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늘 그리웠었습니다.
이렇게 자전거 줄지어 세워두고.. 머리를 맞대고...
한 눈에 보이는 시선 안에 앞 사람을 두고 바라보는 풍경은 또.. 얼마나 그립던지...
지금 통과하는 이 마을..
그 땐 갓 심어진 어린 모가 물 가득한 눈에 줄지어 나란했었는데요..
몇 달 사이 어느새 저리도 자라 새파랗게 빽빽해졌습니다.
자연은 하루도 허투루 시간을 보내는 날이 없었나봅니다.
1시간여를 달리고 달려 드디어 첫번째 휴식..
거친 질감의 다리 난간 너머 강변엔 주황색 벽돌 하치장이 있었습니다.
바투 대놓은 커다란 배 속에서 끝도 없이 지고 올라오던 무거운 어깨짐...
너무도 생생한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저 다리 난간에 기대러 잠시만 이렇게 서 있어도..
위태위태.. 곧 잠길 것 같은 모래선을 볼 수 있을겁니다..
목화꽃, 목화솜..
노래 한자락 절로 나오는 풍경이었구요~ ♪ 목화밭, 목화밭..
구름 가득한 환러구에 도착했습니다.
제법 이른 시간임에도 버스에선 많은 사람들이 꾸역꾸역 쏟아져 나오고..
그 사람들은 일제히 환락의 골짜기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자전거 타기 좋은 날씨는 동시에 팽팽 도는 놀이기구를 타며 소리지르기에도 좋은 날씨일테지요~~
커피 자판기는 아직 들여놓지 않고 있었고, 대신 새로운 간식거리가 등장해있었습니다.
음... 문어 아닌 낙지가 들어있다는 그 동그란 것은.. 기대보다 맛있었습니다.
단숨에 2그릇을 비우고..
또 2그릇을 챙겨 담아 그 곳을 떴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갈밭 위에서 시원한 맥주의 안주로 화하였습니다!!!
이렇게 작은 판을 벌리고 앉은 이 곳은...
바로 천마산 코밑이었습니다.
절대 가까와지지 않는 거리 그 만큼에서 도도하던 천마산을 이리 가깝게 보다니요..
그 산과 탑을 배경으로 출석부를 담아봅니다.
오늘 첨으로 오신 분.. 마치 오래전 부터 자전거 벗이었던 듯.. 그렇게 친숙한 분위기었습니다.
그리고 말이 필요없는 두 분..
캔도 비었고.. 잠시의 담소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이 길은 또 첫 길..
척후병처럼 앞서 길을 탐색하던 깜장전사님의 OK싸인이 떨어졌지만..
음.. 저 길은 위태롭게 보였습니다.
고작 대나무다리라니요...
음.. 건너고 있는데 다리 중간에서 부서지면 어떻하지...?
그렇지만 저렇게 자전거 까지 메고서도 괜찮다면... 설마 내가 건널 때 부서지기야 할라구... 용기를 냈습니다.
이처럼 외딴 물가 맨 끝집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늘어져 있는 가재도구와 울타리 안의 부추와 상추의 어린 싹이.. 그런 것 같았습니다.
끈으로 엉성하게 묶어 놓은 네 가닥 대나무 다리..
괜찮을까...
괜찮았습니다. ㅎㅎ
남자분들 자전거 두 대씩 옮기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건너고 나니.. 무성한 풀들로 길은 보이지 않고.. 첩첩산중 인 듯 했습니다.
그런데.. 재밌었습니다. 밀림을 헤쳐나가는 기분~!
이 곳은 저 외딴집에 딸린 뒤꼍이 분명했습니다.
콩이야... 호박이야... 거칠게 영글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언덕만 오르면...
하하.. 천마산 아래 외딴집, 그 험하고 좁은 길은 참 스릴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청보리밭 푸르게, 혹은 누렇게 넘실거리던 그 곳엘 도착했습니다.
지금은 알알이 이삭이 팬 착한 벼들이 넘실대고 있었습니다.
땅이 기름진가 봅니다. 쉴 틈 없이 무언가를 키워내고 있으니까요...
거친 이 길도 그리웠습니다.
늘상 멈춰서던 그 자리에 다시 와 서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그리고 가을은 가을대로 철철이 달라지는 그림들...
이 밭에 보리가 푸르고 노랬었는데.. 지금은 콩잎이 지천이었습니다.
물 마를 걱정 없을 것 같은 이 논에도 포근하게 벼들이 자라있습니다.
이제 늘상 숨 돌리며 쉬어가는 곳..
글쎄, 담장 안의 대나무가.. 몰라볼 만큼 빽빽히 자라 깜짝 놀랐습니다.
그 그늘이 꺼멓게 짙은 것이.. 여름 비를 맞고 쑥쑥 자랐었나 봅니다.
담장 겨우 넘던 그 삐죽한 죽순을 본 적이 불과 볓 달 전인데 말이죠...
여기서 비를 만나고..
아카시아 나무 아래서 그 비를 피할 동안..
자전거들도 나란히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이제 식당을 찾아 나오는 길..
이 길도 참 이쁘고 멋진데.. 그래서 또 한 편 멈추고 싶지 않기도 했습니다.
배부르고 따뜻하게 밥을 먹고 난 후, 단체사진~
늘상 지나다니던 어느 집 앞..
개 소리만 들리더니 오늘은 호미를 들고 땅을 갈고 계신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주름 가득한 얼굴로 사람 좋게 웃으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그가 가꾼 수세미와 배추와 부추와 콩...
안 오던 사이 새끼 강아지도 한 마리 늘어선 까불까불대고 있었습니다.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 이 다 반가웠습니다...
음.. 이 마을 또한.. 쥐 풀방구리 드나들 듯 꼭 지나치던 곳.
역시 아이스크림 하나 바수어먹고 잠시 앉았습니다.
여기서 깜장전사님이 그러십니다.
"추억의 라이딩 모듬 세트를 돌아보니 어떠세요?"
아이유... 말 할 것도 없이 굿이지요...
날씨 좋고, 경치 좋고, 사람 좋고...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 마을을 벗어나 또 하나 남은 오프로드를 향해 가는데..
물 옆으로 새 길이 생겼습니다.
와우... 거울 같은 물에 반영이.. 얼마나 이쁘던지요...
심지어 저 집을 아지트로 삼아봐? 라는 제안까지 나왔습니다. 고기도 구워먹고...
음.. 근데.. 적당히 멀리서 봐서 이쁜 그림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창에 문도 없이 뚫려져 있고.. 귀신 나올 것 같아 들어갈 수 조차 있으려나 모르지요..
간간이 비 지나가는 오늘은.. 하늘도 멋진 날이었습니다..
이제 오늘 마지막 남은 오프로드입니다.
저 딱딱한 흙길을 뚫고 나가면 또 언제 털털 우당탕... 정신없고 짜릿한 이런 길을 달릴 수 있을지...
커다란 바퀴자국 대로 골이 져 버린 황토색 이 길을
집중하여 달렸습니다. 하하, 좀 무섭거든요...
힘차게 출발하는 좋은 사람들...
오늘 함께하여 정말 고맙고 즐거웠습니다~~
키 보다 훌쩍 높은 억새 비슷한 풀이 길 옆으로 살랑거리고 있었습니다...
역시 라이딩은 상해가 최곱니다!!!
아, 돌아오는 길은 그야말로 무한질주였습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밟았지요?
그러고도 낮 동안 얼마나 여유자적 유람을 했는지.. 미처 다 안 왔는데 날이 어두워져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라이트 켜고.. ㅎㅎ 참으로 오랫만에 저녁까지 달렸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따듯한 저녁식사..
모두모두 너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제가 중국 와서 가장 잘 한 일이..
상해 자전거 모임에 들어온 일입니다. 단연코!!!
아름답고 긴 하루였습니다...
첫댓글 신참입니다. 자전거 모임 멋지다~~~~ 사진, 후기 모두 훌륭~~~~ 파란공님, 요번 주말에도 또 오세용~~~~ ^^
땡댕이님도 장거리 첨이란게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하셨습니다~~~~~ ㅎㅎ 근데.. 쪼,,금 멀죠? ㅋ
마자요.. 땡땡이님 뺑끼 치시는거 같어.. 처음인데 그리 잘 타나..
어이~ 친구? 내 뭐.. 손줄 알았나?.. 뒤에서 막 몰더고먄..이랴~이랴 이러믄서리..
어이~~~~깜장, 너무 그러지 마시게.... 난 괴롭다네....기억(?)이 안나~~~~ 우찌 이런일이....ㅠㅠ 암튼 고생했네.... 또 보세 ^^
풍경이 참 멋있네요~~그림같아요~~
자전거 여행 사진만 모아서 전시회 한 번 하세요... 상하이 산지 몇 년이지만 듣도 보도 못했던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보고입니다. 여기는... 혼자 보기 아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