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 산양리 계곡을 떠올리곤
오토바이를 몰아 허씨네 묘 앞에 정차를 시키고 계곡을 더듬었다.
물이 말라 낙엽만 쌓인 계곡엔
무너져 내린 돌틈새로 참나무가 위태롭게 뿌리를 보이고...
땀을 식히고 시원함을 달래주던 계곡은
이미 말라버려 놀던 가재들은 간 곳이 없구나.
겨우내 내리던 눈 만으로는
양이 차지 않았는지 물이 없으니 조금은 허허롭다.
그래도 바람결에 봄은 왔는지
생강나무 가지에 꽃눈이 트이고...
낙엽더미 속에서 묵은 영지가
붉은 얼굴을 내밀고 수줍어 하며...
녹제초라 불리는 노루발풀 또한 잎새를 내밀고 있다.
등산로 중간에 서있는 푯말이 영인산 자락임을 알리고
표시판은 하산 길을 인도하지만 길 아닌 곳을 더듬는 발길은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
길 옆에 서있는 노간주나무는 나무가 질기고 탄력이 있어
예전엔 소의 코뚜레로 많이 사용하였으며
가을에 달리는 열매는 두송실이라 하는데
드라이진이라는 술을 만들때 원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무덤가 아닌 곳에 조그만 회양목이 자리를 잡았는데
아마도 산새들이 씨앗을 퍼뜨린 모양이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이산저산을 돌아다녀도
묵은 줄기를 보고 뿌리를 캐는 작업은 쉽지가 않다.
작년에 적어놓은 산행일지를 참고 삼아 주변을 산행하는데
늘상 똑같은 것 보다는 언제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범위를 더 넓게 만드는 것 같다.
첫댓글 다문천님 사진 감상 넘 좋네요..
자주 오셔서 좋은 그림과 설명 부탁 드립니다.. 화이딩 ^&^