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슈퍼마켓 등 기업형 슈퍼마켓(SSM) 정도만 있을 뿐 대형마트는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민들은 대형마트 입점을 희망해 왔다. 강서구 인구 증가는 신혼부부 등 소비력이 높은 젊은 층이 주도하고 있어 상권 경쟁력도 갖췄다는 게 유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서구 일대에서 진행 중인 에코델타시티와 명지국제신도시 사업이 완성되는 오는 2020년 강서구 인구는 2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다른 유통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빨리 명지국제신도시에 진출하는 만큼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강서구는 성장 가능성과 지리적인 이점도 갖춰 앞으로 지역 유통업계의 치열한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

◇ 부산 어린이집 현황
구·군	2015년 4월	2016년 4월	증감
강서구	60	86	26개 ▲
중구	14	14	-
서구	44	45	1개 ▲
동구	38	39	1개 ▲
영도구	54	50	4개 ▼
부산진구	175	173	2개 ▼
동래구	125	124	1개 ▼
남구	149	150	1개 ▲
북구	206	209	3개 ▲
해운대구	247	237	10개 ▼
사하구	206	208	2개 ▲
금정구	124	117	7개 ▼
연제구	103	100	3개 ▼
수영구	86	83	3개 ▼
사상구	148	145	3개 ▼
기장군	177	182	5개 ▲
계	1956	1962	6개 ▲
※자료 :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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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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