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추천여행지/국내여행정보] 서산 웅도熊島
그동안 서산은 안면도로 가는 여행객들이 잠시 들러 밥을 먹고 가는 곳 정도의 대접을 받아 왔다. 한눈에는 바다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는, 겉에서 보면 질박한 농촌 풍경이지만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때 묻지 않은 순수한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하루의 절반 동안 고립된 시간을 보내는 웅도는 서산에서도 가장 순수한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웅도를 찾아서
긴 겨울이 끝나고 바지락을 수확하기 시작하는 4월이 되면 TV에 자주 등장하던 웅도의 모습은 어느 때부터인가 자취를 감추었다. 웅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아름다운 서해의 낙조를 배경으로 바지락을 가득 실은 소달구지의 행렬, 물이 빠지면 섬을 벗어나와 열지어 육지로 향하는 그 소달구지의 모습은 이 작은 섬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던져 주던 풍경이었다.
서선에서 이곳의 명물 6쪽마늘을 테마로 축제가 벌어지고 있던 초여름, 웅도를 찾아갔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뚫고 대산읍까지 가는 길은 잘 닦여 있어 기분 좋게 드라이브를 즐겼다. 대산교차로에서 오지리로 향하는 길목으로 접어들자마자 풍경은 큰 폭으로 바뀌었다. 같은 시골이라도 읍과 리는 레벨부터 다르다는 것을 말해주려는 것일까? 전원의 여유가 물씬 느껴지는 풍경이 펼쳐졌다. 논은 이미 모내기가 끝나 있었고 밭에는 수확한 마늘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한숨 돌리는 때였으므로, 풍경은 한껏 더 여유롭게 느껴졌다.
삼거리에서 ‘대산초교 웅도분교’라는 이정표를 발견하고 이를 따라 좌회전을 했다. 웅도리로 향하는 길은 섬이 아니라 숲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울창한 소나무 사이로 나 있는 좁은 길을 통과해야 했다. 반대편에서 차라도 오면 대책이 서지 않을 정도로 길이 좁았지만 상쾌한 소나무의 향기가 이를 보상했다. 과연 이런 곳에 섬이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숲속의 험한 길을 헤쳐가고 있는데, 갑자기 터널을 통과한 것처럼 시야가 확 트이고 드디어 웅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위.대산초교 웅도분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수가 비슷하다 아래.물이 빠지면 관광객은 섬을 빠져나오고 주민은 볼일을 마치고 섬으로 돌아간다
하루에 두 번 펼쳐지는 모세의 기적
웅도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곰이 웅크린 것 같은 모습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주변에 웅도를 내려다 볼 만한 높은 곳은 찾을 수 없었다. 소를 닮았다면 더 유명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섬의 외양은 웅도의 매력과는 큰 연관이 없다. 조수간만의 차 때문에 섬이 되었다가 다시 육지가 되기를 반복하는 것, 이 단순한 매력이 웅도를 수많은 풍경과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웅도는 바닷물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가, 하루에 두 번 문을 연다. 물이 빠지면 바다가 갈라지고 섬까지 곧장 이어진 길이 펼쳐진다. 그래서 이 작은 ‘모세의 기적’을 확인하기 위해 웅도를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웅도에 도착했을 때에는 아직 물이 덜 빠져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물가에 모여 있었다. 낚시꾼 한 명은 예전에는 연인과 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일부러 물때를 맞춰 오는 사람도 있었다며 껄껄 웃었다.
조약돌을 주워 물수제비를 뜨는 사람, 나뭇가지로 의미 없는 선을 그어대는 사람, 가만히 앉아 섬을 바라보는 사람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물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데, 어느새 물이 빠지고 웅도로 이어지는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는 이제부터 6시간동안 갯벌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관광객과 주민들이 웅도를 오가라고 허락할 것이다.
웅도의 왼편 끝과 이어진 길은 웅도를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 있었다. 물때를 기다린 것은 섬 안쪽도 마찬가지여서 길이 생기자 양쪽에서 사람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길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기 때문에, 양쪽에서 눈치를 보다가 교대로 한 대씩 건넌다. 차례를 기다려 웅도로 들어가는 길로 진입했다. 차창 옆을 바라보면 바다 위를 달리는 듯한 착각이 드는데, 이 때문에 차량들은 대부분 속도를 줄이고 조금이라도 더 오랫동안 이 즐거운 착각을 즐기려고 한다.
위.갯벌로 나들이 나온 아이들. 운동화가 갯벌에 푹 빠지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개잡이에 열심이다 아래.주민 김봉곤(52)씨가 찍은 소달구지의 행렬. 섬 주민들은 바지락을 캐며 공동체 생활을 해왔다고
사라진 소달구지, 그리고 여전히 반짝이는 갯벌
이곳은 불과 2,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바지락을 가득 실은 달구지가 썰물처럼 섬을 빠져나와 서산시를 향해 나아가는 진풍경으로 유명했다. 경운기, 트랙터 등 현대적이고 편리한 장비가 있는데도 마을 사람들은 왜 소달구지를 고집했을까? 그것은 바닷물의 염분이 기계를 부식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소달구지는 이곳 주민들에게는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든 유일한 운송수단이 되었고, 농촌의 풍경이라고 인식되었던 소달구지를 어촌에서 이용하는 독특한 모습이 유명해진 것이다. 아직까지도 서산 사람들은 웅도를 소달구지 마을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슨 까닭인지 최근 웅도에서 자라는 바지락의 양이 급격히 줄었다. 바지락이 줄면서 스무 대가 넘었던 소달구지의 긴 행렬은 점차 짧아지다가 이제는 만날 수 없는 풍경이 되었다. 지금은 가끔 한두 대 정도를, 그것도 바지락 캐기가 아닌 주민들의 개인 용무로 이용할 뿐이다. 천천히 둘러보아도 1시간이면 충분히 곳곳의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이 작은 섬에서, 소달구지의 행렬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은 왜 진즉에 웅도를 찾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런데도 웅도의 매력은 아직 남아 있다. 먼저, 웅도에 들어오면 반짝이는 갯벌의 풍경을 놓칠 수 없다. 아니, 놓치려고 해도 놓쳐지지 않는다. 물이 빠져야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섬을 찾았을 때에는 온통 갯벌이 펼쳐진다. 웅도 갯벌의 아름다움은 서해안에서도 손꼽힌다고 한다. 웅도는 가로림만의 섬들 가운데에서는 비교적 큰 편이어서 바다 저편에 떠 있는 고파도, 조도 등 귀여운 섬들이 내려다보인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웅도를 찾곤 했다. 봄에는 도다리, 여름엔 우럭, 가을에는 붕장어가 많이 잡힌다. 낚시도 재미있지만 여름과 가을에 웅도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순수하게 관광을 목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그래서 요즘은 갯벌 한구석에 관광객들이 직접 조개 등을 채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아 사람들은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현재 웅도에는 50가구, 200여 명이 살고 있다. 비록 바지락은 만나기 힘들어졌지만, 갯벌은 여전히 넉넉한 바다의 인심을 주민들에게 건넨다. 마을 주민들은 봄과 여름엔 갯벌에서 낙지를 잡고, 겨울엔 굴을 따서 생활한다. 가구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농업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가구당 1년에 8,0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의 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뻘뻘’ 흘린 땀의 양만큼 보답을 하는 갯벌은, 그래서 정직한 땅이다.
하루에 12시간씩 고립되다 보니 섬은 기다리는 일에 익숙하다. 6시간 뒤에야 물이 차므로 이 작은 섬을 돌아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래서 웅도는 천천히 걸으며 조용히 사색을 즐기기에 알맞다. 어디에선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와 따라가 보니,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이정표에서 보았던 대산초등학교의 웅도분교는 유치원보다 작은 규모였다. 자그마한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니 어느 곳보다 넓게 느껴졌다. 주민들 역시 웅도를 넓게 사용하고 있다. 그들은 이 작은 섬을 장골마을, 큰골마을, 큰마을, 동편마을 등 네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부르고 있었다. 웅도는 작은 섬이 아니라, 넓은 갯벌과 끝없는 바다를 끌어안은, 거대한 세계라고 말하는 듯하다.
TRAVEL INFO.
대중교통 동서울터미널(1일 3회 운행, 1시간 50분 소요)과 서울남부터미널(30분 간격, 1시간 40분 소요)에서 서산행 버스를 탄다. 서산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 웅도 방향 시내버스(1시간 20분 소요)를 이용.
동서울터미널 02-446-8000, 서울남부터미널 02-521-8550,
서산시외버스터미널 041-665-4808
자가운전 서울→서해안고속국도→당진 I.C→서산시 방향→대산읍 방향→오지리→웅도
웅도의 물때를 확인할 수 있는 곳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 www.nori.go.kr에서 오른편 ‘바다 갈라짐 정보’란을 클릭!
웅도 여행을 위한 몇 가지 힌트
맛동산의 영양굴밥
2006년 한국외식경영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음식은 맛동산의 영양굴밥이었다. 서해바다 청청해역의 영양굴과 호두, 콩, 밤 대추 등 12가지 잡곡을 섞어 함께 요리하는 영양굴밥은 서산 여행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맛이다. 따뜻하고 고소한 영양굴밥과 함께 먹는 청국장의 맛 또한 일품. 여기에 굴파전이나 갱개미무침을 곁들인다면 영양 풍부하고 맛있는 푸짐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메뉴 영양굴밥 1만 원, 굴파전 1만 원, 갱개미무침 2만 원
간월암
서산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간월암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암자로 물이 빠지면 들어갈 수 있다. 물이 빠지기 전에 웅도를 빠져나와 간월암에 들르면 시간이 딱 맞는다. 물이 차오르고 낙조가 바다를 붉게 물들여 마치 한 송이 연꽃처럼 둥실 떠 있는 간월암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변에 음식점도 많이 있어 조개구이, 굴밥, 밀국낙지 등 먹을 거리도 다양하다.
벌천포
벌천포는 조약돌이 파도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바다이다. 월척을 기대하는 낚시꾼들이 주로 찾는 곳이지만, 여름에는 한적한 해수욕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모인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절벽으로 둘러싸인 해변을 걸으며 예쁜 조약돌을 줍는 재미가 있다. 해안과 절벽, 작고 소박한 횟집들이 늘어서서 어우러진 풍경 또한 벌천포를 찾게 하는 이유이다.
첫댓글 양념간장에 비빈 굴밥
막걸리 한잔에 굴전
생각만해도 기운남니다
저도 굴전이 생각나는데 어딜로가야하나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