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blog/196C41114BE8974467)
<금정산성>
학창 시절이었다. 지금으로 부터 20년전 쯤이다.
"금정산 가볼래?"
뜬금없는 학회장의 거듭된 제의에 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 운동이라곤 하지 않던 녀석이 갑작스럽게 과대표를 맡고 있었던
나한테 던진 한마디였다. 소위 집행부 모임이란다.
산행이라곤 고등학교시절 황령산에 오른 소풍이 전부인
그때의 사정이고보면 금정산은 나에게 있어 커다란 벽과 같았다.
그때만 하더라도 산행이라면 끔찍한 노동쯤으로 치부하고 있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간결하고 뚜렷했다.
"안갈란다.."
감언이설로
두세번 제안을 해보지만 결국 내 대답은 결론진 상태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오빠 우리 같이가...."
헉!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
바로 전체 학년중 최고의 미인으로 알려진 J의 목소리였다.
사실 여부를 떠나 미인대회 입상 경력까지 있었다고 할 정도의
미모의 소유자....그녀가 동행의사를 물어본 것이다.
바로 대답하면 왠지 속보이는듯 싶어 짐짓 머뭇거리며
"그래 같이가자" 며
아주 아주 늦게 운을 떼었다.
물른 J가 같이 가자고 해서 사실 나선 길은 아니였지만
동기부여는 어느정도 된듯 싶기도했다. 물른 20년 후 지금 생각해보면 말이다.
산행은 쉽지가 않았다.
예전 외할머니가 개구장이 짓을 할때면 내보고 주로 한 말이 있었다.
"저런 쎄 빠질놈"
그랬다. 금정산은 나에게 있어
한마디로 쎄를 쏙 빼게 하는 그런 산이였다.
금강공원에서 케이블카로 올라
범어사로 내려가는 코스였는데 몇번을 쉬곤 했던 기억이난다.
고당봉에 올랐지만 힘들어 멍했던 추억만 있고보면
사실 그때 J인지 나발인지 그녀가 그렇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었다.
지금 앨범을 뒤져봐도 J하고 찍은 사진은 단체사진 고작 한장이였으니 말이다.
그때 그렇케 J에게 낚여 처음으로 올랐던 산이 바로 금정산이였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65BDD1C4BE74E0388)
<금정산 고당봉>
20년전 그렇케 쎄를 빼며 힘겹게 오르는 그녀석과
지금 힘차게 금정산을 달음질 하는 이녀석은 같은 놈이다.
뛰면서 내내 그때의 사항이 오버랩되었던
그날의 산악마라톤대회였다.
산길을 뛰는 산악마라톤은 역시 주로마라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산길은 임도 또는 오름 그리고 급경사의 길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 길을 내내 뛰고 걷는다 .
산악마라톤의 가장큰 특징은
자연과 함께하는데 있다. 같은 길이라도 아스팔트와
녹색빛 숲속길은 그 차원에서 다르다 할것이다.
산악마라톤의 진가는 자연과 함께 하는데 있다.
자연이 거칠수록 더욱더 깊은 매력을 선사하는게 산악마라톤의 진수일지 모른다.
사하라,아마존정글,남극마라톤의 공통점은 그 길들이
세상의 어떤 길보다 거칠고 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 길들에 대한 도전과 모험을 하려한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75BDD1C4BE74E048B)
<왼쪽 끝 희미한 봉우리가 고당봉>
노포동에 도착한 시간은 7시30분이였다.
이미 골인 지점인 어린이대공원에 차량을 주차한 뒤다.
부산산악마라톤클럽은 2008년 부산오산종주35KM 부분에 출전하면서
인연을 맺게된 클럽이다.
그때 9시간만에 완주하면서 산악마라톤에 대한 재미를
한껏 안아들었는데 그때의 인연으로 회원으로 등록하여 지금껏
눈팅만 하고가는 유령 회원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소속이 두개다.
장유마라톤클럽과 부산산악마라톤클럽이 바로 그것인데
한군데는 회비를 내고 한군데는 회비를 안낸다는 차이점이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056C2144BE745F03D)
<노포동사거리 출발전 오른쪽 끝 '쎄빠질놈'>
면면을 보니 산악마라톤클럽에 안면 깊은 분들이 제법 계신다.
그분 들이야 날 몰라도 눈팅족인 나로서는 금방 알아본다.
신영우씨가 건네준 배번을 달고 출발선에 선다.
오늘 구간은 노포동사거리-계명봉-고당봉-백양산-어린이대공원 총 30km 구간이다.
부산오산종주중 일부 구간이다. 제한시간은 8시간
부산오산종주는 총 65km인데 해운대에서 시작해 어린이대공원까지다.
그중 35km 구간은 이미 뛰어본바가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13945194BE8A5286F)
<계명봉 가는길, 뒷꼭지를 이쁘게 찍어 주었다.>
영남알프스 문복산옆에 위치한 옹강산은 참 나하고 인연이 없는 산중 하나다.
세번을 갔는데 세번 모두 실패했었다.
비오는날 길을 몰라 샛길로 가서 하산을 했고, 두번째는 각오하고 올랐지만
컨디션 악화로 시작부터 하산했고 그리고 세번째는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
입구에서 역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참 궁합이 안맞는 산이 옹강산인데
이후 다시는 찾아가지 않는다. 어찌 되었던 나하고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계명봉 또한 나하곤 참 악연 질긴 봉우리다.
낙동정맥을 이어가면서 계명봉으로 가야할 길을 장군봉으로 애돌아 간적이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 도전에서도 마법에 이끌린듯 장군봉 언저리로 돌아버렸다.
결국 계명봉을 빠뜨리고 녹동교로 걸어가 낙동정맥 마루금을 이었던 기억이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92558154BE8BADF06)
<산악마라톤의 매력은 산길을 걷는데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계명봉에서 장군봉으로 마치 N극이 S극을 만난냥 거침없이 내달려 버렸다.
"어....사람들 다 어디갔어?"
내가 늦다 하더라도 무리들 꼭지라도 보여야 하는데
아무도 안보인다.
그제서야 헛탕친 사실을 알며 후회하지만 이미 알바한 후다.
기록 경기에서 지형을 숙지못한 불찰이다.
계명봉 내려서 좌측 임도길을 갔어야 했는데 바로 직등해 버린거다.
한참을 애둘러 걸었다.
고당봉에 오르고서야 그 사실을 알았으니
산길 네비게이션이라며 누구누구에게 항상 자랑하고 다녔는데
이제 꼬랑지 내려야 할 판이다.
그래도 알바한 길이지만 그 나름대로 즐거움이다.
심장의 뜨거움을 조금 더 즐겼으니 오히려 더 나은 추억이라 자위해 본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13945194BE8A7B972)
<계명봉은 처음 올랐다. 이미옥님이 이쁘게 찍어 주었다.>
20년전 추억을 되새기며 한참 뛰고 또 뛰었던 금정산 마루금이다.
고당봉에서 남문까지 10여KM 구간은
이 대회에서 주는 최고의 코스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산철쭉이 화사하게 핀 그 길들 위에서 제법 신나게 뛰었든것 같다.
30KM을 제한시간 8시간을 주었지만 마라톤에 심취한 사람들이라면
사실 크게 어렵지만은 않을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만만한건 결코 아니다.
주로 내내 1분이상 엉덩이를 쉰 경우는 만덕고개에서 김밥 반줄 먹을떄가
전부였다. (신영우씨가 몇개 뺏어 먹었다.)
30KM 주로에서 먹은거라곤 떡2조각,김밥 반줄뿐인데
그것도 뛰면서 먹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25F2E244BE8EEB45A)
그날 오신 많은분들은 대부분 6시간 이내에 주파하는 고수들이였지만
LSD겸해서 참여하고자 했던 헐랭이 주자에게 있어서는 결코
쉬운일이 아니였다.
모두 완주하고 별탈없이 끝냈다고 해서 그게
예사로 하는일은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 울트라를 위해 무척이나 오랫동안 준비를 했었다.
개인 체력 훈련과 더불어 50km 부터
그리고 부상까지 이겨내며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마침내 100km을 뛰어 내었다.
나같은 헐랭이가 가면 완주하고 돌아오니
울트라가 쉽다고 여겨질만도 하다. 하지만 나역시 눈물 쏙 빼는 과정이 있었고
지금도 개고생 울트라는 ~ing 일뿐이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364ED114BE74B5A7D)
<구비구비 이어진 저 임도길을 뛴다.>
그날 많은 등산객들이 금정산을 찾은것 같다.
"제정신도 아니네"
소실적 끔찍한 노동쯤으로 생각하며 올랐던 금정산을
동질시하게 생각하며 오르는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그사람들의 견지에서 보자면 우린 제정신이 아니여야
옳지만
그건 철학의 차이 일뿐이다.
그날 그길을 뛰었던 그사람들은 지극히 제정신이였음을 밝힌다.
혹자의 아주머니가 그러더라
"저 사람들 힘 좋겠다"
뛰면서도 순간 의문부호가 생긴다.
뭔힘 ?
![](https://t1.daumcdn.net/cfile/blog/1564ED114BE74B5B80)
<오름은 늘상 재미를 준다>
불태령이란다.
마의 구간이다. 시험에 들게 하는 아주 지루한 구간이라 보면 된다.
백양산으로 오르는 가장 난코스다.
힘들었다는 표현보다 지루했다는 말이 어울릴 구간이라 보면 된다.
힘든건 마라톤 자체가 힘든거지 코스가 어려운건 아니다.
이후 부터는 지루함에 대한 보상인냥 낙동강이 한눈에 조망되는
탁트인 전경을 선사해준다.
힘들어도 힘들다는 내색이 안날 정도의 보상된 풍경이다.
그날 날씨가 좋았든건 참으로 복이 아닌가 싶다.
파릇파릇 잎새 가득 연녹빛 빛깔로 갈아입은 그날의 백양산
화사하게 피어난 산철쭉 임도길의 금정산
그 봄의 향연을 바라보며 힘껏 땀흘린 그때의 순간들이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37177154BE8AE17AF)
<불태령에서 오르는건 정말 지루하다. >
백양산에서 금정산 고당봉까지 한달음에 간다하면
사람들 말리곤 했었다.
갈능력도 안되었지만 짐짓 호기를 부리며
간다고 하니 '미친' 운운하곤 했었다.
그런데 오늘 그 길을 한달음에 뛰어 버린 역사적인 날이다.
20년전 처음 올랐던 금정산의 추억이나
그후 수차례 올랐던 금정산의 추억들이나 모두 공통점은 '힘들었다'라는 사실이다.
변하지 않은건
금정산이다.
20대의 청춘이나
불혹의 나이건 내가 오늘 서 있는 이 금정산만이 그대로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864ED114BE74B5C82)
<백양산>
사실 클럽 게시판이 아닌 마라톤온라인을 통해 이 대회가 있음을 알았다.
부산산악마라톤클럽에서 주최하는 부산오산종주 30KM 대회가 있음을 인지한건
이미 접수기간을 2틀이나 지난후였다.
뒷차 타는 심정으로 신영우씨에게 문자를 보내니
"환영합니다"라는 답변이 온것이다.
이번달 30일 태화강울트라대회를 준비하며 나름 LSD 삼아 코스를 염두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날 대회에서 멋진 추억을 안아 들었다.
LSD 수준이 아닌 대회 이상의 멋진 감동이였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327C21D4BE8B33369)
![](https://t1.daumcdn.net/cfile/cafe/116398244BE9EDAD64)
사진은 주단 이미옥님 / 낙동 문상욱님 / 오산 이수갑님의 사진 빌렸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156F61C4BE8B52791)
첫댓글 멋져부러!!!~~~삼종 같이할날기대하며(복장은 완전아이언맨이구만요.싸이클만준비하면되나~~)삼규씨화이팅!!!
삼규씨 영자누님에게 지금 꼬이면 안됩니다. ㅎㅎㅎ
이미 꼬이가꼬 수영 부지리 하고 있습니다.
멋져부러!!!~~~ 저도 lsd 아니였으면 한번 가볼까 했었는데... 내년에 한번 참가 해볼렵니다 하지만 lsd도 즐거웠다면서리..
이런 대회가 있었는지 몰랐어요. 나도 가고 싶다 금정산...^^
담엔 함 도전 해봐야지... 대단히 수고 하셨어요.
사진도 잘 찍어시고, 달리기도 잘하시고... 계속 놀래키시네요...ㅋ 화이팅!!!
축하 드립니다. 삼규씨는 몬하는기 뭐요
꽃도 좋고 ~
나무도 좋고 ~
바람도 좋고 ~
길 위에 있으면서 봄의 절정 오월을 달렸군요..
숲속 가득 행복하셨으리라 ~
멋져부러!!!~~~만물박사님 화이팅!
좋은구경 많이 했구먼요 축하합니다. 빠른 회복 하세요.
계속되는 내공!...... 수고 많이 했으이!....삼규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