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성인의 약 2~4%, 아동의 5%가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환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ARL 연구소는 ADHD의 원인으로 △독성 금속 노출로 인한 구리(미네랄) 불균형 △미네랄과 비타민 결핍 △과도한 설탕 섭취 △항생제 남용 등을 지적했다. ▲이 연구소는 “특히 항생제와 설탕 남용이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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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환자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주장이 17일자 조선일보 ‘독자의견’란에 실렸다. “만18세 이하에 ADHD 진단을 받은 환자만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되고, 성인일 경우엔 여기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ADHD는 아이와 청소년들한테 주로 나타나는 질환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전체 성인 인구의 약 2~4%가 ‘성인 ADHD 환자’에 해당한다”고 했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이 비율에 대해 “어린이 ADHD 환자 비율(5%)의 절반 가량에 해당한다”며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ADHD가 나이를 막론하고 발생하는 원인은 뭘까?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신경화학적, 유전적, 환경적 요인 등 몇 가지 주요한 요인이 연관돼 있다고 여겨진다”면서 “한 가지 원인에 의해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상황이 종합적으로 ADHD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와 동시에 “명백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나이 관계없이 ADHD 진단… 원인은?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ARL(Analytical Research Labs) 연구소’는 ADHD의 원인으로 신체 내, 외부의 환경적 요인을 꼽고 있다. 이중 신체 내부의 불균형을 일으키는 요소로 연구소는 △독성 금속 노출로 인한 구리(미네랄) 불균형 △미네랄과 비타민 결핍 △과도한 설탕 섭취 △항생제 남용 등을 지적했다.
이 연구소는 “항생제 남용이 미네랄 불균형, 과도한 설탕 섭취 등과 합쳐지면 아이의 행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항생제를 많이 복용하면 그만큼 ADHD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항생제 남용과 설탕 과용이 ADHD의 주요 원인”
항생제는 정상적인 장의 미생물을 죽이고, 면역 체계를 약화시킨다. ARL은 “항생제 남용이 △구리 불균형 △과도한 설탕 섭취 문제와 결합해, 유해 세균인 ‘캔디다 알비칸스균’(Candida albicans)을 성장시키는 완벽한 환경을 만든다”고 했다.
캔디다 알비칸스균은 체내의 소장에 있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ARL은 “이게 과도하게 많아지면 알콜 성분과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 처럼 인간의 행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독성을 만들어낸다”면서 “반복적으로 항생제를 복용하는 아이들의 장 속에 캔디다균이 과잉 성장하는지 반드시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RL은 “대부분의 의사와 심리학자들은 아이들의 캔디다균을 살피지 않기 때문에 이를 발견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소는 나아가 “항생제 남용은 세균의 내성을 키워 만성적인 감염에 시달리게 한다”면서 “만성 감염은 만성피로, 과민성 및 집중력 저하에 기여해 아이의 학교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약사와 의사들이 환자들을 상품으로 여겨”
지금까지 항생제는 중이염 같은 경우에 꼭 써야 하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ARL은 “항생제는 다양한 곳에 쓰이지만, 많은 경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 근거로 ARL은 1991년 미국의학협회보(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실린 연구 결과를 들었다. “아목시실린(Amoxicillin)을 사용해 중이염 치료를 받은 아이들이, 항생제를 쓰지 않은 아이들보다 재발률이 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아목시실린은 합성 페니실린으로, 항생제의 일종이다.
ADHD 약물 치료와 관련해, 보다 충격적인 주장도 있다. “약품을 팔기 위해 제약회사와 의사들이 환자를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 의대 교수인 마르시아 앤젤(Marcia Angell) 박사는 “약품 시장 중에서도 가장 큰 블록버스터 시장은 향정신성 의약(psychoactive drugs)”이라면서 2009년 1월 15일 ‘뉴욕 리뷰 오브 북스’(The NewYork Review of Books)에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생화학적 균형이 정신의학적 상태를 좌우한다’는 이론은 ‘향정신성 의약’의 사용을 정당화시켰다. 그런데 이같은 이론은 아직까지 아무것도 증명된 바가 없다. 여기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바로 어린이들이다. ‘당신의 아이가 아프다’면서 의사가 약물치료를 권하는데, 어느 부모가 ‘NO’라며 이를 거부할 수 있겠는가.”
“당신의 아이가 아프다며 약물치료 권하는데…”
앤젤 교수는 대표적인 사례로 ADHD를 들었다. 그는 “이 증상은 어린이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1994년~2003년 사이에 무려 ADHD 환자가 40배나 늘었다”고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를 인용했다. 앤젤 교수는 “문제는 ADHD 환자에게 처방되는 약품이 오프-레이블(off-labe)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오프-레이블’이란 약사법에 의해 허가된 범위나 용법-용량을 벗어나 처방되는 의약품을 말한다. 앤젤 교수는 “이런 경우 약의 성분이 무엇이든 간에, 거의 예외 없이 잠재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해 9월 11일, 노바티스(Novartis) 제약이 만든 ADHD 치료제 ‘리탈린(Ritalin)’의 위험성에 대해 보도했다. 기사에는 이 약으로 ADHD 치료를 받은 벤 네이피어(Ben Napier)라는 아이가 등장한다.
벤의 엄마 폴린(Pauline Napier)은 아들에 대해 “사람들이 전형적으로 생각하는 ADHD 환자가 아니라, 공상가에 더 가까웠다”고 기억했다. 그러던 벤은 12살 때,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의사에게 가보라”는 권유를 받고 병원을 찾게 됐다.
2년에 걸친 평가 과정 끝에, 벤은 14세 때 ADHD라는 최종 진단을 받았다. 벤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옵션’으로 제공된 것이 노바티스(Novartis) 제약의 ‘리탈린’이었다. 뇌에서 행동 반응을 담당하는 부분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약이다.
네이피어(Ben Napier)와 그의 엄마 폴린(Pauline Napier). photo=텔레그래프.
‘리탈린’ 처방률, 10년간 2배 이상 늘어
벤의 엄마는 텔레그래프에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이에게 리탈린을 주는 것이었다”면서 “정말 끔찍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영국 국민의료보험(NHS)에 따르면, 리탈린은 2014년 한 해에만 92만 2000건이 처방됐다. 지난 10년 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영국에서는 전체 초등학생의 5%가 매년 ADHD 진단을 받고 있다, 이중 대부분은 남학생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사들의 과잉 진단을 우려했다.
리탈린의 주성분은 ‘메칠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다. 이 성분은 체중 감소, 틱 장애, 간 손상, 불면증, 성장 미달 등의 부작용을 갖고 있다. 영국 왕립의과대학 정신과의 팀 켄달(Tim Kendall) 박사는 “아이들이 리탈린을 1년 동안 복용하면, 키가 자라지 않을 것”이라며 “10cm를 예상했다 해도 25cm만 자라는데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국민의료보험(NHS)은 리탈린을 행동치료나 부모훈련 프로그램을 거친 이후에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벤의 경우엔, 별 다른 과정 없이 곧바로 리탈린 처방을 받았다.
“성적은 올랐지만…”
벤은 17살이 된 지난해까지도 여전히 리탈린 유형의 약을 먹고 있다. ‘성적을 올리는 데 이 약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 벤의 엄마는 아들에 대해 “수학에서 D를 받다가, 리탈린을 먹고 나서 B를 받았다. 영어 점수도 극적으로 올랐다”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문제는 건강이었다. 엄마는 “벤의 몸무게가 너무 많이 빠져서 아이를 볼 때마다 끔찍할 정도”라고 했다. 엄마는 “아이에게 너무 많은 정서적 도움이 필요하게 됐다”고 했다. “아이의 집중력이 매우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학교에서 너무나 조용한 아이로 변했다”는 것이다. 벤은 엄마에게 “나는 조용히 있고 싶지 않다”면서 격앙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벤이 장기 복용한 ‘리탈린’은 국내에 판매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메칠페니데이트가 주성분인 다른 약은 판매되고 있다. ADHD의 치료제로 쓰이는 △콘서타(한국얀센) △페니드(환인제약) △메디키넷리타드(명인제약)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