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플레잉 레슨을 나갔습니다.
올해 60대 중반으로, 하시던 사업을 정리하시고
젊은 시절 늘 하고 싶어 하시던 그림을 그리시는 분이십니다.
주중에 한번씩 부인과 같이 두 분이서 골프를 나가신다고 하십니다.
주중에 2인 플레이가 가능한 골프장이 있다는 것을
그 분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출발시간을 기다리며 연습그린으로 갔습니다.
공 세개를 들고, 툭툭툭 치면서
그린속도감을 익히는 연습을 했습니다.
같이 벙커샷 연습을 몇 번 했습니다.
시간이 되어서 1번 홀로 이동했습니다.
드라이버를 꺼내 들고 연습스윙을 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리듬과 템포 좋고, balance 좋고,
임팩트 이후의 움직임은 나쁘지 않은데,
백스윙은 약간의 기술적인 문제들이 있네…
구질은 어떨까?’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분이 티샷을 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늘 하듯이 루틴을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티를 꽂고, 공을 올리고, 방향을 잡은 다음, 곧바로 공옆으로 돌아서서
어드레스, 한번 연습스윙, 바로 이어서 스윙
“딱”
그 순간 잠깐 놀랬습니다.
연습스윙에서의 피니쉬를 보면
두 손이 이마까지 올라갔었는데
실제 스윙은 허리까지도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임팩트 직후에 스윙을 멈추시는 것입니다.
공은 아주 낮은 탄도로 날아가다 떨어져서 굴러갑니다.
1,2,3번 홀을 지켜보았는데
모든 스윙이 그랬습니다.
부드럽고 우아한 연습스윙과 딱딱하게 부러지는 듯한 실제 스윙…
생각해 보면 스윙은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공 없이 하는 연습스윙
둘째, 연습장에서의 스윙
셋째, 필드에서의 스윙
넷째, 중요한 순간에서의 스윙
네 가지 스윙의 차이는 간단합니다.
스윙을 하기 직전 마음속에 드는 부담감의 차이입니다.
그런데 그 부담감의 차이가 스윙의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연습스윙은 좋은데 공만 보면 스윙이 달라집니다.
연습장에서는 귀신같이 치는데 필드만 나가면 스윙이 달라집니다.
잘 치다가도 중요한 순간에 꼭 OB가 납니다.
사실 누구라도, 심지어 투어프로라도
이 네 가지 스윙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실력이 늘어간다는 것은
이 네 가지 스윙이 점점 더 비슷해 진다는 의미이지요.
그런데 같이 라운딩을 하시는 분은
연습스윙과 필드에서의 스윙 사이에 참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왜그럴까?
홀을 걸어가면서 요즘의 라운딩 경험에 관해서
이것 저것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거리가 갑자기 줄기 시작하면서 재미가 많이 줄었다고 하시더군요.
어떻게 하면 거리가 더 날까… 매샷 칠 때마다 고민하고 계신다고…
정확한 임팩트를 전제로 하면
거리를 내기 위해서는 클럽헤드가 빠르게 지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보통의 경우는
‘멀리 보내고 싶다’라는 생각은
‘클럽헤드를 빠르게’가 아니라
‘세게 친다’라는 동작으로 이어집니다.
다시 말하면
머리는 ‘멀리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몸은 ‘세게 치라는 말이지, 알았어, 힘껏 때릴께’라고 반응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공을 보고 아주 힘껏 때립니다.
‘치다’ ‘때리다’는 동작을 생각해 보면
목표는 치거나 때리는 대상물입니다.
즉 공입니다.
있는 힘껏 ‘공만’ 때리면 됩니다.
때리려고 마음먹으면, 목표물과 접촉 이후에 운동이 멈추는 것이 당연합니다.
거리가 고민이다 보니
치는 순간 공만 힘껏 때리게 되고, 그래서 스윙을 멈추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 드렸습니다.
“지금부터 공을 친다는 생각을 하시지 마십시오.
대신 클럽이 공을 지나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지나간다. 지나간다.
연습스윙을 하면서도 지나간다 라고 생각해 보세요. 지나간다. 지나간다”
그리고 매번 드라이버를 칠 때 마다 그 말씀을 드렸습니다.
“지나가세요.”
David Leadbetter의 표현대로 하면
“Swing at it”이 아니라 “Swing through it”입니다.
(공을 향해 스윙하지 말고, 공을 지나가도록 스윙하라)
차츰 실제스윙이 끝나는 지점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거리도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후반쯤 가니 피니쉬가 어깨까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거리도 처음보다 2배 정도 늘었습니다.
“생각 하나 바꾸는 것이 이 만큼 차이가 나는군요.”
그 분의 말씀이었습니다.
18홀을 마치는 순간에도
그 분의 연습스윙과 실제스윙은 많은 차이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도 1번홀 보다는 그 차이가 많이 줄었습니다.
그 분이나 저나
그 줄어든 차이만큼 즐거운 라운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골프선생님의 고민
스윙레슨을 하다보면
일단 연습스윙의 교정에 많은 시간을 쏟습니다.
어차피 스윙이라는 것은
프로그램으로 묶여있는 하나의 동작입니다.
스윙을 교정한다는 것은
기존의 스윙을 뜯어 고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스윙프로그램을 입력시키는 과정입니다.
문제는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스윙프로그램을 작동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스윙프로그램이 예전의 스윙프로그램보다
훨씬 익숙해져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연습스윙을 많이 하게 합니다.
공하나 치기 위해서 최소한 3번에서 5번까지 연습스윙을 하게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프로그램이 익숙해 지니까요…
레슨을 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웬만한 운동능력을 가진 분이시라면
연습스윙을 제대로 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연습스윙을
어떻게 공이 있는 순간에도 가져올 수 있게 도와주느냐 입니다
사람마다 그 속도가 다 다르더군요.
어느 분은 한 순간에 가져오시기도 하고,
어느 분은 한달이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가지고 있습니다.
‘연습스윙이 좋은 사람은
어느 한 순간의 깨달음으로 좋은 샷을 할 수 있다.
그게 1분 후인지, 한달 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니 중요한 것은 제가 인내심을 잃지 말고,
재미있게 그 순간까지 같이 나아가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예전에 제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
저희 선생님 중에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으십니다.
“난 너희들에게 레슨을 하면서 한번씩 이런 회의가 들기도 한다.
내가 혹시 너희들을 연습장에서 공을 잘 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닌지…
중요한 것은 필드에서 공을 잘 치게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그때의 말씀이 저에게는 참 큰 교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하는 레슨도
가능하면 실전에서와 같은 환경이 되도록 노력합니다.
레슨 받으시는 분이 잘 가는 골프장이 있으면
그 코스의 1번 홀을 연상하면서 드라이버 연습을 합니다.
퍼팅레슨을 한다고 치면
아예 타당 천원짜리 내기를 걸고 저랑 맞대결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부족함과 아쉬움을 메우기가 참 힘듭니다.
그래서 오늘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하루를 마감합니다.
“언젠가 나만의 골프아카데미를 만들거야.
그 골프아카데미는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어야 해.
그래서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라도 레슨 받으시는 분을 데리고 나가서
필드에서, 실전상황에서 레슨을 해드려야지.
라운딩을 돌던 고객들도
내가 필드레슨을 나가면 멈춰 서서 구경하고 있겠지…
왜냐하면 그 분들도 가끔씩 나와 같이 필드레슨을 받으시는 분들이니까.”
꿈은 이루어 집니다.
그게 1년 후인지 10년 후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도 기분 좋은 예감을 가지고 하루를 마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출 처 : http://www.golfsky.com/
첫댓글 감사합니다..."필드에서 공을 잘 쳐야지..." 맞습니다...좋은 글입니다...
필드에서.....많은 골퍼들이 고민하는 문제죠
실전에 강하신 분들 게시죠 !! 돈이 걸려 있으니까 ㅎㅎㅎ
늘 좋은 글들 잘보고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심장에 팍팍 꽂히는 지적입니다. 연습장 스윙과 필드에서의 연습스윙은 좋은데..공만보면 스윙이 무너집니다 세게쳐야한다는 거리에대한 부담감과 잘맞아야할텐데 하는 두려움...이것들이 스윙을 망치게되더라구요. 지나간다는 스윙...내일 퍼블릭나가서 실험해보이겠습니다.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