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부]제1차 오마대전:미인계(상편)
오사장은 아침 일찍 나를 픽업하기 위해 우리집 앞에 차를 대고 어서 나오라고 핸드폰을 때린다.
영호남의 균형발전을 위한 서해 고속도로는 언제 달려봐도 시원하다. 야트막한 야산들이 이어지는 이 길을 달리고 있노라면 옛 백제인들의 심미안이 바로 이 산야의 아름다움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사장 달달이 병은 좀 낳은 것 같나?”
“글쎄. 토요일 날 혼자서 코리아 퍼블릭 파3코스에 다녀왔는데 잘 들어가긴 가는데 말야. 그거야 혼자서 치는 것이니까 병이 나았는지 안 나았는지는 오늘 겪어봐야 알 것 같지만 그저께 특별 기제사 덕분인지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 건 사실이네.”
내가 보기에도 오사장의 얼굴 빛은 밝아졌고, 오히려 불타 오르는 전의가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뭔지 모를 두려움 같은 게 남아 있는 듯 했다.
한국의 봄은 황사타고 온다고 하더니, 하늘은 아침부터 중국으로부터 날아 온 흙 먼지로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제1차 오마대전]의 회오리를 시사하는 듯 일진광풍이 발안CC를 휘젓는 가운데, 오늘의 운명을 건 두 사람의 모습이 1번 홀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패션웨어로 한껏 멋을 낸, 마크와 꽃사슴은 벌써 1번홀 앞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하고 골프사상 최초의 운명을 건 대결투를 시작했다.
“오사장님, 그리고 무싸님! 긴급제안이 있는 데요.”
세련된 니트와 가디건에 밤색 스커트로 한껏 멋을 내고 나온 마크가 말문을 열었다.
“제가 알아 본 바로는 오사장님께서 60센티 숏퍼팅에 가슴아픈 사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매 홀 마크를 하시라고 하는 것은 이 결투에서 좀 공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오늘만은 버디 퍼팅만 제외하고 60센치 이하는 모두 자동 오케이요 기브로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 아니 저렇게 예쁜 말을 하다니, 우리는 내심 [달달이 병] 걱정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마크의 전혀 예상치 못한 제안에 맥이 탁 풀어지는 걸 애써 감추며 답했다.
“그렇게 하면 우리에게 좀 유리할 텐데, 마크 사모님께서 굳이 그렇게 말씀하시고, 일요일이라 팀도 많이 밀리니 그렇게 하기로 하십시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서 지시더라도 딴 변명은 하지 마십시오.”
어안이 벙벙해서 머리를 한참 굴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있던 오케이 사장이 잽싸게 말을 가로채 마무리를 지어 버린다.
저렇게 예쁜 모습의 마크가, 그리고 저렇게 사려 깊은 마크가 우리가 상대해야 될 적이라는 게 믿어지질 않았다. 바로 전까지 적의를 갖고 오로지 승리를 위해 마음 다짐을 해온 우리에게 마크의 제안은 [오마대혈투]의 오케이 장자방인 내 머리 속을 하얗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오사장님과 무싸님은 한편이 되어 어떤 종류의 조언을 하셔도 괜찮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고요. 동의하시죠.”
“물론입니다. 그럼 자 시작해 보실까요.”
발안 1번 홀은 대게 오른쪽 슬라이스 홀이다. 몸이 안풀려 어깨에 힘이 들어 간 상태로 티샷하면 용서 없이 오비이다. 남자티에서 먼저 티샷을 해야하므로 우리가 먼저 티샷하기로 했다.
드라이버의 귀신인 무싸가 먼저 길을 개척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내가 먼저 티샷을 했다. 나는 매우 느린 백스윙으로 가볍게 무싸타법으로 나의 스트라타 볼을 페어웨이 중앙으로 날렸다.
“나이스 샷”
마크와 꽃사슴이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합창을 한다.
다음으로 오케이 사장도 부드럽게 내가 개척해 놓은 루트를 따라 완벽한 티샷을 한다.
“나이스 샷”
매일 [굳 샷]이란 딱딱한 동반 남자들의 목소리만 듣다가 오늘은 은 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두 천사의 [나이스 샷]이란 목소리를 들으니 절로 신이 난다.
오케이 사장이나 나 무싸나 누가 띄어 주면 그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어깨를 거들먹거리며, 조폭들이 골목을 활보하듯 페어웨이를 느릿느릿 즈려 밟고 가는 버릇이 있다.
레이디 티를 향해가는 마크와 꽃사슴의 뒤를 따르며 코끝에 와 닿는 여인의 향기에 매료되어 가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 마음을 다 잡아 본다.
[이게 아닌데,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 음]
마크와 꽃사슴도 평이한 샷으로 모두 페어웨이에 공을 보낸다.
“굳 샷”
“스윙이 예술입니다.”
이 말은 내가 초 절정 고수와 대결할 때 상대를 방심하게 해서 무너뜨릴 요량으로 추켜세울 때 쓰는 작전 용어인데, 오케이 사장은 지금 진심으로 그녀들의 스윙에 반해 감탄사로 나오는 말이었다.
오늘은 오른쪽 그린의 뒷 쪽 구중심처에 핀이 위치해 있다. 중앙에는 마운드가 있고 그 너머 작은 계곡에 핀이 있기 때문에 세컨 샷이 짧으면 파세이브가 어렵다.
숏 아이언으로 높게 띄어 그린 중앙 마운드 팔부 능선 정도에 공을 떨어뜨리고 백스핀으로 속도를 줄여 능선을 넘어 천천히 계곡으로 흘러 내려 가게 해야 한다. 또 다른 공략방법은 아예 길게 쳐서 오른쪽 뒤쪽 러프에서 어프로치로 공략하는 방법도 있다.
마크와 꽃사슴의 드라이브거리도 만만찮게 나와 있었다. 우리의 공보다 조금씩 더 나아가 있어 우리가 먼저 티샷을 했다.
나는 피칭 웨지로 풀샷을 하여 예의 없이 마운드 팔부 능선에 공을 꽂았다. 오사장도 나의 작전서에 의해 가볍게 좋은 지점에 공을 가져다가 놓았다.
마크와 꽃사슴도 그린 중앙을 공략하여 약 5~6미터에 붙인다. 발안의 첫홀 그린은 아침에 바다안개에 의한 이슬이 있어 잘 구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세게 치다가는 쓰리펏 예사다.
60센치에 붙이면 자동 파이니 무리할 것 없었다. 오사장과 나는 가볍게 밀어 모두 30센티에 붙여 도우미 아가씨가 오케이 파로 공을 집는다. 마크와 꽃사슴은 어떤 작전으로 나올 것인가.
마크는 승부사 답게 버디를 노리는지 강력한 스토록을 했다. 공은 홀을 그대로 밟고 지나가 1미터에 멈춘다.
“버디 아깝습니다”
자동 오케이 거리가 아니니 다시 한번 스토록을 해야 했다. 그렇지만 마크는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홀인하여 파세이브를 하였고 꽃사슴 또한 오케이 거리에 붙여 파를 잡아냈다.
발안 2번홀은 파3로 내가 매일 보기하는 홀이다. 티박스가 언덕 위에 있어서 아래로 내려치는 홀인데, 페어웨이 중간쯤 하늘에 돌개바람이 있어서 세게 치면 왼쪽 그린으로 밀리고 약하게 치면 오른쪽 그린에 못 미치곤 하였다.
이런 현상은 티박스의 앞쪽으로 올수록 심해서 나는 티마크에서 한걸음 반을 물러나서 티를 꽂았다. 그리고 7번 아이언으로 펀치샷을 구사해 고래등 샷으로 오른쪽 그린을 공략했다.
공은 여지없이 그린을 향해 날았다. 그린을 오바할 것 같던 공은 역시 돌개바람에 밀리더니 그대로 떨어져 그린에 못 미쳤다.
이를 본 오사장은 6번 아이언을 잡고 강하게 휘둘렀다. 오사장의 공은 좌측그린에 들어가고 만다.
“남의 집 잘 넘보시는 분들이 옆 그린에 많이 간대요.”
꽃사슴이 까르르 웃으며 한마디 한다.
“험! 그런가요?”
오사장은 계면쩍은 얼굴로 뒤통수를 긁는다.
다음은 마크의 차례. 마크가 마운드에 올랐다. 봄바람이 살랑이니 마크의 밤색 큐롯 사이로 흰 살결이 보일 듯이 말 듯이 눈을 어지럽힌다. 발안CC는 다른 골프장과 달리 골퍼가 티박스에 올랐을 때 동반 골퍼에게 뒷 모습을 보여주는 홀 들이 많다.
60센티 자동 오케이로 긴장감이 풀릴 대로 풀린 오사장이 뒤에서 이 모습을 보며 군침을 꿀꺽 삼키는 것을 본 건 나 뿐이었다.
{아뿔사!! 이 생각을 못했구나. 오사장의 독수궁방이 벌써 삼년째인데, 저런 마음 착하고 어여쁜 마크를 보고 대결투니 혈전이니 하는 거친 용어로만 전략을 준비했으니 큰일이다.}
요즘엔 데모진압 선봉에 예전처럼 중무장한 백골단이 아닌 야리야리하고 미모가 뛰어난 여경들을 선발하여 아무런 무장도 없이 세운다고 한다. 백골단에 흥분했던 데모대들이 이런 여경한데 돌맹이를 던질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발길로 얼굴을 찰 수 있을 것인가. 집에 가면 자신의 여동생 같고 저녁이면 만나는 애인 같은 아리따운 여경들을 어찌 공격할 것인가. 그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데모대는 우왕좌왕 하게 된다고 한다.
가슴을 쓸어 내리며 애간장 타는 내 가슴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사장은 마크와 꽃사슴의 스윙에 침까지 흘릴 기미다.
두 미녀의 공은 그린 턱을 맞더니 이내 런닝을 하여 핀 앞 4~5미터에 예쁘게 가서 붙어 버린다. 역시 마크는 강호를 주름잡는 최고의 여고수였다. 별 특별한 것 없이 평범하게 홀을 요리하면서도 어쩜 그렇게 정확한 위치에 공을 보낼 수 있단 말인가.
“여보게 오사장. 이건 미인계네! 다음 홀부터 자네는 마크나 꽃 사슴이 티샷할 때 뒤 돌아 서서 쳐다보지 말게나. 자넨 이미 투사로서 전의를 잃어가고 있네.”
“허걱! 그렇군. 내가 잠시 마크의 미모에 미혹되어 현실을 잊었었네. 고맙네 무싸. 자네 말대로 하겠네.”
[8부]
왼쪽 그린에 가서 공을 주운 오케이 사장은 왼쪽그린의 뒤쪽 러프에 공을 드롭하고 8번으로 어프로치를 했다. 그의 어프로치는 퍼터보다도 정확하다고 정평이 나 있었기에 그가 핀옆에 붙인다는 것은 전혀 의심치 않고 나는 내 공의 위치로 와서 텍사스 웨지(퍼터로 하는 어프로치)샷으로 핀옆 1미터에 붙였다.
“앗”
저쪽 오사장쪽에서 들리는 단말마. 그의 공은 그린에 미치지도 못하고 러프에 쳐 박혔다. 뒷 땅이다.
나는 얼른 오사장에게 달려 갔다.
“오사장 어찌 된 일인가? 정신차리게”
“나도 모르겠네. 내가 불리한 상황이어서 홀에 한번에 넣어 보려다가 그만 어깨에 힘이 들어가 실수를 했네 그려.”
예전의 오사장이 아니었다. 전 같으면 그는 일단 온 그린 한다는 자세로 부드럽게 어프로치를 하였는데 그런 공들이 오히려 핀에 잘 붙어 파세이브를 했었다.
“오사장 이번 홀에서는 자네가 한 타 또는 두 타졌다고 생각하게. 골프가 억지로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사장은 다시 8번을 가지고 가볍게 그의 어프로치 샷을 했다. 공은 경사를 타고 흐르더니 이내 핀 앞까지 굴러와 멈춘다.
자동 오케이로 보기를 한 오사장 한숨을 [휴~우]하고 내쉰다.
마크는 4미터에서 쉬운 버디퍼팅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홀을 한바퀴 돌면서 전체의 경사를 살핀 뒤, 공과 홀의 중간 지점에 서서 퍼터로 방향과 거리를 계산해 본다. 그리고 공을 놓고 마커를 집은 뒤에, 뒤로 가서, 웅크리고 앉아 몸을 최대한 낮게 구부려 퍼팅 라인을 살핀다. 순간 나는 그녀에게서 엄청난 살기를 느꼈다. 썬캡 사이로 섬광처럼 빛나는 눈동자. 그건 숲속에서 먹이를 노리고 있는 호랑이의 자세[맹호은림] 그것이었다.
마크는 박세리가 쓰는 역 그립 퍼팅을 사용한다. 역그립 퍼팅은 왼 손목이 꺽이지 않아 이런 거리의 버디퍼팅에 유리하다. 공에 내리꽂은 그녀의 눈 그리고 시계추처럼 움직이는 어깨. 그녀의 애마인 듯한 캘러웨이 레드볼은 거침 없이 잔디를 밟고 홀 속에 파고든다. 이볼은 커버가 부드러운 우레탄으로 되어 있는 쓰리피스 공으로 소렌스탐이 59타를 기록한 유명한 볼이기도하다.
“나이스 버디”
도우미 아가씨는 이미 숙녀들의 편에 붙어 버렸나 보다. 남녀 성 대결임을 눈치 챘는지, 그녀는 귀청이 떨어지게 외친다. 나는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 것을 느꼈다.
[두 홀에 벌써 두 타차라] 오사장이 사력을 다해 보기로 막았지만, 전차처럼 밀고 들어오는 마크의 내공에는 역부족인 듯 싶었다.
발안 3번홀. 여기처럼 티샷이 까다로운 홀은 없다. 많은 칠자싱글 고수들이 이 3번 홀에서 눈물을 흘리고 통탄하였었다. 여기서는 페어웨이를 보고 티샷하면 죽음이다. 좌우 모두 오비인 지역이다.
이 홀에서 살아 남는 방법은 오직하나 공을 왼쪽 경사면과 페어웨이가 만나는 곳에 IP를 정하고 오로지 헤드 업하지 않고 연습장처럼 공만 보고 쳐야 한다.
나는 오사장에게 이미 이런 사실을 일러 주며 전 홀까지의 모든 스코어는 잊으라고 했다. 내가 먼저 티샷하고 오사장도 나를 따라 티샷했다. 우린 모두 우리가 원하는 IP지점으로 정확이 공을 날렸다.
다음은 마크의 차례. 나는 오사장이 미인계에 다시 걸려들지 않도록 뒤 돌아 서도록 했다.
마크는 크리크를 빼 들었다. 그리고 오른쪽 벙커쪽을 향해 힘차게 티샷. 공은 벙커앞까지 날아가 그대로 멎는다. 이를 본 꽃사슴도 스푼을 뽑아 비슷한 자리에 보낸다.
{아니 저럴 수가!! 여기서 크리크를 치면 남는 거리가 170미터는 되는데 3학년 1반 작전인가! 오사장과 나는 110미터를 남겼다. 오르막에 뒷 바람 살살 부니 피칭 ??지로 천천히 치면 바람타고 그린에 안착할 테지만 마크는 투온이 불가능한 상황 아닌가!}
두 타의 여유가 있어서 안전위주로 가려는 것일까.
마크가 제일 먼저 세컨샷을 할 차례이다. 남은 거리는 170미터. 보통 이 거리이면 스푼치고 어푸로치를 해야 되는데 스푼 치기에는 그녀의 공 위치가 세미 러프로 안 좋았고 그린도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크리크를 빼어들 때부터 궁금했었다. 그 다음 수가.그런데 그녀는 이미 티박스부터 피칭을 손에 들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가볍게 피칭 샷으로 90미터를 전진한다. 꽃사슴도 따라서 피칭샷으로 비슷한 거리에 공을 가져 다 놓는다.
“옳다구나. 기회일세. 우리 욕심내지 말고 이번 홀에서는 파세이브하세나.”
우리는 피칭샷으로 가볍게 온 그린에 성공하고 각각 3~ 4미터 버디 퍼팅을 남겼다.
마크는 80미터 남은 거리에서 다시 피칭을 잡고 쓰리쿼터 스윙으로 펀치샷을 한다.
그녀의 공은 그린 중앙 마운드를 훨씬 넘겨 핀 뒤 50센치에 바운스를 하더니 백스핀이 걸려 그대로 뒤로 빨려와 다시 50센치 거리에 서 버린다.
“굳 샷, 자동 오케이”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그녀의 컨트롤 샷은 정말 우아하고도 정확했다. 꽃사슴의 공도 온 그린했으나 백스핀이 약해 그린 엣지까지 굴러가 버렸다.
그러나 마크는 언니에게 공을 그냥 두라고 한다. 그리고 그대로 가서 홀인 시킨다.
“죄송합니다. 저는 늘 숏 퍼팅도 꼭 넣어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마무리 퍼팅을 안하면 화장실 갔다가 뒷처리 안하고 나온 것 같아서요. 저는 다 넣겠습니다.”
“설사 못 넣더라도 자동 오케이니 점수에 가산하지는 않겠습니다.”
오케이 사장이 무슨 면죄부라도 주듯이 선뜻 이야기 한다. 나는 마크의 그 말에 등골이 오싹해오는 것을 느꼈다. 아마 초고수의 이름이 거저 얻어진게 아니구나..... 3홀에서 꽃사슴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파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2타차는 벌어져 있는 상태. 오사장은 내게 물었다.
“무싸. 우리의 승부 홀이 여기 4번홀 아닌가?”
“그렇지. 여기서 우리는 쉽게 투온 할 수 있지만 마크의 거리로는 도저히 투온 할 수 없다네. 그렇지만 3홀에서 보여주었던 마크의 작전대로 3온 1퍼팅으로 나온다면 우리에겐 별 득이 없긴 하지 하여튼 우린 이 홀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파세이브하고 마크가 보기하기만 기다릴 수 밖에 없질 않겠는 감”
4번홀은 매우 긴 파4 홀이다. 드라이버로 오른쪽 벙커 좌측 끝으로 공략하여야만 파가 보장된다. 그 폭은 거의 5미터 밖에 안 되는 매우 어려운 핸디캡 1번 홀이다. 공이 왼쪽 언덕으로 가면 도저히 투온이 불가능하고 조금이라고 슬라이스가 나면 오비이다.
나와 오사장은 부드러운 무사타법으로 150미터 지점에 정확히 공을 보냈다. 마크와 꽃사슴은 드라이버 샷으로 그린에서 180미터 남은 지점으로 공을 보냈다. 오른쪽 그린은 바닷 바람에 건조되어 매우 딱딱하여서, 미들 아이언으로는 세우기가 매우 어렵다. 조금이라도 오른쪽으로 밀리면 그린 앞 항아리 벙커행이다. 오른쪽 그린의 맨 왼쪽 끝을 겨냥하고 페이드 샷으로 런을 최소화하는 샷 말고는 그린에 오를 수 없는 홀이다.
마크는 8번 아이언을 잡았다. 또 3학년 1반 작전인가보다. 그녀의 공은 페어웨이 한 가운데, 그린을 공략하기 가장 좋은 지점으로 갔다. 남은 거리는 70미터. 그녀의 실력이라면 52도 어텍 웨지로 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오사장은 6번 아이언으로 부드럽게 점진 가속 직선 임팩 샷으로 그린의 왼쪽 입구를 공략했다. 공은 한 번 바운스한 후 그린의 뒤쪽 핀까지 굴러가 내리막 2미터 버디퍼팅를 남겨두었다.
“나이스 온” 도우미 아가씨가 오랜만에 보는 멋진 샷이라고 칭찬한다.
마크의 세번 째 샷이 남았다. 마크는 역시 어텍 웨지를 잡고 강력한 펀치 샷을 구사한다. 공은 핀 앞 3미터에 떨어지더니 딱딱한 그린이어서 원 바운드로 4미터를 튄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녀의 공은 강력한 백스핀에 힘입어 다시 핀을 향해 빨려 온다. 핀까지는 다시 40센치 또 자동 오케이 거리이다.
오사장은 승부수를 띄워야 했다. 핸디캡 1의 홀에서 버디퍼팅의 기회를 잡고서도 못 이기면 승부는 물 건너 간 것이기 때문이다. 내리막 2미터. 살짝만 건드려도 공은 핀을 1미터는 지나갈 것이다. 마크의 아름다움 같은 건 안중에 없다. 이젠 그가 살아 남아야 한다. 그는 마크가 했던 것처럼 홀 주위를 한바퀴 돈다.
그리고 나한테 묻는다.
“7시지?” “그런것 같군.”
이건 공이 홀에 들어가는 길을 우리가 암호화 한 것이다. 직선으로 들어가면 6시, 약간 슬라이스로 들어가면 7시, 훅으로 들어가면 5시이다. 오사장은 엉거주춤 잭니클라우스의 퍼팅자세로 체중을 오른발 한 쪽에 모은다. 그리고 공을 홀과 사각으로 보며 사알짝 민다.
“나이스 버디”
마크와 꽃사슴이 합창한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만약 그의 공이 홀인 하지 않았다면 공은 홀은 한참 지났을 것이고 파퍼팅에도 엄청난 프레스가 가해졌을 것이다. 이제야 오사장의 승부근성이 살아나는 것 같아 천만 다행이었다.
5홀,6홀,7홀……….
그리고 이제 마지막 18홀이다.
오사장과 마크는 두 번씩 보기를 주고 받으며 큰 실 수 없이 18번홀 까지 온 상황이다.
현재까지 마크는 1오바, 오사장은 2오바, 나는 5오바, 꽃사슴은 7오바.
피를 말리는 접전은 오후 황사가 절정에 다다른 두시 반 경이 되어서야 마지막 18번 홀에서 오늘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발안의 18번홀은 좌로 굽은 도그렉 파 5홀이다. 여기서 투온은 매우 어렵다. 써드샷에 핀에 붙여서 버디를 하는 방법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는 홀이다.
여기야 말로 오 사장에게는 감회가 깊은 홀 아닌가. 이 홀에서 마지막 60센티 퍼팅으로 칠자싱글이 되는 그 순간에 아내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인간적 갈등을 했던 바로 그 홀 아닌가. 난 오사장에게 말한다.
“오사장 승부는 냉혹한 것이네. 하지만 자네는 이 홀에서 파세이브만 하게. 오늘 경기는 이미 진 것일세. 겉으로 볼 때 지금까지 한 타 차이 이지만 마크는 숏 퍼팅을 모두 마무리 지었네. 반면에 자네는 12개 홀에서 숏 퍼팅을 하지 않고 자동 오케이를 받았다네. 만약 다 넣어보라고 하였다면 다 넣었을까? 그러니 오늘 경기는 마크의 완승이네.”
“무슨 소리. 룰은 룰이고, 마크가 자청해서 한 규칙이니 승부는 장갑을 벗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이번 홀에서 내가 버디를 잡고 마크가 보기를 한다면 내가 이길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욕심을 버리게. 자넨 이미 멘탈에서도 졌다네. 자신이 잘 쳐서 이기려고 해야지, [상대가 실수하길 바래서 이기려는 그 마음]이 이미 자네가 멘탈에서도 졌다는 증거일세”
아니나 다를까. 18번 홀에서 마크는 가볍게 파를 한 반면, 오사장은 무리하게 투온을 노리다가 공이 그린 앞 항아리 벙커에 빠지는 바람에 어이없는 보기를 하고 말았다.
결국 미인계에 휘말려 생긴, 초반의 두 타차 승부는 18홀까지 이어진 셈이었다.
최종 합계. 마크 73, 오사장 75, 무싸77, 꽃사슴 79로 [제1차]오마대전은 마크의 완승으로 끝나고 말았다. 우리는 발안CC근처 옛날 보리밥집에서 오리구이와 보리밥으로 저녁요기를 때우고 [제2차]오마 대혈투를 약속하며 헤어지게 되었다.
“오사장님 다음 대결은 매치 플레이니 자동 오케이는 없습니다.호호호.”
“잘 알았습니다. 오늘 많이 배웠습니다. 마크사모님. 그럼 다음 대결에서 보십시다.”
후회와 탄식에 사로잡혀 18홀을 복기하고 있는 오사장 대신, 내가 인사를 했다.
{보통 상대가 아니다. 아마 최고수의 이름이 아깝지 않구나 마크여!!}
나는 돌아오는 길에 이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깊은 고민에 빠지는데....
제9부]다조마담
오케이 사장이 제1차 오마대전의 충격으로 방구석에 틀어 박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일주일 동안 아무 연락도 없었다가 내게 전화를 한 건, 금요일 저녁이었다.
“무싸! 자네 시간 좀 내주게나. 술 한잔 하세”
“으응! 그러지. 그럼 이따가 [다조마담]이 하는 [알바트로스]에서 보세나”
요즈음은 이리도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임오년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월말이 다 되어간다. 월요일 아침부터 시작되는 첨단 고분자 연구는 온 머리를 다 동원해도 쉽게 풀리지 않는 퍼즐 같다. 손에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해답은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 나간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만 비로소 비밀의 옷을 벗는 고분자는 흡사 성격 까다로운 요조숙녀라고나 할까.
퍼즐의 실마리를 잡을 즈음 다시 핸드폰이 운다. 오케이 사장의 독촉 전화다.
“아 어서 안 오고 뭐해, 퇴근시간 인데”
“자네는 사장이니까 아무 때나 시간 낼 수 있지만, 난 회사의 녹을 받는 머슴이니 업무시간 끝나야 나갈 수 있는 것도 모르나. 그리고 연구하던 게 좀 남았거든. 마저 마무리하고 30분내로 가겠네.”
[다조마담]의 미소는 언제 봐도 싱그럽다. 그녀가 단골손님들은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되바라지지도 않으면서도 지성미 배어나오는 그윽한 미소 때문이란 것을 나는 잘 안다.
중년의 사내들이 자신의 아내들에게 얻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조마담은 잘 알고 있다. 직업마다 자신의 전공이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매혹시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게다.
마누라는 조금만 심사가 뒤틀려도 바가지라는 무공으로 남편을 들볶지만, [다조마담]은 단골손님이 오랫동안 발을 끊어도 절대로 재촉 전화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와도 왜 그 동안 소식 끊었냐고 묻지도 않는다. 다만 나그네가 잠시라도 속세에 지친 마음 의지하고자 할 때 말없이 그늘을 제공해주는 마을입구의 느티나무 같은 존재가 되려 하는 게 [다조마담]의 경영 철학인 [다조정신:말그대로 다 준다는 뜻]이다.
오케이 사장이 부인과 사별하고 이 집에 단골이 된 것도 다 [다조마담]의 경영철학이 맘에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한동안 오케이 사장의 말벗이 되어 외로운 시간들을 채워 주었었다.
[오마대전]에서 일패를 한 오사장의 발길이 이곳으로 오는 것도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다조마담]의 선술집은 술을 팔지 않는다. 술은 단골 손님들이 올 때 한 두병씩 들고 오고, [다조마담]은 그 술병에 이름표만 달 뿐이다. [다조마담]은 안주를 준비하고 손님의 말벗이 되어준다. 단골손님은 자신의 고민이나 외로움이 해결된 만큼 자신의 성의를 표시하는 것으로 술값을 대신한다.
이 집에서 바가지란 말은 애당초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렇게 장사하는데도 [다조마담]의 수입은 다른 술집에 비해 다섯 배는 더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다조마담]의 경영방식을 배우려고 많은 애기마담들이 줄을 서 있다고 한다. 애기마담을 채용할 때는 면접고사가 웬만한 대기업 들어가기보다 어렵다고 한다. 게다가 애기마담은 월급 받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상당한 수업료를 내고 일한다니 과연 [다조마담]의 경영방식은 연구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다조마담]의 명성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장안에 암암리에 퍼져 나가는데, 단골손님들은 자기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절대로 이 사실을 아무한테나 알려 주지 않는다고 한다. 더욱 희한한 일은 술값은 술을 사 가지고 들어가니 낼 턱이 없고, [다조마담]이 내 놓는 안주래야 고작 5만원을 안 넘을 텐데도 단골손님들은 나갈 때 수십 만원을 내고 나가면서도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든다는 것이었다.
빨간 장미와 형형색색 촛불로 치장된 창가 자리로 우리를 안내한 [다조마담]은 예의 미소로 우리의 주문을 기다리며 말문을 연다.
“오사장님! 지난번에 골프 대결 하신다더니 결과가 궁금하네요”
“그렇지 않아도 그일 때문에 무싸하고 궁리하려고 왔지”
“그럼 전 안주 준비할 테니 말씀 나누세요.”
[다조마담]은 단골손님의 지난 모든 이야기 내용을 머리 속에 담아두고 있다. 손님이 오신 순간부터 이야기는 다시 부드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어서 손님의 심적 부담을 덜어 주는 가 보다.
오늘 오케이 사장이 가져온 술은 지난번 유럽출장 때 특별히 구해온 발렌타인 30년 이었다. 나는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발렌타인 만큼은 한잔하고 싶은 술이다. 그런 연고로 오사장은 나하고 술 한잔 하고플 때면 어떻게 해서든지 발렌타인을 구해오곤 하였다.
“여보게 무싸! 자네는 나의 장자방이니 그 동안 좋은 방도를 좀 생각해 봤겠지?”
“자네도 일주일간 생각해 봤겠지만 마크는 보통의 아마추어 고수하고는 다르네. 그녀는 골프 기술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프로를 대적할 만한 배짱을 가지고 있네. 그래서 좀 …………..”
말끝을 흐리는 내게 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그 점은 나도 다 인정하네. 이제 다음 결투에서 이기지 못하면 나는 바로 마크의 머슴이 되네. 천운으로 다음 결투에서 이기더라도 결승에서 이기지 못하면 결과는 마찬가지이고, 그래서 어렵겠지만 내게는 두 번을 연속으로 이길 수 있는 비책이 필요하다네”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무싸! 방법 좀 일러주게. 그러면 내가 자네에게도 크게 보답하겠네.”
“자네는 마크를 이길 수 없네. 그러하니 비겁하지만 도망가게나, 미국이나 호주로 !! 아이들 다 데리고” “뭐라고? 자네 지금 농담하나? 대한민국의 남아로서 신사도를 걸고 한 약속일세, 도망자로서 비겁하게 사느니 차라리 마크의 머슴이 되겠네.”
“마크의 머슴이 되시겠다? 말 잘했네. 그럼 뭐 게임 끝난 거 아니겠나. 오늘 당장 보따리 싸 들고 마크 집으로 머슴 살러 가시게나!!”
“여보게 무싸! 사람 애간장 좀 그만 태우게. 사나이 한번 뜻을 세웠으니 지던 이기던 끝을 봐야 하지 않겠나. 나의 남은 여생과 전재산을 걸고 하는 대결투일세. 내가 이제 와서 뭘 숨기고 뭘 아끼겠나? 어떤 방법이라도 괜찮으니 이야기 해 보게나”
이야기가 무르익을 무렵 [다조마담]이 한상 단단히 차려 내어왔다. 어느 샌가 도화 빛 한복으로 갈아 입고 온 [다조마담]은 우리의 이야기를 언뜻 듣고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챘는지, 앉으려다 말고 다시 일어나 턴테이블의 레코드 판을 갈고 있었다.
씨디 플레이어가 유행하는 지금도 [다조마담]은 검은 빛 레코드 판을 잘 간직하고 있다. 낮게 흐르는 음악은 [들길따라서] 였다. 이 곡은 양희은이 젊었을 때 가녀린 목소리로 부르던 노래로 사람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히는 마력이 있다.
“알았네. 내가 모시는 골프 사부님이 한분 계신데 나에게 골도를 가르쳐 준 분이라네”
“골도라니,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길 골프치는 기술을 [골술(術)]이라고 한다면, 골프치는 이론은 [골법(法)]이고, 이 골술과 골법을 갖추고 정신수양을 하는 것이[골도(道)]라고 하셨네.” “
골도라,그래서..”
“사부님은 현재 KPGA 프로이신데, 골프에 대한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계시며, 지금도 불철주야 [골도연마]중 이시라네.”
“어디에 가면 그 분을 만나 뵐 수 있겠나?”
“요즘 통 연락이 안 되는 걸 보면 북설악 황토마을에 있는 [무림산방]에 가 계신 것 같지만, 워낙 바람 같은 분이시라 정확히 알 수는 없네.”
“그럼 내일 당장 그리로 가세나”
“그게 걱정이네, 사부님은 아무나 제자로 안 받으신다네. 하지만 내가 간곡히 부탁을 올려 보겠네, 자네도 [삼고초려]할 자세로 마음 비우고 단단히 준비하게나.”
[다조마담]이 따라주는 발렌타인은 더욱 흥취가 난다. 코를 간지르는 그녀의 [진폴] 향수와 눈을 어지럽히는 도화빛 치마, 그리고 미소 지을 때마다 살짝 드러나는 백옥 같은 이와 금방 눈물이라도 떨어질 듯한 젖은 눈동자.
[다조마담]은 술좌석이 파할 무렵이면 영수증 대신 흰 봉투 하나를 테이블에 놓고 간다. 그러면 오사장은 지갑을 열어 자신의 성의를 봉투에 넣는다. [오마대전]보다도 저 [다조마담]에 대해 호기심이 발동하는 건 왜일까!
제10부]무림산방의 화두
삼월의 미시령은 아직 겨울이다. 아침 저녁으로 살얼음이 어는 무림산방에 오케이 사장과 무사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황토마을 주인장에게 무림산방 사부님의 소재를 물으니 무림산방 옆 개울을 막아서 만든 작은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고 계신다고 한다. 저수지에 가서 사부님께 인사를 고한다.
“사부님 무싸이옵니다. 무림산방에 가서 기다리고 있겠사옵니다.”
사부님은 낚시 삼매경에 드셨는지 묵묵부답 대답이 없으시다. 아마도 무슨 수련에 들어가신 모양이다. 사부님은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이곳 무림산방에 오셔서 수련을 하시는데, 사부님께서 모시는 [현각대사]께서 근처 백담사에 머무르고 계시기 때문이다.
사부님께서 무림산방에 오셔서 면벽 수련을 하시게 되면 [현각대사]께서는 사부님께서 오신걸 어떻게 아셨는지 바람처럼 나타나셔서 [화두]를 던지고 가신다고 한다.
깊은 사색에 들어 가신걸 보면 [화두]에 골몰하고 계신가 보다. 오케이 사장과 나는 무림산방의 방문을 열고 안에 들어섰다. 돌과 흙으로 벽을 쌓고 짚으로 지붕을 이은 초가에는 라디오도 TV도 없다. 벽쪽에 쌓여 있는 자부동을 꺼내어 앉았다.
약간 으시시한 한기가 느껴지는 방안은 그저 적막간산 그자체였다. 이 얘기 저 얘기 하다 보니 시간은 흘러 오후 다섯시가 다 되었다. 사부님은 아직도 오시질 않는다. 이번 [화두]는 무척이나 어려운가 보다. 우리는 다시 저수지에 가 봤다.
사부님께서는 미동도 하시질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낚시를 드리우고 있었다. 저수지에 는 고기가 꽤 많았다. 낚시줄이 계속 흔들리는 걸 보면 입질을 계속 하는 것 같은데 고기 담는 그릇에는 한 마리도 보이질 않는다.
“사부님 물고기가 입질만 하고 덥석 물지는 않는가 봅니다.”
“오늘도 틀린 거 같군. 벌써 일주일을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없군.”
사부님은 혼자 말씀으로 되뇌인다.
“그런데요 사부님 저 물고기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저를 잡으러 온 사람을 하루종일 이 자리에 묶어 두고 있으니, 이건 사람이 물고기를 잡는 게 아니라 물고기가 사람을 잡고 있는 것 아닙니까요?”
“물고기가 사람을 잡는다? 옳거니! 바로 그것일세. 손님도 같이 온듯 하니 무림산방으로 가서 저녁이나 함께 하세나”
나는 사부님의 낚시도구를 챙기기 위해 낚시줄을 감다가 깜짝 놀랐다. 낚시줄 끝에 있어야 할 미끼 달린 낚시 바늘은 온데 간데 없고 달랑 콩알만한 염주알만 달려 있었다.
{허참 사부님도 이러니 물고기가 입질만 하고 잡히질 않지 이걸 가지고 어떻게 물고기를 잡으신다고, 기가 막혀서 }
저녁을 간단히 먹고 난후 우리는 우리의 용무보다 사부님의 이상한 낚시에 더 궁금증이 나서 그것부터 여쭈어 보았다.
“저어 사부님! 그 낚시줄에 염주알 …”
“그래 말해주지. 내가 올해부터는 KPGA 시니어 대회에 나가게 되었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마음을 다 잡고 우승을 할수 있을까 하고 방법을 찾으려고 무림산방에 왔다네. 내가 온뒤 삼일째 되는 날 현각대사께서 다녀 가셨는데 이 염주알 하나를 던져 주시면서 이 염주알로 물고기가 고통스럽지 않게 물고기를 잡으라고 하시더군”
“네에 그것이 [화두]였군요. 그런데 어떻게 염주알로 물고기를 잡습니까? 물고기를 잡으려면 바늘을 미끼에 감추어서 물고기가 미끼에 속아 덥석 물었을 때 바늘에 걸려 잡히는 거 아닌가요. ”
“그렇지!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물고기를 속이게 되는 것이고 또 물고기에게 고통을 주게 되지 않겠나.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게 염주알을 낚시줄에 매단 것이지. 물고기가 물어서 삼키면 그때 끌어 올릴려고”
“사부님 물고기가 아무리 머리가 나쁘기로서니 염주알을 삼켜서 날 잡아가라고 하겠습니까요.”
“그렇다네. 난 그걸 알면서도 염주알 낚시로 며칠을 보내고 있으니 답답한 거 아니겠나.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화두의 뜻을 깨우치지 못하고 있으니….. ”
나는 오케이 사장이 이곳에 오게 된 사연을 사부님께 말씀을 드리고 도움을 청했다.
“나 또한 미련한 중생일 진대 누굴 가르칠 수 있겠나. 자네도 자네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니 나와 함께 이곳에서 함께 수행하시게나. 현각대사께서 말씀하시길 모든 답은 내 안에 있고 누구든 그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네. 그리고 [화두]는 어떤 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바라보는 자에 따라서 자신의 문제의 답을 찾는데 응용할 수 있다고 하셨네. 그럼 내일부터 나와 함께 수련에 들어 가세나”
나는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돌아왔고 사부님과 오케이 사장은 무림산방에서 면벽 수련에 들어 갔다.
나는 사부님과 오사장이 그 화두를 풀 수 있을 지 매우 궁금하였다. 그 화두를 풀면 오케이 사장도 게임에 이겨서 마크 사모님을 아내로 맞을 수 있을텐데.
[제11부]고개 숙인 남자
일주일 후 나는 다시 무림산방을 찾았다. 지난 주 보다 날씨가 많이 포근해져 있었다.
오케이 사장은 나를 반갑게 맞았다. 그러면서 걱정스러운 눈으로 말문을 열었다.
“무싸! 우리 사부님께서 어제 새벽까지 면벽수련을 하시더니 오늘 아침 웃옷을 모두 벗으시고 저수지로 가셨네. 아직 물이 찬데 저러시다 감기라도 드시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걱정 말게나 오사장. 우리 사부님은 오랫동안 단전호흡으로 연마를 해오셔서 추운 겨울에도 얼음을 깨고 물에 들어가 수련을 하시기도 하셨네. 함께 가보세나.”
저수지에 다다르니 사부님께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긴다.
“어서 오게나 무싸, 드디어 화두를 푼 것 같네. 여기를 보시게나”
사부님은 물속에서 그 염주알 매달린 낚시줄을 물속에 넣고 살랑 살랑 흔들고 계셨고 물고기들은 사부님을 경계하지 않고 사부님 주위에 모여 들어 있었다. 사부님은 다른 한손으로 물고기 밥을 주고 계셨다. 사부님은 가끔 두손으로 손그릇을 만들어 물고기를 떠 올리기도 하셨다. 우리가 어렸을 때 개울가에서 놀던 그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
무림산방으로 돌아오신 사부님께서 우리들에게 설명을 해주셨다.
“현각대사께서 내게 주신 화두의 뜻을 깨달았네. 물고기를 고통없이 염주알로 잡으라고 하신 화두의 진정한 뜻은 [내가 물고기와 적이 아닌 친구가 되어라, 그러면 모든 것을 얻게 되리라]라는 뜻이었네. 내가 물 밖에서 미끼로 물고기를 낚고자 하는 마음 자체가 잘못되어 있었네. 물고기는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고통일세. 하지만 내가 물속으로 들어가 물고기 밥을 주니 물고기들은 나를 경계하지 않고 친구가 되었다네. 나의 가진 것 다 버리고 다 주어야만 기쁜 마음의 물고기를 내 손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네.”
가만히 옆에서 사부님 말씀을 듣고 있던 오케이 사장이 무릎을 쳤다.
“사부님 말씀이 백번 옳으십니다. 사부님께서는 말씀이 아니라 실천으로 제게 가르침을 주시는군요.” “오사장 자네도 뭔가를 깨우친 모양이구먼, 축하하네”
오사장의 얼굴에 장님이 [개안의 새벽]을 맞는 듯한 신비한 미소가 떠올랐다.
“궁금하네 오사장! 자네가 깨우친 걸 이야기해 보게나.”
“그러지 물고기는 마크사모님 일세, 그리고 나는 낚시하는 사부님이고. 처음 무림산방에 왔을 때, 낚시하는 사부님 모습이 현재의 내 모습이고, 오늘 아침 물속에서 물고기와 함께 계신 모습이 바로 나의 미래 모습일세. 그동안 나는 마크를 골프실력으로 꺽어서 오마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그결과로 그녀를 아내로 맞을 생각이었네. 물론 그녀가 가지고 있는 3억짜리 아파트도 저절로 내 것이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네.”
오케이 사장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개안(開眼)의 순간을 맞으면 저런 것일까.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었던 응큼한 생각들을 모두 털어 놓았다.
“오사장, 그러면 이제 자네는 어떻게 할 생각인데.”
“나는 마크집으로 머슴되러 가겠네. 머슴의 모든 소유는 모두 주인의 소유이니, 내 재산도 내 자식도 모두 마크에게 바치겠네. 만약 내가 속임수를 쓰건 아니면 신비의 샷을 배워서 오마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그에 대한 대가로 마크가 내 아내가 되도록 한다면, 마크는 낚시바늘에 걸려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와 뭐가 다르겠나. 마크는 평생을 오마대전의 실패를 가슴에 담고 자존심을 꺽으며, 내 아내로 살아가야 될 텐데, 그건 진정 내가 바라는 게 아닐세.”
오케이 사장의 말을 찬찬히 듣고 계시던 사부님께서 어리석다는 표정으로 혀를 끌끌차시며 말씀 하신다.
“그걸 답이라고 찾았나, 자넨 아직 멀었어. 머슴조차도 아깝네”
“아니 사부님 그럼 오케이 사장의 생각이 틀렸나요 .” “내 이야기 잘 들어 보게나. 마크가 오케이 사장을 대결투의 상대로 선택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아니겠나. 오케이 사장이 허풍 떠는 [달달이]이지만, 그래도 비굴하지 않고 대결투를 해보겠다는 사나이의 패기와 자존심이 있어서라고 생각되네. 마크는 오케이 사장이 대결투를 통해서 다시 진짜 사나이로 태어나 자신을 이겨주길 바라고 있네. 그녀가 지금까지 홀몸으로 살아온 건 아직 진짜 사나이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네. 좀 전에 자네가 말한 '오마대전의 패배를 가슴에 않고 살아갈 마크가 안스럽다' 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네. 그럼 싸워보지도 않고 패배를 인정하며 비굴하게 기어 들어오는 [고개숙인 남자]에 대한 마크의 심정은 생각해 보았는가? 그리고 [고개숙인 남자]에게 무슨 매력을 느끼겠느냐 이말이오”
“사부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느껴지는 바가 많습니다. 저의 생각이 너무 짧았습니다. 어리석은 저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요.”
“자네가 마음을 비운 건 그나마 다행이네. 자네가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이 대결투에 임할 때 한 가닥 희망은 있네. 자비나 아량 같은 것은 승자의 몫일세. 비겁한 자나 패자에겐 오로지 머슴의 길 밖에 없다네. 승부에서는 정정 당당히 이기고 마크를 아내로 맞이한 후 자네가 머슴의 자세로 마크를 떠 받들고 살아가게나.”
“사부님의 말씀속에는 아무리 오래 생각하여도 보통 사람들이 깨닫기 어려운 지혜가 담겨 있군요. 사부님 그럼 다음 대결투는 매치 플레이인데 어떻게 하면 매치 플레이에서 이길 수 있습니까?”
“내가 매치 플레이에 대해 오래 전부터 연구해 둔 전법이 하나 있다네. 그건 [역지사지] 전법이라네. 이번 결투에서는 이 전법이 가장 좋을 것 같네”
사부님과 오케이 사장의 대화는 북설악 황토마을의 별 밝은 밤이 이슥하도록 계속되었다.
[제12부]홀을 막아라
사부님은 손무의 손자병법에 능통하셨다. 별의별 전략이 손자병법의 병법서에 적혀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이 전법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이 정도로는 마크를 이길 수 있는 전법으로 부족했다.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무는 손자병법을 완성하고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싸우지 않고서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전법이다.] 요즘의 강대국들이 핵무기를 개발하여 다른 나라들이 감히 넘보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이 이 방법에 속한다.
사부님은 손자병법에 관련된 뒷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손무가 어릴 때 어린 손무의 손을 잡고 전장터를 돌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던 장님이 있었다네. 그의 이름은 [귀곡자]. 손무에게 병법에 대한 눈을 뜨게 해 주었던 귀곡자는 심리전의 대가였다네. 그의 심리전은 너무도 귀신 같아서 그의 말을 세 마디를 채 듣기도 전에 그에게 홀려버리기 때문에 그는 살아 있는 귀신으로 통했다네. 사실 손자 병법의 마지막 심리전 부분은 손무의 작품이 아니지. 마지막 여섯편은 귀곡자가 제자와의 숙명의 대결에서 패배하여 감옥에 갇혀 처형되기 전날 하룻밤 새에 완성 시켜준 것이라네.”
오케이 사장은 사부님의 말씀을 하나도 빼지 않고 듣고 있었다.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을 제 2차 오마대전을 앞두고 비장의 각오로 임하는 그의 눈 빛은 별빛보다도 더 영롱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사부님 그럼 이번엔 아무도 모르는 귀곡자의 심리전을 쓰실 예정이신가요?”
“그렇다네. 이 방법 아니고는 자네가 마크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네.” “그럼 어떤 심리전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시지요.”
“자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마크는 완벽한 골퍼일세. 자네 같은 아마추어하고는 틀리다네. 자네는 마크의 약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가?”
“남자의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 솔직하게 말씀 드려 그녀는 두려운 존재입니다. 사실 제 1차 오마대전에서 그녀는 저의 뱃속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습니다. 시종일관 여유로운 자세로 18홀을 쉽게 마무리하는 그녀에게서 약점이나 흔들리는 구석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럴 것이네. 프로들이 아마추어들을 상대로 게임을 할 때 신비하고도 멋진 샷으로 이기지는 않네. 골프는 실수를 줄이는 게임일세. 마크는 그 평범속에 진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골퍼라네. 그녀는 숏퍼팅을 모두 마무리함으로서 자네에게 자신감을 보여주었고 그녀 스스로 자신감을 쌓아 갔다네.”
“그럼 이번 사부님께서 말씀하시는 귀곡자의 심리전이 마크의 숏퍼팅과 관련이 있습니까?”
“그렇지. 자네는 내 말을 명심해서 잘 듣게나. 이번 심리전의 명령어는 [홀을 막아라]이라네.”
“홀을 막으라뇨. 사부님. 어떻게 퍼팅하는 데 홀을 막아 버릴 수 있습니까요?”
“하여튼 자네가 홀을 막기만 하면 이번 제 2차 오마대전에서의 승리는 자네 것이라네. 그리고 이것을 화두로 줄 터이니 남은 며칠동안 잘 생각해 보게나.”
“사부님 그럼 18홀 전체를 다 막아야 합니까, 아니면 몇 홀은 열어야 합니까?”
“쯧쯧, 그러니까 자네가 어리석다는 것일세. 막으면 다 막아야지 몇 홀은 왜 여는가!”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홀을 막을 궁리를 해보겠습니다.”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스 2연패를 하며 골프황제의 자리를 다시금 확인 시켜준 월요일 오후 오케이 사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무싸 오랜만일세. 회사일로 바쁜 줄은 알지만 자네가 나의 장자방이니 자네가 나좀 도와 주어야 겠네. 사부님께서 비법을 일러 주셨는데, 많이 생각해봤지만 사실은 아직 그 화두를 풀지 못했다네. 이따가 저녁에 다조마담이 하는 [알바트로스]에서 만나세.”
“알았네. 오사장.”
다조마담은 언제 보아도 그윽한 미소다. 마크한테서도 저런 여유로운 미소가 느껴졌었다. 자신감 있는 고수의 미소가 저런 것일까. 귀곡자의 심리전을 다조마담 또한 알고 있는 듯하다.
오사장의 손에는 어디서 구했는지 산사춘 두병이 들려 있었다.
“무싸 오랜만이네. 내가 산에서 며칠 도를 닦다 보니 입 맛도 변해서 양주보다는 이 산사춘이 더 좋아졌다네.”
“자네가 설악산의 정기를 조금은 받은 모양이군. 호연지기도 많이 키웠겠지?”
“말도 마시게나. 사부님께서 골프는 안 가르쳐주시고 지옥훈련만 시키시는데 너무 힘들어서 돌아가시는 줄 알았네. 아침 5시에 기상해서 가부좌로 명상 한 시간, 이 십리 구보 후에 개울에 가서 냉수마찰 및 선 체조, 기마 개운기공에 목검으로 촛불끄기, 두발 두손 다 드는 조각배형 복근단련등등… ”
“그러고 보니 자네 [무량수전 배 흘림 기둥] 같던 배는 온데 간데 없네 그랴.”
“본론으로 들어 가세나. 사부님께서 2차 오마대전은 심리전이라고 하시면서 [홀을 막아라]라는 화두를 주셨네.”
“그 것참 기막힌 방법이군. 마크가 퍼팅할 때 홀을 막아버리면 마크가 홀에 공을 넣을 수 없으니 자네가 이겼군. 그런데 골프룰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홀을 어떻게 막는다고 그러나?”
“무싸! 사부님께서 허튼 말씀을 하셨겠나. 내 머리가 짧으니 이해를 못해서 그런 것 아닌가. 그러니 자네를 찾아 온 것 아니겠나.”
“사부님께서 다른 말씀하신 것은 없으셨는가?”
“그렇지. 한 말씀 하셨네. 마크의 자신감의 원천은 숏퍼팅이라고 하셨네.”
“어디 한번 잘 생각해 보세나. 음…..”
{사부님은 좀 쉽게 설명해 주시지, 어찌 이토록 어려운 화두를 주신단 말인가. 이번 게임은 매치 플레이니 기브를 줄 수 있다. [홀을 막으라]는 말씀은 마크의 공이 홀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시라는 말씀이고. 음…. 그렇지. 마크가 숏퍼팅을 위해 동전으로 마크해 놓은 걸 오사장이 집어서 기브를 주어버리면 마크는 숏퍼팅을 할 수 없긴한데. 사부님께서 마크가 숏퍼팅을 못하게 하라고 말씀하신 뜻은 무엇일까? 다 기브를 주어버리면 오사장이 불리하지 않은가. 오사장이 기브 주었다고 마크 또한 기브를 주지는 않을텐데.}
“아 그리고 무싸! 사부님께서 한 마디 더 하셨는데, 나 보고 숏퍼팅 연습 많이 하라고 하셨네.”
“오사장!! 화두는 풀었는데 의미는 잘 모르겠구먼, 자네보고 져주라는 뜻인가 보군.”
“사부님께서 설마 지는 방법을 일러 주셨겠는가? 자네가 푼 화두를 설명해 보시게나.”
“홀을 막을 방법은 딱하나 있네. 마크가 숏 퍼팅을 위해 마크하면 자네가 그 동전을 주워서 마크에게 주면서 오케이 기브하면 된다네.”
“아니 그럼. 18홀을 모두 기브 준 단 말인가.” “그렇다네. 일단 사부님께서 깊은 뜻이 있어서 하신 말씀이니 그대로 해보시게나. 어차피 자네는 짐 싸들고 마크집으로 갈 생각 이었지 않나. 지금 와서 진다고 해도 별 차이는 없지 않은 감. ”
알 수 없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대화를 듣고 있던 다조마담이 염화시중의 미소를 지으며 따라주는 술잔에 [알바트로스]의 밤은 깊어 가는 데……….
첫댓글 너무하십니다~중학교 다닐때 쓰던 깜지 생각이 막~나네요..ㅎㅎㅎㅎ
아아..감동적이야~..형님..어서어서..마저 올려주시와요~
다조마담,,, 그리고 골도...... ㅇ ㅏ ~ 궁금하다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