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30. 금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어느덧 한해가 저물고 있다.
작년에도 이런 얘기 하면서 송년사 비스무리한 글을 쓴 기억이 나는데, 그새 한해가 또 흘러 버렸다. 씨바 나이는 왜 자꾸 먹고 지랄이야.
그래도 졸라 행복하다.
돈이 쥐뿔도 없어서 살기도 팍팍하고 위대하신 가카는 아직도 건재하지만, 그래도 작년 이맘때에 비하면 내 주머니속에는 희망의 잔고가 훨씬 더 높아져 있단 말이다. 정치권은 아직도 뻘짓에 여념이 없고 한미FTA는 시시각각 우리네 가난뱅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지만, 그래도 희망은 늘어났다.
희망은 언제나 그렇듯이 도둑처럼 왔다.
아니, 우리 안에 살그머니 숨어 있던 희망이 처절한 분노와 절망을 비집고, 끈적거리는 교착상태를 깨고 다시 솟아 나왔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내년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바로 거기서 이 얘기가 시작된다.
시작은 나꼼수였다.
숱하게 망해버린 딴지의 다양한 헛발질중의 하나로 또 엎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사람들은 나꼼수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견고하게만 보이던 가카일당의 성벽은 불을 뿜는 나꼼수의 화력 앞에 곳곳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그 균열은 우리쪽에서 보면 코미디, 저 쪽에서 보면 졸라 슬픈 비극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그 시작은 가카의 미니미 오세훈에서부터.
돌이켜 생각해 보면 강용석 따위는 근처에도 못갈만한, 채플린에 버금가는 희극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상천외한 코미디를 연발하던 오세훈은 결국 총수랑 친구먹는 거 말고는 아무런 성과도 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최근엔 무슨 등산 하다가 디스크가 걸렸다는 둥 하는 소리까지 들린다. (남자가 허리 상하면 그걸 어따 써~)
무려 25.7% 라는 강렬한 투표율을 보이고 사라져간 오세훈의 뒤를 이은 코미디는 얼짱 나경원 여사.
나경원을 우리가 발라 버릴 수 있었던 원인은 딱 두 가지로 귀결되는 거 아닐까 한다.
하나는 막강한 안철수의 바람이 박원순에게 쳐준 버프. 또 하나는 위대한 누나전문 기자 정통 시사 주간지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가 나경원에게 걸어버린 막강 디스.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진은 주진우가 나경원에게 했던 얘기들이 다 구라라고 입에 거품을 물었지만, 그건 지 발등 찍기였을 뿐이다. 주진우가 한 얘기는 딱 하나, ‘나경원은 모 피부과에 자주 갔는데, 그 피부과에서 피부관리를 받으려면 연회비 일억을 내야 한다더라~’ 라는 거뿐이다. 여기 어디 구라가 있어? 나머지는 다 제 발이 저린 나경원측에서 한 소리일 뿐이다. 나경원이 오백을 냈는지, 이억을 냈는지 누가 알아?
어찌 되었거나 나경원은 오세훈의 뒤를 이어 침몰했고, 이제는 언론에 노출도 안되고 있다. 재기할 수 있으려나… 스트레스로 인해 비싸게 손질한 피부가 망가졌을까봐 안타까운 심정을 전하는 바이다.
가카를 향한 나꼼수 4인방의 충정은 갈수록 화력을 더해갔고, BBK는 다시 살아나 꽃을 피우고 있으며, 내곡동은 가카의 아들넘까지도 휘청거리게 만들었으며, 저들은 이제 나꼼수를 어찌하지 못해 안달복달이 난 상태까지 와버렸다.
우리의 목줄을 죄게 될 FTA는 비록 의회에서 최루탄 가루를 뚫고 생 날치기로 통과되었으나 믿었던 미국이 발효를 연기시켜 버리는 바람에 가카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고 있고, 80%가 넘던 FTA 찬성 여론은 과반 이하로 떨어져 버렸다.
거기에 더해진 나꼼수의 추가 일격. 디도스 사건.
이건 그냥 디도스 사건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이다. 그런 선관위의 업무를 무력화시킨 사건이란 말이다. 권력에 의한 헌정중단사태이며, 정상적인 국가라면 정권퇴진이 논의되어야 하는 수준의 대형범죄란 말이다. 애써 아닌 척 못본 척 하면서 넘어가려고 하곤 있지만 사실상 디도스 한 건으로 나꼼수에까지 출연했던 자수성가형 독불장군 홍반장까지 날려버린 상황이 되어 버렸다.
돈은 오가지 않았다 → 천만 원이 주어졌다 → 일억이 주어졌다. 이건 무슨 점층법도 아니고…
관련자들도, ‘일개 의원 운전수였다’, ‘술김에 한 짓이다‘에서 출발하더니, ‘국회의장 비서가 관련되었다’, 결국엔 ‘청와대 행정관’까지 등장. 알고보니 그 행정관은 홍준표의 인터넷 담당 비서 출신으로 청와대에서 기밀비까지 쓰는 인터넷 여론 관리 담당자였다는 얘기다.
이거, 결국 최종보스 가카에까지 연결이 안 될 거 같은가?
진짜 기스 많이 난다.
가카의 사촌처남, 손윗동서, 심지어 만사형통의 상왕 이상득 전하에게까지 검찰의 손이 내밀어지고 있고, 총체적으로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는 거 같다. 하기사, 워낙에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다 보니 뭐 이런 잔챙이들이야 감방이 미어터지도록 잡아들여도 부족할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희망찬 상황 속에서도 뭔가 흐릿하게 보이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멀거린다는 얘기다. 꿈자리가 뒤숭숭할 정도라고..
결국 그네공주가 문제다.
아, 그네공주가 문제라고 하니까 보통 생각하는 대로 그네가 또 구원투수로 등장해서 판을 뒤집고 한날당을 기사회생시킬 것에 대한 걱정인가 보다, 하고 넘겨 짚을 수도 있겠는데 그런 얘기 아니다.
문제는 우리에게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정확하게 25년 전.
우리는 엄청난 실수를 했다. 전국이 들불처럼 타올라 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치고, 그 결과 대머리 독재자가 항복을 한 적이 있었다. 세상은 밝아지고 새로운 시대가 오는 줄 알았었다.
그리고 보통사람이 등장하더니, 6.29 선언이라는 희대의 사기술을 선보였다. 그리고 우리는 지리멸렬하면서 양김의 분열을 필두로 무너진 독재자의 권력조차 회수하지 못하고 이름만 바꾼 독재가 연장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 메카니즘은 뭐였을까?
핵심은 포커스다. 핵심을 담아서 시선을 집중시키는 포커스가 잡히면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독재타도 호헌철폐는 그 포커스로써 아주 훌륭했다. 그렇다면, 6.29 선언으로 그 포커스는 달성되었는가?
호헌은 철폐되고 개헌이 되긴 했다. 그런데 독재타도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렇게 세상을 억압하고 때려잡고 망쳐먹던 대머리 독재자에 대한 타도는 어디로 스물스물 사라져 버렸는가? 포커스는 6.29의 주인공 보통사람에게로 돌아가 버렸고, 전두환의 책임은 백담사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독재를 타도하려면 독재자 일 인이 아니라 그가 이룩해 놓은 모든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타도로 이루어져야 했는데, 그저 일개인이 절간으로 숨어 버리면서 마무리 되어 버렸다.
사람들의 관심은 개헌 이후의 총선으로 돌아섰고, 노태우는 막강한 위력으로 선거를 조작해서 결국 양김의 분열을 이끌어 내고, 대통령 자리를 훔쳐갔다. 권력을 훔쳐갔단 말이다.
가카의 시대는 조만간 막을 내린다. 우리의 포커스는 어디에 있을까?
가카가 망쳐먹은 이 나라의 비극적인 현실을 보자. 멀쩡한 강들을 파헤쳐서 수도권 주민들이 냄새나는 수돗물을 마셔야 하고, 전기는 부족해서 간판을 일찍 켜면 벌금을 물리겠다고 덤비는 세상이 되어버린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 것인가?
예정보다는 좀 빠르지만 한나라당은 이미 그네공주 체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때 공주님이 나타나서 뭔가 획기적인 제안을 하고 시선을 집중시킨다. 모든이의 관심, 모든 언론의 관심은 그네공주에게로 쏠린다. 심지어 등장하기 전부터도 모든 관심이 그네공주에게로 쏟아지는데, 등장하고 나면 어떨까.
형광등 백 개의 아우라를 풍기면서 포커스를 가져가 버릴 것이다. 결국 전체 판때기는 공주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며, 공주와 안티공주의 싸움이 되어 버린다. 이래선 될 일도 안 된다. 장사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포커스를 잡고 늘어져야 한다. 아젠다를 이 쪽에서 선점해야 된다는 얘기다.
우리가 끝까지 붙들고 늘어져야 할 상대는 지리멸렬하는 한나라당도 아니고, 세상물정 모르고, 해본 게 없어서 아는 것도 없는 공주도 아니란 말이다.
바로 가카다.
이 나라를 이렇게까지 망쳐먹은 넘도 가카고, 국가를 자기 수익모델로 생각하는 일당도 가카 일당이며, 온갖 비리와 협잡의 중심이 되는 가족도 가카의 가족이다.
촌으로 내려가 행복하게 살려했던 전임자를 파렴치범으로 몰아 죽인 정말 씨바스런 넘도 가카고, 국가기관인 검찰을 자기 팔로 부려먹으며 멀쩡한 사람들을 법정에서 고통받게 만든 넘도 가카고, 세계적으로 국격을 땅바닥에 패대기를 쳐서 대한민국을 글로벌 호구로 만든것도 가카 정권이다.
지금 당장부터라도 디도스 사건을 “권력에 의한 헌정중단 사태”로 규정하고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야 하며, 내곡동 사건을 권력이 국가의 예산을 들여 사재를 축적하려고 한 권력형 땅투기 부패사건으로 규정을 하고 천만인에게 서명을 받아서라도 검찰에 고발을 해야 하며,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감사를 통해 동지상고 출신들이 어떤 기업을 통해 얼마나 돈을 띵겨서 가카에게 헌납했는지를 조사해야 되고, 비명에 숨져간 천안호 승무원들은 도대체 왜 죽어가야 했는가를 전면 재조사 해야 되는 게, 바로 지금의 당면과제란 말이다.
이렇게 할 일,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기껏 공주놀이나 할 생각이란 말인가?
그네공주는 그냥 누나전문기자 주기자에게 맡겨 놓으면 된다. 박정희로부터 그네공주로 이어지는 유구한 깔 거리들을 아마 박스로 쟁여놨을 거다. 그게 공개되는 순간 공주님께서는 눈사람처럼 녹아내릴 거다.
저들이 원하는대로 짜여진 판에서 놀지 말자.
저들이 이끄는 대로 시선을 돌리지 말자. 강아지도 아니고 말야.
전면에 나선 그네공주가 어떤 미끼를 던져 포커스를 옮겨가려고 해도 눈도 마주칠 필요도 없다. 어차피 다 수십 번 이상씩 써먹은 썩은 수작을 또 펼칠 게 뻔한데 도대체 뭘 기대한단 말인가.
우리가 그렇게 포커스를 옮겨 버리면, 가카는 따스한 햇살에 스러지는 안개처럼 사라진다. 뭐 가카가 사라지는 거야 당연한 얘기지. 때가 되면 누구나 역사에서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카가 저질러 놓은 일들에 대한 책임까지 사라지면 안된다. 절대 안 된다. 정말 큰일난다.
책임은 지라고 만들어 놓은 거고, 책임을 안 지는 게 반복되면 우린 망한다.
포커스를 유지하고, 아젠다는 우리가 설정한다고 외치며, 해야 할 일들을 해 나가야 된다. 제2의 6.29 아니, 당시에는 “속이구”라고 불렀다. 그런건 다시 하면 안된다. 그런 허튼 수작에 또 넘어가서는 절대 안 된다.
한넘만 패자. 끝까지 패자. 패고 또 패서 다 토해놓을 때까지 패자.
그렇게 확실하게 패놔야, 다시는 쥐는 살찌고 인간은 굶는 시절이 오지 않는다. 그렇게 패놔야, 공주고 뭐고 무서워서 꼼짝도 못할 것이다. 마르고 닳도록 한넘만 패자. 그것도 인상쓰면서 패면 힘들고 지겨우니까 해맑게 웃으면서 패자.
원래 웃으면서 패는 게 더 무서운 법이다.
밝아오는 새해에는 그렇게 신나게 웃으면서 한넘만 팼으면 좋겠다.
실제로도 그렇게 될 거 같아서 밝아오는 새해가 정말 기다려진다.
첫댓글 꼭들 읽어보시길..
아젠다를 선점하는거 중요합니다 저들이 가카와 선을 그으려할수록 더욱 가카에게 집중해서 블랙홀에 쓸려가게 만들어야죠 ㅋㅋ 좋은 신년사입니다.
좋은 글....
역시 딴지일보다!ㅋㅋ
음... 의미심장합니다. 잊지 말아야지...
역시 총수!
역시 구구절절 옳은 말씀. 일단 명바기 한 놈만 졸라, 졸라게 패버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